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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법 1998. 5. 29. 선고 97가합32678 판결 : 항소

[표장등사용중지 ][하집1998-1, 246]

판시사항

[1] 진정상품을 병행수입하여 이를 판매하는 행위가 상표권자나 전용사용권자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2] 병행수입업자가 당해 진정상품 생산업체의 영업표지를 사용할 수 있는 범위

[3] 병행수입업자가 국내에 널리 인식된 진정상품의 생산업체의 표장을 당해 상품을 수입하여 판매하는 매장의 내·외부 간판, 포장지, 쇼핑백, 명함 등에 사용한 경우,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 소정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4] 국내의 독점적 수입·판매대리점업자가 상표권이나 전용사용권이 없는 경우에도 법원에 부정경쟁행위의 금지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오늘날 국제적인 추세는 상표권에 관한 속지주의의 예외를 인정하여 일정한 조건하에서 진정상품의 병행수입을 대부분 허용하고 있고, 우리 나라의 경우에도 1995. 11. 3. 관세청고시 제1995-943호 '지적재산권보호를 위한 수출입통관사무처리규정'을 통하여 국내외 상표권자가 동일인이거나 계열회사 관계, 수입대리점 관계 등이 있어 동일인으로 볼 수 있는 경우 등에는 진정상품의 병행수입을 허용하도록 하고 있고, 통산산업부 고시 제1996-62호 '지적재산권관련 불공정 수출입행위의 유형' 및 공정거래위원회 1997. 7. 15. 고시 '병행수입에 있어서의 불공정거래행위 유형에 관한 고시' 등을 통하여 부당하게 병행수입을 저지하는 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진정상품을 병행수입하여 이를 판매하는 행위 그 자체는 상표권자나 전용사용권자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2] 국내에 널리 알려진 타인의 상호, 표장 등을 부정하게 사용하는 등의 부정경쟁행위를 방지하여 건전한 거래질서를 유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부정경쟁방지법의 입법취지 등을 종합하여 볼 때, 병행수입업자의 제한 없는 상호, 표장 등 영업표지의 사용행위는 어느 정도 규제되어야 마땅하다고 할 것이고, 결국 병행수입업자가 당해 상품 생산업체의 영업표지를 사용할 수 있는 한계는 '진정상품 그 자체를 가지고 하는 것과 동일시 할 수 있는 방법에 의한 사용행위' 또는 '병행수입품의 광고에 상품 생산업체의 영업표지를 기술적·설명적으로 표기하는 정도의 사용행위' 등과 같이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만 이를 사용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3] 병행수입업자가 국내에 널리 인식된 진정상품의 생산업체의 표장을 당해 상품을 수입하여 판매하는 매장의 내·외부 간판, 포장지, 쇼핑백, 명함 등에 사용하는 행위는 일반 소비자로 하여금 위 매장을 그 상품 생산업체의 공인대리점 혹은 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매장으로 오인·혼동을 불러 일으키게 할 우려가 있는 행위로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 소정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4] 부정경쟁방지법상 금지청구를 할 수 있는 자는 '타인의 부정경쟁행위로 인하여 자신의 영업상의 이익이 침해되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이므로, 국내의 독점적인 수입·판매대리점업자에게 비록 상표권이나 전용사용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부정경쟁행위로 인하여 영업상의 이익을 침해당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그 행위의 금지를 청구할 원고적격이 있다.

원고

버어베리스 리미티드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주성민 외 4인)

피고

주식회사 이엠이씨 외 3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우창록 외 4인)

주문

1. 피고 주식회사 이엠이씨, 이영희, 김옥숙은,

가. 별지 목록 표시 각 표장을 선전 광고물, 명함, 포장지, 쇼핑백 또는 내·외부 간판에 사용하여서는 아니되고,

나. 피고들의 사무소, 공장, 창고, 영업소, 매장에 보관 또는 전시되어 있는 위 제1항 기재 선전 광고물, 명함, 포장지 및 쇼핑백의 완제품과 반제품, 내·외부 간판을 각 폐기하라.

