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대전지법 2003. 8. 20. 선고 2002가단36928 판결

[약속어음금] 항소여부 미정[각공2003.10.10.(2),301]

판시사항

[1] 약속어음의 소지인이 발행인으로부터 일부변제를 받고 발행인에게 어음을 반환한 경우 발행인의 나머지 어음금채무를 면제한 것으로 볼 것인지 여부(적극)

[2] 약속어음의 소지인이 주채무자인 발행인에 대하여 한 면제의 효과가 소구의무자인 배서인에게도 미치는지 여부(적극)와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에서 피고가 전 소송의 변론종결일 이후에 발생한 사유를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약속어음의 소지인이 발행인으로부터 어음금의 일부만 지급받은 상태에서 소지하고 있던 어음을 발행인에게 반환하였다면 이는 약속어음의 제시증권성 및 상환증권성에 비추어 볼 때 발행인의 나머지 약속어음금 채무에 대한 면제의 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2] 합동채무인 어음채무의 성질상 약속어음의 소지인이 주채무자인 발행인의 어음채무를 면제한 경우에는 소구의무자인 배서인에 대한 청구권을 유보할 의사를 갖고 있었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어음관계로 인한 채무는 모두 소멸되어 소구의무자인 배서인도 완전히 면책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또한 약속어음의 배서인이 소지인에 대하여 부담하는 어음채무가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무라고 하더라도 소지인이 발행인에 대하여 한 면제의 의사표시가 위 확정판결의 변론종결 이후에 이루어졌다면 배서인이 위 면제의 효과를 주장하는 것이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된다고 볼 수 없다.

원고

이병오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덕진)

피고

이희영

변론종결

2003. 7. 30.

주문

1.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금 32,513,003원 및 위 금원 중 금 9,362,250원에 대하여 1997. 7. 11.부터 2003. 5. 31.까지는 연 5%의, 2003. 6. 1.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다음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1호증, 갑6호증, 갑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이 없다.

가. 소외 합자회사 평안운송사(이하 '평안운송'이라고 한다)는 별지 목록 기재의 약속어음 4매(이하 '이 사건 어음'이라고 한다), 액면 합계 금 25,500,000원을 발행하였고, 피고는 위 각 어음에 대하여 지급거절증서의 작성을 면제하여 배서한 후 이를 원고에게 양도하였다.

나. 원고는 배서가 연속된 이 사건 어음의 최종소지인으로서 이 사건 어음 중 별지 목록 기재 순번 제3의 어음은 1991. 12. 23.에, 나머지 각 어음은 1991. 12. 24.에 각 지급제시하였으나, 모두 무거래로 지급이 거절되었다.

다. 원고는 1992. 2. 15. 피고로부터 '위 금 25,500,000원의 약속어음금을 1992. 8. 31.까지 매월 3,500,000원씩 지급하여 변제하겠다.'는 지불증(갑7호증)을 받았고, 그 후 피고로부터 위 약속어음금 중 금 7,200,000원을 변제받았다.

라.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대전지방법원 92가단10606호로 '피고는 원고에게 미변제 약속어음금 18,300,000원(= 25,500,000원 - 7,200,000원) 및 이에 대한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소정의 연 25%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약속어음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1992. 9. 15. 위 법원으로부터 '피고는 원고에게 금 18,300,000원 및 이에 대한 1992. 6. 19.부터 완제일까지 연 25%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전부 승소판결을 선고받았고, 위 판결은 1992. 10. 6. 확정되었다.

마. 원고는 1997. 7. 10. 위 평안운송으로부터 위 약속어음금 중 일부인 금 8,937,250원을 변제받으면서, 이 사건 어음을 위 평안운송에 반환하여 주어 현재 이 사건 어음을 소지하고 있지 아니하다.

바. 원고는 위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피고에 대한 위 약속어음금 채권의 소멸시효 완성이 임박해지자 소멸시효 완성을 차단하기 위하여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다.

