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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5. 12. 16. 선고 2015나2026878 판결

[손해배상등][미간행]

원고, 피항소인

별지 1 원고들 목록 기재와 같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소헌 담당변호사 신인수)

피고, 항소인

케이티 노동조합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이인재 외 4인)

변론종결

2015. 11. 20.

주문

1. 피고들의 항소를 기각한다.

2. 별지 2 기재 원고들이 항소심에서 추가한 청구를 기각한다.

3. 항소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하고, 항소심에서 청구의 추가로 인한 소송비용은 별지 2 기재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가. 피고들은 연대하여,

(1) 별지 2 기재 원고들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게 각 2,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최종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고,

(2) 별지 2 기재 원고들에게 별지 2의 ‘총 청구금액’란 기재 각 돈 및 그 중 ‘1심 청구금액’란 기재 각 돈에 대하여는 이 사건 소장 부본 최종 송달 다음날부터, ‘항소심 청구추가금액’란 기재 각 돈에 대하여는 이 사건 부대항소장 최종 송달 다음날부터 각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나. 원고들과 피고들 사이에, 피고 케이티 노동조합이 작성한 2014. 4. 8.자 사업합리화 노사합의서, 특별명예퇴직 시행 노사합의서 및 복지제도변경 노사합의서, 2015. 2. 24.자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 관련 노사합의서는 모두 무효임을 확인한다.

[별지 2 기재 원고들은 항소심에서 2015. 7. 17.자 부대항소장을 통하여 재산상 손해배상 청구(별지 2 ‘항소심 청구추가금액’란 기재 각 돈 부분)를 추가하였다.]

2.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위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항소심의 심판범위

원고들이 위 청구취지 기재와 같이 금전지급과 무효확인을 구하는 청구를 하였는데, 제1심 법원은 무효확인 청구 부분을 각하하고, 금전지급 청구 부분을 일부 인용하였는바, 이에 대하여 피고들만이 항소하였으므로, 무효확인 청구 부분은 항소심의 심판범위에 포함되지 아니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관계

1) 피고 케이티 노동조합(이하 ‘피고 노동조합’이라 한다)은 주식회사 케이티(이하 ‘케이티’라 한다) 소속 근로자들을 구성원으로 하여 법인으로 등기된 노동조합이고, 피고 2는 위 노동조합의 위원장, 피고 3은 사업지원실장으로 각 활동한 사람이다.

2) 원고들은 케이티의 근로자로서 피고 노동조합의 조합원이었는데, 아래 나.항에서 보는 1차 노사합의 이후 케이티가 취한 일련의 조치에 따라 명예퇴직을 하거나(순번 158 내지 226 원고들이 이에 해당) 업무지원 CFT 부서로 전보된 사람들(나머지 원고들이 이에 해당)이다.

나. 이 사건 각 노사합의의 체결

1) 피고 노동조합은 2014. 4. 8. 케이티와 사업합리화 계획, 특별명예퇴직의 시행, 복지제도의 변경 등에 관하여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노사합의를 하였다(이하 ‘1차 노사합의’라 한다). 이때 피고 노동조합이 1차 노사합의와 관련하여 사전에 조합원 총회를 개최하거나 조합원들의 의견을 청취한 바는 없다.

