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대법원 2000. 3. 23. 선고 99다64049 판결

[미수이자금][공2000.5.15.(106),1028]

판시사항

[1]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의 성립 요건

[2] 갑이 자신이 최대주주이던 A 금융회사로 하여금 실질상 자신 소유인 B 회사에 부실대출을 하도록 개입하였다고 판단한 A 금융회사의 새로운 경영진이 갑에게 위 대출금채무를 연대보증하지 않으면 갑 소유의 C 회사에 대한 어음대출금을 회수하여 부도를 내겠다고 위협하여 갑이 법적 책임 없는 위 대출금채무를 연대보증한 경우,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라고 하려면 상대방이 불법으로 어떤 해악을 고지함으로 말미암아 공포를 느끼고 의사표시를 한 것이어야 하는바, 여기서 어떤 해악을 고지하는 강박행위가 위법하다고 하기 위하여는, 강박행위 당시의 거래관념과 제반 사정에 비추어 해악의 고지로써 추구하는 이익이 정당하지 아니하거나 강박의 수단으로 상대방에게 고지하는 해악의 내용이 법질서에 위배된 경우 또는 어떤 해악의 고지가 거래관념상 그 해악의 고지로써 추구하는 이익의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부적당한 경우 등에 해당하여야 한다.

[2] 갑이 자신이 최대주주이던 A 금융회사로 하여금 실질상 자신 소유인 B 회사에 부실대출을 하도록 개입하였다고 판단한 A 금융회사의 새로운 경영진이 갑에게 위 대출금채무를 연대보증하지 않으면 갑 소유의 C 회사에 대한 어음대출금을 회수하여 부도를 내겠다고 위협하여 갑이 법적 책임 없는 위 대출금채무를 연대보증한 경우,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원고,상고인

파산자 청솔종합금융 주식회사 파산관재인 소외 1 (소송대리인 변호사 장시일)

피고,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인 담당변호사 이영범 외 4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결에서 채용하고 있는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가 1995. 3. 27. 제1심 공동피고 원산업 주식회사(이하 '원산업'라고 한다)가 1992. 12. 22. 충북투자금융 주식회사(1996. 6. 26. '청솔종합금융 주식회사'로 상호변경되고, 1998. 11. 11. 청주지방법원에서 파산선고를 받았다. 이하 '원고 회사'라고 한다)와 사이에 체결한 어음거래약정에 기하여 원고 회사에 대하여 부담하는 모든 채무를 연대보증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나아가 그 연대보증 경위에 관하여 아래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원산업는 소외 2가 폐기물 소각로 등 기계의 제작 및 판매 등을 사업의 목적으로 하여 설립한 회사로서 원고 회사와 사이에 위 어음거래약정을 체결한 1992년 12월경 당시 원심 공동피고 2가 그 대표이사, 같은 원심 공동피고 3이 이사로 각 재직하였으며, 그 총주식 10,000주 중 소외 2가 5,000주, 소외 9가 2,000주, 소외 10, 소외 11이 각 1,500주를 소유하고 있었다.

원고 회사는 원산업가 환경산업분야에서 성장할 가능성이 많은 유망한 중소기업으로 1년 내에 흑자 경영이 가능하다고 평가하여 위 어음거래약정을 체결하고, 당일 위 원심 공동피고 2, 원심 공동피고 3과 소외 2가 연대보증을 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 회사는 원산업에게 운영자금을 대출하였는데 그 합계 금액이 약 금 18억 원에 이르렀을 무렵 폐기물 소각로 사업의 불황으로 원산업로부터의 대출금 상환이 어렵게 되자 약정 한도 금액인 금 40억 원까지는 대출 여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 회사는 원산업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여 원산업는 1993년 8월경 부도에 이르렀다.

원고 회사는 그 총주식 3,000,000주 중 피고와 그 아들들이 총 504,567주를 소유함으로써 피고가 최대주주이었는데, 1994. 12. 7. 피고가 위 주식을 덕산그룹 계열회사들에게 매도하고 원고 회사의 대주주로서의 경영권을 인계하는 내용의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덕산그룹 계열회사들의 요구로 당시까지 피고가 대주주로 있는 주식회사 청방을 비롯한 8개 청방그룹 계열회사들이 원고 회사에 대하여 부담하고 있던 금 457억 여 원 상당의 대출금 상환채무를 피고가 개인적으로 분할 변제하기로 하는 내용의 여신상환약정을 하였으나, 당시 원산업의 원고 회사에 대한 위 대출금 상환채무에 관하여는 위 여신상환약정 내용에 포함하지 아니하였다.

