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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실비율 50:50
서울중앙지법 2004. 8. 20. 선고 2003가합96338 판결

[예금반환] 항소[각공2004.10.10.(14),1437]

판시사항

[1] 회사의 운전기사가 회사의 예금통장과 법인인감이 날인된 출금전표를 절취하여 거액을 인출한 사안에서, 은행이 예금청구인의 진정성과 대리권 수여 여부의 확인 등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회사의 예금반환청구를 인정한 사례

[2] 회사 운전기사의 불법적인 예금인출행위에 대하여 사무집행관련성을 인정하여 회사에게 사용자책임을 인정하되, 통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은행의 과실을 참작하여 손해배상책임을 50%로 제한한 사례

판결요지

[1] 회사의 운전기사가 회사의 예금통장과 법인인감이 날인된 출금전표를 절취하여 거액을 인출한 사안에서, 은행이 예금청구인의 진정성과 대리권 수여 여부의 확인 등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회사의 예금반환청구를 인정한 사례.

[2] 회사 운전기사의 불법적인 예금인출행위에 대하여 사무집행관련성을 인정하여 회사에게 사용자책임을 인정하되, 통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은행의 과실을 참작하여 손해배상책임을 50%로 제한한 사례.

원고

주식회사 하이브리드텔레콤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병훈 외 2인)

피고

중소기업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빛 담당변호사 최성일)

변론종결

2004. 7. 23.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1억 3,9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2004. 1. 6.부터 2004. 8. 20.까지는 연 5%의, 2004. 8. 21.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따라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50%는 원고가, 나머지 50%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2억 7,8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2003. 11. 6.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따라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 회사는 2000. 11. 21.부터 피고 은행 구로1공단지점에서 입출금식 예금{계좌번호 : 420-001153- 이하생략, 예금종류 : 기업한가족(기업자유예금), 이하 '이 사건 예금'이라 한다}계좌를 개설하고 피고 은행과의 사이에서 예금거래를 하여 왔는데, 아래의 이 사건 불법행위일인 2003. 11. 6. 당시 이 사건 예금계좌에는 450,782,690원이 입금되어 있었다(이 사건 불법행위일 이후 원고 회사는 위 예금계좌의 예금을 모두 인출하여 이 사건 변론종결일 현재 위 계좌의 잔액은 0원이다).

나. 2001. 1.경부터 원고 회사에서 대표이사 손성택의 운전기사로 근무하던 소외 1은 이 사건 예금계좌에 입금되어 있는 원고 회사의 공금을 인출하여 사용하기로 마음먹고, 2003. 10. 10.경 원고 회사의 경리과장인 김병석이 사무실 책상 위에 놓아둔 원고 회사의 법인인감이 날인된 피고 은행의 출금전표 용지 1장(법인인감은 손성택이 미리 날인하여 둔 것이다.)과 위 책상 서랍 열쇠 1개를 절취한 다음, 2003. 11. 6. 10:30경 위 김병석의 책상 서랍 속에 들어 있던 이 사건 예금통장을 절취하여, 같은 날 10:59경 피고 은행 구로1공단지점에서 위와 같이 절취한 출금전표의 금액란에 '삼억 구천만 원', 계좌번호란에 '420-001153- 이하생략', 비밀번호란에 '80 -이하생략', 예금주란에 '손성택'이라고 기재하여 제출하고 3억 9,000만 원의 예금을 현금으로 인출하여 갔다(이하 '이 사건 불법행위'라 한다).

다. 이 사건 불법행위를 실행하기 전, 소외 1은 손성택의 전화통화를 엿듣고 주식회사 가이아텔레콤이 2004. 11. 6.경 원고 회사의 이 사건 예금계좌에 4억 5,000만 원을 입금시킬 것임을 알게 되자, 2003. 11. 5. 피고 은행 구로1공단지점에 이 사건 예금통장으로 송금거래 심부름을 간 길에 피고 은행의 직원인 이주연에게 '내일 오전 중에 현금으로 3억 원 정도가 필요하니 준비하여 줄 것'을 요구한 다음, 2004. 11. 6. 위와 같은 불법행위를 저질렀는데, 이전에 이 사건 예금통장과 손성택 개인 명의의 통장으로 수백만 원 정도(수표로 예금을 인출할 때에는 5,000만 원까지 인출한 적이 있다.)의 송금 및 입·출금거래를 위한 간단한 은행업무 심부름을 자주 하여 각 통장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고(각 통장의 비밀번호는 '80 -이하생략'으로 동일하였다.), 피고 은행의 직원들과도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피고 은행의 직원인 이주연 등은 소외 1이 원고 회사의 운전기사임을 알고 있었다).

