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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방법원 2021. 10. 13. 선고 2020구합101590 판결

[과징금부과처분취소][미간행]

원고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모두의법률 담당변호사 정준영 외 1인)

피고

보건복지부장관

2021. 7. 21.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피고가 2020. 1. 10. 원고들에 대하여 한 496,574,000원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취소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들은 성남시 중원구에 있는 ○○○○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을 공동으로 개설·운영하는 의사들이다.

나. 피고는 2016. 10. 17.부터 같은 달 21.까지 이 사건 병원의 2013. 12.부터 2016. 4.까지 요양급여비용 청구 현황 등에 대하여 현지조사를 실시하였다(이하 ‘이 사건 현지조사’).

다. 피고는 이 사건 현지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18. 6. 27. 원고들이 ‘ 약사법 제23조 제1항 제24조 제4항 에 따라 약사 및 한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고 약사는 의약품을 조제하면 환자에게 필요한 복약지도를 하게 되어 있으나, 약사 소외 1은 2013. 12. 3.부터 2016. 4. 30.까지 병동 입원환자의 통상 질환에 대해 미리 조제된 약을 비치하였고, 병동 간호사가 처방에 따라 약을 추가 조제한 후 환자에게 투여하였음에도 약제비 등을 요양급여비용으로 청구’하는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 등에게 요양급여비용 합계 124,143,500원(이하 ‘이 사건 부당금액’이라 한다)을 부담하게 하였다는 사유로, 원고들에 대하여 구 국민건강보험법(2016. 2. 3. 법률 제11398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98조 제1항 제1호 에 따라 40일의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을 하였다.

라. 이후 피고는 원고들의 요청에 따라 2020. 1. 10. 위와 동일한 사유로 원고들에 대하여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99조 제1항 에 따라 위 업무정지처분을 496,574,000원의 과징금 부과처분으로 변경하는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갑 제2호증의 1, 2, 을 제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들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처분은 아래와 같이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1) 이 사건 병원에 근무하던 약사는 의사들과 미리 약속된 처방에 따라 사전조제를 하고, 이후 의사가 위 약속 처방에 대한 처방전을 발행한 경우에만 해당 환자에게 투약이 이루어졌는바, 위와 같은 약사의 사전조제는 무자격자의 조제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요양급여비용 부당청구라고 볼 수 없다. 최소한 약사가 근무한 시간에 전달된 입원환자 약과 퇴원약에 대한 요양급여비용은 이 사건 부당금액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2) 또한 약사가 사전조제해 둔 약제에 간호사가 의사의 처방에 따라 단순히 약 한 알 정도를 추가하여 입원환자에게 전달한 것은 의약품을 ‘조제’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위와 같은 간호사의 행위는 의사의 처방과 감독 하에 이루어진 것이어서 약사법에 의하여 허용되는 ‘의사의 직접 조제’로 볼 수 있으므로 무자격자의 조제행위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위와 같은 추가조제 부분도 요양급여비용을 부당청구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3) 가사 처분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과거의 행정처분 기준이 불합리하다는 반성적 고려에 따라 행정처분 감경범위를 확대한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및 의료급여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하여 2018. 5. 24. 행정예고를 시행한 사정, 이 사건 부당금액이 과다하게 산정된 점, 이 사건 처분으로 원고들의 자금사정이 악화되어 이 사건 병원을 폐업하게 될 경우 공익을 저해하는 결과가 초래되는 점, 원고들이 이미 이 사건 부당금액을 납부하였음에도 과징금 부과처분을 병과하는 것은 가혹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다.

나.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1) 이 사건 병원은 진료실이 2층에 있고 조제실은 다른 층에 있으며, 이 사건 현지조사 대상 기간 평균 일일 입원환자 수는 23명, 퇴원환자 수는 9명 정도이었다.

2) 이 사건 병원의 의사는 진료실에서 환자를 진료한 후, 진료실 내 컴퓨터에 설치된 처방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환자들에 대한 처방을 하였다. 원고들은 이 사건 병원의 처방 프로그램에 자주 처방하는 약의 내역을 묶어서 ‘묶음 처방’으로 지정해두었고, 업무설명서의 ‘병동 약속처방’ 항목에 위 '묶음 처방'의 내용을 공지하였다.

3) 약사 소외 1은 2013. 2.경부터 이 사건 병원에 고용되어 주 5일, 09:00부터 12:00경까지(주 15시간) 또는 주 4일, 09:00부터 13:00경까지(주 16시간) 근무하였다. 근로계약서상 소외 1의 업무내용은 마약류 관리로 기재되어 있다.