본문내 포함된 표
▣ (사업합리화) 노사합의서
주식회사 케이티와 피고 노동조합은 회사의 경영효율화를 위한 사업합리화 계획을 협의하고 아래와 같이 합의한다.
○ 회사의 사업합리화 계획에 의거 Mass영업·개통/AS·Plaza 분야 업무를 폐지한다. 단, 회사 경영상황에 따라 축소 운영할 수 있다.
○ 사업합리화 조치에 따라 해당 분야 잔류자에 대해서는 직무전환 교육 후 접점지역으로 재배치한다. 단, 세부기준은 별도 합의 시행한다.
○ 인사규정상의 사무/기술직렬은 일반직렬로 통합한다.
▣ (특별명예퇴직) 노사합의서
주식회사 케이티와 피고 노동조합은 종사원의 요구를 반영하고 직원들의 새로운 인생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특별명예퇴직을 아래와 같이 시행하기로 합의한다.
○ 특별명예퇴직을 2014. 4. 30.자로 시행한다.
- 특별명예퇴직은 근속 15년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하되, 정년 잔여기간이 1년 미만인 자는 제외한다.
- 특별명예퇴직 유형은 퇴직형과 재취업형 2가지로 하며, 직원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 퇴직희망자가 재취업형을 선택하는 경우 직무연관성을 고려하여 2년간의 그룹사 취업을 알선한다.
○ 정기명예퇴직 제도는 2014. 5. 1.자로 폐지한다. 단, 2014년 1분기 명예퇴직자는 금번 특별명예퇴직 조건에 준하여 적용한다.
○ 임금피크제는 2015. 1. 1.자로 도입한다. 단, 적용연령 및 감액율 등 세부기준은 추후 합의 시행한다.
▣ (복지제도변경) 노사합의서
주식회사 케이티와 피고 노동조합은 어려운 경영현실을 감안하고 회사와 직원의 상생을 위해 복지제도를 아래와 같이 변경하여 시행하기로 합의한다.
○ 대학생 자녀학자금 지원/대부제도 및 본인학자금 지원제도를 2014. 6. 1.자로 폐지한다.
○ 중학교 학자금 지원제도를 폐지하며, (구)kt/ktf 이원 운영중이던 고등학교 학자금 지원제도는 kt 기준으로 통합한다.
○ 공통포인트(160만 포인트)를 130만 포인트로 조정하고, 인재육성포인트 및 교육보조비는 폐지한다.
○ 변동포인트를 신설하여 전년도 영업이익과 개인성과평가 결과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
(이하 생략)

2) 케이티는 특별명예퇴직의 시행과 관련된 1차 노사합의에 근거하여 2014. 4. 8. 실근속기간이 15년 이상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특별명예퇴직시행 계획을 공고하는 한편, 그 무렵 사업합리화 조치 등에 따라 전국에 소재한 지사의 통·폐합 및 그에 따른 인력 재배치를 실시하였고, 배치되지 못한 인원들에 대해서는 인사고과 등을 반영하여 지역본부에 재배치하거나 당시 신설된 업무지원 CFT 부서로 전보하였다.

3) 한편, 피고 노동조합은 이 사건 소송이 계속 중이던 2015. 2. 24. 케이티와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 등의 구체적인 시행방안에 관하여 노사합의를 하였다(이하 ‘2차 노사합의’라 하며, 1차 노사합의와 통틀어 ‘이 사건 각 노사합의’라 한다). 2차 노사합의 당시에도 1차 노사합의 때와 마찬가지로 피고 노동조합은 조합원 총회를 개최하는 등으로 사전에 조합원들의 의견을 청취하지는 않았다.

다. 관련 규정

본문내 포함된 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16조(총회의 의결사항)
① 다음 각 호의 사항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3. 단체협약
제22조(조합원의 권리와 의무) 노동조합의 조합원은 균등하게 그 노동조합의 모든 문제에 참여할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 다만, 노동조합은 그 규약으로 조합비를 납부하지 아니하는 조합원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
▣ 규약(이하 ‘이 사건 규약’이라 한다)
제10조(조합원의 권리) 조합원은 본 규약에 따른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 단, 규약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권리를 제한받지 않으며, 징계를 받은 조합원에 대해서는 규정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
① 조합원은 다음과 같은 권리를 갖는다.
1. 조합의 활동에 동등하게 참여할 권리
3. 조합운영에 동등한 발언권 및 의결권
6. 기타 조합원으로 권익을 보호받을 권리
제21조(의결사항) 조합원 총회의 의결사항은 다음 각 호와 같다.
4. 임금협약 및 단체협약 체결에 관한 사항
제61조(단체교섭)
① 본 조합은 단체교섭의 당사자이며, 본 조합이 교섭대표 노조가 되는 경우 위원장은 단체교섭 및 체결권은 있으나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거친 후 체결하여야 한다.
제73조(조합원 징계) 본 조합의 임원, 산하조직의 임원, 조합간부 및 조합원이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경우 소정의 절차에 따라 징계한다.
1. 규약을 위반한 자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6, 9호증, 을 제1, 5 내지 9, 1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들의 주장