2. 원고들의 피고 오욱진에 대한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원고들과 피고 주식회사 이엠이씨, 이영희, 김옥숙 사이에 생긴 부분은 위 피고들의 부담으로 하고, 원고들과 피고 오욱진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주문 제1항과 같은 판결 및 피고 오욱진은 별지 목록 표시 각 표장을 선전 광고물, 명함, 포장지, 쇼핑백 또는 내·외부 간판 등에 사용하여서는 아니된다. 피고 오욱진은 그의 사무소, 공장, 창고, 영업소, 매장에 보관 또는 전시되어 있는 위 선전광고물, 명함, 포장지 및 쇼핑백의 완제품과 반제품, 내·외부 간판을 각 폐기하라는 판결

이유

1. 본안전 항변에 대한 판단

국내에 널리 인식된 원고 버어베리스 리미티드(BURBERRYS LIMITED, 이하 원고 버어베리스라 한다)의 표장 등을 무단으로 간판, 포장지, 쇼핑백 등에 사용하는 피고들의 행위가 일반 소비자들로 하여금 부정경쟁방지법 소정의 영업주체에 관하여 오인·혼동을 야기하는 행위에 해당함을 이유로 그 침해의 금지 및 예방을 구하는 원고들의 이 사건 소에 대하여, 피고 김옥숙은, 이 사건 소송계속중 자신이 그 동안 운영하던 매장을 폐업하였으므로, 위 피고에 대한 청구는 소의 이익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 김옥숙이 매장을 폐업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이에 부합하는 증인 박효근의 증언은 믿을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며, 가사 위 주장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위 피고가 이 사건 소제기 이후에서야 비로소 매장을 폐업하였음은 그 주장 자체에 의하여 분명한바, 폐업 전의 피고 김옥숙의 위 매장 영업행위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면 원고들이 구하고 있는 바와 같이 위 피고는 여전히 부정경쟁행위로 인하여 조성한 물건 등을 폐기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고, 또한 위 피고가 그 동안 매장 영업을 계속하여 온 사정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들은 앞으로도 위 피고의 부정경쟁행위로 인하여 영업상 이익을 침해당할 우려가 충분히 있다고 보여지므로, 위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소는 소의 이익이 있어 적법하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본안에 대한 판단

가. 피고 주식회사 이엠이씨, 이영희, 김옥숙에 대한 청구 부분

(1) 인정 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 내지 갑 제20호증의 1, 2, 갑 제23, 27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증인 이종규, 박효근의 각 증언(다만 증인 박효근의 증언 중 아래에서 믿지 아니하는 부분 제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증인 박효근의 일부 증언은 믿지 아니하며, 달리 반증이 없다.

(가) 원고 버어베리스는 1856년 토마스 버어베리에 의해 설립되어 의류를 생산·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한 이래 정장, 셔츠 등 고급 의류 및 핸드백, 가죽제품 등을 제조·판매하는 회사로 성장하였고, 1920년 영국에서 처음 'BURBERRYS'라는 문자상표를 등록한 이후 현재 전세계 약 123개국에서 1154개의 등록상표를 보유하고 있으며, 별지 목록 표시 각 표장(이하 이 사건 각 표장이라 한다)은 원고 버어베리스가 그 영업을 위하여 주로 사용하는 대표적인 표장들이다.

(나) 한편, 국내의 경우 원고 버어베리스는 1977. 9. 28. 양복, 오버코트, 레인코트, 와이셔츠, 셔츠 등을 지정상품(1988. 11. 10. 예복, 신사복, 양복바지, 스커트, 아동복, 재킷, 반코트, 스웨터 등을 지정상품으로 추가하였다)으로 하여 이 사건 각 표장의 영문자와 그 필체가 비슷한 영문자 'BURBERRYS'를 위에 배치하고 그 아래에 방패와 깃발 달린 창을 든 기사가 말을 타고 도약하는 듯한 모습을 형상화한 도형을 결합한 표장을 특허청 등록번호 제50439호로 상표등록하고, 1980. 2. 7. 모발탈색제, 헤어스프레이, 염모제 등을 지정상품으로 하여 고딕체형의 영문자 'BURBERRYS'의 문자표장을 특허청 등록번호 제67965호로 상표등록한 것을 비롯하여 총 21개의 등록상표를 보유하고 있다.

