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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0. 6. 8.자 2020스575 결정

[친생자출생신고를위한확인]〈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 사건〉[공2020하,1341]

판시사항

[1]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은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가지는지 여부(적극)

[2] 외국인인 모의 인적사항은 알지만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갖출 수 없거나, 모의 소재불명이나 모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 발급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에도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57조 제2항 이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결정요지

[1] 출생 당시에 부 또는 모가 대한민국의 국민인 자(자)는 출생과 동시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다( 국적법 제2조 제1항 ).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에 대하여 국가가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거나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려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결과가 발생한다면 이는 아동으로부터 사회적 신분을 취득할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및 아동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헌법 제10조 ). 현대사회에서 개인이 국가가 운영하는 제도를 이용하려면 주민등록과 같은 사회적 신분을 갖추어야 하고, 사회적 신분의 취득은 개인에 대한 출생신고에서부터 시작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은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가진다. 이러한 권리는 ‘법 앞에 인간으로 인정받을 권리’로서 모든 기본권 보장의 전제가 되는 기본권이므로 법률로써도 이를 제한하거나 침해할 수 없다( 헌법 제37조 제2항 ).

[2]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57조 제2항 의 취지, 입법연혁, 관련 법령의 체계 및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의 중요성을 함께 살펴보면,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57조 제2항 같은 법 제57조 제1항 에서 생부가 단독으로 출생자신고를 할 수 있게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법 제44조 제2항 에 규정된 신고서의 기재내용인 모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에 부의 등록기준지 또는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신고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으로, 문언에 기재된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는 예시적인 것이므로, 외국인인 모의 인적사항은 알지만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갖출 수 없는 경우 또는 모의 소재불명이나 모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 발급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등과 같이 그에 준하는 사정이 있는 때에도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

신청인,재항고인

신청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전수연)

사건본인

사건본인

주문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청주지방법원으로 환송한다.

이유

재항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경위

가. 신청인은 대한민국 국민이다(2013. 6. 5. 귀화허가를 받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였다). 신청인은 2013. 8.경부터 중화인민공화국(이하 ‘중국’이라고 한다) 국적의 신청외인[(영문 성명 및 한자 성명 생략)]과 사실혼 관계에 있었고, 그들 사이에서 (생년월일 생략) 청주시 소재 (병원명 생략)병원에서 여자아이인 사건본인(사건본인 성명 생략)이 출생하였다.

나. 신청인과 신청외인은 곧바로 사건본인의 출생증명서를 첨부하여 관할 주민센터에 출생신고를 하였다. 그러나 관할 주민센터는 사건본인은 혼인 외 출생자이므로 모(모)가 출생신고를 하여야 하고, 모가 외국인인 경우에는 그 국적국 재외공관에 출생신고를 하거나, 부(부)가 출생신고를 하려면 모의 혼인관계증명서, 자녀의 출생 당시 유부녀가 아니었음을 공증하는 서면, 2명 이상의 인우보증서 중 하나를 첨부하여야 하는데(제정 2010. 2. 3. 가족관계등록선례 제201002-1호), 이러한 서류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출생신고를 반려하였다. 관할 주민센터에 의하면, 모가 2009년경 중국 당국으로부터 여권갱신이 불허되었고, 그 후 일본 정부로부터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중국 여권이 아닌 일본 정부가 발행한 여행증명서를 이용하여 대한민국에 출입하였기 때문에 혼인신고에 필요한 서류 등을 발급받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모가 난민임을 증명하는 서류는 위에 정한 서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 이에 신청인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족관계등록법’이라고 한다) 제57조 제2항 에 의하여 관할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친생자출생의 신고를 하려고 제1심법원에 그 확인을 구하였으나 2019. 4. 16. 기각결정을 받았다. 이에 신청인은 원심법원에 항고하였다.

