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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지방법원 2005. 8. 26. 선고 2005노429 판결

[도주·점유이탈물횡령][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1외 1인

항 소 인

피고인 1 및 검사

검사

김효정

변 호 인

변호사 최승걸(국선)

주문

피고인 1의 항소 및 검사의 피고인 2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 판결 선고 전의 당심구금일수 85일을 피고인 1에 대한 원심판결의 형에 산입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원심이 피고인 1에 대해 선고한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피고인 2에 대하여)

당초 피고인 2를 경찰서로 데리고 간 것은 임의동행이었고, 적법하게 긴급체포된 이후에 피고인 2가 도주한 이상 도주죄가 성립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임의동행 및 긴급체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피고인이 불법체포되었다고 판단함으로써 피고인 2에게 무죄를 선고한 잘못이 있다.

2. 판단

가. 피고인 1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살피건대, 피고인 1이 피해자와 합의한 사정은 인정되나,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 1이 2001. 12. 4. 사기죄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2003. 8. 21. 같은 죄로 징역 5월을 선고받아 위 집행유예가 실효되어 합산된 형의 집행을 받다가 2004. 2. 8. 가석방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저지른 것으로 그 죄질이 좋지 않은 점, 경찰에 검거된 후 자신의 친동생인 피고인 2로부터 수표를 받았다고 거짓진술을 함으로써 책임을 전가하려 한 점을 비롯하여 피고인 1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인 1에 대해 선고한 형은 적절하다고 인정된다.

나. 검사의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1) 피고인 2에 대한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2는, 2004. 9. 4. 11:42경 강원 화천군 화천읍 아리 소재 화천경찰서 형사계 사무실에서, 2004. 8. 11. 00:00경부터 같은 달 17. 10:00경 사이에 강원 화천읍 (상세번지 생략) 소재 피해자 공소외 1의 집 안방 텔레비전 장식장 밑 서랍에 놓여 있는 피해자 소유의 100만 원권 자기앞수표 3장과 현금 180만 원 합계 480만 원을 절취한 범죄사실로 위 경찰서 소속 공소외 2 등에 의해 긴급체포된 후, 같은 날 12:00경 위 화천경찰서 수사계 사무실에서, 위 경찰서 소속 순경 공소외 3이 입감서류 작성을 위해 잠시 관리가 소홀한 틈을 이용하여 위 수사계 사무실을 뛰어나가 옆문을 통해 건물을 빠져나온 후 담장을 넘어 위 경찰서를 빠져나가 도주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이에 대하여 원심은, 2004. 9. 4. 06:00경 피고인 2에 대하여 행해진 형식상 임의동행은 그 실질이 강제연행, 즉 긴급체포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임에도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요건이나 절차를 흠결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 2는 형법 제145조 제1항 소정의 ‘법률에 의하여 체포 또는 구금된 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피고인 2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3) 당심의 판단

