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여금][미간행]
[1] 동일 당사자 간에 계속적인 거래로 인하여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하는 수 개의 채권관계가 성립되어 있는데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특정 채무를 지정하지 않고 일부 변제를 한 경우, 잔존 채무에 대하여도 묵시적 승인을 한 것으로 보아 시효이익 포기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그러한 묵시적 승인이 있었는지에 관한 판단 기준
[2]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채무를 묵시적으로 승인하여 시효완성의 이익을 포기하였는지가 문제된 사안에서, 제반 사정상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 및 액수에 대하여 인식하고서 그 일부를 변제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오히려 채권자가 채무 일부를 지급받았다고 주장할 무렵 채무의 존재 및 액수에 대하여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있었고, 나아가 그것이 채무변제를 위하여 이루어진 것인지도 불분명함에도, 채무자가 채무를 일부 변제하여 채무 전체를 묵시적으로 승인함으로써 시효완성의 이익을 포기하였다고 본 원심판결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1] 민법 제168조 제3호 , 제177조 , 제184조 [2] 민법 제168조 제3호 , 제177조 , 제184조
[1] 대법원 1993. 10. 26. 선고 93다14936 판결 (공1993하, 3177) 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4다59959 판결
원고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오창훈)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 중 제6채무 부분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원고가 1997. 11. 10. 피고에게 5,000만 원을 대여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가 1997. 11. 10. 원고에게 만기를 1998. 1. 10.로 정하여 액면 5,000만 원의 약속어음을 발행하여 준 사실은 피고도 이를 다투지 아니하나, 나아가 그때 원고 주장의 대여사실이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로는 원심이 채택 증거로 거시한 바 없는 갑 제20호증(사실확인서)의 기재가 있는 외에는 별다른 증거자료가 보이지 아니한다. 그런데 원심 및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와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1999. 6.경 서울수서경찰서에 피고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였는데 그 고소내용은 피고가 1998. 2. 13. 계금 5,000만 원을 수령한 후 1999. 3. 13.부터 같은 해 11. 13.까지 9개월간의 계불입금 합계 2,340만 원(=260만 원 × 9개월)을 납입하지 아니하여 이를 편취하고(제7채무 관련), 1997. 11. 7. 약속어음 할인금 명목으로 4,000만 원을 편취하였다(제5채무 관련)는 내용으로서 이 사건 제6채무에 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아니한 사실, 원고는 2007. 9. 7. 이 사건 지급명령을 신청하면서 원고가 1997. 11. 10. 피고에게 5,000만 원을 대여하였다는 이유로 제6채무의 대여원금 5,000만 원과 그 지연손해금의 지급만을 구하였다가, 피고가 그 지급명령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하자 2009. 3. 24.자 준비서면을 통하여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대여금 및 계금 내역을 주장하였는데, 거기에는 제1 내지 제5, 제7채무의 내용만 있을 뿐 제6채무의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아니하였고, 그 후 원고가 2009. 5. 8. 같은 내용으로 청구취지 및 원인변경신청서를 제출하여 청구금액을 133,310,560원으로 확장하였을 때에도 제6채무를 별개의 청구원인으로 주장하지 않았으며, 2010. 5. 24.자 청구취지 및 원인변경신청서를 통해서 비로소 제6채무를 새로이 별개의 청구원인으로 주장한 점, 원고 스스로 구체적인 대여 경위 및 내용에 대하여 별다른 주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피고는 제1채무를 갚기 위하여 여러 구좌의 번호계에 가입한 후 그 계금으로 제1채무를 전부 상환한 다음 원고에게 제1채무와 관련된 근저당권의 말소를 요구하자 원고가 계불입금이 완전히 납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납입을 담보할 약속어음 공정증서를 요구하여 이를 작성하여 준 것일 뿐이라는 피고의 주장도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합리적으로 증거를 거시하지 아니한 채 곧바로 원고가 1997. 11. 10. 피고에게 5,000만 원을 대여한 사실을 인정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상고이유 제2점 및 제3점에 대하여
가. 동일 당사자 간에 계속적인 거래로 인하여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하는 수 개의 채권관계가 성립되어 있는 경우에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특정 채무를 지정하지 아니하고 그 일부의 변제를 한 때에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잔존 채무에 대하여도 묵시적으로 승인을 한 것으로 보아 시효이익 포기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나, 그 묵시적인 승인의 표시는 적어도 채무자가 그 잔존 채무의 존재 및 액수에 대하여 인식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표시를 대하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채무자가 그 시효이익을 포기하였음을 그 표시를 통해 추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행해져야 할 것이다 ( 대법원 1993. 10. 26. 선고 93다14936 판결 , 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4다59959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구하는 차용금, 보증채무금, 미지급 계불입금으로 합계 157,310,560원(제1 내지 제3, 제5 내지 제7채무의 각 원금 합계 155,100,000원 + 제4채무 원금 32,000,000원 - 변제금 합계 29,789,440원)과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다음, 제1 내지 제5, 제7채무의 소멸시효가 완성하였다는 피고의 항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제1 내지 제5, 제7채무는 위 각 채무의 성립 또는 변제기로부터 각 10년이 경과한 이후에 위 각 채무금을 청구하는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원인 변경신청서가 법원에 접수되었음이 기록상 명백하므로, 위 각 채무는 일응 소멸시효가 완성하였다. 