2. 원심의 판단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1항 은 “부가 혼인 외의 자녀에 대하여 친생자출생의 신고를 한 때에는 그 신고는 인지의 효력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제2항 (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고 한다)은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부의 등록기준지 또는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제1항 에 따른 신고를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조항의 취지는, 부가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1항 에 따라 친생자출생의 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출생신고서에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여야 하는데 그와 같은 모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 또는 출생증명서 등 출생사실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기 어려운 경우에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위 신고를 용이하게 하려는 데에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은 사건본인의 모가 외국인이지만 출생증명서에 모의 성명, 출생연월일, 국적이 기재되어 있고 그 내용이 출생증명서의 ‘출생아의 모’란의 기재내용과 일치하기 때문에 이 사건 조항에 규정된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출생신고에 관한 사무처리지침(제정 2015. 1. 8. 가족관계등록예규 제412호, 이하 ‘이 사건 예규’라고 한다) 제8조 에 의하면, 부가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를 할 때에는 모의 혼인관계증명서를 제출하여야 하고, 그 모가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되어 있는지가 분명하지 아니하거나 등록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모에게 배우자가 없음을 증명하는 공증서면 또는 2명 이상의 인우인의 보증서를 제출하여야 출생신고가 가능한데, 사건본인의 출생신고는 위와 같은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 수리가 거부된 것이다. 그러므로 신청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출생 당시에 부 또는 모가 대한민국의 국민인 자(자)는 출생과 동시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다( 국적법 제2조 제1항 ).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에 대하여 국가가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거나 그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려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결과가 발생한다면 이는 그 아동으로부터 사회적 신분을 취득할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및 아동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헌법 제10조 ). 현대사회에서 개인이 국가가 운영하는 제도를 이용하려면 주민등록과 같은 사회적 신분을 갖추어야 하고, 사회적 신분의 취득은 개인에 대한 출생신고에서부터 시작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은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가진다. 이러한 권리는 ‘법 앞에 인간으로 인정받을 권리’로서 모든 기본권 보장의 전제가 되는 기본권이므로 법률로써도 이를 제한하거나 침해할 수 없다( 헌법 제37조 제2항 ).

헌법 제36조 제1항 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라고 천명하고 있다. 혼인과 가족생활에서 개인이 독립적 인격체로서 존중되어야 하고, 혼인과 가족생활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에 관한 개인과 가족의 자율적 결정권은 존중되어야 하며, 혼인과 가족관계가 다른 사람의 기본권이나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한 혼인과 가족생활에 대한 국가기관의 개입은 자제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9. 10. 23. 선고 2016므251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또한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제7조 제1항은 ‘아동은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되어야 하며, 출생 시부터 이름을 갖고, 국적을 취득하며, 가능한 한 부모를 알고, 부모에게 양육받을 권리가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러한 가족생활에 관한 개인과 가족의 자율권 및 아동의 권리는 가족생활의 법률관계 및 그 발생·변동사항에 관한 등록을 규정하는 민법가족관계등록법을 해석·적용할 때에도 존중되어야 한다.

나. 민법은 친생자관계를 혼인 중의 자녀와 혼인 외의 자녀로 나누어 규율한다. 혼인 중의 출생자는 출생이라는 사실에 의하여 바로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성립하는 데 반하여, 혼인 외의 출생자는 어머니와의 관계에서는 출생이라는 사실만으로 바로 모자관계가 성립하지만, 아버지와의 관계에서는 인지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인지란 혼인 외에 출생한 자녀를 그 생부 또는 생모가 자기의 자녀로 인정하는 것이다( 민법 제855조 제1항 ). 인지는 가족관계등록법이 정한 바에 의하여 신고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데( 민법 제859조 제1항 ), 부가 인지할 때에는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여야 한다( 가족관계등록법 제55조 제1항 제3호 ). 한편 가족관계등록법은 “혼인 외 출생자의 신고는 모가 하여야 한다.”라고 하면서도( 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제2항 ), “부가 혼인 외의 자녀에 대하여 친생자출생의 신고를 한 때에는 그 신고는 인지의 효력이 있다.”라고 규정하여[ 구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2015. 5. 18. 법률 제1328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7조 ], 인지신고 이외에 별도의 인지방법을 마련하였다. 이때에는 다른 사람의 자녀로 친생추정되는 것이 아님을 밝히기 위하여 원칙적으로 모의 혼인관계증명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이 사건 예규 제8조 ).

