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치료감호부착명령
2019고합92살인
2019감고1(병합) 치료감호
2019전고4(병합) 부착명령
청구인겸피부착명령청구자
A
이혜현(기소), 조성윤(공판)
변호사 홍명기(국선)
2019. 5. 17.
피고인을 징역 25년에 처한다.
압수된 회칼 1개(증 제1호)를 몰수한다.
피치료감호청구인을 치료감호에 처한다.
피부착명령청구자에 대하여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의 부착을 명한다.
피부착명령청구자에 대하여 별지 기재 준수사항을 부과한다.
범죄사실
피고인 겸 피치료감호청구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이하 '피고인'이라 한다)는 2015. 9. 23.부터 2015. 10. 12.까지 서울 종로구 B에 있는 C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로 입원치료를 받았고, 당시 주치의는 피해자 D(47세)이었다.
피고인은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정부와 C병원 관계자들이 공모하여 나를 제3차 세계대전의 전쟁주동자로 만들기 위해서 강제입원 시켰고, 내 머릿속에 소형 폭탄을 심었다'는 망상에 빠져, 피고인의 주치의였던 피해자를 찾아가 머릿속에 있는 폭탄을 제거해 줄 것을 요구하고,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2018. 12. 31. 14:37 경 경기도 하남시 E에 있는 F 하남점에서 회칼을 구입하여 신문지로 감싼 다음 점퍼 안쪽 주머니에 집어넣고, 15:49경 택시를 타고 C병원에 도착한 후, 15:59경 위 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 외래진료 접수를 하였다.
피고인은 같은 날 17:39경 위 C병원 정신건강의학과 G호 진료실에서 피해자에게 "퇴원 후 이상해졌다. 머릿속에 폭탄을 넣어 놓았다.",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했던 것부터 해서 여태까지 있었던 것을 싹 다 없었던 것으로 해 줄테니, 내 머릿속에 있는 폭탄을 제거해 달라."고 말하였으나, 피해자가 책상 위에 있는 호출벨을 눌러 진료실에 들어 온 간호조무사에게 비상벨을 누르라는 손짓(손바닥이 하늘을 향한 상태에서 위·아래로 움직이는 동작)을 하자, 피고인은 피해자가 자신의 요구를 무시한 채 경비원을 부른 것이라고 생각하고, 계획한 대로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같은 날 17:42경 간호조무사가 진료실 밖으로 나가자마자, 외부에서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G호 진료실 출입문을 안에서 잠그고, 점퍼 안에 미리 넣어 두었던 회칼(총길이 32.5cm, 칼날길이 21cm)을 꺼내 들었다. 이에 놀란 피해자가 G호 진료실과 연결된 H호 진료실을 통해 복도로 뛰쳐나가며 H호 진료실 출입문을 열어준 간호사 에게 "도망가."라고 소리쳤고, 피고인은 회칼을 오른손에 든 채 피해자를 뒤쫓아 나오던 중, H호 진료실 출입문을 닫으며 제지하는 간호사를 발견하고 간호사에게 달려들다가 진료실 밖에 있는 대기의자에 오른쪽 무릎을 부딪쳤다.
그 순간 피고인은, 피해자가 간호사를 걱정하며 멈춰 서있는 것을 발견하고, 피해자를 뒤쫓아 47m가량 추격하다가, 피해자가 호흡기내과 접수대 옆 통로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넘어지자, 곧바로 피해자에게 달려들어 피해자의 위에 올라가 회칼로 피해자의 가슴 부위를 3회 찌르고, 피해자의 왼팔, 오른쪽 어깨, 왼손, 얼굴 부위 등을 8회 찔렀다.
이후 피고인은 같은 날 17:43경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는 피해자를 향해 "이 정도도 각오 못했어? 이 정도도 생각 못했어?"라고 말하며 피해자의 왼쪽 가슴 부위를 발로 1회 밟았다.
결국 피고인은 같은 날 19:30경 피해자를 흉부 다발성 자상에 의한 대동맥 및 심장 파열로 사망하게 하여 살해하였다.