1) 원고들 전부

피고들은 ① 이 사건 각 노사합의의 내용이 사업합리화에 따른 전보발령, 특별명예퇴직의 시행, 복지제도의 축소 등 근로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었음에도, 단체협약 체결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민주적 참여를 보장한 노동조합법 제16조 , 제22조 및 이 사건 규약 제10조, 제21조 등에 위반하여 조합원들의 의사를 수렴하기 위한 조합원 총회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또한, ② 이처럼 밀실에서 노사합의를 한 결과 근로조건을 후퇴시킴으로써 현저히 정의관념에 반하는 법률행위를 자행하여 민법 제103조 를 위반하였고, ③ 특히, 2차 노사합의의 경우 피고들이 노동조합 홈페이지를 통하여 조합원 총회를 거쳐 임금피크제 시행방안을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고 공지하였음에도 이와 달리 또다시 밀실 노사합의를 강행하여 신뢰보호 및 금반언의 원칙을 위반하는 등의 위법행위를 저질렀다.

그 결과 원고들을 포함한 피고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의 근로조건이 심각하게 훼손되었고, 조합원으로서 가지는 절차적 권리를 침해당하였으므로 피고들은 민법 제760조 에 따른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서로 연대하여 원고들에게 이 사건 각 노사합의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학자금 축소와 임금피크제 시행에 따른 임금수준의 하락 등 이 사건 각 노사합의로 당연히 발생할 것이 예상되는 재산상 손해 또한 위자료의 증액사유로 참작되어야 한다).

2) 별지 2 기재 원고들

피고들이 조합원들의 총회 의결 없이 밀실에서 케이티와 1차 노사합의를 체결함에 따라 별지 2 기재 원고들은 그동안 지급받아 오던 대학생 자녀들의 학자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는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들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1차 노사합의에 따라 위 원고들이 입은 재산상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나. 피고들의 주장

1) 이 사건 각 노사합의와 같이 노사 간에 개별적인 사항들에 관하여 상시적으로 체결하는 노사합의는 정기적으로 체결하는 단체협약과 그 법적 성질을 달리하는데, 이러한 상시적 노사합의의 경우에도 노동조합법 및 이 사건 규약에 따라 조합원 총회를 거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노동조합 위원장의 단체협약체결권한을 사실상 전면적·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결과가 된다. 따라서 상시적으로 진행되는 노사합의의 경우에는 조합원 총회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보아야 하므로, 피고들에게는 노동조합법 및 이 사건 규약 위반의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

2) 또한, 피고 노동조합은 이 사건 각 노사합의와 같이 상시적으로 진행되는 노사합의의 경우 관행적으로 조합원 총회의 의결 없이 케이티와 노사합의를 체결해 왔으므로, 설령 이 사건 각 노사합의에 대하여 조합원 총회를 거쳐야 한다고 보더라도 피고들에게는 위법행위에 대한 고의·과실이 인정되지 않고, 상시적으로 진행되는 노사합의의 경우 이에 대한 조합원 총회의 묵시적인 수권이 존재한다고 보아야 한다.

3) 나아가 피고들은 이 사건 각 노사합의를 체결함에 있어 노동조합 내부의 의견수렴절차를 충분히 거쳤으므로 원고들의 조합 의사 형성 과정에 참여할 절차적 권리를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4) 한편, 별지 2 기재 원고들의 재산상 손해배상 청구와 관련하여, 피고들의 절차위반행위와 위 원고들이 학자금을 지급받지 못한 손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없으므로 위 원고들의 재산상 손해배상 청구는 부당하다.

