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서울행정법원 2021.2.18. 선고 2020구합68950 판결

수입통관보류처분취소

사건

2020구합68950 수입통관보류처분취소

변론종결

2020. 11. 12.

판결선고

2021. 2. 18.

주문

1. 피고가 2019. 12. 31. 원고에 대하여 한 수입신고번호 ********* 성인용품에 관한 수입통관보류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중국 소재 업체인 '○○○○ model props Co. LTD'로부터 성인용품 1개(이하 '이 사건 물품')를 수입하면서 2019. 10. 31. 피고에게 수입신고(수입신고번호 *********)를 하였다.

나. 피고는 2020. 1. 16. 관세법 제237조 제3호에 따라 이 사건 물품의 수입통관을 보류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다.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2020. 2. 17. 관세청장에게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면서 이 사건 물품의 통관을 허용하여 달라는 취지의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관세청장은 그 결정기간(위 청구일로부터 90일)이 경과하도록 원고의 위 청구에 관한 결정을 하지 아니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1) 원고,

이 사건 물품은 성인 여성의 신체와 비슷한 형태 및 크기를 가진 남성용 자위기구이기는 하나, 성기나 항문의 형태가 실제 인체의 형상과 다르고, 인체의 세세한 특징이 표현되어 있지 않아 형상, 재질, 특징을 전체적으로 관찰할 때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으로 사람의 특정한 성적 부위 등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거나 묘사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더욱이 이미 이 사건 물품과 유사한 성인 여성 신체 모양의 남성용 자위기구에 대하여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최종적인 법률 해석이 있었음에도 피고는 권력분립의 원칙 및 법치행정의 원칙에 위배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물품은 관세법 제234조 제1호의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2) 피고,

이 사건 물품은 의학적 가치 등을 지니지 않고 오로지 성적 흥미를 유발하고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제작된 성인용품으로서, 성기구라는 주관적 용도를 고려하더라도 사람의 신체적 특징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여성의 성기를 노골적이고 적나라하게 표현함으로써 여성을 성적대상화하였다는 점에서 존중되어야 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한 물품이다. 따라서 이 사건 물품은 관세법 제234조 제1호에서 수입 금지품으로 규정한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하므로 같은 법 제237조 제3호에 따라 이 사건 물품의 수입통관을 보류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나. 판단

1) 관련 법리

관세법 제234조 제1호가 규정하는 '풍속을 해치는'이라고 함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성풍속을 해치는 '음란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고(대법원 2004. 2. 26. 선고 2002도7166 판결 참조), 여기서 '음란'이라 함은 사회통념상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으로서, 표현물을 전체적으로 관찰 · 평가해 볼 때 단순히 저속하다거나 문란한 느낌을 준다는 정도를 넘어서서 존중 · 보호되어야 할 인격을 갖춘 존재인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에 의하여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09. 6. 23. 선고 2008두23689 판결 등 참조).

2) 인정사실

가) 이 사건 물품은 성인 여성 전신과 비슷한 모양의 인형으로서, 머리 부분은 탈부착할 수 있다. 머리를 포함한 전체 길이는 약 164cm, 무게는 약 39kg이다.

나) 이 사건 물품은 전체적으로 사람의 피부색과 유사한 색깔을 띠고 있고, 유두 및 성기 부분은 좀 더 진한 색으로 채색되어 있으며, 외음부 형태가 구현된 성기 위로 음모 형태의 털이 부착되어 있다. 가슴 부분은 성인 여성의 가슴과 비슷한 모양이고, 성기 부분과 항문 부분에는 구멍이 뚫려 있다.

다) 이 사건 물품에는 신체와 유사한 관절이 형성되어 있어 앉거나 구부리는 등 다양한 자세가 가능하고, 피부는 실리콘 재질로, 뼈대는 철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6호증, 을 제1호증(각 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3) 구체적 판단

가) 앞서 본 사실에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앞서 든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물품은 전체적으로 관찰하여 볼 때 그 모습이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지만 이를 넘어서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 · 왜곡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에 의하여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이라 볼 수 없다.