한편, 피고로부터 원고 회사의 주식과 경영권을 양수한 덕산그룹 계열회사들이 1995. 1. 5.부터 원고 회사를 운영하다가 1995. 2. 25. 부도를 내자 재정경제원의 지시로 신용관리기금이 관리단을 원고 회사에 파견하여 원고 회사의 재산상태 실사 및 그에 따른 대책을 강구하던 중 관리단 직원인 소외 3은 피고가 관련 법규정을 위반하여 여신한도를 초과하여 청방그룹 계열회사들에게 대출을 하여 원고 회사를 부실하게 한 사실을 발견하고 피고를 검찰에 고발하고, 또한 원고 회사의 원산업에 대한 부실대출이 피고의 소개로 이루어진 사실을 발견하고 원고 회사 경영진과 고문인 소외 4를 통하여 피고에게 원산업의 원고 회사에 대한 대출금 상환채무에 대하여 물적 담보를 제공함과 아울러 피고 개인적으로 연대보증을 할 것을 요구하면서 이에 응하지 아니하면 청방그룹 계열회사들이 원고 회사로부터 할인하여 간 어음들의 기간을 연장하여 주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원고 회사가 소지하고 있는 청방그룹 계열회사들 발행의 당좌수표 및 어음을 모두 교환에 돌려 부도내겠다고 위협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산업는 피고나 청방그룹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원산업에 대한 대출은 당시 원고 회사의 경영진이 결정한 것이므로 피고가 책임질 이유가 없다고 하면서 이를 거절하였으나, 계속하여 소외 4로 하여금 피고에게 관리단의 요구대로 피고가 연대보증을 하고 담보를 제공하는 것이 청방그룹 계열회사들이 원고 회사에 의하여 총여신을 모두 회수당하여 부도나는 것보다 훨씬 가볍다는 점과 피고나 청방그룹 계열회사들이 원고 회사에 대한 대출채무를 일시에 상환할 능력이 없다는 점을 내세워 설득하도록 하고, 나아가 1995. 3. 26. 원고 회사의 관리인인 소외 5가 청방그룹 계열회사들이 발행한 액면 합계 약 금 7억 원의 어음들을 일단 은행에 교환을 돌려놓고 그 다음날 은행 마감 직전인 15:00경 소외 3이 주식회사 청방의 소외 6 회장과 소외 7 사장 및 소외 8 부장에게 피고가 위 연대보증을 서지 아니하면 위 어음을 모두 부도내겠다고 협박하였는데, 소외 6을 통하여 이를 알게 된 피고는 청방그룹 계열회사들의 부도를 막는 유일한 방법은 관리단의 압력에 굴복하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이 사건 연대보증을 하게 되었다.

나. 원심은 위 인정 사실을 기초로, 원산업는 피고가 대주주 겸 회장인 청방그룹의 계열회사가 아니어서 피고가 원산업를 위하여 연대보증을 하여야 할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고, 원산업가 부도난지 1년 6개월이 지난 후에야 원고 회사에 대한 기존 대출금의 상환채무에 대하여 사후 연대보증을 하게 되었으며, 당시 피고가 청방그룹 계열회사들의 부도를 막을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은 원산업의 원고 회사에 대한 대출금 상환채무에 대하여 사후 연대보증을 하는 것이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청방그룹 계열회사들의 부도라는 불이익을 가하겠다는 소외 3의 강박에 의하여 외포된 상태에서 이 사건 연대보증을 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한 다음, 피고의 1998. 4. 13.자(원심판결의 1997. 4. 13.자라는 기재는 오기로 보인다.) 준비서면의 진술에 의하여 이 사건 연대보증의 의사표시는 취소되었다는 피고의 위 항변을 받아들여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연대보증에 기하여 보증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배척하고 있다.

2.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라고 하려면 상대방이 불법으로 어떤 해악을 고지함으로 말미암아 공포를 느끼고 의사표시를 한 것이어야 하는바 (대법원 1979. 1. 16. 선고 78다1968 판결, 1996. 4. 26. 선고 94다34432 판결 참조), 여기서 어떤 해악을 고지하는 강박행위가 위법하다고 하기 위하여는 강박행위 당시의 거래관념과 제반 사정에 비추어 해악의 고지로써 추구하는 이익이 정당하지 아니하거나 강박의 수단으로 상대방에게 고지하는 해악의 내용이 법질서에 위배된 경우 또는 어떤 해악의 고지가 거래관념상 그 해악의 고지로써 추구하는 이익의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부적당한 경우 등에 해당하여야 할 것이다 .