3. 판단

가. 원고들의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에 관한 판단

1)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원고들의 주장 요지

원고들은 이 사건 손해배상 청구의 내용으로 ‘밀실에서 이 사건 각 노사합의가 체결된 결과, 특별명예퇴직을 당하거나 학자금 등 복지제도가 축소되는 등으로 근로조건이 저하된 것에 따른 정신적 고통 또는 이 사건 규약에서 정한 총회에서의 의결 권한을 박탈당하는 등 절차적 권리침해로 인한 정신적 고통’의 배상을 구하고 있다.

나) 관련 법리

노동조합법 제29조 제1항 에 따르면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지고, 이러한 대표자의 단체협약체결권한을 전면적,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노동조합법 제29조 제1항 에 반한다( 대법원 1993. 4. 27. 선고 91누1225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그런데 단체협약은 노동조합의 개개 조합원의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을 직접 결정하는 규범적 효력을 가지는 것이므로 단체협약의 실질적인 귀속주체는 근로자이고, 따라서 단체협약은 조합원들이 관여하여 형성한 노동조합의 의사에 기초하여 체결되어야 하는 것이 단체교섭의 기본적 요청인 점, 노동조합법 제16조 제1항 제3호 는 단체협약에 관한 사항을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정하여 노동조합 대표자가 단체교섭 개시 전에 총회를 통하여 교섭안을 마련하거나 단체교섭 과정에서 조합원의 총의를 계속 수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의 의사를 반영하고 대표자의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업무 수행에 대한 적절한 통제를 위하여 규약 등에서 내부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등 대표자의 단체협약체결권한의 행사를 절차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그것이 단체협약체결권한을 전면적·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아닌 이상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14. 4. 24. 선고 2010다24534 판결 참조).

그리고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위와 같이 조합원들의 의사를 결집·반영하기 위하여 마련한 내부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아니한 채 만연히 사용자와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면, 이러한 노동조합 대표자의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노동조합의 의사 형성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조합원들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다) 판단

이 사건 규약이 단체협약 체결에 관한 사항을 조합원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정하고 있고(제21조 제4호), 노동조합의 대표자로 하여금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거친 후 단체협약을 체결하도록 정하고 있음(제61조 제1항)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이에 따르면, 피고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총회의 의결을 거쳐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그 의견을 반영하여 단체교섭을 할 수 있고, 단체교섭을 하는 과정에서도 사용자와 실질적인 합의에 이르기 전까지는 총회의 의결을 거칠 수 있다고 보이고, 달리 위 규약의 조항들이 노동조합 대표자가 사용자와 단체협약의 내용에 합의한 후 단체협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다시 협약안의 가부에 관하여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거친 후에만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것으로 한정하였다고는 해석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규약 제21조와 제61조 등이 노동조합 대표자의 단체협약 체결권한을 전면적·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으로서 노동조합법 제29조 제1항 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 2013. 9. 27. 선고 2011두15404 판결 참조).

