[허위공문서작성,허위공문서작성행사,직무유기][공1994.2.15.(962),582]
가. 농지사무를 담당하고 있는 군직원이 농지불법전용 사실에 대하여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것이 직무유기죄에 해당하는지 여부
나. 군직원이 농지전용허가를 하여 주어서는 안 됨을 알면서도 허가하여 줌이 타당하다는 취지의 현장출장복명서 및 심사의견서를 작성하여 결재권자에게 제출한 것이 허위공문서작성, 동행사죄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다. 직무유기죄와 허위공문서작성, 동행사죄와의 죄수관계
가. 농지사무를 담당하고 있는 군직원으로서는 그 관내에서 발생한 농지불법전용 사실을 알게 되었으면 군수에게 그 사실을 보고하여 군수로 하여금 원상회복을 명하거나 나아가 고발을 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는 것이므로 농지불법전용 사실을 외면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것은 자신의 직무를 저버린 행위로서 농지의 보전·관리에 관한 국가의 기능을 저해하며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시킬 가능성이 있어 직무유기죄에 해당한다.
나. 군직원이 농지전용허가를 하여 주어서는 안 됨을 알면서도 허가하여 줌이 타당하다는 취지의 현장출장복명서 및 심사의견서를 작성하여 결재권자에게 제출한 것이 허위공문서작성, 동행사죄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다. 공무원이 어떠한 위법사실을 발견하고도 직무상 의무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위법사실을 적극적으로 은폐할 목적으로 허위공문서를 작성·행사한 경우에는 직무위배의 위법상태는 허위공문서작성 당시부터 그 속에 포함되는 것으로 작위범인 허위공문서작성, 동행사죄만이 성립하고 부작위범인 직무유기죄는 따로 성립하지 아니하나, 위 복명서 및 심사의견서를 허위작성한 것이 농지일시전용허가를 신청하자 이를 허가하여 주기 위하여 한 것이라면 직접적으로 농지불법전용 사실을 은폐하기 위하여 한 것은 아니므로 위 허위공문서작성, 동행사죄와 직무유기죄는 실체적 경합범의 관계에 있다.
피고인
피고인
변호사 정기승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이유에 대하여 본다.
제1점에 대하여
직무유기죄에 있어서도 직무를 버린다는 주관적인 인식이 필요하고, 또 직무를 유기한 때라 함은 법령 등에 의한 추상적인 의무를 태만하는 일체의 경우를 이르는 것이 아니고 직장의 무단이탈, 직무의 의식적인 포기 등과 같이 그것이 국가의 기능을 저해하며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시킬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임은 소론 주장과 같다.
그런데 원심 인용한 제1심판결이 확정한 사실에 의하면, 당진군청 산업과 농어촌개발계에 근무하면서 농지전용허가 및 불법 농지전용고발 등 전반적인 농지사무를 담당하고 있던 피고인은 1991. 10. 16. 당진읍사무소 직원인 공소외 이권호로부터 남영개발주식회사 대표이사인 공소외 1이 당진읍 구룡리 산 45 외 2필지에서 토석을 채취하면서 절대농지인 같은 리 805 등 4필지를 그 채석장의 진입로 및 골재야적장으로 사용하는 등 농지를 불법전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통보받고 현장도면 및 사진등 증거자료를 교부받은 후 같은 달 22. 현장을 확인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인바, 농지의 보전및이용에관한법률의 입법취지나, 농지를 전용하고자 할 때에는 관할청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한편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불법으로 농지를 전용한 경우 군수 등에게 원상회복을 명할 수 있는 권한과 고발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등의 위 법률 관계규정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당진군의 농지사무를 담당하고 있던 피고인으로서는 위와 같이 그 관내에서 발생한 농지불법전용 사실을 알게 되었으면 당진군수에게 그 사실을 보고하여 당진군수로 하여금 원상회복을 명하거나 나아가 고발을 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다 할 것이고, 소론이 주장하는 농지관리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이 읍장에게 있다고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내부위임에 의하여 그렇다는 것에 불과할 뿐 원상회복을 명하거나 고발을 하는 권한은 여전히 군수에게 있는 것이므로 ( 당원 1985.8.13. 선고 85도1193 판결 참조), 피고인이 공소외 1의 농지불법전용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것은 자신의 직무를 저버린 행위로서 농지의 보전, 관리에 관한 국가의 기능을 저해하며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피고인이 위 농지불법전용사실을 알고 이를 확인하게 된 경위나 그 업무내용, 특히 당시는 농지불법전용에 대하여 일제 조사를 하던 시기로서 피고인도 당진읍에 대한 조사자로 지정되어 있었던 점등 기록에 나타난 사정들로 미루어 보면 피고인에게 직무를 버린다는 데에 대한 주관적인 인식이 없었다고 할 수 없고, 소론 주장의 사정들만으로 이와 달리 볼 수는 없다.
