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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8도4233 판결

[대외무역법위반·국방과학연구소법위반·기술개발촉진법위반][미간행]

판시사항

[1] 구 대외무역법 제21조 제3항 , 제4항 제2호 의 위임에 의하여 산업자원부장관이 공고한 구 전략물자수출입공고(산업자원부 고시 제2002-123호)에서 수출제한지역으로 규정하는 ‘국제평화와 지역안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지역’ 부분이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명확성 원칙에 반하는지 여부(적극)

[2] 구 기술개발촉진법 제17조 제1항 , 제13조 위반죄가 수출대상지가 수출제한지역인지를 묻지 않고 과학기술부장관 승인 없이 전략기술을 수출하는 경우에 성립하는지 여부(적극)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피고인 1, 5, 6) 및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세종 외 9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구 대외무역법(2007. 1. 3. 법률 제818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대외무역법’이라 한다)은 제21조 에서 ‘산업자원부장관은, 국제평화 및 안전유지, 국가안보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전략물자를 수출하고자 하는 자에게 관계행정기관의 장의 수출허가를 받게 하는 등의 제한을 할 수 있고( 제1항 ), 이러한 수출제한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하여 공고하며( 제3항 ), 그 공고에는 수출이 제한되는 지역이 포함되어야 한다( 제4항 제2호 )’고 규정하고 있고, 제54조 제2호 에서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제21조 제1항 의 규정에 의한 전략물자 수출허가를 받거나, 수출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전략물자를 제21조 제3항 의 규정에 의하여 산업자원부장관이 공고하는 수출이 제한되는 지역으로 수출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수출하는 물품 등의 가격의 3배에 상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구 대외무역법 제21조 제3항 , 제4항 제2호 의 위임에 의하여 산업자원부장관이 공고한 구 전략물자수출입공고(2003. 1. 1. 시행 산업자원부 고시 제2002-123호, 이하 ‘구 전략물자수출입공고’라 한다) 제48조는 ‘수출제한지역’이라는 제목하에 ‘국제평화와 지역안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지역에 대하여는 전략물자의 수출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구 전략물자수출입공고 제48조의 ‘국제평화와 지역안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지역’ 부분은 형벌법규의 구성요건을 보충하는 요소라고 할 것인바, 이는 그 내용 자체에 의하더라도 이를 한정할 다른 합리적인 기준이 없는 한 형벌법규의 구성요건 요소로서는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불명확하다고 할 것이고 나아가 구 대외무역법의 입법 목적이나 그 전체적 내용과 체계, 법률의 개정 경위 등을 종합하여 살펴보아도 사물의 변별능력을 제대로 갖춘 일반인의 이해와 판단으로서도 그 구성요건 요소에 해당하는 지역 유형을 정형화하거나 한정할 합리적 해석기준을 찾기도 어려우므로,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형벌법규의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

따라서 구 전략물자수출입공고 제48조 소정의 ‘국제평화와 지역안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지역’ 부분은 무효이므로, 피고인들이 수출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미얀마에 전략물자를 수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구 대외무역법 제54조 제2호 위반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제1심 별지 [범죄일람표(1)] 기재 순번 1 내지 30번의 공소사실인 ‘수출허가 없이 미얀마에 전략물자를 수출한 행위’에 대하여 그 적용법조인 구 공고 제48조를 무효로 본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죄형법정주의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이 점에 관한 검사의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2. 피고인 1, 5, 6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피고인 1의 상고이유 제1점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어떤 행위가 처벌의 대상이 되기 위하여는 처벌의 근거가 되는 법조가 일정한 행위를 요구하거나 금지하는 규범을 당연한 전제로 삼고 있어야 함은 피고인이 지적한 바와 같다.