도주죄는 ‘법률에 의하여 체포 또는 구금된 자’가 도주한 경우에 성립하는 것이고, 여기서 법률에 의하여 체포 또는 구금된 자란 널리 법률에 근거하여 적법하게 신체의 자유를 구속받고 있는 자를 말하는바, 피고인 2가 여기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① 화천경찰서 형사계 소속 경장 공소외 4 등은 피해자 공소외 1이 도난당한 자기앞수표를 추적한 끝에 위 수표를 사용한 피고인 1로부터 자신의 동생인 피고인 2가 피해자 공소외 1의 집 안방에서 100만 원권 수표 3장 등을 절취하여 자신에게 주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들은 사실, ② 위 공소외 4와 경장 공소외 2를 비롯한 화천경찰서 소속 4명의 경찰관이 피고인 2를 검거하기 위하여 2004. 9. 3. 20:00경부터 춘천시 (상세번지 생략) 소재 피고인 2의 집 주변에서 잠복근무를 하던 중 다음 날 동틀 무렵인 2004. 9. 4. 06:00경 내지 07:00경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피고인 2를 발견하고 4명의 경찰관이 동시에 차에서 내려 피고인에게 다가가 피고인의 신원을 확인한 후 피의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는 피고인에게 화천경찰서 형사계 사무실로 동행할 것을 요구하였고, 피고인 2는 별다른 저항 없이 순순히 경찰관들과 동행한 사실, ③ 당시 피고인을 임의동행한 경찰관들은 피고인 2에게 체포의 이유와 변호인선임권 등을 고지한 바 없는 사실, ④ 화천경찰서 형사계 사무실로 피고인 2를 임의동행한 이후 경장 공소외 2는 피고인 2와 피고인 1을 대질신문하였고, 2004. 9. 4. 11:42경 비로소 피고인 2에게 범죄사실의 요지, 긴급체포의 이유와 변호인선임권 등을 고지하면서 피고인을 긴급체포한 사실, ⑤ 피고인 2를 긴급체포한 이후인 같은 날 12:00경 유치장 입감을 위해 대기중이던 피고인 2는 위 경찰서 소속 순경 공소외 3이 입감서류 작성을 위해 잠시 감시를 소홀히 한 틈을 이용하여 경찰서를 빠져나가 도주하였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날 12:10경 화천경찰서 근처에 있는 충열탑 주변 잔디밭에 누워 있다가 피고인을 찾아 나선 경찰관들에 의해 다시 체포된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다.

