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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1066 판결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공2004.6.15.(204),1036]

판시사항

[1] 함정수사의 의미

[2] 피고인이 수사기관의 함정수사에 의하여 메스암페타민의 수수 및 밀수입에 관한 범의를 일으킨 것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함정수사 주장을 배척한 원심판결을 위법하다고 한 사례

[3]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의 정도

판결요지

[1] 함정수사라 함은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죄를 유발케 하여 범죄인을 검거하는 수사방법을 말하는 것이므로, 범의를 가진 자에 대하여 범행의 기회를 주거나 범행을 용이하게 한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함정수사라고 할 수 없다.

[2] 피고인이 수사기관의 함정수사에 의하여 메스암페타민의 수수 및 밀수입에 관한 범의를 일으킨 것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함정수사 주장을 배척한 원심판결을 위법하다고 한 사례.

[3]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는 범죄사실의 전부 또는 중요 부분을 인정할 수 있는 정도가 되지 아니하더라도 피고인의 자백이 가공적인 것이 아닌 진실한 것임을 인정할 수 있는 정도만 되면 족할 뿐만 아니라, 직접증거가 아닌 간접증거나 정황증거도 보강증거가 될 수 있다.

피고인

피고인 1 외 1인

상고인

피고인들

변호인

변호사 김명식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피고인 2의 히로뽕 매수, 교부 및 피고인 1의 히로뽕 수수, 밀수입의 각 범행에 관하여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1) 피고인 2는 (가) 2003. 2. 하순경 중국 심양시 이하 불상지에서 피고인 1로부터 "히로뽕 100g을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를 승낙한 뒤 그 시경 피고인 1로부터 대금 360만 원을 교부받고, 자신의 돈 180만 원을 합하여 합계 540만 원을 준비한 다음, 같은 해 3. 중순 일자불상 20:00경 중국 북경시 이하 불상지에서 조선족인 김 명불상자(남, 38세)로부터 마약류인 메스암페타민(일명 '히로뽕', 이하 '히로뽕'이라 한다) 약 87.03g을 540만 원에 매수하고, (나) 같은 해 3. 중순 일자불상 20:00경 중국 북경시 건통호텔 505호실에서 피고인 1에게 위와 같이 구입한 히로뽕 87.03g을 건네주어 이를 교부하고, (2) 피고인 1은, (가) 위 (1)의 (나)항과 같이 피고인 2로부터 히로뽕 약 87.03g을 교부받아 이를 수수하고, (나) 같은 달 30. 08:00경 중국 북경시 북경공항 화장실에서 위와 같이 교부받은 히로뽕 중 약 87g을 콘돔 속에 넣어 자신의 음부 속에 삽입·은닉한 다음 같은 날 09:00경 위 공항을 출발하는 한국행 중국 국제항공(CA) 123편에 탑승하여 같은 날 12:00경 인천국제공항 출입국 및 세관검색대를 통과하여 이를 밀수입하였다는 것인바, 원심은 피고인들이 수사기관의 함정수사에 의하여 비로소 이 사건 범의를 일으켜 중국에서 히로뽕을 매수하여 밀수입하게 되었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배척하고 위 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나. 함정수사라 함은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죄를 유발케 하여 범죄인을 검거하는 수사방법을 말하는 것이므로, 범의를 가진 자에 대하여 범행의 기회를 주거나 범행을 용이하게 한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함정수사라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1998. 11. 24. 선고 98도2753 판결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들은 자신들이 히로뽕을 매수하거나 밀수입할 의사가 전혀 없었는데, 피고인 1의 애인이었던 공소외 1이 "서울지검 마약1반의 정보원인 공소외 2가 마약반에서 많은 역할을 하던 중 또 다른 정보원의 배신으로 구속되게 되었다. 마약반의 계장 공소외 3 과 계장 공소외 4 가 공소외 2의 공적(다른 마약범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 수사기관의 수사를 도운 공적)을 만들어 공소외 2를 빼내려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하여는 수사기관이 수사에 사용할 히로뽕을 구해야 하니, 수사기관을 돕기 위하여 히로뽕을 좀 구해 달라. 히로뽕을 구입하여 오면 검찰에서 피고인들의 안전을 보장한다고 하였다."고 이야기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히로뽕을 구입할 자금까지 교부하면서 피고인 1에게 집요하게 부탁을 하여 비로소 피고인 1이 공소외 1 및 검찰을 돕기로 마음먹고 피고인 2에게 그와 같은 사정을 다 이야기하면서 히로뽕의 매입을 의뢰하였고, 피고인 2도 그에 따라 비로소 히로뽕을 매입하여 피고인 1에게 교부하기로 마음먹고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피고인들이 위 마약을 밀수입하는 순간 마약정보원인 공소외 1의 제보에 의하여 인천국제공항에서 체포되었음에도 위 검찰계장 공소외 3은 위 공소외 2의 제보에 의하여 피고인들이 체포된 것으로 공적사항 수사보고서를 작성하여 보고하였으며, 위 공소외 3이 피고인들의 이 사건 범행 직전인 2003. 