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미간행]
원고(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수진외 2인)
피고 은행(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자유로 담당변호사 임은상)
2005. 3. 3.
1. 제1심 판결 중 “1,75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2002. 5. 3.부터 2005. 3. 31.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위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피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 총비용은 제1, 2심을 통틀어 3/10은 원고가, 7/10은 피고가 각 부담한다.
1. 청구취지
피고는 제1심 공동피고와 연대하여 원고에게 2,5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이 사건 제1심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판결.
2.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판결.
1. 인정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2, 3호증, 갑 제4호증의 1, 2, 갑 제5 내지 8호증, 갑 제10호증, 갑 제16호증의 37, 을가 제1, 2호증, 을나 제1호증의 각 기재 및 갑 제14호증의 2의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이 없다.
가. 제1심 공동피고는 1999년 2월경부터 2001년 2월경까지 원고가 경영하는 (상호 생략)운수의 업무과장으로 근무하였다.
나. 성명불상자는 제1심 공동피고가 (상호 생략)운수에서 퇴직한 이후인 2001. 10. 18. 소외 1이 분실한 주민등록증을 이용하여 소외 1 명의로 휴대전화(전화번호 : (전화번호 생략))를 개설한 후, 같은 달 22일 11:43경 주식회사 한국주택은행(2001. 11. 1. 피고에 합병되었다. 이하 피고라 한다) 안양 1번가 지점을 방문하여 피고의 담당직원인 소외 2에게 마치 자신이 소외 1인 것처럼 가장하여 소외 1의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면서 소외 1 명의의 예금계좌개설을 요구하였는바, 당시 위 성명불상자는 가발을 쓰고 조금 큰 뿔테안경을 쓰고 있어 외관상 위 주민등록증상의 사진상 얼굴과 일치하지 않았으나 소외 2는 그대로 소외 1 명의의 예금계좌(계좌번호 : 생략, 이하 이 사건 출금계좌라 한다)를 개설해주었다.
다. 그 후 위 성명불상자는 2001. 10. 24. 09:35부터 같은 날 09:44 사이에 소외 1 명의로 개설한 위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텔레뱅킹 서비스 번호로 전화한 다음, 원고 명의의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예금계좌(계좌번호 : 생략, 이하 이 사건 농협계좌라 한다)의 계좌번호, 보안카드 비밀번호, 텔레뱅킹 비밀번호, 통장 비밀번호 등을 차례로 입력하는 방법으로, 원고의 이 사건 농협계좌에 입금되어 있던 2,800만 원을 위와 같이 미리 개설한 소외 1 명의의 이 사건 출금계좌로 이체한 다음, 같은 날 09:55경 피고 오금동 지점에서 그 중 2,500만 원을 현금으로 인출해 갔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라. 한편, 피고는 2001. 12. 26. 이 사건 출금계좌에 입금된 2,800만 원이 성명불상자의 위와 같은 텔레뱅킹 사기행위로 입금된 사실을 확인한 후, 그 중 성명불상자가 불법 인출한 2,5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300만 원을 원고에게 반환하였다.
2. 판 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무릇 은행이 거래상대방의 본인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경우, 담당직원으로 하여금 그 상대방이 거래명의인의 주민등록증을 소지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직무수행상 필요로 하는 충분한 주의를 다하여 주민등록증의 진정 여부 등을 확인함과 아울러 그에 부착된 사진과 실물을 대조하여야 할 것인바, 만일 실제로 거래행위를 한 상대방이 주민등록상의 본인과 다른 사람이었음이 사후에 밝혀졌다고 한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은행으로서는 위와 같은 본인확인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있는 것으로 사실상 추정된다 할 것이다.
살피건대, 이 사건 출금계좌 개설 당시 성명불상자의 얼굴이 그가 제시한 소외 1의 주민등록증의 사진상 얼굴과 달라 동일인이 아님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의 담당직원인 소외 2는 위 성명불상자로 하여금 안경을 벗어 보게 하거나 다른 신분증을 다시 제출하게 하거나 하는 등의 방법으로 소외 1 본인임을 다시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만연히 소외 1 명의의 이 사건 출금계좌를 개설해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은행인 피고로서는 당시 위 성명불상자에 대한 본인확인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 할 것이고, 달리 이를 뒤집을 만한 자료가 없다.
또한, 당시 소외 2로서는 위 성명불상자가 이 사건 출금계좌를 텔레뱅킹 사기행위에 이용하리라는 점을 전혀 알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인이 공동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경우의 민법 제760조 의 공동불법행위는 객관적으로 그 공동행위가 관련·공동되어 있으면 성립하는 것이고, 행위자 상호간의 공모 또는 공동의 인식은 필요하지 아니할 뿐 아니라, 위 제760조 제3항 의 방조라 함은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불법행위에 도움을 주지 않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에 위반하는 이상 과실에 의한 방조도 가능하다고 할 것이므로, 앞서 본 바와 같이 당시 위 성명불상자에게 주민등록증상의 인물과 동일인이 아님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존재했던 이상, 당시 은행에 근무하면서 계좌개설업무를 담당하던 소외 2로서는 위 성명불상자의 본인 여부를 확인할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할 것이고,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이 사건 출금계좌를 개설해준 소외 2의 위와 같은 행위는 위 성명불상자가 이 사건 출금계좌를 이용하여 원고의 예금을 편취하는데 도움을 준 것으로서 성명불상자의 사기행위와는 객관적으로 그 관련공동성이 있어 원고의 재산상 손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발생한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책임의 제한
다만, 갑 제16호증의 34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이 사건 사고 발생 이전에 자신이 경영하는 위 (상호 생략)운수의 직원인 소외 3 등에게 이 사건 농협계좌에서 돈을 인출하여 자동차 등록비 등을 납부하라고 지시하면서 위 계좌의 비밀번호를 알려 준 적이 있었고, 텔레뱅킹 비밀번호를 위 농협계좌 통장에 작게 적어 놓은 적도 있었을 뿐만 아니라, 보안카드가 들어 있는 지갑을 상의 안주머니에 넣어두고 상의를 벗어놓은 채 사무실에서 이탈한 적도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여기에 텔레뱅킹을 통한 출금의 경우 통장계좌번호 및 비밀번호, 텔레뱅킹 비밀번호, 보안카드 등 3가지가 모두 구비되어야 하고, 그 취지는 분실·도난 등의 사유로 그 중 어느 하나의 정보가 타인에게 유출되더라도 그것 하나만으로는 타인이 함부로 텔레뱅킹을 통한 출금을 할 수 없도록 겹겹의 안전장치를 갖추어 놓은 것이라 할 것인바, 따라서 통상의 주의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분실·도난 등의 위험을 고려하여 위와 같은 정보가 한꺼번에 타인에게 유출되는 일이 없도록 위 3가지를 따로 분산하여 보관하는 것이 일반적인 점 등의 사정을 보태어 보면, 원고로서도 이 사건 농협계좌의 통장계좌번호 및 비밀번호, 텔레뱅킹 비밀번호, 보안카드 등의 관리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고, 이러한 원고의 과실 역시 이 사건 사고의 발생이나 손해확대에 기여한 것으로서 피고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 이를 참작하여야 할 것인바, 그 밖에 변론에 나타난 모든 사정을 고려해보면 피고의 책임 범위를 원고가 입은 손해의 70%로 제한함이 상당하다.
다. 손해배상액의 계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배상으로 1,750만 원(= 2,500만 원 × 0.7)과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인 2002. 5. 3.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당심 판결선고일인 2005. 3. 31.까지는 민법에서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에서 정한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 중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는 부분은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피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