(다) 원고 유로통상 주식회사(이하 원고 유로통상이라 한다)는 1986. 12.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원고 버어베리스와 독점적인 수입·판매대리점 계약을 체결하여 원고 버어베리스로부터 그 상호, 표장 등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다음 상품을 공급받아, 전국적으로 면세점에 17개, 일반 백화점 등에 35개의 매장을 개설하여 원고 버어베리스의 제품을 판매하여 왔고, 그 동안 대대적인 광고, 판촉활동을 전개하여 1996년에는 금 330,000,000원 상당의 광고비를 지출하였으며, 1988년 특허청에서 발행한 '외국 상표 자료집'에 원고 버어베리스의 상표가 저명상표로, 그리고 1997년 특허청에서 발행한 '주로 도용되는 국내·외상표집'에 원고 버어베리스의 이 사건 각 표장 등이 가장 자주 도용되는 외국의 저명상표 중의 하나로 각 기재되어 있고, 원고 버어베리스의 제품은 위와 같은 전국적인 매장을 통한 꾸준한 판매로 국내에서는 고급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형성하여 왔다.

(라) 한편, 피고 주식회사 이엠이씨(이하 피고 이엠이씨라 한다)는 1996년경부터 원고 버어베리스의 본사가 있는 영국 등에서 직접 원고 버어베리스가 생산한 제품(진정상품)을 수입하여(소위 '병행수입') 서울 강남구 삼성동 52의 167 소재 영림빌딩에서 직접 판매하거나 대리점을 모집하여 수입 제품을 공급하여 왔고, 피고 이영희는 대구 중구 대봉동에서, 그리고 피고 김옥숙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각각 피고 이엠이씨(이하 피고 이엠이씨, 이영희, 김옥숙을 '위 피고들'이라 약칭한다)와 대리점계약을 체결한 다음 그로부터 원고 버어베리스의 제품을 공급받아 판매하여 왔다.

(마) 그런데 위 피고들은 원고 버어베리스의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광고 차원에서 매장 전면의 간판에 이 사건 제1 내지 6 표장과 거의 동일한 표장을 부착하여 사용하고 있고, 매장 내부의 벽에도 이 사건 각 표장과 동일한 표장을 붙이거나 그러한 표장이 부착된 포스터나 선전 광고물을 붙여 영업하고 있으며, 매장에서 사용하는 포장지나 쇼핑백, 심지어는 명함에까지 이 사건 각 표장을 사용하고 있다.

(바) 위 피고들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매장의 실내장식이나 상품의 진열방식 등까지 원고 유로통상이 원고 버어베리스와 협의하여 사용하고 있는 방식을 모방하여 그 공인대리점과 비슷한 분위기를 자아내도록 하고 있다.

(사) 한편, 피고 이엠이씨는 원고 버어베리스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광고사진을 무단 사용하여 잡지에 선전 광고용으로 게재하여 오다가, 원고 버어베리스의 신청으로 1997. 10. 1. 서울지방법원으로부터 위 사진저작물의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가처분(97카합2513호)을 받기도 하였다.

(2)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들은, 원고 버어베리스의 진정상품을 병행수입하여 판매하고 있는 위 피고들이 원고 버어베리스의 주지된 영업표지인 이 사건 각 표장을 간판, 포장지, 쇼핑백, 명함 등에 사용하는 행위는 일반 소비자들로 하여금 위 피고들의 매장이 원고 버어베리스의 공인대리점이거나 라이센스계약 등 어떤 방식으로든지 원고 버어베리스와 관련이 있는 대리점이라는 인상을 주어 부정경쟁방지법 소정의 영업주체에 오인·혼동을 야기하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그 침해의 금지 또는 예방을 구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위 피고들은, 오늘날 진정상품의 병행수입이 제한적으로나마 허용되고 있는 이상 병행수입품에 대한 선전, 광고 차원에서 그 표장을 사용하는 것은 허용되어야 할 것이므로 이를 부정경쟁방지법 소정의 영업주체에 관하여 오인·혼동을 초래하는 행위로 규제함은 타당하지 않고, 또한 원고들이 원고 버어베리스의 '영업표지'라고 주장하는 이 사건 각 표장은 상품의 출처를 나타내는 상표일 뿐 부정경쟁방지법 소정의 식별력 있는 영업표지가 아니고 더구나 '주지성'을 갖추지 못하였으며, 위 피고들의 매장은 간판이나 내부장식이 원고 유로통상의 그것과 전혀 달라 일반 소비자들로 하여금 영업주체에 관하여 오인·혼동을 불러 일으킬 우려가 없다고 주장한다.

