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은닉교사,범인도피교사
2014노3657 범인은닉교사, 범인도피교사
A
검사
정순신(기소), 장인호(공판)
법무법인 B
담당변호사 AG, C, AH
인천지방법원 2014. 11. 12. 선고 2014고합521 판결
2015. 5. 8,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1. 항소이유
가. U에 대한 범인은닉교사 범인은닉죄가 국가의 형사사법의 작용을 방해하는 결과가 초래될 것까지 요구되지 않는 추상적 위험범인 점을 고려하면, 범인은닉 사범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본범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전하고 그 은신처를 청소하는 등의 행위를 하였다면 본범이 해당 은신처로 이동을 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범인은닉의 실행행위에 이른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U의 행위는 범인은닉죄의 실행행위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므로, 원심이 이와 달리 실행행위에 이르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은 위법하다.
나. W에 대한 범인도피교사
피고인이 이 사건 이전에 I을 직접 은신처로 데려가는 등으로 도피를 시켰다 하더라도, 이후 에게 검찰의 수사상황, 계열사 운영 현황, L 내부 동향 등을 알리기 위하여 편지를 전달한 행위는 그 전의 범행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도피 행위이다. W의 경우
도, 평소 의 거처인 M 2층에서 I의 식사수발을 담당하는 일을 하였고, 이 도피 중일 때도 은신처를 왕래하면서 식사수발 등의 허드렛일을 도와주는 방법으로 I을 도피시키는 역할을 해오던 인물이기는 하나, 피고인의 이 사건 지시를 받고서야 비로소 검찰 수사상황 등의 정보를 I에게 알려 주는 등 고차원적인 범인도피 임무를 맡게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W의 새로운 범행을 작출하는 행위로서 교사범에 해당한다 할 것임에도 원심이 이와 달리 판단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위법하다.
2. 판단
가. U에 대한 범인은닉교사 부분에 관한 판단
형벌조항 해석의 원칙이기도 하거니와 범인은닉죄의 성립에는 형사사법의 기능을 방해하는 결과의 발생을 요하지 않고 그 가능성만 있어도 충분하다는 법리를 염두에 두면, 범인은닉죄의 핵심 구성요건 행위인 '은닉'의 의미를 해석하고 구체적 사실관계에 적용함에 있어서는 '은닉'의 문언적 의미의 외연을 부당하게 확장하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은닉'의 사전적 의미는 '장소를 제공하여 사람 또는 물건 등을 감추어 주는 것'을 말하고 일반적으로도 그렇게 이해되고 있다. 학계의 통설적 견해도, 범인은닉이란 수사기관의 발견, 체포를 면하게 하려고 장소를 제공하여 범인을 감추어 주는 것을 뜻한다는 것이고, 나아가 범인을 감추어 준다고 할 수 있기 위해서는 범인이 현실로 그 장소에서 일정시간을 경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법원도, 범인은닉죄에,서 '은닉'은 죄를 범한 자임을 인식하면서 장소를 제공하여 체포를 면하게 하는 것이라고 밝혀 (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2도3332 판결 등 참조) 동일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년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태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성되는 사실관게에 따르면, ① 피고인이 U에게 U의 별장을 1의 은신처로 제공하여 줄 것을 부탁하였는데 ② U이 그 부탁을 받아들여 별장 제공을 약속하였고, 그 후 스스로 별장을 청소까지 하였으나 ③ 피고인의 제의를 받은 이 정작 위 별장이 사람들에게 알려진 곳이어서 위험하므로 가지 않겠다고 거절하여, 이 실제 위 별장으로 이동하여 은신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앞서의 법리에 비추어 보면, U의 위와 같은 행위는, 원심이 적절히 평가하고 있는 바처럼, 본범인 에게 은닉 장소를 제공하기 위한 준비행위에 머무른 것으로 보일 뿐이고(U으로서는 은신처 제공 준비 이후에도 범인은닉의 실행에 착수하기 전까지 언제나 자신의 장소제공의사를 철회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평가는 더욱 자연스럽다), 교사범 성립의 요건으로서 '범인은닉죄를 실행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결국 U의 행위가 범인은닉죄를 실행한 것임을 전제로 한 검사의 공소는 받아들일 수 없고, 우리 형법이 범인은닉죄의 미수는 물론 예비· 음모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부분적으로 이와 달리 평가할 여지도 없다. 따라서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검사가 지적하는 위법은 없다(기록에서 알 수 있는 사실관계에 따르면, 피고인과 U은 교사범과 정범의 관계보다는 상호 의사 연락 및 역할 분담에 기초한 범인은닉죄의 공동정범 관계에 있었다고 보이는데, 피고인과 I의 친족관계를 고려하면 이 점에서도 검사의 공소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면이 있다).
나. W에 대한 범인도피교사 부분에 관한 판단
형법 제151조 소정의 범인도피죄에서 '도파하게 하는 행위'는 은닉 이외의 방법으로 범인에 대한 수사, 재판 및 형의 집행 등 형사사법의 작용을 곤란 또는 불가능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그 수단과 방법에는 어떠한 제한이 없다(대법원 2003. 2. 14. 선고 2002도5374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범인도피죄는 범인을 도피하게 함으로써 기수에 이르지만, 범인도피행위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범죄 행위도 계속되고 행위가 끝날 때 비로소 범죄행위가 종료된다(대법원 1995, 9. 5. 선고 95도577 판결, 대법원 2012. 8. 30. 선고 2012도6027 판결 참조).
원심은, 피고인과 W은 이 사건 편지의 전달 이전부터 다른 도피 조력자들과 함께 또는 그 역할을 분담하여 이 탑승한 차량의 운전, 은신처의 물색, 연락수단의 준비, 소지품의 운반, 의식주의 제공 등 I의 도피를 위한 일련의 행위를 공동정범으로서 함께 실행하였는바, 피고인의 W을 통한 이 사건 편지 전달 행위는 연속된 피고인의 다른 범인도피행위와 그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서 교사범이 아닌 정범으로서의 행위로 보아야 하고, 그럴 경우 형법 제151조 제2항에 의하여 피고인의 행위를 범인도피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검사의 항소이유를 염두에 두면서 기록을 면밀히 검토하여 보면, 먼저 원심의 위와 같은 평가는 적법한 사실인정에 기초한 것이다. 나아가 L 내에서 I, 피고인, W의 평소 관계나 역할 등에 비추어 보면 1의 도피를 돕기 위한 과정에서 W이 피고인의 지시 또는 부탁을 그 내용에 따라 선별하여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어 보이고, 이 사건 편지 전달행위가 과연 I의 도피 의사를 더욱 강고하게 하였다거나 도피를 좀 더 효율적으로 만든 계기가 되었다는 등 I을 도피하게 했던 기존의 방법과는 확연히 구별된다고 볼 특별한 사정도 없는 점 등까지 아울러 고려하면 원심의 평가 내용 또한 정당하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바의 위법은 없다.
3. 결론
검사의 이 사건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판사김상환
판사김성수
판사김상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