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하집1997-2, 124]
환자가 최초 문진시 구타 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하여 의사가 오진하였으나 그 후의 검사 결과에 의해 다른 병명을 의심할 충분한 이유가 있었음에도 이에 관한 치료행위를 하지 아니한 경우, 의사의 의료과실을 인정한 사례
환자가 최초 문진시 의사에게 복부 통증의 원인일지도 모르는 구타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한 채 단지 평소의 과다한 음주사실만을 고지하여 의사로 하여금 환자의 병명을 췌장염으로 오진케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후 엑스선 촬영 결과에 의하여 장파열을 의심할 수 있었던 경우, 환자측의 진술만을 믿은 나머지 췌장염에 따른 진료만을 한 채 장파열을 의심하거나 이에 관한 치료행위를 하지 아니한 의사에게는 환자가 장파열로 사망한 데 대하여 과실이 있고, 이 경우 구타 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한 환자의 과실은 40%라고 본 사례.
원고 1외 2인(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지학외 1인)
피고(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원목외 1인)
5. 피고는 원고 1에게 금 38,954,045원, 원고 2, 3에게 각 금 24,169,363원씩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1995. 6. 4.부터 1997. 10. 31.까지는 연 5푼의,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6.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각 기각한다.
7. 소송비용은 이를 5분하여 그 2는 원고들의, 나머지는 피고의 각 부담으로 한다.
8.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피고는 원고 1에게 금 64,923,408원, 원고 2, 3에게 각 금 40,282.272원씩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1995. 6. 4.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푼의,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1.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인정사실
갑 제1호증, 갑 제2호증, 갑 제8호증(을 제1호증과 같다), 갑 제9호증(을 제3호증의 18과 같다), 을 제2호증의 5 내지 22, 을 제3호증의 1, 6, 7, 8, 23, 을 제4호증의 2, 3, 4의 각 기재, 증인 소외 1의 증언 및 당원의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부속 용산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 감정촉탁 결과 및 같은 병원장에 대한 1996. 11. 22.자 추가감정촉탁 결과와 같은 병원장에 대한 1997. 4. 3.자 및 같은 해 8. 5.자 각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 없다.
(1) 소외 망인은 피고 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사망한 자이고, 원고 1은 그의 처, 원고 2, 3은 그의 아들들이며, 소외 1은 그 당시 피고 병원의 당직의사, 소외 2는 피고 병원의 내과 담당의사이다.
(2) 소외 망인은 1995. 6. 2. 18:40경 소외 3과 음주하다가 사소한 시비 끝에 위 소외 3으로부터 복부를 구타당하여 복부에 통증을 느끼자 같은 날 22:03경 피고 병원에 내원하였다.
(3) 그런데 소외 망인 및 동행한 원고 1(이하 원고측이라고만 한다)은 내원 당시 위 소외 1에게 위 구타사실을 묵비한 채 단지 소외 망인이 평소 음주량이 많았고 당일도 음주하였다는 점만을 고지하면서 복부 전체의 통증을 호소함에 따라 위 소외 1은 소외 망인의 병명을 급성췌장염 또는 알콜성 간질환으로 진단하고, 이에 따라 장내 가스를 제거하였으며, 포도당 및 소화제 등의 투약을 처방한 뒤 흉부 및 복부 엑스선 촬영 (이하 제1차 엑스선 촬영이라고만 한다) 및 혈액·전해질·소변 검사 등을 실시한 다음 같은 날 23:10경 소외 망인을 일반병실에 입원시켰다.
(4) 그러나 소외 망인이 계속적으로 복부통증을 호소함에 따라 위 소외 1은 진통제인 데메롤(demerol)을 주사토록 처방하고 다음날인 1995. 6. 3. 07:00경 다시 복부 엑스선 촬영(이하 제2차 엑스선 촬영이라고만 한다) 및 위(위)내시경 검사를 실시하였으나 별다른 치료를 하지는 아니하였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외 망인의 증상이 호전되지 아니하자 위 소외 1로부터 소외 망인의 치료를 인계받은 담당의사인 소외 2는 같은 날 09:45경 소외 망인을 중환자실로 옮기고, 복부초음파 검사를 실시한 뒤 바이털 사인(Vital Sign:혈압, 맥박, 체온 등)을 1시간마다 점검할 것을 간호사에게 지시하였고 소외 망인의 혈압이 떨어지자 혈압상승제와 수액을 투여하였을 뿐 역시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아니하였으며, 다만 같은 병원 일반외과 담당의사인 성명불상자에게 소외 망인은 전날 복통을 호소하면서 응급실을 통하여 입원한 환자로서 평소 음주량이 많았는데 그의 상복부는 팽만되어 있고 복강 내에는 용액이 고여 있으며 췌장에서는 가스로 인하여 뚜렷한 병변을 발견할 수 없다는 내용의 진단 내용을 알리면서 수술적 치료 여부에 관하여 문의하였으나 위 일반외과 담당의사는 관찰을 요한다고만 답변하였다.