4) 소외 1은 ‘묶음 처방’에 따라 미리 대략 2~4일분을 조제해서 약을 봉지에 넣고 밀봉한 후, ‘묶음 처방’별로 구분하여 비치한 바구니에 넣어 두었다(이하 ‘사전조제’라 한다).

5) 의사가 진료 후 '묶음 처방' 중 어느 하나를 특정하여 처방 오더(order)를 내리면, 병동 간호사들은 오더지를 보고 해당 바구니에 담긴 사전조제 약봉지를 가져다 해당 입원환자에게 주었다.

6) 의사가 ‘묶음 처방’에 더하여 설사, 변비, 소화불량 등에 대한 약제나 주사제를 추가하는 처방 오더를 내리면, 병동 간호사들은 입원환자에게 사전조제 약봉지에 더하여 추가 처방 약제를 주거나 사전조제 약봉지를 주면서 해당 주사를 시행하였다(이하 ‘추가조제’라 한다).

7) 원고들은 2015. 12. 7.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 당시 아래와 같은 내용의 확인서에 서명하였다.

이 사건 병원에 근무하는 약사 소외 1은 2013. 12. 3.부터 2015. 12. 6.까지 근로계약에 따라 주 5일 9:00~12:00(주 15시간) 근무하였으며, 주된 업무는 마약류관리이고, 하루 세 시간만 근무하였기 때문에 병동환자 처방에 대해서는 약사가 직접 조제하지 않았음을 확인합니다.

8) 이 사건 병원에서 근무한 간호사들은 2015. 12. 7.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 당시 아래와 같은 내용의 자필 확인서를 작성·제출하였다.

■ 소외 2(간호부장, 2012. 10. 4.부터 근무)
병동 간호 총괄, 병동환자 간호관리, 병동환자 order 확인 및 관리, 병동 물품 및 소모품 관리, 병동 직원 및 간호직원 인력관리, 병동 complain 관리, 병원 간호사 충원 관리
병동 처방된 약은 간호사가 조제(이 부분 기재는 2016. 10. 17. 소외 2가 이 사건 현지조사 당시 추가한 내용이다)
■ 소외 3(수간호사, 2011. 11. 14.부터 근무)
병동 관리, 입·퇴원 환자 관리, 수술환자 관리, 병동 간호사 근무표 작성, 주치의 회진 및 처방확인 및 시정, 병동환자 인수 및 인계, 입원환자 전반적인 관리, 1주일 단위로 약품 청구, 물품 청구 및 수령, 3층 차팅·포괄 차팅, 투약 처리 및 확인, 콜벨 받기, lab 확인하고 보고하기, 문제 환자 파악 및 면담
■ 소외 4(간호사, 2015. 10. 6.부터 근무)
수술환자 전·후 처치 및 전반적 간호 시행, 병실 수시 순회, 포괄간호 차팅 및 전반적인 케어·차팅, 콜벨 받기, 물리치료·시술·투약·검사 설명 챙기고 안내, 투약(주사 경구약) 관리 및 확인
■ 소외 5(간호사, 2014. 11. 17.부터 근무)
병실순회(수시로 병실순회하여 환자의 요구도 파악함), 수술환자 상태 체크 및 injec 시행함, 포괄간호 차팅 및 전반적 환자 상태에 대한 기록·차팅, 입·퇴원 환자 교육 후 차팅, 설명해주기, 투약(po, injec 시행)
■ 소외 6(간호사, 2015. 9. 2.부터 근무)
입원환자 받고 안내하기(history, 병실안내, po약 주기, 환자복 제공, 물리치료 안내 등), 수술환자 받고 수술 전후 설명, 포괄간호 차팅, Acting 차트 check, 입퇴원 환자 교육, 퇴원 약 제공하고 f/u 날짜 알려주기, 입원환자 수술 처치(수액 갈아주고 Anti 주기), 수술환자 Anti, inj, line start, 콜벨 오면 확인 후 처리해주기, 입원환자·수술환자 애로사항 말하면 처리해주기, rounding 하기
■ 소외 7(병동 간호사, 2015. 8. 17.부터 근무 )
수술 전후 관리 - 입원환자 대상으로 수술에 대한 설명하고 수술 전후 예상되는 진행과정에 대해 안내함. 수술 다녀온 환자에 대해 주의사항 안내.
퇴원환자 관리 - 퇴원일정 관리, 퇴원 후 주의사항/외래날짜 안내.
병동환자 관리 - 수시 순회를 하여 환자의 요구도 파악 및 직접간호(기본간호) 시행
■ 소외 8(간호사, 2014. 5. 10.부터 근무)
Evening 인계받은 후 간호 순회함. 의사 처방 확인 후(pick up 후) acting 간호사와 함께 오더 시행, 식이표 작성, 내일 입원환자 확인 후 (예약) 차트명단 만들기, 수술환자(내일) 전처치 확인 후 금식 교육시키기, 물리치료 환자 시간예약하고 시행 확인

