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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2도3893,2012감도14,2012전도83 판결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강간등)·치료감호·부착명령][미간행]

판시사항

[1]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진술을 녹화한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6조 제3항 , 제4항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2] 성추행 피해 아동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하는 방법

[3] 강제추행죄에서 ‘폭행’의 형태와 정도

[4] 강제추행죄에서 ‘추행’의 의미와 판단 기준

피고인 겸 피치료감호청구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겸 피치료감호청구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

변 호 인

변호사 김영호

보 조 인

보조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6조 의 위헌 관련 상고이유에 관하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6조 제3항 은 성폭력범죄를 당한 “피해자가 16세 미만이거나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경우에는 피해자의 진술 내용과 조사 과정을 비디오녹화기 등 영상물 녹화장치로 촬영·보존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4항 은 “ 제3항 에 따라 촬영한 영상물에 수록된 피해자의 진술은 공판준비기일 또는 공판기일에 피해자나 조사 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경우에 증거로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각 규정은 성폭력범죄의 피해자에 대한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권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으로 입법의 필요성과 정당성이 인정되고, 위 각 규정에 따라 영상물에 수록된 피해자의 진술의 증거능력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조사 과정에 동석하였던 사람이 공판준비기일 또는 공판기일에서 그 진정성립을 인정하는 진술을 하여야 하는데, 피고인은 그 사람을 상대로 영상물에 수록된 피해자의 진술이 피해자가 실제로 진술한 내용과 일치하는지 여부, 영상 녹화 당시의 피해자의 진술 태도, 진술의 경위와 내용 등 피해자 진술의 증거능력 및 증명력 판단에 필요한 사정들을 신문함으로써 피해자 진술을 탄핵할 수 있고, 이러한 절차를 거쳐 피해자 진술의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법관은 위와 같은 사정들을 포함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판단하여야 하며, 이 경우에도 범죄사실을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로 증명해야 할 책임은 여전히 검사에게 있다. 그리고 법원은 위 각 규정에도 불구하고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294조 , 제295조 에 따라 검사, 피고인 등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여 또는 직권으로 영상녹화를 한 피해자를 증인으로 소환하여 증인신문을 할 수 있고, 이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161조의2 , 제163조 에 따라 피고인과 변호인의 증인신문에의 참여권, 신문권 등이 보장될 수 있다. 이에 비추어 보면, 위 각 규정이 피고인의 반대신문권 등 형사절차상의 권리를 박탈하거나 피고인을 차별대우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와 국가의 기본권 보장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10조 와 평등권을 규정한 헌법 제11조 제1항 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6조 제4항 에 따라 영상녹화물에 수록된 소외 1, 소외 2의 각 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여 이를 유죄의 증거로 채용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위 법률조항의 위헌성이나 공소사실의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2. 피고사건 관련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증거로 제출된 성추행 피해 아동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경우에, 아동은 질문자에 의한 피암시성이 강하고, 상상과 현실을 혼동하거나 기억 내용의 출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아동의 나이가 얼마나 어린지, 그 진술이 사건 발생 시부터 얼마나 지난 후에 이루어진 것인지, 사건 발생 후 그러한 진술이 이루어지기까지의 과정에서 최초로 아동의 피해 사실을 청취한 보호자나 수사관들이 편파적인 예단을 가지고 아동에게 사실이 아닌 정보를 주거나 반복적인 신문 등을 통하여 특정한 답변을 유도하는 등으로 아동 기억에 변형을 가져올 여지는 없었는지, 그 진술 당시 질문자에 의하여 오도될 수 있는 암시적인 질문이 반복된 것은 아닌지, 같이 신문을 받은 또래 아동의 진술에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닌지, 면담자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은 아동 자신의 진술이 이루어진 것인지, 법정에서는 피해사실에 대하여 어떠한 진술을 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보아야 하며, 또한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내용에 대하여도 일관성이 있고 명확한지, 세부 내용의 묘사가 풍부한지, 사건·사물·가해자에 대한 특징적인 부분에 관한 묘사가 있는지, 정형화된 사건 이상의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지 등도 종합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6도2520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 겸 피치료감호청구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이하 ‘피고인’이라 한다)가 만 8세와 만 7세인 여아들의 음부 부위를 손으로 만져 강제로 추행하였다는 요지의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해의 핵심적인 내용에 관한 피해자들의 진술에 일관성이 있고, 이 사건 범행의 수사 경위 및 피해자들의 부모가 피고인을 범인으로 특정하여 고소하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피해자들이 피고인을 허위로 고소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며, 체포 당시 피고인의 모습과 압수된 메모지의 기재 내용이 이 사건의 범인의 모습 및 범행 당시의 정황에 관한 피해자들의 진술과 일치하는 사정 등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들어 피해자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나. 강제추행죄는 상대방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에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되며, 이 경우의 폭행은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 추행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것인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 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도2417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은 공터에서 피해자들이 놀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다가가 피해자들을 끌어안고 손으로 피해자들의 음부 부위를 갑자기 1회 만졌다는 것이고, 이와 더불어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피고인과 피해자들의 관계, 피해자들의 연령과 의사, 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당시의 상황, 위 행위 후의 피해자들의 반응 및 위 행위가 피해자들에게 미친 영향 등을 고려하여 보면, 피고인이 사탕과 호루라기를 매개로 피해자들에게 접근하면서 피해자들을 끌어안는 것에 대하여 피해자들이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음부를 만지는 행위에 대해서까지 용인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결국 피고인의 위 행위는 순간적인 행위이지만 피해자들의 의사에 반하여 행하여진 유형력의 행사로서,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그로 인하여 정신적·육체적으로 미숙한 피해자들의 심리적 성장 및 성적 정체성의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므로,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강제추행행위에 해당한다.

같은 취지의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강제추행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3. 치료감호청구사건 및 부착명령청구사건에 관하여

피고인이 피고사건에 대하여 상고를 제기한 이상 치료감호청구사건 및 부착명령청구사건에 대하여도 상고를 제기한 것으로 의제되나, 상고장에 이유의 기재가 없고 상고이유서에도 이에 대한 불복이유의 기재가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창수(재판장) 전수안 이상훈 김용덕(주심)

심급 사건
-대전고등법원 2012.3.28.선고 2011노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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