(3) 이 사건의 쟁점

오늘날 국제적인 추세는 상표권에 관한 속지주의의 예외를 인정하여 일정한 조건하에서 진정상품의 병행수입을 대부분 허용하고 있고, 우리 나라의 경우에도 1995. 11. 3. 관세청고시 제1995-943호 '지적재산권보호를 위한 수출입통관사무처리규정'을 통하여 국내외 상표권자가 동일인이거나 계열회사 관계, 수입대리점 관계 등이 있어 동일인으로 볼 수 있는 경우 등에는 진정상품의 병행수입을 허용하도록 하고 있고, 통산산업부 고시 제1996-62호 '지적재산권관련 불공정 수출입행위의 유형' 및 공정거래위원회 1997. 7. 15. 고시 '병행수입에 있어서의 불공정거래행위 유형에 관한 고시' 등을 통하여 부당하게 병행수입을 저지하는 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하여 현재 진정상품을 병행수입하여 이를 판매하는 행위 그 자체는 상표권자나 전용사용권자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 운용되고 있다.

그런데 병행수입업자가 그 진정상품을 병행수입하여 판매하는 데서 더 나아가 그 상품 생산업체의 상호나 표장 등 영업표지를 사용하여 '광고, 선전행위' 등을 하는 경우, 위와 같은 행위는 아무런 제한 없이 허용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이를 상표권 침해행위 혹은 부정경쟁방지법 소정의 영업주체에 오인·혼동을 초래하는 행위로 해석하여 규제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이 사건의 쟁점이다.