(1) 이 사건 물품은 성인 여성의 신체 중 가슴, 성기를 진한 색으로 도드라지게 보이게 하고 전체적으로 피부색과 유사한 실리콘을 재질로 사용하여 성인 여성의 신체를 재현한 것으로 그 전체적인 모습이 실제 사람의 형상과 유사하다. 피고는 이와 같이 이 사건 물품이 신체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성기 등을 노골적이고 적나라하게 표현함으로써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하여 성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나, 성기구는 신체접촉을 대신하여 성기구를 통한 성적 만족감 충족이라는 목적을 위해 제작 · 사용되는 도구로서 필연적으로 신체의 형상이나 속성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거나 구현할 수밖에 없고, 앞서 든 성기구와 관련된 법리를 함께 고려하면 그 전체적인 모습이 신체와 유사하다거나 성기 등의 표현이 다소 구체적이고 적나라하다는 것만으로 그 본질적인 특징이나 성질이 달라져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 왜곡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 관념에 반할 정도에 이른다고 쉽게 단정할 것은 아니다.

(2) 이 사건 물품이 성기구 이외의 다른 의학, 교육, 예술 등의 목적으로 제작된 것이고 실제 그 목적에 맞게 사용되는 것이라면 일반적으로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처분에는 이 사건 물품의 용도가 성기구인 점이 전제되어 있으나, 앞서 든 법리와 같이 신체와 유사한 성기구는 단순한 성적인 만족이나 쾌락을 위한 경우뿐만 아니라 그 사용자가 육체적·심리적 성기능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나 일시적 혹은 상시적으로 성행위 상대가 없는 경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점, 통상 매우 사적인 공간에서 이용되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물품의 원래 용도나 목적을 고려하여 음란성 여부를 다르게 판단하는 것은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3) 피고는 그 형상이 조잡한 신체 형상의 성기구 수입을 허용하고 있어 '성기구'라는 이유만으로 풍속을 해치는 것으로 판단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법률도 성기구 전반에 관하여 일반적인 법적 규율을 하고 있지 않다. 이는 성기구는 성적인 내용을 대외적으로 표현하는 일반적인 음란물과는 달리 사용자의 성적 욕구 충족에 은밀하게 이용되는 도구에 불과하고,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전제로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적어도 공중에게 성적 혐오감을 줄 만한 성기구가 공공연하게 전시·판매됨으로써 그러한 행위를 제재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이 아니라면 성기구를 음란한 물건으로 취급하여 수입 자체를 금지하는 일은 매우 신중하여야 한다.

(4) 청소년 보호법은 '성기구'를 청소년유해물건으로 분류하여 '청소년유해표시'를 하도록 하고 성기구를 취급하는 업소는 '청소년유해업소'로 삼아 청소년의 출입과 고용을 금지하는 동시에 성기구를 청소년에게 판매·대여·유포하는 경우를 형사처벌하도록 하고 있다(제2조, 제28조, 제58조 등 참조). 이처럼 우리나라 법률은 미성숙한 청소년이 성기구에 노출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하여만 별도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성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사용을 본래 목적으로 한 성기구의 수입자체를 금지할 법적 근거는 달리 찾아보기 어렵다. 피고는 일반 성기구와 달리 신체 형상을 한 성기구가 공공연하게 전시·판매되는 경우 공중에 성적 혐오감을 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주장하나, 이러한 전시 · 판매가 공중에 성적 혐오감을 줄 경우 공연음란죄 등 관련 형사법에 따라 처벌하면 될 것이고, 이러한 우려로 인하여 신체 형상의 성기구 자체의 수입통관을 보류할 것은 아니다.

나) 따라서 이 사건 물품이 성풍속을 해치는 음란물이어서 관세법 제234조 제1호의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결론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