2. 주장 및 판단

가. 약속어음금 청구에 대한 판단

(1)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소송은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위 약속어음금 채권의 소멸시효 완성을 차단하기 위하여 제기된 것으로서 소의 이익이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미변제된 약속어음금 9,362,750원(= 18,300,000원 c 8,937,250원)과 금 18,300,000원에 대한 1992. 6. 19.부터 1997. 7. 10.까지 연 25%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 23,150,753원, 합계 금 32,513,503원 중 원고가 구하는 금 32,513,003원 및 위 금원 중 금 9,362,250원에 대한 1997. 7. 11.부터 완제일까지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2) 이에 피고는, 원고가 현재 이 사건 어음을 소지하고 있지 않으므로 피고에 대하여 위 약속어음금의 지급을 구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이미 확정된 승소판결에는 기판력이 있으므로 당사자는 그 확정된 판결과 동일한 소송물에 기하여 신소를 제기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시효중단 등 특별한 사정이 있어 예외적으로 신소가 허용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신소의 판결은 전소의 승소확정판결의 내용에 저촉되어서는 아니되므로, 후소 법원으로서는 그 확정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모든 요건이 구비되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다시 심리할 수는 없는 것인바( 대법원 1998. 6. 12. 선고 98다1645 판결 ),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전소인 위 대전지방법원 92가단10606호 약속어음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약속어음채권이 확정된 이상 그 확정된 채권의 소멸시효의 중단을 위하여 제기한 이 사건 소송에서 원고의 약속어음 소지 여부를 다시 심리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어서, 현재 원고가 이 사건 어음을 소지하고 있지 않음을 전제로 하는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또한 피고는, 원고가 1997. 7. 10. 이 사건 어음의 발행인인 위 평안운송으로부터 금 8,937,250원을 변제받으면서 위 평안운송에 대한 나머지 약속어음금의 청구를 포기함으로써 어음채무를 면제하였으므로, 이 사건 어음의 배서인으로서 소구의무자인 피고의 채무도 모두 소멸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함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어음의 발행인인 위 평안운송으로부터 금 8,937,250원을 변제받으면서 위 평안운송의 나머지 어음채무를 면제한 사실이 없을뿐더러 가사 위 평안운송에 대하여 나머지 어음채무를 면제하였다고 하더라도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피고의 어음채무는 소멸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다툰다.

살피건대, 원고가 1997. 7. 10. 이 사건 어음의 발행인인 위 평안운송으로부터 금 8,937,250원을 변제받으면서 이 사건 어음을 위 평안운송에게 반환한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고, 갑6호증의 기재와 증인 최명숙의 증언에 변론의 전체 취지를 종합하면, 위 평안운송은 원고로부터 이 사건 어음을 반환받으면서 원고에게 인수증을 교부하였는데, 그 인수증에는 이 사건 어음의 각 지급일과 액면금을 기재한 다음 '상기 약속어음을 정히 인수함'이라고만 기재되어 있는 사실, 위 평안운송이 1991. 12. 26. 거래정지처분을 받아 부도가 난 이후 위 평안운송의 채권자들은 1997. 여름경 위 평안운송과 사이에 총채권액의 35%만 변제받고 나머지 채권을 포기하기로 합의하고 소지하고 있던 어음 등 채권관련 서류를 위 평안운송에 반환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이 없는바, 이와 같이 어음의 소지인이 발행인으로부터 어음금의 일부만 지급받은 상태에서 소지하고 있던 어음을 발행인에게 반환하였다면 이는 약속어음의 제시증권성 및 상환증권성에 비추어 볼 때 발행인의 나머지 약속어음금 채무에 대한 면제의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더구나 원고가 위 평안운송으로부터 이 사건 약속어음금 25,500,000원의 약 35%에 해당하는 금 8,937,250원을 지급받고 이 사건 어음을 반환한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도 나머지 채권자들과 마찬가지로 위 평안운송으로부터 채권액의 35%만 변제받고 나머지 채권을 포기하였다고 볼 것이다), 원고는 발행인인 위 평안운송에 대하여 나머지 미변제 약속어음금 채무를 면제하였다 할 것이다[원고는, 미변제된 약속어음금을 피고에게 청구하여 지급받기로 하고 위 평안운송에 대한 청구를 일단 유보한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원고와 위 평안운송 사이에 작성된 인수증(갑6호증)의 기재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미변제된 약속어음금에 대하여 피고로부터 변제받는 것을 조건으로 하여 위 평안운송에 대한 청구를 유보한 것으로는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한편, 합동채무인 어음채무의 성질상 약속어음의 소지인이 주채무자인 발행인의 어음채무를 면제한 경우에는 소구의무자인 배서인에 대한 청구권을 유보할 의사를 갖고 있었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어음관계로 인한 채무는 모두 소멸되어 소구의무자인 배서인도 완전히 면책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또한 피고의 어음채무가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무이기는 하지만 원고의 위 면제의 의사표시가 위 확정판결의 변론종결 이후에 이루어진 이상 피고가 위 면제의 효과를 주장하는 것이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결국 피고의 원고에 대한 위 미변제 약속어음금 채무는 원고가 발행인인 위 평안운송에 대하여 한 채무 면제로써 모두 소멸되었다 할 것이다.

나. 약정금 청구에 대한 판단

원고는, 피고가 1992. 2. 15. 원고에게 '위 금 25,500,000원의 약속어음금을 1992. 8. 31.까지 매월 3,500,000원씩 지급하여 변제하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지불증을 교부한 사실이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약속에 기한 약정금으로서 미변제된 약속어음금 9,362,25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가 지불증(갑7호증)을 작성하게 된 경위 및 그 전후의 사정, 위 지불증의 문구에 비추어 보면, 이는 위 약속어음금의 지급방법에 관한 합의에 불과할 뿐이고 약속어음과는 별도의 새로운 법률관계가 성립되었다거나 또는 위 약속어음 수수의 원인관계를 이루는 것으로 보기는 어려우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위 약속어음채무와는 별도로 위 약정에 따른 금원지급의무를 부담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용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