치료감호 및 부착명령 원인사실
피고인은 심신미약자로서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지었고, 치료감호시설에서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피고인은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살인 범죄를 저지른 사람인바, 피고인은 C병원 의사들이 피고인의 머리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망상에 빠져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고, 피고인의 머리에 폭탄을 설치한 공범들을 모두 죽이겠다고 말하였으며, 피고인을 강제입원 시킨 사람들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을 가지고 있는 등 피고인의 성향과 범행 방법 및 범행 이후의 정황 등에 비추어 볼 때 살인 범죄를 다시 저지를 위험성이 있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에 대한 검찰피의자신문조서
1. I, J, K, L, M, I·N에 대한 각 경찰진술조서
1. 경찰 압수조서 및 압수목록(순번 1, 2)
1. 각 수사보고서 및 첨부서류(순번 4, 5, 7 내지 10, 12, 13, 21 내지 32, 36, 52 내지 55, 62, 63, 65, 75, 79, 82, 83, 87, 94, 95)
1. 부검감정서, 변사현장 체크리스트, 피의자 A C병원 입원, 외래기록
1. 판시 치료의 필요성 및 재범의 위험성 :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이 피고인은 2015. 9. 23.경 피고인은 물건을 부수고, 집에 불을 지르겠다고 위협하면서 여동생에게 칼을 들이대는 등의 극단적인 행동으로 피고인의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C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였고, 같은 날부터 같은 해 10. 12.까지 피해자가 근무하는 C병원에서 공격성과 망상을 동반한 양극성 정동장애로 입원 치료를 받았던 점, 이 피고인은 퇴원 후 정신과적 전 문치료를 거부하며 자신을 입원시켰다는 이유로 가족들인 어머니와 여동생에게 공격성을 나타냈고, 2018. 2. 17.경 여동생의 주거지를 찾아가 '총으로 쏴죽인다'는 등으로 소리치며 욕설을 하고 출입문을 부수려고 하기도 하였던 점, 이 피고인은 'C병원에서 머릿속에 폭탄을 심어 넣었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고, 범행 당일에도 입원 치료 당시 담당의사였던 피해자를 찾아가 「퇴원 후 이상해졌다. 머리속에 폭탄을 넣어 놓았다.」고 진술하였으며, 수사기관에서도 일관되게 'C병원에서 머릿속에 폭탄을 설치하였다'고 주장한 점, 이 피고인은 피해자를 미리 준비해 간 칼로 찌른 후 피해자의 가슴부위를 발로 밟고, 병원관계자들이 응급조치를 하는 모습을 보며 태연히 담배를 피우기도 하였으며, 피해자를 살해한 행위를 사냥으로 표현하기도 하였고, 자신의 범행에 대하여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하는 등 심각한 생명경시의 태도를 보이는 점, 이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이후에도 수사기관에서 추가로 3명(0, P씨, Q씨)을 반드시 죽이고야 말겠다면서 자신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진술한 점, 이 피고인은 서울구치소에서 보호수용 상태로, 위 구치소 의무관이 피고인의 조현병 의증상태에 대한 경과 관찰 중인 점 등에다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경위와 수법, 범행 전후의 정황 등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이 정신질환을 지속적으로 치료받지 않는 한 또다시 살인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인에게 치료의 필요성 및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고, 치료감호 종료 후에 살인을 다시 저지를 위험성도 있다고 판단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형법 제250조 제1항, 무기징역형 선택
1. 법률상 감경
형법 제10조 제2항, 제55조 제1항 제2호(심신미약)
1. 몰수
형법 제48조 제1항 제1호, 1. 치료감호
1.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3항, 제9조 제1항 제1호, 제9조의2 제1항 제1호, 제2호의2, 제3호, 제5호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 징역 10년 ~ 50년
2.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유형의 결정] 살인범죄 > 보통 동기 살인(제2유형)
[특별양형인자] 감경요소 : 심신미약(본인 책임 없음)
가중요소 : 계획적 살인 범행, 반성 없음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특별 가중영역, 징역 15년 이상, 무기징역 이상
[처단형에 따라 수정된 권고형의 범위]
징역 15년 ~ 50년(양형기준에서 권고하는 형량범위의 상한이 법률상 처단형의 상한과 불일치하는 경우이므로 법률상 처단형의 상한에 따름)