구 대외무역법 제21조 제1항 은 비록 전략물자를 수출하고자 하는 자에게 수출허가를 받을 의무를 직접적으로 부과하고 있지는 않더라도 수출허가를 받게 할 근거를 마련하고 있고 이 사건 처벌 규정인 제54조 가 그 처벌 대상자를 ‘ 제21조 제1항 에 위반한 자’로 규정하는 대신에 ‘ 제21조 제1항 에 의한 수출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전략물자를 수출제한지역으로 수출한 자’로 규정함으로써 전략물자를 수출제한지역으로 수출하는 자에게 수출허가를 받을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따라서 같은 취지에서 전략물자를 수출제한지역으로 수출하는 자의 ‘수출허가를 받을 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피고인에 대한 제1심 별지 [범죄일람표(1)] 기재 순번 31, 32번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죄형법정주의에 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상고이유에서 지적하는 대법원판결은 그 규정의 방식 내지 내용에서 이 사건 처벌규정의 그것과 달리하는 처벌규정에 대한 것이어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이 부분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나. 피고인 1의 상고이유 제2점 및 피고인 5, 6의 상고이유 제3점 중 수출승인대상 부분

피고인들에 대한 기술개발촉진법 위반 공소사실에 대한 처벌규정인 구 기술개발촉진법(2005. 12. 30. 법률 제780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기술개발촉진법’이라 한다) 제17조 제1항 은 ‘ 제13조 의 규정에 의한 승인을 얻지 아니하고 전략기술을 수출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제13조 는 ‘기술수출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자는 전략기술에 관한 기술수출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과학기술부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하고( 제1항 ), 전략기술의 범위 및 수출계약의 승인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2항 )’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들에 의하면 그 처벌대상을 과학기술부장관의 승인을 얻지 아니하고 전략기술을 수출한 행위로 정하고 있을 뿐이고, 거기에 더하여 그 수출이 ‘수출제한지역으로의’ 수출일 것까지를 요하지 아니한다.

비록 구 기술개발촉진법 시행령(2006. 6. 29. 대통령령 제1955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기술개발촉진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25조 제1항 이 ‘전략기술의 범위와 수출제한지역 등에 관한 사항은 과학기술부장관이 관계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여 정하고 이를 고시한다’고 규정하고, 과학기술부장관이 고시한 구 전략기술수출공고(2004. 10. 20. 과학기술부고시 제2004-26호, 산업자원부고시 제2004-105호 전략물자·기술 수출입 통합공고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9조가 ‘국제평화와 지역안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지역에 대하여는 전략기술수출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구 기술개발촉진법 시행령 제25조 제4항 이 ‘수출승인된 전략기술이 수출제한지역으로의 유출 가능성이 있는 경우 과학기술부장관이 승인의 효력을 정지시키거나 취소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여 수출제한지역 아닌 지역으로의 수출 역시 승인을 얻어야 함을 전제로 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전략기술을 수출제한지역으로 수출하는 경우에 국한하여 그 승인을 얻도록 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취지에서 수출대상지가 수출제한지역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전략기술수출의 경우 과학기술부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것이므로 수출제한지역에 관한 규정이 죄형법정주의의 파생원칙인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하여 무효인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승인 없이 전략기술을 수출하는 행위가 처벌됨을 전제로 피고인들에 대한 기술개발촉진법 위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전략기술수출승인대상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다. 피고인 5, 6의 상고이유 제2점 및 제3점 중 공모공동정범 부분

이 부분 상고이유는 결국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인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의 인정을 비난하는 것에 불과하여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할 뿐 아니라 나아가 원심판결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용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더라도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들의 공동정범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논리와 경험칙에 위배하거나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일탈한 위법이 없다.

또 피고인들이 언급한 ‘형벌불소급의 원칙’은 형벌법규를 그 입법 전 행위에 소급해 적용해서는 아니된다는 것인데, 제1심 별지 [범죄일람표(1)] 기재 순번 31, 32번의 행위 당시에는 이미 그 처벌 규정의 입법이 행하여진 이후인 상태이므로 위 원칙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라. 피고인 5, 6의 상고이유 제4점

상고심은 항소법원 판결에 대한 사후심이므로 항소심에서 심판대상이 되지 않은 사항은 상고심의 심판범위에 들지 않는 것이어서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항소이유로 주장하지 아니하거나 항소심이 직권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은 사항 이외의 사유에 대하여는 이를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는데,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피고인들이 이를 항소이유로 삼거나 원심이 직권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은 바 없는 것을 상고이유에서 비로소 주장하는 것으로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전수안(재판장) 양승태(주심) 김지형 양창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