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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가법 2019. 1. 31. 선고 2016드단15613 판결

[혼인의무효] 확정[각공2019상,337]

판시사항

갑이 추락 사고로 지적장애 3급으로 등록되었는데, 사고 이전에 갑과 동거한 적이 있는 을이 갑이 입원한 병원에 찾아와 혼인신고를 하자고 제안한 후, 갑의 가족이 없는 상황에서 갑을 데리고 나가 병원 인근의 주민센터에서 갑의 주민등록증 재발급신청을 하여 임시신분증을 발급받고 면사무소를 방문하여 혼인신고를 마친 사안에서, 혼인신고 당시 갑에게는 사회관념상 부부라고 인정되는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생기게 할 의사능력은 결여되었다고 보이므로, 갑과 을 사이의 혼인은 민법 제815조 제1호 에 따라 무효라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갑이 추락 사고로 지적장애 3급으로 등록되었는데, 사고 이전에 갑과 동거한 적이 있는 을이 갑이 입원한 병원에 찾아와 혼인신고를 하자고 제안한 후, 갑의 가족이 없는 상황에서 갑을 데리고 나가 병원 인근의 주민센터에서 갑의 주민등록증 재발급신청을 하여 임시신분증을 발급받고 면사무소를 방문하여 혼인신고를 마친 사안이다.

갑과 을이 함께 면사무소에 가서 직접 혼인신고서를 작성하였고, 갑이 결혼의 의미를 피상적으로나마 이해하고 있었으며, 갑과 을이 사고 이전에 사실혼관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갑에 대한 간이정신상태검사 결과, 전반적퇴화척도, 지능 지수, 정신 연령 등 제반 사정에 따르면, 갑이 사고로 정신적 능력과 지능이 상당히 저하된 상태에서 을의 제안으로 을을 따라가서 혼인신고서를 작성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혼인신고 당시 갑에게는 사회관념상 부부라고 인정되는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생기게 할 의사능력은 결여되었다고 보이므로, 갑과 을 사이의 혼인은 민법 제815조 제1호 에 따라 무효라고 한 사례이다.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하늬)

피고

피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현윤 외 1인)

변론종결

2019. 1. 17.

주문

1. 피고들 사이에 2016. 11. 21. 부산광역시 기장군 ○○면장에게 신고하여 한 혼인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인정 사실

가. 원고는 피고 2의 친형이다. 피고 2는 2015. 12. 29. 조립식철골 작업 중 추락하여 두개골 함몰, 분쇄, 복합성 개방형 골절, 양측 외상성 경막하 출혈, 양측 외상성 경막외 출혈, 외상성 뇌지주막하 출혈, 대뇌 타박상 등의 상해를 입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수술 후 △△△△병원으로 옮겨 인지저하, 보행장애 및 일상생활동작수행 장애로 재활치료를 받고 있었다. 피고 2는 2016. 9. 13. 지적장애 3급으로 등록되었다.

나. 피고 1은 이 사건 사고 이전에 피고 2와 동거한 적이 있었는데, 2016. 11. 21. 피고 2가 입원한 △△△△병원에 찾아와 피고 2에게 혼인신고를 하자고 제안했고, 당시 피고 2의 가족이 없는 상황에서 피고 2만 데리고 나가 병원 인근의 해운대구 좌2동 주민센터에서 피고 2의 주민등록증 재발급신청을 하여 임시신분증을 발급받고, 부산 기장군 ○○면 소재 ○○면사무소에 방문하여 혼인신고(이하 ‘이 사건 혼인신고’라 한다)를 마쳤다.

