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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1. 11. 26. 선고 91도2049 판결

[간통][공1992.1.15.(912),366]

판시사항

가. 간통 유서의 법적 성질 및 이에 대한 표시주의 이론의 적용 여부 (소극)

나. 간통 유서의 방식과 요건

다. “용서해 줄테니 자백하라”고 말한 것만으로는 유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가. 형법 제241조 제2항 에서 이르는 유서는 민법 제841조 에 규정되어 있는 사후용서와 같은 것으로서, 배우자의 일방이 상대방의 간통사실을 알면서도 혼인관계를 지속시킬 의사로 악감정을 포기하고 상대방에게 그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뜻을 표시하는 일방행위라고 할 것인바, 위 법조들의 취지는, 간통한 배우자를 용서하겠다는 당사자의 선량한 의사를 존중하여 그 의사에 법적 효과를 부여하고, 혼인관계가 쉽게 해소되는 것을 방지하여 혼인생활의 안정을 보호하려는 데에 있으므로, 유서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다른 가족법관계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당사자의 진실한 의사가 절대적으로 존중되어야 하고, 선의의 상대방 보호 및 거래의 안전과 신속을 도모하기 위하여 주로 재산법관계에 적용되는 표시주의의 이론을 적용할 수는 없다.

나. 유서는 명시적으로 할 수 있음은 물론 묵시적으로도 할 수 있는 것이어서 그 방식에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감정을 표현하는 어떤 행동이나 의사의 표시가 유서로 인정되기 위하여는, 첫째 배우자의 간통사실을 확실하게 알면서 자발적으로 한 것이어야 하고, 둘째 그와 같은 간통사실에도 불구하고 혼인관계를 지속시키려는 진실한 의사가 명백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단순한 외면적인 용서의 표현이나 용서를 하겠다는 약속만으로는 유서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다. 배우자의 객관적인 의사표시, 즉 “용서해 줄테니 자백하라”고 말한 것만으로는 간통을 유서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사건을 서울형사지방법원 본원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원심은, 피고인 1의 처인 고소인 이 피고인들의 간통을 의심하던 중 이 사건 범죄일시경 피고인 2가 거주하고 있던 집으로 피고인들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경찰에 신고하여 경찰관이 피고인들을 체포하였으나, 당시 피고인들은 모두 옷을 입고 방안에 앉아 있다가 체포되었던 관계로 간통사실을 완강히 부인하자, 고소인은 피고인들이 조사를 받던 강남경찰서에서 피고인 1에게 용서해 줄테니 피고인 2와 간통하였다는 사실을 시인하는 내용의 자백서를 작성하라고 요구하고, 담당경찰관도 피고인 1에게 고소인이 용서해 준다고 하니 간통사실을 시인하고 서로 화해한 다음 귀가하라고 권유하므로, 피고인 1로서는 고소인이 간통에 대하여 용서하는 것으로 알고 피고인 2와 1회 간음하였다는 내용의 서면을 작성하여 이를 고소인에게 교부한 사실, 고소인은 위 서면을 받아 담당경찰관에게 제출하면서 피고인 1이 범행을 시인하였으니 처벌해 줄 것을 요구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고소인이 내심으로는 피고인들의 간통을 유서할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1의 자백을 받기 위하여 피고인들의 간통을 유서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것이기는 하지만 객관적으로 유서의 의사표시를 하고 피고인 1이 이를 진실한 것으로 믿은 이상, 이는 형법 제241조 제2항 단서 의 배우자가 간통을 유서한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끝에,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 에 따라서 피고인들의 이 사건 간통죄에 대한 공소를 기각하였다.