종래의 가족관계등록 실무에 의하면, 출생신고서에는 부모의 성명·본·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부 또는 모가 외국인인 때에는 그 성명·출생연월일·국적 및 외국인등록번호) 등을 기재하여야 하기 때문에( 가족관계등록법 제44조 제2항 제4호 ), 가족관계등록법에 생부가 단독으로 친생자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방법을 규정하고 있더라도 생모가 자녀의 출산 후 잠적하여 행방을 알 수 없는 등으로 모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에는 부가 단독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고, 후견인 지정 신청, 가족관계등록 창설 및 성본 창설, 인지 등의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부자관계가 확정될 수 있었다. 그 결과 아이들이 태어나자마자 출생신고를 못 하고 양육하기가 어려운 나머지 버려지는 사태마저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즉,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들은 필수적인 예방접종을 받지 못하고,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질병 또는 상해로 치료가 필요한 때에도 적절한 의료조치를 받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아동수당 등의 복지혜택도 받지 못하며, 취학연령에 이르러도 학교에 다닐 수 없게 된다. 출생기록이 없다 보니 유기, 불법입양, 인신매매 등의 범죄에 노출될 위험도 있다. 이러한 아이들은 세상에는 존재하지만,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 않음으로써 법의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을 수밖에 없다.

다.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하여 2015. 5. 18. 가족관계등록법 일부 개정(법률 제13285호)으로 이 사건 조항이 신설되었다(이른바 ‘사랑이법’). 이로써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부의 등록기준지 또는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개정법률안에 따르면, ‘모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친생부가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태어나자마자 버려지는 아이들의 생명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 그 개정이유이다. 즉, 의학기술의 발달로 출생한 아동의 모를 알 수 없는 경우에도 부자관계를 확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므로, 생부가 간소한 방법으로 단독으로 인지를 할 수 있게 하려는 데 이 사건 조항의 취지가 있다. 대신에 가족관계등록법은 가정법원으로 하여금 그 확인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직권으로 조사하거나 지방자치단체, 국가경찰관서 및 행정기관이나 그 밖의 단체 또는 개인에게 필요한 사항을 보고하게 하거나 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게 하였고(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3항 ), 출생자가 제3자로부터 민법 제844조 의 친생자 추정을 받고 있음이 밝혀진 경우 등에는 신고의무자가 1개월 이내에 출생의 신고를 하고 등록부의 정정을 신청하게 하는 등 출생신고가 객관적인 진실에 부합되도록 그 보완 장치를 마련하였다(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4항 ).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조항의 취지, 입법연혁, 관련 법령의 체계 및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의 중요성을 함께 살펴보면, 이 사건 조항은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1항 에서 생부가 단독으로 출생자신고를 할 수 있게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가족관계등록법 제44조 제2항 에 규정된 신고서의 기재내용인 모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에 부의 등록기준지 또는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그 신고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으로, 그 문언에 기재된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는 예시적인 것이므로, 이 사건과 같이 외국인인 모의 인적사항은 알지만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갖출 수 없는 경우 또는 모의 소재불명이나 모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 발급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등과 같이 그에 준하는 사정이 있는 때에도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 .

라.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기록에 첨부된 사건본인과 신청인에 대한 유전자검사 결과 등에 의하면, 사건본인은 신청인의 친딸임을 인정할 수 있다. 사건본인의 모는 중국 당국으로부터 여권의 효력을 정지당하는 바람에 이 사건 예규 제8조 에서 정한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구비하지 못하였다. 이는 모가 외국인으로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갖출 수 없는 경우로서 이 사건 조항의 적용 범위에 포함된다. 따라서 신청인은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 에 규정된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사건본인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결정은 이 사건 조항의 적용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단을 그르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재항고이유는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권순일(주심) 이기택 김선수

참조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