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금][공1995.8.15.(998),2782]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형사재판에서 확정된 사실판단이 민사재판에서갖는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그르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형사재판에서 유죄로 확정한 사실판단은 민사재판에서도 유력한 증거자료가 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사유의 설명도 없이 그 형사재판에서의 사실판단을 가볍게 배척하고 다른 증거들에 의하여 이와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채증법칙 위배 등을 이유로 파기한 사례.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택수
김임묵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형일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춘천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상고이유와 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 중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부분을 함께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는 소외 1과 공동계주가 되어 1990.6.23. 계좌수 21개의 순번계를 조직하였는데 피고는 그 중 7번과 8번 계좌에 가입한 사실, 피고는 7번 계좌에 대하여는 6회에 결쳐, 8번 계좌에 대하여는 7회에 걸쳐 매회 계좌당 금 250,000원씩의 불입금을 불입하였으며, 원고는 7번 계금 5,250,000원을 피고에게 지급하였으나, 8번 계금에 대하여는 소외 2가 그 계좌의 불입금 중 절반씩 5회분을 부담하여 피고의 명의로 불입하고 원고에 대하여 계금의 절반을 직접 지급할 것을 요청함으로써 1991.1.23.(원심의 1990.12.23.은 오기로 보인다) 소외 2의 동의를 얻어 그의 채권자인 소외 박영재에게 금 500,000원을 지급하고, 금 1,400,000원은 소외 2에 대한 원고의 채권과 상계처리한 외에 1991.1.27.경 피고에게 계금의 일부로 금 2,000,000원을 지급한 사실, 그 이후 피고는 계금을 제대로 수령하지 못하였음을 이유로 불입금의 지급을 거절하고 원고도 계금을 제때에 마련하지 못하여 거래관계가 종료된 사실을 인정한 다음, 그 인정사실을 기초로 하여 피고의 상계 의사표시에 따라 피고의 계불입금 채무액에서 원고에 대한 나머지 계금 채권액을 상계하여 정산하면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할 채무액은 원심 판시와 같이 금 4,761,927원이 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증거취사의 과정을 거쳐 원고가 1991.1.27.경 피고에게 8번 계금의 일부로 금 2,000,000원을 지급하였다고 인정한 조치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갑 제8호증의 9(판결)의 기재와 기록에 의하면, 원고와 소외 1은 이 사건 8회 계모임이 1991.1.23. 강릉시에 있는 평양식당에서 열린 바 없고, 원고 등이 소외 2에게 8번 계금의 일부를 지급하거나 1991.1.27. 피고에게 8번 계금의 일부로 금 2,000,000원을 지급한 사실도 없음에도, 소외 2, 3에게 이 사건을 심리중이던 제1심법원의 법정에서 위증을 하도록 교사함으로써, 소외 2는 8회 계모임을 1991.1.23. 위 평양식당에서 가졌고, 자신은 그날 소외 1로부터 계금 2,500,000원(실수령금 500,000원)을 수령하였으며, 피고가 1991.1.27. 8번 계금으로 금 2,000,000원을 수령하였음을 피고로부터 들었다는 취지로 위증하고, 또한 소외 3도 피고가 1991.1.27. 8번 계금 2,000,000원을 받은 사실을 피고에게서 들었다고 위증하였다고 하여 위 4인 전원이 위증교사 또는 위증의 유죄판결을 받았고, 소외 2, 3에 대한 유죄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으며, 원고와 소외 1은 이에 항소하였으나 역시 유죄판결을 받았고, 한편 이 사건 제1심 법정에서 원고가 1991.1.27. 피고에게 금 2,000,000원을 지급하는 것을 보았다고 증언한 최순녀도 별도의 위증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와 같이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형사재판에서 유죄로 확정한 사실판단은 민사재판에서도 유력한 증거자료가 된다 고 할 것이다.
원심은 위 형사재판의 사실판단을 배척하는 이유에 관하여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아니한 채 단지 그 채용증거에 의하여 이와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으나, 원심이 채용한 증거들은 모두 위 형사재판에서 현출된 피고인들과 계원 등 관계자들의 진술내용과 이 사건 증인들의 진술로서, 그 증인들 중 위 3인은 이미 위증의 유죄판결을 받았으며, 그 증거내용을 살펴보더라도 이는 위 형사재판의 사실판단이 가지는 증거력을 번복할 정도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들이라고 하지 아니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기록에 의하면, 소외 2는 원고와 소외 1로부터 수 차례 부탁을 받아 계금을 탈 목적으로 위증하기에 이른 경위를 일관하여 자백하고 있고(을 제7호증의 16, 30, 을 제8호증의 1, 9, 갑 제8호증의 5), 평양식당의 주인이며 계원인 강영자도 8회 곗날인 1991.1.23.에는 평양식당에서 계모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으며(을 제8호증의 13), 그 이전 7회 계모임 당시부터 계불입금이 제대로 불입되지 아니하여 7번 계금도 피고가 3차례에 걸쳐 1991.1.21.경에야 완불받았고 8회 이후의 계모임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아니한 점(을 제7호증의 13, 24, 27, 기록 제127쪽 등), 계주가 영수증 등 아무런 자료도 없이 계금을 지급하였다고는 선뜻 믿기에 어려운 점 등 위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들이 나타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아무런 사유의 설명도 없이 위 형사재판에서의 사실판단을 가볍게 배척하고 그 채용증거들만에 의하여 이와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하고 말았으니, 거기에는 필경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