그렇다면 이 사건 규약 제21조 등은 단체협약의 체결에 있어서 조합원들의 의사를 반영하고 노동조합 대표자의 단체협약 체결 업무 등에 관한 적절한 통제를 위하여 대표자의 단체협약체결권한 행사를 절차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으로서 유효하다. 그런데도, 피고 노동조합의 대표자인 피고 2는 총회의 의결을 거쳐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은 채 이 사건 각 노사합의를 체결하였으므로(당시 사업지원실장이던 피고 3이 피고 2를 대리하여 이 사건 각 노사합의서에 서명하였다), 이 사건 규약을 위반하여 노동조합의 의사 형성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조합원들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한 불법행위를 저질렀고, 이로 인하여 조합원인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라) 피고들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피고들은 이 사건 각 노사합의는 개별적인 사항들에 관하여 상시적으로 체결되는 것으로서 정기적으로 체결하는 단체협약과 구분하여야 하고, 이렇게 상시적으로 체결되는 노사합의의 경우에는 단체협약 체결 전에 조합원 총회를 거쳐야 한다는 노동조합법 및 이 사건 규약의 관련 규정들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단체협약은 노동조합이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와 근로조건 기타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항에 관한 협정(합의)을 문서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이 서명날인 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고, 그 협정(합의)이 반드시 정식의 단체교섭절차를 거쳐서 이루어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에 근로조건 기타 노사관계에 관한 합의가 노사협의회의 협의를 거쳐서 성립되었더라도, 당사자 쌍방이 이를 단체협약으로 할 의사로 문서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의 대표자가 각 노동조합과 사용자를 대표하여 서명날인 하는 등으로 단체협약의 실질적·형식적 요건을 갖추었다면 이는 단체협약이라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05. 3. 11. 선고 2003다27429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더하여 상시적으로 체결되는 노사합의와 정기적인 단체협약을 구분하기가 용이하지 않은 점, 피고 노동조합 스스로 제정한 이 사건 규약에 의하더라도 단체협약과 상시적으로 이루어지는 노사합의를 구분하고 있지 않은 점, 반드시 단체협약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단체협약으로서의 실질적·형식적 요건을 갖추었다면 이를 모두 노동조합법상 단체협약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한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각 노사합의 역시 노동조합법 제16조 및 이 사건 규약 제21조 등에서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요구하는 단체협약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다음으로 피고들은, 이 사건 각 노사합의와 같이 상시적으로 체결되는 단체협약의 경우에는 정기적인 단체협약과 달리 조합원 총회의 의결 없이 이를 체결하는 관행이 있어 왔으므로, 이 사건 각 노사합의를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직권으로 체결하는 것에 대한 조합원들의 묵시적 수권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규약 위반에 대한 노동조합 대표자 등의 고의 또는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갑 제26, 27, 28호증, 을 제15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 노동조합은 매년 또는 격년을 주기로 체결하는 정기적인 단체협약과는 달리 특정 현안에 대하여 수시로 체결되었던 단체협약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정기적인 단체협약과 함께 조합원 총회를 거치기도 하였지만 대체로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케이티와 단체협약을 체결하여 왔으며, 이에 대하여 조합원들이나 케이티 역시 그 절차적 적절성을 문제 삼거나 의문을 표명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서 본 사실과 증거들에 갑 제10, 1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각 노사합의를 체결함에 있어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은 것에 대하여 피고들의 고의 또는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각 노사합의에 대하여 조합원들의 묵시적 수권이 존재한다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피고들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① 이 사건 각 노사합의는 지사 통폐합 및 이에 따른 배치전환, 특별명예퇴직 및 임금피크제의 시행, 각종 복지제도의 축소·폐지 등 조합원들의 근로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다수 포함하고 있어 정기적인 단체협약에 비하여 그 중요성이 결코 덜하지 않다. 따라서 피고 2 등 노동조합 지도부로서는 이 사건 각 노사합의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정기적인 단체협약 못지않게 절차적 민주성을 강화할 방안을 신중하게 고민하였어야 함에도 그러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이 사건 각 노사합의를 체결하였다.

② 만일 상시적으로 이루어지는 노사합의의 경우 일률적으로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더라도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노동조합 지도부로서는 정기적인 단체협약으로 정하여야 하는 중요한 사항들을 보다 절차가 간편한 상시적인 노사합의로 처리하려는 경향이 생겨날 수 있다. 이것은 이 사건 규약 제21조 등에서 조합원들의 의사를 반영하고 노동조합 대표자의 단체협약 체결 업무 등에 대한 적절한 통제를 위하여 대표자의 단체협약체결권한 행사를 절차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둔 취지에 어긋난다.