3. 6. 공소외 1에게 1,000만 원을 송금하고, 공소외 1은 그 즈음 피고인 1에게 580만 원을 송금 등의 방법으로 교부하였음에도 위 공소외 3은 공소외 1에게 돈을 준 적이 절대 없다고 진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고 있고, 위 공소외 1이 피고인들이 선처받을 수 있도록 또 다른 작업(피고인들의 공적사항을 만들기 위하여 다른 사람을 상대로 마약범죄를 저지르도록 유도하여 수사기관이 체포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을 준비하고 있으며 검사실의 확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취지로 피고인 2의 친구 공소외 5와 통화한 내용의 녹취서가 이 사건 재판 과정에 제출된 사정을 알 수 있는바, 이와 같은 사정하에서라면 원래 중국까지 가서 히로뽕을 매입하여 밀수입할 의도가 없었던 피고인들이 수사기관의 사술이나 계략에 의하여 범의를 일으켜 이 사건 범행을 결행하게 되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할 것이고, 따라서 원심법원으로서는 위 녹취서 기재 내용의 진위 여부, 위 공소외 1 및 공소외 3이 그와 같은 각 금원을 송금 및 교부한 경위, 피고인들이 공소외 1의 부탁에 의해 위와 같이 히로뽕을 매수하여 밀수입한 것이 아니라면 어떤 경위로 공소외 1이 피고인들의 히로뽕 밀수입 시간 및 방법까지 소상히 알게 되었는지, 피고인들을 체포한 것이 공소외 1의 제보에 의한 것임에도 공소외 3은 왜 공소외 2의 제보에 의한 것이라고 공적보고서를 작성한 것인지, 검찰이 공소외 2를 도와 주려하고 있으니 그 재료를 구해 달라는 이야기를 공소외 1로부터 듣지 않았다면 피고인들이 그와 같은 내용을 어떤 경위로 알게 된 것인지 등에 대하여 위 녹취서의 기본이 되는 녹음테이프에 대한 증거조사, 위 공소외 3, 공소외 1, 공소외 5에 대한 증인신문, 검찰에 대한 석명 등을 통하여 확인하여 과연 피고인들이 수사기관의 사술에 의하여 이 사건 범행을 할 범의를 일으켰는지에 관하여 판단을 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이러한 점들에 대하여 심리가 미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인정과 같은 사정에만 기초하여 이 부분 범죄사실에 관한 피고인들의 범의가 수사기관의 함정수사에 의하여 비로소 유발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단정지어 피고인들의 함정수사 주장을 배척하였는바, 이와 같은 원심의 조치에는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함정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들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피고인 1의 히로뽕 투약의 점에 관하여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는 범죄사실의 전부 또는 중요 부분을 인정할 수 있는 정도가 되지 아니하더라도 피고인의 자백이 가공적인 것이 아닌 진실한 것임을 인정할 수 있는 정도만 되면 족할 뿐만 아니라, 직접증거가 아닌 간접증거나 정황증거도 보강증거가 될 수 있다 ( 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3도6288 판결 등 참조).

피고인 1이 히로뽕을 투약한 경위에 대하여 상세하게 밝히고 있고, 그 자백이 수사기관의 강요 등에 의한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정도 엿보이지 않은 데다가 피고인 1이 체포될 때 압수된 히로뽕 87g의 현존과 피고인 1에게 히로뽕 87.03g을 교부하였다는 공동피고인 2의 제1심 법정에서의 자백은 피고인 1의 자백이 진실한 것임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보강증거가 된다 할 것이므로,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 1의 히로뽕 투약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자백의 보강법칙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피고인 2의 히로뽕 투약의 점에 관하여

피고인 2는 이 부분에 대하여 아무런 상고이유를 제출하지 않았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의 위 1.항 기재 범죄사실에 관한 부분은 파기를 면하지 못할 것인바, 그 부분 범죄사실과 피고인들의 각 히로뽕 투약의 범죄사실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으므로 위 각 히로뽕 투약의 범죄사실에 관한 부분도 함께 파기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고현철(재판장) 변재승 윤재식(주심) 강신욱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4.1.20.선고 2003노2703
-서울고등법원 2005.1.28.선고 2004노1222
참조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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