(4) 병행수입업자가 상품 생산업체의 영업표지를 사용할 수 있는 한계

살피건대, 병행수입업자가 그 상품 생산업체로부터 상호나 표장 등 영업표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병행수입업자로 하여금 아무런 제한 없이 영업표지를 사용하여 광고, 선전행위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상품 생산업체나 그로부터 영업표지 등의 사용을 허락받은 수입·판매대리점 등이 그 동안 많은 투자와 관리를 통하여 형성하여 온 영업상의 신용(Goodwill)을 훼손하게 할 우려가 있는 반면 병행수입업자에게는 그 상품 생산업체의 영업상 신용에 편승하여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게 하는 것이라 할 것이고, 더욱이 일반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그 의사에 반하여 원하지 아니한 곳에서, 즉 상품 생산업체나 그 공인대리점 등에서 상품을 구입하려고 하였으나 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병행수입업체에서 상품을 구입하게 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당해 상품의 상표나 영업표지가 주지저명한 것일 때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 및 국내에 널리 알려진 타인의 상호, 표장 등을 부정하게 사용하는 등의 부정경쟁행위를 방지하여 건전한 거래질서를 유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부정경쟁방지법의 입법취지 등을 종합하여 볼 때 병행수입업자의 제한 없는 상호, 표장 등 영업표지의 사용행위는 어느 정도 규제되어야 마땅하다고 판단되는바, 결국 앞서 본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병행수입업자가 당해 상품 생산업체의 영업표지를 사용할 수 있는 한계는 '진정상품 그 자체를 가지고 하는 것과 동일시 할 수 있는 방법에 의한 사용행위' 또는 '병행수입품의 광고에 상품 생산업체의 영업표지를 기술적·설명적으로 표기하는 정도의 사용행위' 등과 같이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만 이를 사용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5) 판 단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각 표장은 원고 버어베리스의 영업표지로서 국내에 널리 인식되었다고 할 것이고, 위 피고들이 앞서 본 바와 같은 사용 한도를 넘어서 내·외부 간판, 포장지, 쇼핑백, 명함에까지 원고 버어베리스의 이 사건 각 표장을 사용하는 행위는 일반 소비자로 하여금 위 피고들의 매장을 원고 버어베리스의 공인대리점 혹은 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매장으로 오인·혼동을 불러 일으키게 할 우려가 있는 행위로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 소정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위 피고들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각 표장은 상표일 뿐 식별력 있는 영업표지가 아니라고 주장하나, '상표'라고 하여 주지의 '영업표지'가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따라서 위 피고들은 이 사건 각 표장을 선전 광고물, 명함, 포장지, 쇼핑백 또는 내·외부 간판에 사용하여서는 아니되고, 피고들의 사무소, 공장, 창고, 영업소, 매장에 보관 또는 전시되어 있는 위 선전 광고물, 명함, 포장지 및 쇼핑백의 완제품과 반제품, 내·외부 간판을 각 폐기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위 피고들은, 원고 유로통상은 원고 버어베리스의 상표에 대한 상표권자나 전용사용권자도 아니므로 위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고 주장하나, 부정경쟁방지법상 금지청구를 할 수 있는 자는 '타인의 부정경쟁행위로 인하여 자신의 영업상의 이익이 침해되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이므로,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 유로통상이 원고 버어베리스와 국내에서 독점적으로 원고 버어베리스의 상품을 수입, 판매할 수 있는 대리점계약을 체결하여 그 표장을 사용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이상 위 피고들의 위와 같은 부정경쟁행위로 인하여 영업상 이익을 침해당할 우려가 있어 피고들에게 그 행위의 금지를 청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6) 위 피고들의 기타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위 피고들은, 일반 소비자들이 원고 유로통상의 매장과 위 피고들의 매장을 오인·혼동할 것을 우려하여 1997년경부터 광고나 간판 등에 'House of England'라는 표장을 사용하고 있고, 최근에 낸 광고에는 피고 이엠이씨가 병행수입업체라는 사실을 명시하고 있으며, 광고를 함에 있어 원고 버어베리스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사진 등을 사용하지 않고 피고 이엠이씨가 직접 제작한 광고, 선전용 사진을 사용하고 있으며, 매장에 '영국으로부터 직수입하는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이라는 명판을 붙이고 있으므로, 일반 소비자들로 하여금 영업주체에 관하여 오인·혼동을 불러 일으킬 우려가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을 제3호증의 1, 2, 을 제4호증, 을 제5호증의 1, 2, 을 제9호증의 1 내지 을 제11호증 2의 각 기재 및 영상, 증인 박효근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위 피고들이 최근 광고나 간판 등에 영문자 'House of England'라는 표장을 사용하면서 취급하고 있는 상품이 피고 이엠이씨가 병행수입한 상품임을 표시하는 취지의 문구를 사용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으나,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일반 소비자들이 영업주체에 관하여 오인·혼동을 불러 일으킬 우려가 없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위 증거에 의하면 위 피고들은 위 'House of England'라는 표장 이외에 여전히 원고 버어베리스의 이 사건 각 표장도 함께 표기하여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므로, 위 피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위 피고들은 또, 병행수입이 허용된다는 것은 병행수입업자가 진정상품의 판매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상표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나아가 상표권자는 병행수입업자로부터 상표사용의 범위와 조건에 관하여 협상 제안이 있을 경우 이에 응하여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데, 원고들은 이 사건 각 표장의 사용과 관련한 위 피고들의 합리적인 제안과 노력을 무시하고 위 피고들의 병행수입품에 대한 광고, 선전행위를 봉쇄함으로써 병행수입행위 그 자체를 막기 위하여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는바, 이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 버어베리스에게 위 주장과 같은 의무가 있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고, 또한 원고들의 이 사건 권리행사가 위 피고들에게 오로지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것으로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이라고 볼 자료도 없으므로, 위 피고들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나. 피고 오욱진에 대한 청구 부분

원고들은, 피고 오욱진이 피고 이엠이씨와 대리점계약을 체결하여 병행수입된 원고 버어베리스의 진정상품을 판매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피고 오욱진이 원고 버어베리스의 주지된 영업표지인 이 사건 각 표장을 간판, 포장지, 쇼핑백, 명함 등에 사용하는 행위는 일반 소비자들로 하여금 부정경쟁방지법 소정의 영업주체에 관하여 오인·혼동을 야기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그 침해의 금지 또는 예방을 구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 오욱진이 병행수입된 원고 버어베리스의 진정상품을 판매하고 있음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고, 오히려 증인 이종규의 증언에 의하면 피고 오욱진의 처인 소외 김승희가 위와 같은 영업을 하고 있음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피고 주식회사 이엠이씨, 이영희, 김옥숙은 이 사건 각 표장을 선전 광고물, 명함, 포장지, 쇼핑백 또는 내·외부 간판에 사용하여서는 아니되고, 피고들의 사무소, 공장, 창고, 영업소, 매장에 보관 또는 전시되어 있는 위 선전 광고물, 명함, 포장지 및 쇼핑백의 완제품과 반제품, 내·외부 간판을 각 폐기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들의 위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피고 오욱진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흥기(재판장) 구회근 한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