③ 피고 노동조합 지도부가 이 사건 각 노사합의를 체결하면서 총회 등을 통하여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에 대하여, 이러한 절차를 거치는 것이 불가능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피고들은 케이티와 사이에 회의내용을 비공개하기로 약정하였으므로 조합원 총회를 개최하여 내용을 공유하는 것이 불가능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회의내용의 비공개에 동의한 주체가 바로 피고 노동조합 지도부이고, 회의내용을 비공개로 하기로 약정하였다고 하여 특정 현안들에 대한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볼 수도 없다).

④ 특히, 2차 노사합의는 이 사건 소송을 통하여 1차 노사합의의 절차적 문제점이 제기된 이후에 체결되었는데, 피고 노동조합 지도부로서는 규약 위반 등 절차적 하자 유무나 그로 인한 책임 등에 관하여 더욱 적극적인 검토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만연히 2차 노사합의를 강행하였다. 또한, 1차 노사합의 이후인 2014. 10. 22. 조합원 중 한 명이 노동조합 홈페이지에 ‘내년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지’에 관하여 질문하자, 피고 노동조합의 홈페이지 관리자는 같은 날 ‘회사 측과 충분한 논의를 통해 실행방안이 확정되면 조합원 총회를 거쳐 최종적으로 결정할 계획’이라는 취지의 글을 게시하였다가 이후 피고 노동조합에 의하여 해당 글이 삭제되기도 하였다.

노동조합법 제16조 및 이 사건 규약 제21조 등은 조합원 총회에서 최종적으로 의결될 사항의 내용이나 결과를 떠나 조합원들이 조합 내부의 의사 형성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취지의 규정들로 해석된다. 따라서 설령 특정 현안에 대하여 상시적으로 체결되었던 단체협약의 경우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케이티와 단체협약을 체결하여 온 사실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각 노사합의의 내용처럼 조합원들의 근로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면서 노동조합 내부에서 이러한 사안의 경우에는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면, 피고 노동조합 지도부로서는 노동조합법 및 이 사건 규약 제21조 등에 따른 조합원들의 의견수렴절차를 거쳤어야 한다.

(3) 다음으로 피고들은, 이 사건 각 노사합의를 체결하면서 조합원 총회는 아니더라도 노사상생협의회, 전국조직국장회의, 중앙위원회 및 산하조직 대표자회의, 확대간부회의 등의 내부 의견수렴절차를 거쳤으므로 원고들의 조합 의사 형성 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들이 주장하는 위와 같은 의견수렴절차는 극소수의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것에 불과하여, 이것만으로는 조합원들의 의사를 수렴하는 절차를 거친 것으로 평가할 수 없으므로 피고들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2) 손해배상의 주체

가) 피고 노동조합의 대표자인 피고 2의 경우 이 사건 각 노사합의를 체결할 권한이 있는 사람으로서 원고들에 대하여 일차적으로 이 사건 규약 위반 등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나) 나아가 피고 노동조합도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지를 본다. 피고 2가 피고 노동조합의 대표자로서 이 사건 각 노사합의의 체결과 관련하여 원고들을 의사결정의 참여 절차로부터 배제하는 불법행위를 함으로써 이들에게 직접적인 정신적 손해를 가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법인인 피고 노동조합 역시 민법 제35조 제1항 주1) 에 따라 피고 2가 그 직무에 관하여 타인인 조합원들에게 가한 손해를 피고 2와 공동하여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 또한, 피고 3에게도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지를 본다.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피고 3은 이 사건 각 노사합의가 체결될 당시 사업지원실장이었던 사실, 이 사건 규약 제52조에 의하면 사업지원실장은 ‘노사교섭 및 대외협력’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고 정하고 있는 사실, 피고 3은 위원장인 피고 2를 대리하여 이 사건 각 노사합의서에 서명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 3은 이 사건 각 노사합의의 체결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였음을 알 수 있으므로, 피고 3 또한 피고 노동조합, 피고 2와 공동하여 원고들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