3. 선고형의 결정 : 징역 25년 인간의 생명은 개인이 가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는 전제임과 동시에 국가 및 사회의 존립 근간이 된다는 점에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이다. 살인범죄는 인간의 생명이라는 대체 불가능한 존귀한 가치를 침해하는 것으로 어떠한 방법으로도 피해를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이고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이 뒤따른다. 이 사건 범행은 사전에 계획된 범행으로 피고인을 치료했던 의사인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한 살인이다. 피고인은 공포에 질려 도망가는 피해자를 추격하다가 마침 피해자가 미끄러져 바닥에 넘어지자 곧바로 피해자에게 달려들어 피해자의 몸에 올라간 다음, 미리 준비한 칼날길이 21㎝의 회칼을 피해자의 가슴 부위에 깊게 찔러 넣었고, 피해자의 직장동료 등 다른 사람들이 목격하는 가운데서도 이를 의식하지 아니한 채 도움을 요청하는 피해자의 가슴과 얼굴, 팔, 어깨 등의 부위를 회칼로 반복하여 찔렀다. 피해자의 가슴과 배, 얼굴 등에 많은 수의 찔린 상처 및 베인 상처가 보이고, 피해자의 심장과 폐, 간에도 관통손상이 발견되는 등 당시 피해자는 무방비 상태에서 저항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사망 직전까지 극심한 공포와 고통을 느꼈을 것이 분명하다. 피고인은 위와 같은 공격으로 의식을 잃은 피해자의 가슴 부위를 발로 밟고, 병원 관계자들이 피해자에게 응급처치를 하던 와중에 태연히 담배를 피우기도 하는 등 범행 직후의 정황도 매우 좋지 않다. 두 아이의 자상한 아빠이자 대학시절부터 30년의 세월을 함께 한 처에게는 친구 같은 남편이었으며, 피고인과 같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과 동료들로부터 누구보다 존경받는 의사였던 피해자는, 2018년의 마지막 날 진료예약이나 사전 연락도 없이 무작정 자신을 찾아온 피고인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그의 진료를 흔쾌히 수락하여 피고인을 자신의 진료실에 들였고, 결국 자신의 환자였던 피고인이 휘두르는 칼에 찔려 고통 속에 생을 마감하였다. 그의 유족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정신적 충격과 고통으로 일상생활을 제대로 영위하기 힘들 지경에 이르렀으며, 앞으로도 평생 이러한 슬픔과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의 죽음은 비단 유족들뿐만 아니라 사건을 접한 일반 국민들에게도 매우 큰 충격과 슬픔을 안겨주었고, 나아가 의료인에 대한 폭행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임세원법(의료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2019. 4. 5. 국회를 통과할 정도로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자 유족들의 피해 감정을 회복하여 주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정당방위에 의한 살인'이라거나 '죄책감이나 미안한 마음이 전혀 없다'는 취지로 말하는 등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검사의 구형과 같이 피고인을 영원히 사회와 격리시키는 무기징역형의 선고를 검토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자체는 인정하는 것으로 보이고, 이제 만 31세로 젊고,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 무엇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범행 당시 양극성 정동장애를 앓고 있었는데, 피고인이 성장과정에서 겪은 가정폭력과 학교 폭력이 위와 같은 정신질환의 발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고, 범행경위를 살펴볼 때 피고인이 앓고 있던 병이 이 사건 범행의 원인이 되었다고 인정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치료와 수감을 통한 개선교화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정신질환으로 인한 범행과 자유의지에 의한 범행에 대하여 비슷한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책임주의와 비례의 원칙상 적절하지 않으므로 유기징역형으로 법률상 감경을 한다.
최종적으로 피고인에 대한 구체적 형량을 정함에 있어서는 앞서 본 모든 사정 및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우리 사회에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 대한 어떠한 편견이나 혐오가 발생하지 않기를 당부하면서, 평소 마음의 고통을 겪는 환자들이 사회적 낙인 없이 적절한 치료와 지원을 받는 환경을 꿈꾸었던 피해자의 바람을 기려 조의금까지도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 대한 치료와 연구를 위하여 사용해달라며 기부한 유족들의 뜻을 존중하되, 아울러 유족들의 슬픔을 위로하고, 국민을 흉악한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였다.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성장과정, 가정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방법, 범행 전후의 정황 등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 요소들을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하였다.
재판장판사정계선
판사김종근
판사여동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