라. 이 사건 불법행위 당시, 피고 은행의 직원들은 소외 1이 제출한 출금전표의 예금주란에는 원고 회사의 명칭이 아니라 '손성택'이라고 기재되어 있었고, 출금액도 전날 준비를 부탁한 '3억 원'이 아니라 '3억 9,000만 원'이었음에도 이를 지적하거나 원고 회사에 확인하지 않았으며, 비밀번호 중 2번째 숫자인 '0'이 이중으로 기재되어 있었으므로(위 숫자가 정정된 것인지 단순히 가필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아니하다.) 소외 1에게 법인인감으로 정정인을 찍어야 한다고 하였으나, 소외 1이 나중에 회사에 가서 도장을 가지고 오겠다고 하자, 정정인을 받지 않은 채 그냥 예금을 인출하여 주었다(피고 은행에서는 예금이 3,000만 원 이상 출금이 될 경우 책임자 두 사람의 결재를 받도록 되어 있었으므로, 조경만 팀장과 정경섭 과장이 순차로 결재를 하고 출금 지시를 하였다).

마. 그 후, 원고 회사는 소외 1로부터 위와 같이 불법적으로 인출하여 간 돈 중 1억 1,200만 원을 회수하였다.

바. 한편, 소외 1은 이 사건 불법행위와 관련하여 2004. 2. 5.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사기죄 등으로 징역 4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2003고단5515, 항소심에서는 양형만 3년 6월로 변동되어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다).

[인정 근거 :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을 제1 내지 4호증, 을 제8호증의 각 기재, 증인 정경섭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판 단

가. 위 기초사실에 의하면, 피고 은행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 회사에게 이 사건 예금통장에 입금되어 있던 돈 중 소외 1이 인출하여 간 3억 9,000만 원에서 원고 회사가 소외 1로부터 회수한 1억 1,200만 원을 공제한 2억 7,8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은행의 항변에 대한 판단

(1) 대리 내지 표현대리 주장

(가) 피고 은행은 먼저, 원고 회사의 금융거래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인 소외 1이 원고 회사를 대리하여 이 사건 예금 중 3억 9,000만 원을 인출하였고, 나머지 예금도 원고 회사가 모두 인출하여 갔으므로, 이 사건 예금채권은 모두 소멸하였다고 주장하나, 소외 1이 이 사건 예금통장을 이용하여 송금 및 입·출금 업무 등 간단한 심부름을 해 온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이러한 점만으로는 원고 회사가 소외 1에게 이 사건 예금을 인출할 대리권을 수여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갑 제3호증의 6의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소외 1은 원고 회사의 금융거래업무 담당자가 아니라 운전기사에 불과하고, 이 사건 예금통장 등을 절취하여 이 사건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 뿐이므로 피고 은행의 위 주장은 이유가 없다.

(나) 피고 은행은 다시, 설령 소외 1이 이 사건 예금 인출과 관련하여 원고 회사를 대리할 권한이 없다 하더라도, 소외 1이 2001.경부터 계속적으로 이 사건 예금통장을 이용하여 원고 회사의 외국환거래 업무와 입·출금 업무 및 송금 업무 등을 처리하여 왔으므로, 피고 은행 직원들은 소외 1을 원고 회사의 금융거래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으로 알았고, 이와 같이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으므로, 소외 1의 이 사건 예금 인출은 원고 회사에 대하여도 효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 회사가 소외 1로 하여금 이 사건 예금통장을 이용하여 간단한 은행업무 심부름을 하도록 한 일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원고 회사가 피고 은행에 대하여 소외 1에게 이 사건 예금 인출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하였음을 표시하였다고 할 수 없고, 달리 원고 회사가 피고 은행에 대하여 소외 1에게 이 사건 예금 인출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하였음을 표시하였다거나 원고 회사의 운전기사에 불과한 소외 1이 원고 회사를 대리할 기본대리권이 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소외 1이 이 사건 예금통장을 이용한 은행업무 심부름을 자주 하였고, 이 사건 불법행위 전날 미리 현금을 준비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으며, 예금 인출시 이 사건 예금통장과 원고 회사의 법인인감이 날인되고 신고된 비밀번호가 기재된 출금전표를 제출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 은행의 담당직원이 소외 1에게 원고 회사를 대리하여 이 사건 예금을 인출할 권한이 있다고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오히려, ① 이 사건 불법행위시 제출된 출금전표의 예금주란에는 실제 예금주인 원고 회사가 아니라 '손성택'이라고 기재되어 있었고, 출금액도 전날 준비를 요구한 '3억 원'이 아니라 '3억 9,000만 원'으로 상당한 차이가 있었음에도 피고 은행 직원들은 이를 간과하였고, 비밀번호가 가필된 흔적이 있음에도 이를 정정하는 절차를 밟지 않은 점(피고 은행은, 예금주란에 법인명이 아니라 대표이사 개인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고 비밀번호가 가필된 경우에도 예금청구인의 진정성을 확인하였으면 이를 정정하지 아니하고 예금을 지급하였어도 이는 정당한 업무취급이라고 주장하나, 이는 피고 은행의 독단적인 주장에 불과하고, 피고 은행이 예금청구인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한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② 소외 1이 평소 심부름을 해왔던 은행업무의 경우에는 그 거래액이 현금으로 수백만 원을 넘지 않았는데, 이 사건 불법행위시 소외 1이 인출한 금액은 미리 지급요청을 해야 할 정도로 거액이어서 대리인에게 쉽게 위임할 수 있는 범위 이상의 금액이었고, 그런 거액을 직원이 혼자서 현금으로 인출하여 간다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피고 은행 직원들은 원고 회사에게 위 인출에 대하여 확인하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점, ③ 5,000만 원 이상의 거액을 인출하는 경우, 본인에게 확인하는 것이 은행업무의 처리 관행임에도 불구하고 피고 은행은 이를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점(피고 은행은 위 관행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나, 피고 은행에서도 예금이 3,000만 원 이상 출금될 경우 책임자 두 사람의 결재를 받도록 하는 등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는 점에 비추어 금융전문기관인 피고 은행으로서는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나 경리담당직원에게 직접 원고 회사에게 예금인출의사가 있는지 여부 및 소외 1에게 거액을 인출할 대리권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④ 피고 은행의 직원인 이주연 등은 소외 1이 원고 회사를 대리할 권한이 없는 운전기사에 불과하다는 점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소외 1이 이 사건 예금 통장을 이용한 은행업무 심부름을 하여 왔다는 이유만으로 원고 회사에게 아무런 확인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이 사건 예금을 인출하여 준 점 등 피고 은행 직원들의 위와 같은 과실에 비추어 볼 때, 설령 피고 은행의 직원들이 소외 1에게 원고 회사를 대리하여 이 사건 예금을 인출할 권한이 있다고 믿었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이 믿은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

