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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0도17506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공2011하,1350]

판시사항

택시 운전자인 피고인이 심야에 밀집된 주택 사이의 좁은 골목길이자 직각으로 구부러져 가파른 비탈길의 내리막에 누워 있던 피해자의 몸통 부위를 자동차 바퀴로 역과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고 도주한 사안에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 업무상과실치사죄의 구성요건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택시 운전자인 피고인이 심야에 밀집된 주택 사이의 좁은 골목길이자 직각으로 구부러져 가파른 비탈길의 내리막에 누워 있던 피해자의 몸통 부위를 택시 바퀴로 역과하여 그 자리에서 사망에 이르게 하고 도주한 사안에서, 위 사고 당시 시각과 사고 당시 도로상황 등에 비추어 자동차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피고인으로서는 평소보다 더욱 속도를 줄이고 전방 좌우를 면밀히 주시하여 안전하게 운전함으로써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었는데도, 이를 게을리한 채 그다지 속도를 줄이지 아니한 상태로 만연히 진행하던 중 전방 도로에 누워 있던 피해자를 발견하지 못하여 위 사고를 일으켰으므로, 사고 당시 피고인에게는 이러한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잘못이 있었는데도, 이와 달리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 업무상과실치사죄의 구성요건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김상순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2010. 3. 26. 00:49경 (차량번호 생략) 택시(이하 ‘이 사건 택시’라 한다)를 운전하여 내리막 골목길에 앉아 있던 것이 아니라 누워 있던 피해자의 몸통 부위를 이 사건 택시의 바퀴로 역과하여 그 자리에서 피해자를 흉부 손상으로 사망하게 한 사실을 인정하는 한편, 피고인은 그 당시 이 사건 택시를 운전하여 직진 후 90° 정도로 급격하게 좌회전을 하자마자 내리막 골목길에 진입하였는데, 위 내리막 골목길의 진입지점은 경사도 약 9.6° 정도의 심한 경사구간인 사실, 위 내리막 골목길의 좌측에는 차량들이 일렬로 주차되어 있어 위 내리막 골목길의 폭인 4.8m보다 훨씬 좁은 폭만이 도로로 확보되어 있었고, 이 사건 사고지점은 위 내리막 골목길의 진입지점으로부터 약 7.7m 떨어져 있었던 사실, 피고인이 좌회전 후 위 내리막 골목길에 진입함에 있어 이 사건 택시의 보닛, 좌측 사이드미러, 앞 차창의 좌측 프레임 등에 가려져서 그 운전석에서는 보이지 아니하는 시야의 사각지대가 상당부분 존재하였던 사실, 좌회전 후 위 내리막 골목길에 진입한 피고인으로서는 의도적으로 왼쪽 차창 쪽으로 고개를 젖히거나 몸을 운전석에서 일으켜 세운 후 정면 차창의 아래쪽으로 내려다 보지 아니하는 이상 위 내리막 골목길의 바닥에 있는 물체를 볼 수 없었던 상태였던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이 위 내리막 골목길의 바닥 위에 누구가 누워 있을 가능성을 예상하고서 거기에 대비하여 이 사건 택시를 일시 정지하여 왼쪽 차창 쪽으로 고개를 젖히고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본다거나 그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세워 정면 차창의 아래쪽을 내려다 보아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이 좌회전하던 지점부터 이 사건 사고지점에 이르기까지 위와 같은 시야의 사각지대를 벗어나 위 내리막 골목길의 바닥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시야가 확보된 상태에서 이 사건 택시를 운행한 적이 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인에게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원인이 된 어떠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의 잘못이 없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 및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 당시는 00:49경의 밤늦은 시각으로, 이 사건 사고지점은 주택이 밀집되어 있는 좁은 골목길이자 도로가 직각으로 구부러져 가파른 비탈길의 내리막으로 이어지는 커브길인 데다가 확보되어 있던 도로의 폭도 좁아서 통행인이나 장애물이 돌연히 진로에 나타날 개연성이 큰 곳이었고, 마침 반대방향에서 교행하던 차량이 없었을뿐더러 이 사건 택시의 전조등만으로도 진로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으므로, 이러한 경우 자동차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 사고 당시의 도로상황에 맞추어 평소보다 더욱 속도를 줄이고 전방 좌우를 면밀히 주시하여 안전하게 운전함으로써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었던 것으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한 채 그다지 속도를 줄이지 아니한 상태로 만연히 진행하던 중 전방 도로에 누워 있던 피해자를 발견하지 못하여 이 사건 사고를 일으켰으므로,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인에게는 이러한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잘못이 있었다고 하지 아니할 수 없다.

결국 원심이 그 설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데에는 업무상과실치사죄의 구성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대희(재판장) 박시환 차한성 신영철(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