2. 형법 제241조 제2항 에 의하면 간통죄는 배우자의 고소가 있어야 논하되 배우자가 간통을 종용 또는 유서한 때에는 고소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는바, 형사소송법 제229조는 제1항 에서 간통죄의 경우에는 혼인이 해소되거나 이혼소송을 제기한 후가 아니면 고소할 수 없다고 규정하는 한편, 제2항 에서는 다시 혼인을 하거나 이혼소송을 취하한 때에는 고소는 취하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민법 제840조 제1호 에서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를 재판상 이혼원인의 하나로 규정하면서, 같은 법 제841조 제840조 제1호 의 사유는 다른 일방이 사전동의나 사후용서를 한 때에는 이혼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법의 규정내용들을 종합하여 보면, 형법 제241조 제2항 에서 이르는 유서는 민법 제841조 에 규정되어 있는 사후용서와 같은 것으로서, 배우자의 일방이 상대방의 간통사실을 알면서도 혼인관계를 지속시킬 의사로 악감정을 포기하고 상대방에게 그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뜻을 표시하는 일방행위라고 할 것인바, 이와 같은 유서를 고소권이나 이혼청구권의 소멸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법의 취지는, 간통한 배우자를 용서하겠다는 당사자의 선량한 의사를 존중하여 그 의사에 법적 효과를 부여하고, 혼인관계가 쉽게 해소되는 것을 방지하여 혼인생활의 안정을 보호하려는 데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유서를 하였는 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다른 가족법관계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당사자의 진실한 의사가 절대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

원심은 의사표시의 해석에 관한 이른바 표시주의의 이론을 이 사건에 적용하여, 고소인이 객관적으로 용서하여 주겠다는 의사표시를 하고 피고인 1이 이를 진실한 것으로 믿은 이상, 고소인이 피고인 1 간통을 유서한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나, 피고인 1이 유서를 받는 것으로 잘못 믿고 한 자백이 유죄의 증거로 될 증거능력이 있는 것인지의 여부나 그 자백의 증명력이 과연 어느 정도나 되는 것인지는 별론으로 하고, 행위의 외형을 신뢰한 선의의 상대방을 보호하고 거래의 안전과 신속을 도모하기 위하여 주로 재산법관계에 적용되는 표시주의의 이론을,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혼인관계를 지속시킬 것인지의 여부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를 해석함에 있어서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

3. 또 유서는 명시적으로 할 수 있음은 물론 묵시적으로도 할 수 있는 것이어서 그 방식에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감정을 표현하는 어떤 행동이나 의사의 표시가 유서로 인정되기 위하여는, 첫째 배우자의 간통사실을 확실하게 알면서 자발적으로 한 것이어야 하고, 둘째 그와 같은 간통사실에도 불구하고 혼인관계를 지속시키려는 진실한 의사가 명백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단순한 외면적인 용서의 표현(예를 들면, “용서는 해 주겠지만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경우 등)이나 용서를 하겠다는 약속만으로는 유서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것이다 .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볼 때, 고소인이 한 객관적인 의사표시, 즉 “용서해 줄 테니 자백하라”고 말한 것만으로는 고소인이 배우자의 간통을 유서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고소인이 피고인들의 간통사실을 확실하게 알면서 위와 같은 의사표시를 한 것인지가 의심스럽다. 우리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부부 사이에 있어서는 상대방에게 간통이나 부정한 행위를 한 것 같은 의심이 있더라도 상대방이 최악의 사태에까지 이르렀다고는 믿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할 것인바, 피고인들이 방안에 함께 있다가 체포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당시 모두 옷을 입고 있었고 그 후 계속 간통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었다면, 피고인 1에게 자백을 요구한 고소인이 피고인 1이 간통사실을 시인하는 내용의 서면을 작성하기 전에 이미 피고인들의 간통사실을 확실히 알면서 위와 같은 의사표시를 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

다음 고소인이 감정을 융화시키고 혼인관계를 지속시키려는 의사가 명백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용서해 줄 테니 자백하라”고 말한 것만으로는 간통을 유서하였다고 볼 수는 없고 다만 자백을 하면 간통을 유서하여 주겠다고 약속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

4. 그렇다면 원심은 간통죄에 있어서의 유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을 저질렀다고 보지 않을 수 없고, 원심이 저지른 이와 같은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임이 분명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논지는 이유가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관(재판장) 최재호 김주한 김용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