(2)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 주장

피고 은행은 예금통장의 소지자로서 신고된 인감을 날인하고 비밀번호를 기재한 지급청구서를 제출한 소외 1에게 예탁금을 지급한 것은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 유효하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이 사건 불법행위 당시 소외 1은 예금 인출에 필요한 원고 회사의 법인인감이 찍히고 비밀번호가 기재된 출금전표 및 예금통장을 소지하고 있었기는 하나 예금주의 이름이 틀렸으므로 이 사건 예금채권의 준점유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거니와 나아가 보건대,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는 변제자가 선의이며 과실이 없는 때에 한하여 그 효력이 있는 것인데( 민법 제470조 ),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은행 직원들이 소외 1을 원고 회사의 적법한 대리인이라고 믿고 그에게 이 사건 예금을 인출하여 준 것에 대하여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은행의 위 주장 또한 이유가 없다.

피고 은행은 다시, 이 사건 예금계약에 적용되는 예금거래기본약관에 의하면, "은행은 예금지급청구서, 증권 또는 신고서 등에 찍힌 인영 또는 서명을 신고한 인감 또는 서명과 육안으로 주의깊게 비교·대조하여 틀림없다고 여기고, 예금지급청구서 등에 적힌 비밀번호가 신고한 것과 같아서 예금을 지급하였거나 기타 거래처가 요구하는 업무를 처리하였을 때에는 인감이나 서명의 위조·변조 또는 도용이나 그 밖의 다른 사고로 인하여 거래처에 손해가 생겨도 그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되어 있으므로, 피고 은행은 소외 1에게 이 사건 예금을 인출하여 준 것에 대하여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위 약관조항의 취지가 은행업무상 요구되는 통상의 주의를 다하였더라면 정당한 예금청구인이 아님을 식별할 수 있는 것을 고의 또는 과실로 알지 못하고 권한 없는 자에게 지급했을 때까지도 무조건 그 지급이 유효하다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고, 피고 은행이 소외 1에게 이 사건 예금을 인출하여줌에 있어 통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 은행의 위 주장도 이유가 없다.

(3) 사용자책임에 의한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항변

(가) 피고 은행은, 원고 회사의 직원인 소외 1이 이 사건 예금 인출과 관련하여 원고 회사를 대리할 아무런 권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적법한 대리권이 있는 것처럼 절취한 이 사건 예금통장 등을 피고 은행에게 제출하여 이 사건 예금 인출금 명목으로 거액을 인출하여 피고 은행에게 위 인출금 상당의 손해를 입혔으므로, 원고 회사는 소외 1의 사용자로서 소외 1의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해 피고 은행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는바, 피고 은행의 원고 회사에 대한 위 손해배상채권과 원고 회사의 피고 은행에 대한 이 사건 예금채권을 대등액에서 상계한다고 주장한다.