9) 이 사건 현지조사 과정에서 간호사 소외 2는 2016. 10. 17. ‘2015. 12. 7.자 작성한 사실확인서가 사실임을 확인합니다. 약 조제 및 투여는 간호사분들이 시행.’이라는 내용의 자필 확인서를, 약사 소외 1은 2016. 10. 20. 아래와 같은 내용의 자필 확인서를 각 작성·제출하였다.

루틴한 처방에 따라 예제조제를 하여 준비합니다. 예제조제는 해당 약을 각각 조합하여 약봉투에 봉인하는 업무입니다.
예비조제 종류: M2 에이펙스 + 이토메드
M3 록소프로펜 + 에페신 + 이토메드
M4 세파클러 + 록소프로펜 + 이토메드
M6 타이레놀이알 + 이토메드
M7 타이레놀이알 + 이토메드 + 세파클러
일부지만 병동에서 추가적으로 약이 첨가되기도 함.

10) 원고들은 2016. 10. 21. 이 사건 현지조사 당시 아래와 같은 내용의 확인서에 서명·날인하였다.

약사 소외 1은 2013. 12. 3.부터 2015. 12. 7.(국민건강보험공단 1차 조사)까지 근로계약에 따라 주 5일, 9시부터 12시까지 근무(주 15시간)하였으며, 주된 업무는 마약류 관리이고 병동 입원환자 처방은 본인이 직접 조제하지 않았으며, 2015. 12. 8.부터 근로계약을 갱신하여 현재까지 주 4일, 9시부터 13시까지(주 16시간) 근무하면서 마약 및 향정신성의약품 관리를 주로 하였으며, 병동 입원환자에 대한 조제는 통상 질환에 대한 5종류의 조제를 예제조제하여 비치하고 필요시 간호사가 환자에게 투여(병동에서 약을 추가적으로 첨가하기도 함) 하였음에도 약제비 등을 요양급여비용으로 부당하게 청구하였음.

11) 원고들은 2018. 7. 26. 약사법위반 혐의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이유로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받았다(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2018형제13278호).

투약의 편의와 신속 및 경비 절감을 위하여 앞으로 확실하게 예상되는 처방에 대응하고자 병원의 장래 환자의 치료에 사용하기 위하여 장래에 조제할 의약품들을 의사와 약사 및 간호사들이 약속 처방에 의하여 미리 준비해 둔 것으로 확인된다.
아울러 약사가 미리 예제조제 해 둔 의약품의 약속 처방에 변비와 설사 등 일반 상비약으로도 구매가 가능한 정도의 추가 약품 1~2가지를 소분이나 배합 등 없이, 의사의 처방을 확인한 간호사들이 별도의 밀봉을 하여 환자들에게 갖다 준 행위는 의사의 지휘 및 감독이 실질적으로 가능한 상태에서 간호사들을 기계적으로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5, 9, 13호증, 을 제2, 5 내지 1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처분사유의 존부

가) 관련 법리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98조 제1항 제1호 는 ‘보건복지부장관은 요양기관이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가입자 및 피부양자에게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경우에는 그 요양기관에 대하여 1년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하여 업무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제99조 제1항 은 ‘보건복지부장관은 요양기관이 제98조 제1항 제1호 에 해당하여 업무정지처분을 하여야 하는 경우로서 그 업무정지처분이 해당 요양기관을 이용하는 사람에게 심한 불편을 주거나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업무정지처분을 갈음하여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부담하게 한 금액의 5배 이하의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경우’란 요양기관이 요양급여 비용을 받기 위하여 허위의 자료를 제출하거나 사실을 적극적으로 은폐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고, 관련 법령에 의하여 요양급여 비용으로 지급받을 수 없는 비용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청구하여 지급받는 행위를 모두 포함한다(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두3975 판결 등 참조).