살피건대, 이른바 임의동행이란 피의자의 승낙 하에 수사관서까지 피의자와 동행하는 것을 말하며, 임의성의 판단은 동행의 시간과 장소, 동행의 방법과 동행거부의사의 유무, 동행 이후의 조사방법과 퇴거의사의 유무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객관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하여야 할 것인바,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에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피고인 2를 임의동행한 시간이 동틀 무렵인 새벽 06:00경이었고, 그 장소는 피고인의 집 앞이었으며, 그 동행의 방법도 4명의 경찰관들이 피고인의 집 부근에서 약 10시간 동안 잠복근무를 한 끝에 새벽에 집으로 귀가하는 피고인을 발견하고 4명이 한꺼번에 차에서 내려 피고인에게 다가가 피의사실을 부인하는 피고인을 동행한 것인 점(피고인 2는 원심법정에서 당시 경찰관 3명이 피고인을 둘러싼 형태로 경찰관들의 차가 주차되어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가 경찰관들 중 1명이 가보면 안다고 말한 후 다른 경찰관이 차 문을 열어 차에 탑승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하였다.), 피고인 2를 임의동행한 공소외 4가 1회 검찰진술에서 “ 1은 임의동행 형식으로 화천경찰서로 데리고 온 사실이 있고, 피고인 1의 진술을 확인하고 피의자 2를 검거하기 위하여 춘천시 퇴계동 소재 피고인 2의 집에 출장을 가서 피의자 피고인 2를 긴급체포하면서 검거하게 되었다.”라고 진술하여 피고인 1의 경우는 임의동행하였다고 하면서 피고인 2의 경우 긴급체포하였다고 하여 양자를 구별하여 달리 진술하였고, 2회 검찰진술에서는 “피고인 1의 진술서와 진술조서를 근거로 하여 현장에서 긴급체포하려고 하였으나 피고인 2가 혐의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피고인 1의 진술 외에 확실한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현장에서 바로 피고인 2를 긴급체포하면 보강증거를 찾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한 것 같아 피고인 2의 동의를 얻은 후 임의동행하려고 하였던 것입니다.”라고 진술하여 당초 피고인 2를 긴급체포할 의사로 피고인의 집으로 간 것으로 보이는 점, 공소외 4는 피고인 2를 임의동행할 당시 피고인에게 피고인 1이 이야기한 절도 사실에 대하여 고지하니 피고인 2가 혐의내용을 완강히 부인하여 경찰서에 가서 확인을 해 보고 피고인의 이야기가 맞으면 그냥 돌아가도 좋다고 설득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 한편 피고인에게 임의동행에 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고지하였음을 인정할만한 진술은 하고 있지 않는 반면, 피고인 2는 원심법정에서 당시 경찰관들로부터 임의동행 요구에 대해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을 사전에 고지받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여, 피고인을 임의동행할 당시 피고인에게 임의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말해준 사실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 2가 원심법정에서 경찰서에서 화장실에 갈 때도 경찰관 1명이 따라와 감시했다고 진술하여 피고인을 임의동행한 이후 경찰서 내에서의 상황은 피고인이 임의로 퇴거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보면, 비록 피고인 2를 임의동행할 당시에 경찰관들이 물리력을 행사한 바가 없고, 피고인이 명시적으로 거부의사를 표명한 적은 없지만, 이는 경찰관들의 동행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심리적 압박 하에서 행해진 동행으로서 임의성을 결여하였으므로 그 실질은 강제연행, 즉 체포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며, 당시 영장을 발부받지도 않은 채 체포의 이유와 변호인선임권 등을 고지하는 등 긴급체포에 필요한 절차적 요건도 준수하지 않은 이상 위 강제연행은 불법체포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피고인 2를 임의동행하여 경찰서에서 조사한 후 2004. 9. 4. 11:42경비로소 행해진 긴급체포가 적법한 것이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인 2에 대한 임의동행은 그 임의성을 결한 것이고 그로부터 6시간 상당이 경과하여서 비로소 피고인 2에 대해 범죄사실의 요지와 긴급체포의 이유 및 변호인선임권 등을 고지하면서 긴급체포의 절차를 밟은 것은 체포 당시에 준수하였어야 할 절차를 뒤늦게 밟는 형식을 취한 것에 불과할 뿐 아니라 그 임의동행의 위법의 정도는 사소한 절차상의 흠을 넘어 중대한 하자가 있고 그와 같은 위법성은 사후적으로 취해진 긴급체포에도 그대로 승계된다고 할 것이고, 더욱이 사법경찰관은 피의자가 사형, 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는 경우에 긴급을 요하여 지방법원판사의 체포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에 긴급체포할 수 있고, 이 경우 긴급을 요한다 함은 피의자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 등과 같이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때를 말하는데, 이 사건의 경우 사법경찰관은 2004. 9. 4. 06:00경 피고인 2를 임의동행의 형식으로 체포하였고 당시 피고인 2가 범행을 부인하고 있었는데 당시의 사정만으로 위와 같은 긴급체포의 요건이 갖추어졌다면 곧바로 적법한 절차를 밟아 검사 또는 법원의 판단을 받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10:30경 피고인 2를 절도혐의의 피의자로 피고인 1과 대질신문을 하였고 그 결과 임의동행의 형식으로 체포할 당시와 아무런 사정변화도 없는 상태에서 11:42경 긴급체포의 절차를 밟았고(사법경찰관은 임의동행을 한 경우 6시간을 초과하여 경찰관서에 머물게 할 수 없다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 제6항 에 따라 6시간이 채 안된 11:42경 긴급체포의 절차를 밟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와 같은 경찰관직무집행법의 규정은 임의동행이 적법한 것을 전제로 한 규정으로 임의동행 자체가 적법하지 않았다면 6시간을 초과하지 않은 채 긴급체포의 절차를 밟았다고 하여 그 긴급체포가 적법해지는 것은 아니다), 이후 검사가 2004. 9. 5. 절도혐의에 대한 보강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구속 수사지휘를 했고, 피고인 2가 수사기관의 조사에 순순히 응해왔던 것에 비추어보면, 11:42경 긴급체포가 위와 같은 긴급체포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결국 피고인 2에 대해 행해진 11:42경 긴급체포가 적법한 긴급체포라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피고인 2는 불법체포된 자로서 ‘법률에 의하여 체포 또는 구금된 자’라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 2가 형법 제145조 제1항 소정의 ‘법률에 의하여 체포 또는 구금된 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도주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과정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3. 결론

따라서 피고인 1의 항소 및 검사의 피고인 2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하고, 형법 제57조 를 적용하여 이 판결 선고 전의 당심구금일수 85일을 피고인 1에 대한 원심판결의 형에 산입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임범석(재판장) 임은하 정동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