(나)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이 때 '사무집행에 관하여'라는 뜻은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활동 내지 사무집행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여질 때에는 행위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이를 사무집행에 관하여 한 행위로 본다는 것이고,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집행에 관련된 것인지 여부는 피용자의 본래 직무와 불법행위의 관련 정도 및 사용자에게 손해발생에 대한 위험 창출과 방지조치 결여의 책임이 어느 정도 있는지를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9. 10. 8. 선고 99다30367 판결 참조).

살피건대, 소외 1이 이 사건 예금통장 등을 절취하여 아무런 권한 없이 이 사건 예금을 인출함으로써 피고 은행에게 인출금 상당의 손해를 끼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원고 회사의 직원으로서 오랜 기간 피고 은행과의 예금거래 업무 심부름을 하여 온 소외 1이 종전과 같은 방식으로 이 사건 예금을 인출하였고, 피고 은행도 종전의 관례에 따라 이 사건 예금을 인출하여 준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불법행위는 비록 원고 회사의 운전기사에 불과한 소외 1의 권한 외의 행위라고 하더라도 외형상 객관적으로 원고 회사의 사무집행 행위와 밀접하게 관련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 회사는 소외 1의 사용자로서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하여 피고 은행이 입게 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에 대하여 원고 회사는 이 사건 불법행위 당시 피고 은행 직원들의 과실을 고려하면, 피고 은행은 소외 1의 이 사건 불법행위가 원고 회사의 사무집행에 해당하지 않음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것이라 할 것이고, 그렇다면 피고 은행은 원고 회사에게 피용자인 소외 1의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한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주장하나, 이 경우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거래의 상대방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피용자의 행위가 그 직무권한 내에서 적법하게 행하여진 것이 아니라는 사정을 알 수 있었음에도 만연히 이를 직무권한 내의 행위라고 믿음으로써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에 현저히 위반하는 것으로서 거의 고의에 가까운 정도의 주의를 결여하고, 공평의 관점에서 상대방을 구태여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상태를 말하는데( 대법원 1999. 10. 8. 선고 99다30367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피고 은행의 과실은 원고 회사의 피고 은행에 대한 손해배상액의 산정에 있어 참작할 정도의 과실로 보일 뿐, 소외 1의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한 원고 회사의 사용자책임을 면책시킬 정도의 중대한 과실로는 보이지 않으므로 원고 회사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책임의 제한

한편, 소외 1이 이 사건 불법행위를 함에 있어서 피고 은행에게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제2의 나.(1)(나)항에 기재된 것과 같은 과실이 있고, 이러한 과실은 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의 발생 및 확대의 한 원인이 되었으므로, 원고 회사가 배상할 손해액을 정함에 있어서 이를 참작하기로 하여(원고 회사가 피해액의 상당부분을 회수한 점과 이 사건에 이르게 된 경위, 원고와 피고의 과실 정도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두루 참작한다.), 원고 회사의 피고 은행에 대한 책임을 50%로 제한한다.

(라) 손해배상의 범위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하여 피고 은행이 입은 손해는 소외 1이 인출한 3억 9,000만 원이나, 원고 회사가 소외 1로부터 그 중 1억 1,200만 원을 회수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실제로 피고 은행이 원고 회사에게 지급하여야 할 이 사건 예금액은 2억 7,800만 원이고, 따라서 원고 회사가 피고 은행에게 지급하여야 할 손해배상금은 1억 3,900만 원(2억 7,800만 원 × 50%)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이 된다.

(마) 상계로 인하여 소멸하는 범위

원고 회사의 이 사건 예금채권과 피고 은행의 원고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은 이 사건 불법행위시 상계적상에 있었고, 피고 은행이 2004. 5. 10.자 준비서면으로 상계의 의사표시를 하였음은 기록상 분명하므로, 양 채권은 이 사건 불법행위시인 2003. 11. 6. 대등액에서 소멸하였다. 따라서 원고 회사의 피고 은행에 대한 이 사건 예금채권은 1억 3,900만 원(= 2억 7,800만 원 - 1억 3,900만 원)이 남게 되었다.

(바) 소결론

따라서 피고 은행은 원고 회사에게 이 사건 예금채권 1억 3,9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2004. 1. 6.(이 사건 소장 부본의 송달로써 그 지급을 청구한 다음날, 원고 회사는 이 사건 불법행위일부터 연 5%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나 원고 회사가 이 사건 소제기 이전에 이 사건 예금채권의 지급을 청구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약정이자의 지급을 구하는 것으로 원고 회사의 청구를 선해한다고 하여도 이자 약정에 관한 아무런 주장·입증이 없으므로, 이 부분 원고 회사의 청구는 이유가 없다.)부터 2004. 8. 20.(피고 은행이 이 사건 예금채권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판결 선고일)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인 2004. 8. 21.부터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에 따라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 회사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가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가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한다.

판사 신성기(재판장) 이승규 김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