행정소송에서의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민사소송 일반원칙에 따라 당사자 간에 분배되고, 항고소송의 경우에는 그 특성에 따라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적법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이 있다. 피고가 주장하는 일정한 처분의 적법성에 관하여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일응의 증명이 있는 경우에 처분은 정당하며, 이와 상반되는 주장과 증명은 상대방인 원고에게 책임이 돌아간다(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두42817 판결 등 참조). 한편, 행정청이 현장조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조사상대방으로부터 구체적인 위반사실을 자인하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받았다면, 그 확인서가 작성자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작성되었거나 또는 그 내용의 미비 등으로 인하여 구체적인 사실에 대한 증명자료로 삼기 어렵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확인서의 증거가치를 쉽게 부정할 수 없다( 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5두2864 판결 등 참조).

나) 사전조제에 관하여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병원에서 이루어진 사전조제 및 투약의 실행은 약사의 조제에 의한 것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이 부분 처분사유가 인정된다.

구 약사법(2016. 5. 29. 법률 제1417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3조 제1항 에 의하면 약사 및 한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으며, 같은 조 제3항 에 의하면 의사 또는 치과의사는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처방할 수 있고, 약사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조제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의약분업 제도(환자에 대한 진단과 처방은 의사가, 조제와 투약은 약사가 담당하게 하는 제도)의 목적은 의사와 약사가 처방 및 조제 내용을 서로 점검·협력하고 불필요하거나 잘못된 투약을 방지하여 의료소비자들에게 양질의 보건의료서비스가 제공되도록 하려는 것인 점( 헌법재판소 2003. 10. 30. 선고 2000헌마563 결정 취지 참조), 약사법에서 처방의 변경·수정( 제26조 ) 및 대체조제( 제27조 )에 관한 규정을 두어 약사에게 의사의 처방에 대한 검증·견제권을 마련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약사에 의한 조제행위’에는 약사가 의사의 처방에 따라 의약품을 조제하면서 그 처방내용을 점검·확인하는 과정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② 그러나 이 사건 병원의 경우 약사가 특정 환자에 대한 구체적인 처방이 이루어지기 전에 약속된 ‘묶음 처방’에 따라 약 2~4일분을 미리 조제하여 비치해 두고, 이후 의사가 특정 환자에 대해 ‘묶음 처방’ 중 하나를 특정하는 방식으로 구체적 처방을 하면 간호사가 그에 맞는 사전조제 약봉지를 해당 환자에게 건네는 방식으로 투약이 이루어졌는바, 그 과정에서 약사가 구체적인 처방 내용을 점검하거나 ‘묶음 처방’의 내용에 변경은 없는지, 사전조제된 의약품이 실제 처방 내용에 부합하는지 등을 확인하는 조치를 한 바 없는 것으로 보인다.

③ 나아가 원고들은 ‘이 사건 병원에서 약사가 1초도 쉬지 않고 거의 6시간을 일해야만 하루 분량의 약제 조제가 가능하다’고 주장하였는바(소장 제9쪽 참조), 이 사건 병원의 약사는 주 15~16시간만 근무하였고, 위와 같이 사전조제를 하면서 마약류 관리 업무도 같이 하였던 점을 고려하면, 약사가 적어도 근무시간 중에는 직접 처방 내용을 확인하여 환자들에게 약을 전달하였다는 취지의 원고들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

다) 추가조제에 관하여

구 약사법 제23조 제1항 , 제4항 제4호 에 의하면, 원칙적으로 약사 및 한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으나, 입원환자 등에 대하여는 예외적으로 의사 자신이 직접 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의사의 의약품 직접 조제가 허용되는 경우에, 비록 의사가 자신의 손으로 의약품을 조제하지 아니하고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로 하여금 의약품을 배합하여 약제를 만들도록 하였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간호사 등을 기계적으로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면 의사 자신이 직접 조제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할 것이지만, 의사와 약사가 환자 치료를 위한 역할을 분담하여 처방 및 조제 내용을 서로 점검·협력함으로써 불필요하거나 잘못된 투약을 방지하고 의사의 처방전을 공개함으로써 환자에게 처방된 약의 정보를 알 수 있게 하려는 의약분업 제도의 목적 및 취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약사법의 관련 규정, 국민건강에 대한 침해 우려, 약화 사고의 발생가능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의사의 지시에 따른 간호사 등의 조제행위’를 ‘의사 자신의 직접 조제행위’로 법률상 평가할 수 있으려면 의사가 실제로 간호사 등의 조제행위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지휘·감독을 하였거나 적어도 당해 의료기관의 규모와 입원환자의 수, 조제실의 위치, 사용되는 의약품의 종류와 효능 등에 비추어 그러한 지휘·감독이 실질적으로 가능하였던 것으로 인정되고, 또 의사의 환자에 대한 복약지도도 제대로 이루어진 경우라야만 할 것이다(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도4418 판결 등 참조).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병원의 간호사는 처방전에 따라 사전조제 약봉지와 함께 약제를 추가하여 환자에게 교부하는 조제행위를 하였고, 위 행위가 의사의 조제행위를 단순히 기계적으로 보조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부분 처분사유 역시 인정된다.