(6) 그러나 소외 망인이 같은 날 오후부터 빈맥, 빈호흡, 고열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급기야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하는 등 상태가 호전되지 아니하자 원고 1은 피고 병원에서의 치료를 포기하고 같은 날 15:40경부터 같은 날 16:35까지 사이에 소외 망인을 강릉시 포남동 소재 동인병원으로 전원하였는데 위 병원의 의사인 소외 4, 5로부터 복부천자(paracentesis) 등의 검사를 통하여 소외 망인의 병명을 장파열로 인한 패혈증으로 진단받았으나 치료하기에 늦었다는 판정을 받고 같은 날 20:45경 다시 당시 원고측 주거지에서 가까운 피고 병원으로 전원하였다.
(7) 소외 망인은 다음날인 1995. 6. 4. 01:44경 피고 병원에서 사망하였는데, 부검 결과 소외 망인은 외상으로 인한 소장 파열로 장 내 내용물이 복강 내로 유입됨에 따라 복막염이 발생하고 이것이 패혈증으로 발전하여 그 쇼크로 사망하였음이 판명되었다.
(8) 장(장)파열(위장관천공)과 췌장염의 경우 복부 전체의 통증이 그 공통적인 증상으로서 그 초기에는 양자의 구별이 용이하지 아니하나 전자의 경우는 후자와는 달리 파열 후 수시간 뒤에는 복부 엑스선 촬영에 의하여 흉부 하부 내지는 복부 상부에 유리가스(free gas:장천공 등으로 인하여 장내 가스가 장 밖으로 나온 상태) 상(상)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시급히 실험적 개복술을 실시하여 장파열 유무를 정확히 판별한 다음 파열된 부분을 봉합하여 장을 세척한 뒤 장 내용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패혈증을 예방하여야 하는바, 소외 망인의 경우 위 유리가스상이 제1차 엑스선 촬영시에는 발견되지 아니하였으나 제2차 엑스선 촬영시에는 발견되었다.
나. 피고 병원의 과실 유무
위 인정 사실에 비추어 보면, 소외 망인을 최초 진단한 당직의사 위 소외 1과 그로부터 다음날 소외 망인의 치료를 인계받은 담당의사인 위 소외 2로서는 소외 망인에 대하여 당초 병명으로 판단한 췌장염에 관한 치료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소외 망인의 증상이 호전되지 아니한 데다가 오히려 복부통증이 심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적어도 제2차 엑스선 촬영에서는 장파열의 특징적인 현상인 유리가스상이 발견되었으므로 위 증상을 장파열에 의한 패혈증으로 의심이 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으므로 이러한 경우 복부천자 또는 실험적 개복술을 통하여 위 증상을 장파열로 인한 패혈증으로 확진하고 환자인 소외 망인의 혈압이 다소 낮아지고 맥박이 빨라졌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수술이 가능한 상태로 유지시키면서 수술을 통하여 소외 망인의 복부에서 장파열로 인한 장 내 오물을 제거하고 패혈증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임에도 이에 이르지 아니하고 소외 망인의 최초 문진시의 원고측의 진술만을 믿은 나머지 소외 망인의 증상을 알코올 과다 복용으로 인한 췌장염으로만 오진하고, 이에 따른 진료만 한 채 장파열을 의심하거나 이에 관한 치료행위를 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위 소외 1, 2의 위와 같은 공동의 과실로 인하여 소외 망인은 사망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므로 위 소외 1, 2의 사용자인 피고 병원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소외 망인 및 원고들이 입은 모든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 책임의 면제 및 제한 여부
피고 병원은, 장파열과 췌장염의 초기 증상은 비슷한데 원고측이 위 구타사실을 위 소외 1과 소외 2에게 은폐하였기 때문에 소외 망인의 정확한 병명을 진단할 수 없었고, 장파열의 특징적인 증상이 나타났을 때에는 이미 수술하기에 늦었는데 더욱이 원고측이 소외 망인을 안정시키기는커녕 소외 망인을 타 병원으로 전원시켜 소외 망인의 상태를 더욱 악화시켜 수술을 불가능하게 만들었으므로 위 오진 및 수술 지연이 불가항력적이었다고 항변하므로 살피건대, 원고측이 위 소외 1과 소외 2에게 구타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한 사실, 원고 1이 1995. 6. 3. 15:40경부터 약 1시간 동안 소외 망인을 위 동인병원에 전원하였던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을 제2호증의 12의 기재에 의하면 제2차 엑스선 촬영 시점에 가까운 시점인 1995. 6. 3. 09:00경 소외 망인의 혈압이 90/60, 맥박이 분당 112회, 같은 날 09:30경 그 혈압이 70/50, 맥박이 분당 117회였던 사실은 인정되나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 병원의 의사들인 위 소외 1, 2가 소외 망인의 장파열을 전혀 의심하지 못한 합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보거나 제2차 엑스선 촬영 시점에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였다든가 또는 원고측이 소외 망인을 타병원으로 전원함으로 인하여 수술시기를 놓쳤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피고 병원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만, 원고측이 피고 병원에 내원 당시 복부 통증의 원인일지도 모르는 위 구타사실을 위 소외 1에게 고지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고, 이러한 과실은 위 소외 1, 2의 오진으로 인한 손해의 발생 및 확대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병원이 배상할 손해액의 산정에 있어서 이를 참작하기로 하되, 그 비율은 위 사실관계에 비추어 40%로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위 망인 및 그의 가족으로 공동생활관계에 있는 원고들에 대한 피고 병원의 책임을 위 과실비율을 제외한 나머지 60% 부분으로 제한한다.