원심이 이와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의 위와 같은 소위를 직무유기죄로 처단한 조치는 옳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직무유기죄의 성립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제2점에 대하여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은, 거시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은 1991. 10. 21. 공소외 1로부터 위 농지에 관한 일시전용허가 신청서를 접수하고 위와 같이 위 농지의 불법전용사실을 확인하였으므로 불법전용된 농지를 원상복구하고 적법절차를 거쳐 다시 신청을 하기 전에는 위 농지의 전용을 허가하여 주어서는 아니 됨을 직무상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 농지의 일시전용허가를 하여 주기 위하여, 행사할 목적으로, 같은 달 24. 현장출장복명서를 작성하면서 위와 같은 불법농지전용사실은 일체 기재하지 아니한 채 복명자 의견란에 위 농지에 출장하여 확인 조사한 결과 경지지역 내에 석산개발을 위한 진입로를 시설코자 하는바, 허가하여 줌이 타당하다고 사료되어 허가코자 한다라는 취지로 기재하고, 심사의견서를 작성하면서 종합의견란에 적합하다는 표시를 하고 그 이유로서 위 복명서와 같은 취지로 기재하여 그 직무에 관하여 허위의 공문서인 복명서 1매 및 심사의견서 1매를 각 작성하고, 그 무렵 결재를 위하여 위 허위 작성된 복명서 1매 및 심사의견서 1매를 마치 진정하게 작성된 것처럼 산업과장, 군수에게 제출하여 이를 각 행사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의 위 각 소위를 허위공문서작성, 동행사죄로 의율처단하고 있는바,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 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허위공문서작성, 동행사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피고인이 당시의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하여 농지일시전용의 폐해보다는 그 허가로 인한 공익의 확충이 더 긴요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에 위와 같은 내용으로 복명서 등을 작성하였다는 것이나,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이는 피고인의 단순한 변명에 불과한 것으로 인정될 뿐이고, 소론이 지적하는 판례는 이 사건에 적절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논지도 이유 없다.
제3점에 대하여
공무원이 어떠한 위법사실을 발견하고도 그 직무상의 의무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위법사실을 적극적으로 은폐할 목적으로 허위의 공문서를 작성, 행사하였다면 이러한 경우에는 직무위배의 위법상태는 허위공문서작성 당시부터 그 속에 포함되는 것으로 작위범인 허위공문서작성, 동행사죄만이 성립하고 부작위범인 직무유기죄는 따로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함이 당원의 견해 ( 당원 1982.12.28. 선고 82도2210 판결 ; 1972.5.9. 선고 72도722 판결 참조) 임은 소론이 주장하는 바와 같다.
그러나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인이 위 복명서 및 심사의견서를 허위작성한 것은 공소외 1이 농지일시전용허가를 신청하자 이를 허가하여 주기 위하여 한 것이지, 직접적으로 공소외 1의 농지불법전용사실을 은폐하기 위하여 한 것은 아니므로, 원심이 위 허위공문서작성, 동행사죄와 직무유기죄가 실체적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본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허위공문서작성, 동행사죄와 직무유기죄의 관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 역시 이유 없다.
제4점에 대하여
사실인정이 원심이 확정한 바와 같다면 소론이 주장하는 사정들을 참작하더라도 피고인이 직무를 유기하고 허위공문서를 작성, 행사한 행위가 정당행위라고는 도저히 보이지 아니하므로 원심판결에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는 논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