① 이 사건 현지조사 당시 원고들과 이 사건 병원의 약사는 ‘(약사의 사전조제에) 병동에서 약을 추가적으로 첨가하기도 한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작성하였다. 위 확인서가 작성자들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작성되었다거나 내용의 미비 등으로 구체적인 사실에 대한 증명자료로 삼기 어렵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

② 이 사건 병원의 진료실과 조제실은 서로 다른 층에 있었고, 추가조제는 사전조제에 약제를 더하는 것으로 의사의 처방에 따라 간호사가 조제실로 가서 해당 약제를 가져온 후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구 약사법 제2조 제11호 에 의하면, 의약품의 ‘조제’란 ‘일정한 처방에 따라서 두 가지 이상의 의약품을 배합하거나 한 가지 의약품을 그대로 일정한 분량으로 나누어서 특정한 용법에 따라 특정인의 특정된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등의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약제를 만드는 것’을 말하는바, 위와 같은 간호사의 행위는 두 가지 이상의 의약품을 배합하는 것이므로 약사법상 ‘조제’의 개념에 포섭된다.

③ 이 사건 병원의 간호사들은 ‘병동 처방된 약은 간호사가 조제’한다거나 ‘의사 처방 확인 후 (pick up 후) acting 간호사와 함께 오더 시행’한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하였는바, 이에 비추어 간호사들이 원고들의 특별한 지시나 감독 없이 해당 약제를 조제하고 투약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원고들이 간호사들의 조제·투약 과정에 대하여 즉각적인 지휘·감독을 하였다거나 그러한 지휘·감독이 실질적으로 가능하였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고, 원고들이 환자에게 복약지도를 하였다고 인정할 증거도 찾을 수 없다.

④ 행정법규 위반에 대하여 가해지는 제재조치와 형사처벌은 그 지도이념과 증명책임, 증명의 정도 등에서 서로 다른 원리가 적용되고, 법원이 검사가 한 불기소 처분에 구속되는 것도 아니므로, 원고들이 약사법위반 혐의에 대하여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받았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행정소송에서 처분사유의 존재를 부정할 것은 아니다.

2)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제재적 행정처분이 사회통념상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거나 남용하였는지 여부는 처분사유로 된 위반행위의 내용과 당해 처분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공익목적 및 이에 따르는 제반 사정 등을 객관적으로 심리하여 공익 침해의 정도와 그 처분으로 인하여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을 비교·형량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 경우 제재적적 행정처분의 기준이 부령의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더라도 그것은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규정한 것에 지나지 아니하여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기속하는 효력이 없고, 당해 처분의 적법 여부는 위 처분기준만이 아니라 관계 법령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하므로, 위 처분기준에 적합하다 하여 곧바로 당해 처분이 적법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위 처분기준이 그 자체로 헌법 또는 법률에 합치되지 아니하거나 위 처분기준에 따른 제재적 행정처분이 그 처분사유가 된 위반행위의 내용 및 관계 법령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비추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한 섣불리 그 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될 것이다( 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7두6946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사실관계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처분은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99조 제7항 의 위임에 따른 구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2016. 8. 2. 대통령령 제2743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0조 제1항 [별표 5]의 제1항 가목 및 제2항 가목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서, 위와 같은 기준이 그 자체로 헌법 또는 법률에 합치되지 아니하거나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 점, ② 요양급여는 국민이 부담하는 건강보험료나 세금을 재원으로 운용되는 것으로서, 그 재정의 건전성과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요양급여비용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관리할 공익이 매우 큰 점, ③ 원고들이 이 사건 처분으로 받는 불이익은 원고들의 잘못으로 발생한 것일 뿐만 아니라(원고들은 비용 절감을 위하여 약사 1명을 시간제 근무로 고용하고 사전조제를 하도록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크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이헌숙(재판장) 유현식 장민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