2. 손해배상의 범위
가. 일실수입
소외 망인이 이 사건 사고로 상실한 가동능력에 대한 금전적 총평가액 상당의 일실수입 손해는 금 103,487,954원인데, 이는 다음 (1)과 같은 인정 사실 및 평가 내용을 기초로 하여, 다음 (2)와 같이 월 12분의 5푼의 비율에 의한 중간이자를 공제하는 단리할인법에 따라 소외 망인의 사망 당시의 현가로 계산한 결과에서 원고들이 구하는 부분으로 한정한 금원이다.
(1) 인정 사실 및 평가 내용
갑 제1호증, 갑 제2호증, 갑 제10호증의 1, 2, 갑 제11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소외 망인은 1962. 10. 16.생의 남자로서 위 사망 당시 그의 나이는 32세 7월이었고, 기대여명은 38.11년이며, 그 당시 도시지역인 속초시에 거주하였고, 원고들이 구하는 바에 따라 사망일 무렵인 1995. 6.경 성인 남자의 도시일용노임은 1일 금 27,218원, 1996. 9.경 같은 노임은 1일 금 34,005원, 1997. 9.경 같은 노임은 1일 금 35,932원이며, 소외 망인이 월 22일씩 도시일용노동에 종사할 수 있고, 그의 생계비가 수입의 3분의 1임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며, 경험칙에 비추어 보면 소외 망인은 60세가 될 때까지 일할 수 있다.
(2) 계 산
사망일로부터 여명기간 내로서 가동연한인 60세가 될 때까지 27년 4개월(월 미만 버림) 소외 망인의 일실수입을 계산하면 다음과 같다(원 미만 버림, 이하 같다).
(가) 사망일로부터 1996. 9. 3.까지 15개월
금 27,218원×22일×2/3×14.5205=금 5,796,544원
(나) 그 다음날부터 1997. 9. 3.까지 12개월
금 34,005원×22일×2/3×(25.5358-14.5205)=금 5,493,770원
(다) 그 다음날부터 60세가 될 때까지 301개월
금 35,932원×22일×2/3×(206.4673-25.5358)=금 95,351,382원
(라) 위 (가), (나), (다)항 금액의 합계는 금 106,641,696원이나, 원고들이 구하는 바에 따라 금 103,487,954원만 인정한다.
나. 장례비
원고 1이 금 2,000,000원을 지출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 없다.
다. 책임의 제한
위 1. 나항 기재와 같이 책임비율이 60%이므로 이에 따라 피고 병원이 책임질 일실수입은 금 62,092,772원(금 103,487,954원×60/100)이고, 장례비는 금 1,200,000원(금 2,000,000×60/100)이다.
라. 위자료
소외 망인의 나이, 가족관계, 재산 및 교육정도, 사망의 경위, 피해자측의 과실 정도, 기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건대, 소외 망인의 위자료는 금 12,000,000원, 원고 1의 위자료는 금 6,000,000원, 원고 2, 3의 위자료는 각 금 3,000,000원씩으로 정한다.
마. 상속관계
소외 망인의 위 일실수입과 위자료는 사망으로 인하여 그 재산상속인들인 원고 1에게 금 31,754,045원{(금 62,092,772원+금 12,000,000원)×3/7}이, 원고 2, 3에게 각 금 21,169,363원{(금 62,092,772원+금 12,000,000원)×2/7}씩이 각 상속되었다고 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피고 병원은 원고 1에게 금 38,954,045원(상속분 금 31,754,045원+장례비 금 1,200,000원+위자료 금 6,000,000원), 원고 2, 3에게 각 금 24,169,363원(상속분 금 21,169,363원+위자료 금 3,000,000원)씩 및 위 각 금원에 대한 소외 망인의 사망일인 1995. 6. 4.부터 피고 병원이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1997. 10. 31.까지는 민법 소정의 연 5푼의,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소정의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만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