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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20다253379 판결

[계약금반환][공2021상,156]

판시사항

[1] 손해배상 예정액을 감액하기 위한 요건인 ‘부당성’을 판단하는 기준 및 이때 감액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감액비율을 정하는 것이 사실심의 전권에 속하는 사항인지 여부(원칙적 적극)

[2] 구체적인 계약에서 당사자 사이에 개별적으로 이루어진 합의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규율대상인 약관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3] 갑 주식회사가 진행한 공매절차에서 을 주식회사가 부동산을 낙찰받아 위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공매 공고문과 매매계약의 내용에 ‘매매계약 이후에 발생하는 처분금지가처분은 매수인의 책임으로 처리ㆍ해결해야 한다.’는 특약이 포함되어 있었던 경우, 위 공고문 등이 약관에 해당하는지 문제 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위 특약이 포함된 공매 공고문과 매매계약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규율대상인 약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민법 제398조 제2항 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손해배상 예정액을 감액하기 위한 요건인 ‘부당성’은 채권자와 채무자의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동기와 경위,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예상 손해액의 크기, 당시의 거래관행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일반 사회관념에 비추어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 인정된다. 이때 감액사유에 관한 사실을 인정하거나 감액비율을 정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에 속하는 사항이다.

[2]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에 따르면, 약관이란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와 상관없이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여러 명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 내용을 말한다. 구체적인 계약에서 당사자 사이에 개별적으로 이루어진 합의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규율대상인 약관에 해당하지 않는다.

[3] 갑 주식회사가 진행한 공매절차에서 을 주식회사가 부동산을 낙찰받아 위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공매 공고문과 매매계약의 내용에 ‘매매계약 이후 발생하는 처분금지가처분은 매수인의 책임으로 처리ㆍ해결해야 한다.’는 특약이 포함되어 있었던 경우, 위 공고문과 매매계약이 약관에 해당하는지 문제 된 사안에서, 매매계약 이후 설정된 처분금지가처분의 처리를 매수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내용은 공매 공고문과 매매계약의 일부 조항에 포함되어 있는데, 모든 부동산에 관한 공고문에 일률적으로 규정된 것이 아니라 개별 공매 목적물의 특성을 고려하여 목적물에 따라 상이하게 규정되고, 매매계약의 내용도 위 부동산에 한정하여 개별적으로 정해진 것으로서 갑 회사가 다수의 상대방과 동종의 계약을 반복적으로 체결할 목적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갑 회사가 공매 공고문과 매매계약서를 미리 작성하는 것은 공매절차의 특성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다수의 상대방과 동종의 계약을 반복적으로 체결하기 위해 미리 작성하는 것이 아닌 점 등에 비추어 위 특약이 포함된 공매 공고문 등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규율대상인 약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원고,피상고인겸부대상고인

토탈리얼코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이신 담당변호사 김남우 외 1인)

피고,상고인겸부대피상고인

주식회사 하나자산신탁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안심 담당변호사 조은일 외 1인)

주문

상고와 부대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하고, 부대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피고의 상고이유와 원고의 부대상고이유(부대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부대상고이유 보충서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 개요

원고는 피고가 진행한 공매절차에서 이 사건 부동산을 낙찰받은 다음 피고와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계약금을 지급하였다. 이 사건 공매 공고문과 이 사건 매매계약의 내용에는 ‘이 사건 매매계약 이후에 발생하는 처분금지가처분은 매수인의 책임으로 처리ㆍ해결해야 한다.’는 이 사건 처분금지가처분 특약이 포함되어 있다. 이 사건 매매계약 이후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처분금지가처분이 되자, 원고는 잔금 지급기일을 연장하고 가등기를 해달라고 요청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원고가 잔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이 사건 계약금을 몰취한다고 통보하였다.

2.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 여부와 정도(피고의 상고이유)

가. 민법 제398조 제2항 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손해배상 예정액을 감액하기 위한 요건인 ‘부당성’은 채권자와 채무자의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동기와 경위,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예상 손해액의 크기, 당시의 거래관행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일반 사회관념에 비추어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 인정된다. 이때 감액사유에 관한 사실을 인정하거나 감액비율을 정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에 속하는 사항이다 ( 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6다52265 판결 참조).

나. 원심은 위약금으로 정한 이 사건 계약금의 액수가 손해배상 예정액으로서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하면서 그중 40%를 감액하였고, 그 이유로 다음과 같은 사정을 들고 있다.

(1) 거래관행에 따라 이 사건 계약금 48억 10만 원도 매매대금 480억 100만 원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정해졌지만, 매매대금이 480억 100만 원이어서 그에 따라 몰취되는 계약금 액수도 상당히 고액이다.