다. 이 법원의 진료기록감정 결과에 의하면, 피고 2는 2016. 9. 21. 간이정신상태검사 결과 10점, 같은 해 11. 18. 전반적퇴화척도 4점, 같은 해 11. 20. 간이정신상태검사 결과 12점으로 확인되었고, 간이정신상태검사상 시간지남력, 장소지남력, 주의집중, 기억회상, 따라 말하기, 읽기, 쓰기 영역에서 손상을 보이는 상태로 간단한 명령 시행은 가능하나 일상생활에 쓰이는 물건의 이름대기, 단순 계산, 기억회상 등의 수행능력이 저하되어 있고, △△△△병원 진단서에 의하면 ‘스스로의 판단하에 혼인신고는 불가능한 상태’라고 기술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라. 또한 이 법원의 피고 2에 대한 신체감정 결과에 의하면, 피고 2의 현재 지능은 매우 낮은 수준(전체 지능 69, 언어이해 70, 지각추론 82, 작업기억 75, 처리속도 78)으로, 피고 2의 지능은 정신연령 8~12세에 해당하고, 피고 2는 ‘혼인’ 또는 ‘결혼’의 개념에 대해 단어가 가지는 사회적인 의미나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특정 단어로서의 매우 제한적이고 사전적인 개념으로만 이해했을 가능성이 있고, 2016. 11. 18. 전반적퇴화척도 4점에서 2018. 11. 5. 중등도로 심한 인지 장애를 의미하는 5점으로 변화하였는바 피고 2는 2016. 11. 18.경부터 현재까지 전반적으로 낮은 지능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인정 근거] 갑 제1 내지 12, 18, 21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음), 을가 제6, 9, 11, 14 내지 18호증, 진료기록감정 결과, 피고 2에 대한 신체감정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판단

민법 제815조 제1호 가 혼인무효의 사유로 규정하는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란 당사자 사이에 사회관념상 부부라고 인정되는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생기게 할 의사의 합치가 없는 경우를 의미한다.

또한 의사능력이란 자신의 행위의 의미나 결과를 정상적인 인식력과 예기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 내지는 지능을 말하는 것으로서, 의사능력의 유무는 구체적인 법률행위와 관련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1다10113 판결 등 참조).

나아가 혼인은 부부관계의 창설을 목적으로 하는 신분행위이고, 가족을 형성하는 기초가 되는 행위로서, 한 개인의 일생을 좌우하는 중차대한 결정사항인 점, 만 18세에 다다르면 혼인을 할 수 있으나, 미성년자인 경우나 질병, 장애 등으로 인하여 정신적 제약이 있는 피성년후견인의 경우 부모 또는 성년후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점( 민법 제807조 , 제808조 ) 등을 종합하여 보면, 혼인의 합의를 유효하게 하기 위하여는 일반적인 재산상 법률행위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 상당한 정도의 정신적 능력 또는 지능이 있어야 의사능력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위 인정 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 2는 이 사건 사고로 정신적 능력과 지능이 상당히 저하된 상태에서 피고 1의 제안으로 위 피고를 따라가서 혼인신고서를 작성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피고들이 함께 면사무소에 가서 직접 혼인신고서를 작성하였고, 피고 2가 결혼의 의미를 피상적으로나마 이해하고 있었으며, 가령 피고들이 이 사건 사고 이전에 사실혼관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대법원 1996. 6. 28. 선고 94므108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혼인신고 당시의 피고 2의 정신적 능력과 지능상태를 보면 피고 2에게는 사회관념상 부부라고 인정되는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생기게 할 의사능력은 결여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을가 제6, 14 내지 17호증에 의하면, 이 사건 혼인신고 당시 피고 2가 피고 1의 ‘자기야, 내가 누구야? 응?’이란 질문에 ‘와이프’라고 답하고, ‘그래 그럼 나하고 혼인신고 하러 갈까?’라는 질문에 ‘응’이라 답한 사실, 피고 1은 ‘그래 가서 혼인신고 하고 오자. 그래야 같이 살 수 있는 거야’라고 말하자, 피고 2가 ‘알았어’라고 말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피고 2가 피고 1을 와이프라고 호칭하고 피고 1의 혼인신고 제안을 받아들이는 답변을 했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은 이 사건 사고의 정도, 사고 이후의 피고 2의 지능과 의사능력의 정도에 비추어 이 사건 혼인신고 당시 피고 2는 피고 1과 대등한 입장에서 혼인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이는데(실제 피고 1은 2016. 11. 29. 이 법원 2016느단200433호 로 피고 2에 대해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하였다), 피고 2는 향후 피고 1과 대등한 관계에서 혼인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점에 대한 인식을 하지 못한 채 피고 1의 주도하에 혼인신고에 나아갔다는 점에서도 이 사건 혼인신고 당시 피고 2에게는 사회관념상 부부라고 인정되는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생기게 할 의사능력은 결여되었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피고들 사이에 2016. 11. 21. 부산광역시 기장군 ○○면장에게 신고하여 한 혼인은 민법 제815조 제1호 에 따라 무효이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한다.

판사 주성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