3) 손해배상의 범위

이 사건 각 노사합의의 체결 경위, 이 사건 각 노사합의에 따라 변경된 구체적인 근로조건의 내용, 비정기적으로 체결되는 노사합의의 경우 피고 노동조합이 대체로 조합원 총회의 의결 없이 노사합의서를 작성하여 왔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이에 대한 조합원들 및 케이티 측의 태도, 1차 노사합의 이후 2014년 11월경 실시된 피고 노동조합 위원장 선거에서 피고 2가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들 중 총 71.47%의 찬성으로 재차 위원장으로 당선된 점, 이 사건 규약 등이 정한 절차를 거쳤을 경우 예상되는 노사합의의 결과, 기타 피고 노동조합의 절차 위반의 중대성 내지 그로 인하여 조합원들의 절차적 권리가 침해된 정도(특히 별지 1 원고들 목록 중 순번 158∼226 기재 원고들의 경우, 1차 노사합의 이후 명예퇴직을 함으로써 2차 노사합의와 관련된 추가적 권리침해를 당할 여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등 제반 사정들을 참작하면, 피고들이 원고들에게 지급하여야 할 위자료는 순번 1 내지 157 기재 원고들에 대하여는 각 300,000원, 나머지 원고들에 대하여는 각 2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나. 별지 2 기재 원고들의 재산상 손해배상 청구에 관한 판단

1) 위 원고들은 피고들이 위법하게 체결한 1차 노사합의에 따라 그동안 지급받아 오던 대학생 자녀들의 학자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는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들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위 원고들이 입은 재산상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2) 그러나 앞서 본 사실들과 증거들에 을 제3, 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각 노사합의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절차위반행위와 위 1차 노사합의로 인한 원고들의 재산상 손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위 원고들의 이 부분 청구는 이유 없다.

① 1차 노사합의를 체결함에 있어서 피고들이 이 사건 규약 등에서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잘못은 인정되지만, 위와 같은 내부 절차를 거치지 않은 잘못만으로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에서 체결된 단체협약의 효력 자체를 부정하는 것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는 점, 피고 노동조합은 정기적인 단체협약과 달리 특정 현안에 대한 상시적 노사합의의 경우에는 조합원 총회 의결 없이 케이티와 협약을 체결해 왔고 그동안 이에 대하여 조합 내부나 케이티에서 특별히 문제 삼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각 노사합의의 내용은 케이티의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 당시의 경영지표는 물론 향후 주력 사업의 전망을 고려한 정책적 결정으로서 그것이 크게 불합리하다거나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 점, 1차 노사합의 체결 이후인 2014년 11월경 실시된 피고 노동조합 위원장 선거에서 피고 2가 투표자 대비 71.47%의 득표율로 재차 당선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들의 절차위반행위가 이 사건 각 노사합의의 효력을 부정할 만큼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였다거나, 피고들의 절차위반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각 노사합의가 민법 제103조 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각 노사합의는 피고들의 절차위반행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규범적 효력을 갖는다.

② 또한 1차 노사합의를 할 무렵 피고 노동조합의 지도부가 조합원들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었던 사정을 보면, 설령 피고 노동조합의 지도부가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거쳐 케이티와 교섭을 진행하였더라도 이 사건 각 노사합의가 좌절되거나 다른 내용으로 변경되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정신적 손해 발생에 따른 위자료로 순번 1 내지 157 기재 원고들에게 각 300,000원, 나머지 원고들에게 각 2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이 피고들에게 최종적으로 송달된 다음날인 2014. 7. 16.부터 피고들이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제1심판결 선고일인 2015. 5. 15.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피고들의 항소 및 별지 2 기재 원고들이 항소심에서 추가한 재산상 손해배상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각 생략]

판사 김대웅(재판장) 이현우 김동완

주1) 제35조(법인의 불법행위능력) ① 법인은 이사 기타 대표자가 그 직무에 관하여 타인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사 기타 대표자는 이로 인하여 자기의 손해배상책임을 면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