가.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원고 회사와 원산업의 어음거래약정 체결 당시인 1992년 12월 무렵 원산업의 주주명부상으로 원산업의 총주식을 소외 2가 5,000주, 소외 9가 2,000주, 소외 10이 1,500주, 소외 11이 1,500주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실제로는 소외 2가 40%, 피고의 사돈인 원심 공동피고 2가 10%, 피고의 처인 소외 12가 30%, 소외 13이 20%의 비율로 소유하고 있었음을 엿볼 수 있고(기록 168면), 원심 공동피고 3은 원래 피고가 경영하는 주식회사 청방의 직원이었는데 피고의 지시에 의하여 원산업의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원산업와 원고 회사 사이의 업무에 종사하였음을 알 수 있다(기록 306면).

사정이 이와 같다면 비록 원산업가 청방그룹의 계열회사는 아니었다 하더라도, 피고가 원산업의 주식을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으면서 원고 회사의 원산업에 대한 대출과정에 개입하였다고 볼 수 있고, 신용관리기금이 피고에게 이 사건 연대보증을 요구한 것은 신용관리기금이 원고 회사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원고 회사의 원산업에 대한 부실채권의 대출이 원고 회사의 최대주주였던 피고의 부정한 청탁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어서 피고에게 그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원산업에 대한 대출금을 회수하고자 하는 데에 있었으므로, 설사 피고가 원산업의 대출금채무에 대하여 법적 책임을 부담하지는 않고 있었다 하더라도 그 대출과정에 개입하여 부실대출금채권의 발생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피고에게 그 대출금의 회수를 위하여 물적 담보를 요구하고 이 사건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정당한 이익이 없는 경우라고 단정할 수 없다.

나. 다음으로, 원심은 제1심 증인 소외 4, 원심 증인 소외 14, 소외 6의 각 증언을 거의 그대로 채용하여 이 사건 연대보증의 경위에 관한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으나, 기록에 의하면 소외 4는 피고가 원고 회사의 대주주로서 원고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을 때에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로 선임된 사람이고, 소외 14 역시 피고가 원고 회사를 지배하고 있을 때에 그 직원으로 근무하던 사람이며, 소외 6은 피고의 아들임을 알 수 있는바, 위 증인들과 피고의 특수관계에 비추어 동인들의 진술은 선뜻 믿기 어렵다고 하지 않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와 같이 청방그룹 계열회사들은 원고 회사에서 약속어음을 할인하여 금원을 대출받고 그 어음의 지급기일에 가서는 새로운 약속어음을 발행·교부하고 기일이 도래한 어음을 회수하는 방법으로 원고 회사로부터 자금을 대출받거나 그 상환일의 연장을 받아 왔다 하더라도, 원고 회사가 기발행 어음의 지급기일이 도래한 때에 위와 같은 방법으로 어음대출금의 지급기일을 연장해 주어야 할 법적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수 없고 계약상 그와 같은 의무를 부담한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으며, 또 청방그룹 계열회사가 기존에 발행한 어음의 지급기일에 원고 회사에서 새로운 어음을 할인하여 기존의 어음을 회수하는 방법으로 어음할인 대출금에 대한 지급기일을 연장하지 아니하고 지급기일이 도래한 어음을 그대로 교환에 돌리는 경우 그 어음이 부도될 사정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와 같은 사정은 오로지 어음의 발행인인 청방그룹 계열회사 또는 피고의 자금 부족에 기인한 것이어서 어음의 교환으로 부도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 원고 회사 또는 제3자의 의사에 기한 해악이라고 할 수도 없으므로, 원고 회사가 지급기일이 도래한 어음을 교환에 돌리는 것이 법질서에 위반되는 피고에 대한 불법적인 해악의 고지라고 할 수도 없다고 할 것이다.

다. 더욱이 피고는 청방그룹 계열회사들의 부도를 막기 위하여 원고 은행으로부터 계속적인 금융지원을 받을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이 사건 연대보증으로 인한 이해득실을 따져 이 사건 연대보증을 한 것이므로, 그 과정에서 원고 회사 또는 신용관리기금의 원고 회사 관리단 직원에 의하여 피고의 의사결정의 자유가 제한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가 청방그룹 계열회사들의 부도라는 불이익을 가하겠다는 소외 3의 강박에 의하여 외포된 상태에서 이 사건 연대보증을 하였다고 판단한 것은 채증법칙을 위반하였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하지 아니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우(재판장) 김형선 이용훈(주심) 조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