그러나 갑 제16호증, 제2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피고는 소외인 운영의 ‘ ○○○’ 식당에서 그에게 보증금 8,000만 원을 맡기고 근무하고 있었는데 원고는 소외인에게 자신이 피고에게 1억 5,000만 원 정도의 채권이 있다는 내용증명을 보낸 사실, 소외인이 피고에게 그 진위를 묻자 피고는 소외인에게 2,000만 원만 지급할 수 있다고 말해달라는 부탁을 하였고, 이에 소외인은 원고에게 ‘피고는 2,000만 원만 반환받을 권리가 있고 나머지 반환청구권은 김종진에게 있다’는 취지로 거짓말한 사실, 결국 소외인은 2008. 8. 31.경 피고를 대신하여 원고에게 2,000만 원을 송금하였고 원고는 같은 날 “금 이천만 원 정, 위 금액은 충남 청양군 목면 안심리 산 (지번 생략) 근저당 설정하고 빌려 간 돈과 갚을 채무 중 일부임을 정히 영수함”이라는 내용으로 영수증을 작성해 피고에게 교부한 사실이 인정된다. 이러한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위 각 채무의 소멸시효 완성 후 위 각 채무의 일부 변제로서 소외인을 통하여 원고에게 2,000만 원을 지급하였음을 알 수 있고, 이는 원고에 대한 위 각 채무 전체를 묵시적으로 승인함으로써 시효완성의 이익을 포기한 것에 해당한다.』
다. 그러나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 후 채무를 묵시적으로 승인하여 시효완성의 이익을 포기하였다는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기록에 의하면, 소외인이 원고에게 2,000만 원을 송금하기 이틀 전인 2008. 8. 29. 피고는 이 사건 지급명령(제6채무에 기초한 것으로서 5,000만 원과 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는 내용이다)을 송달받고 2008. 9. 4. 제1심법원에 ‘위 돈은 도박자금으로 빌린 것인데 모두 변제하였다’는 내용의 이의신청서를 제출하였으며, 원고가 2009. 3. 24.자 준비서면을 통하여 ‘잠적했던 피고가 식당을 운영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 돈을 갚을 것을 요구하여 2,000만 원을 지급받았다’고 2,000만 원을 변제받은 사실을 처음으로 주장하자, 피고는 2009. 4. 10.자 준비서면을 통하여 ‘원고는 2,000만 원을 지급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 돈은 원고가 피고의 돈을 편취한 것이다’고 주장하였고, 한편 원고는 제1심에서 2010. 4. 21.자 준비서면을 통하여 ‘피고가 2,000만 원을 지급할 당시 원고는 피고에게 전체 채무 중 근저당설정금에 대한 반환을 받은 것이라는 영수증을 작성해 준 사실이 있고, 원고는 피고에게 위 영수증을 제출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하였다가, 원심에서 갑자기 제출 경위에 대한 아무런 설명 없이 2010. 12. 10.자 준비서면에 첨부하여 원고가 피고에게 작성, 교부하였다는 영수증(갑 제25호증)을 제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할 때,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원고가 소외인에게 자신이 피고에게 1억 5,000만 원 정도의 채권이 있다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피고는 그 진위를 묻는 소외인에게 부탁하여 소외인이 피고에게 지급할 수 있는 돈이 2,000만 원밖에 없다고 원고에게 말해달라고 하여 소외인이 원고에게 그와 같이 거짓말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실만으로 바로 10여 년 전에 발생한 것으로서 그 소멸 여부가 불분명한 제1 내지 제5, 제7채무의 존재 및 액수에 대하여 피고가 이를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소외인이 2008. 8. 31.경 피고를 대신하여 원고에게 2,000만 원을 송금하였고, 원고가 같은 날 “금 이천만 원 정, 위 금액은 충남 청양군 목면 안심리 산 (지번 생략) 근저당 설정하고 빌려 간 돈과 갚을 채무 중 일부임을 정히 영수함”이라는 내용으로 영수증을 작성해 피고에게 교부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영수증이 위 금전을 송금받으면서 바로 작성되어 피고에게 교부된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하므로, 사후에 원고가 일방적으로 작성하여 교부한 영수증의 기재 내용만으로 위 각 채무의 존재 및 액수에 대하여 피고가 이를 인식하고서 그 채무의 일부를 변제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려우며,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2,000만 원을 지급받았다고 주장할 무렵에 피고는 이 사건 지급명령을 송달받고 즉시 이의신청을 한 점 등을 비롯하여 기록에 나타난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 각 채무의 존재 및 액수에 대하여는 그 무렵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원고가 소외인에게 자신이 피고에게 1억 5,000만 원 정도의 채권이 있다는 내용증명을 보내게 된 경위(그 무렵 원고는 제6채무에 기초하여 5,000만 원과 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지급명령만을 신청해 놓은 상태이고,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153,310,560원의 채권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 시기는 그로부터 약 7개월이 지난 2009. 3. 24.자 준비서면을 통하여서이다), 내용증명만을 받은 소외인이 피고에게 변제해야 할 채무 중 2,000만 원을 피고에게 지급하지 못하고 원고에게 송금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및 원고가 피고에게 교부해 주었다고 주장한 영수증을 원심법원에 제출할 수 있게 된 경위 등에 의문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소외인이 원고에게 2,000만 원을 송금한 것이 과연 피고의 원고에 대한 채무변제를 위하여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도 분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 후 제1 내지 제5, 제7채무를 묵시적으로 승인하여 시효완성의 이익을 포기하였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시효완성이익 포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나머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피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