(2) 일반적인 부동산 매매계약에서는 목적물에 설정된 보전처분을 매도인이 잔금 지급 이전에 또는 잔금 지급과 동시에 말소할 의무를 부담한다. 그러나 이 사건 매매계약에서는 그 이후에 이 사건 부동산에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모든 처분금지가처분을 매수인인 원고의 책임과 비용으로 해결하기로 되어 있다. 실제로 원고는 그 이후 발생한 처분금지가처분을 일부 해결하기도 하였지만, 그 이후 발생한 처분금지가처분이 원고의 이 사건 매매계약상 잔금 마련, 특히 잔금 대출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3) 원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상 잔금 지급을 지체한 이후에도 피고와 다수의 공문을 주고받으면서 피고가 요구하는 이행보증금 3,231,190,602원을 지급하는 등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4)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한 후 건물 건설공사를 마치고 이를 분양하는 사업을 추진하였다. 그 과정에서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에 설정된 다수의 보전처분, 제한물권을 자신의 비용으로 해결하였고, 설계와 용역비용 등을 지출하였으며, 이 사건 해제통보로 몰취되는 위약금 외에 추가로 손실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이 사건 처분금지가처분 특약이 포함된 이 사건 공매 공고문과 이 사건 매매계약이 약관에 해당하는지 여부(원고의 부대상고이유)

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 에 따르면, 약관이란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와 상관없이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여러 명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 내용을 말한다. 구체적인 계약에서 당사자 사이에 개별적으로 이루어진 합의는 약관법의 규율대상인 약관에 해당하지 않는다 ( 대법원 2001. 11. 27. 선고 99다8353 판결 , 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2다39807 판결 참조).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처분금지가처분 특약이 포함된 이 사건 공매 공고문과 이 사건 매매계약이 약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1) 이 사건 공매 공고문의 ‘4. 유의사항’ 부분은 다른 부동산의 공매 공고문에도 유사하게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원고가 다투는 부분인 이 사건 매매계약 이후 설정된 처분금지가처분의 처리를 매수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내용은 이 사건 공매 공고문의 ‘5. 특이사항’ 부분과 이 사건 매매계약의 일부 조항에 포함되어 있다. ‘5. 특이사항’ 부분은 피고가 공매하는 모든 부동산에 관한 공고문에 일률적으로 규정된 것이 아니라 개별 공매 목적물의 특성을 고려하여 목적물에 따라 상이하게 규정되고, 이 사건 매매계약의 내용도 ‘5. 특이사항’의 내용을 반영하여 이 사건 부동산에 한정하여 개별적으로 정해진 것이다.

설령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진행된 수차례의 공매절차에서 동일한 내용의 공고문과 매매계약서가 활용되었더라도, 이는 이 사건 부동산에 한정하여 공매절차에서 최종 낙찰자를 정하여 그와 일회적인 매매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제시된 것에 불과하고, 피고가 다수의 상대방과 동종의 계약을 반복적으로 체결할 목적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공매 공고문 중 ‘5. 특이사항’ 부분은 공매절차가 진행된 그 해의 이 사건 부동산의 현황 등에 따라 내용이 조금씩 달라져 온 것으로 보인다.

(2) 공개경쟁입찰방식을 통한 매각절차라는 공매절차의 특성상 피고가 해당 부동산의 특성을 고려하여 공매 공고문의 내용이나 세부 계약 조건을 미리 정하고, 입찰자는 피고가 이미 제시한 공매와 계약 조건을 보고 공매 목적물에 현존하거나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등을 고려하여 입찰 여부를 결정한다. 피고가 공매 공고문과 매매계약서를 미리 작성하는 것은 공매절차의 특성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다수의 상대방과 동종의 계약을 반복적으로 체결하기 위해 미리 작성하는 것이 아니다.

(3) 이 사건 공매절차에서는 원고가 단독으로 입찰에 참가하여 낙찰자로 지정되어 피고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가 진행한 다른 공매절차에서 사용한 공매 공고문이나 매매계약서에 이 사건 처분금지가처분 특약과 같은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것을 찾기 어렵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처분금지가처분 특약이 포함된 이 사건 공매 공고문과 이 사건 매매계약은 약관법의 규율대상인 약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원심판결에 부대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약관법에서 정한 약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라. 나머지 부대상고이유 주장은 원심판결에 약관법에서 정한 설명의무,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 불공정약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본 것처럼 이 사건 처분금지가처분 특약이 포함된 이 사건 공매 공고문과 이 사건 매매계약이 약관법의 규율대상인 약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이상,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피고의 상고와 원고의 부대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하고 부대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김재형(주심) 민유숙 노태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