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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2. 3. 10. 선고 91도3172 판결

[중과실치사][공1992.5.1.(919),1339]

판시사항

함께 술을 마시던 피해자가 갑자기 총을 들어 자신의 머리에 대고 쏘는 소위 “러시안 룰렛” 게임을 하다가 사망한 경우 이를 제지하지 못한 동석자에 대하여 중과실치사죄의 죄책을 부인한 사례

판결요지

경찰관인 피고인들은 동료 경찰관인 갑 및 피해자 을과 함께 술을 많이 마셔 취하여 있던 중 갑자기 위 갑이 총을 꺼내 을과 같이 총을 번갈아 자기의 머리에 대고 쏘는 소위 “러시안 룰렛” 게임을 하다가 을이 자신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한 경우 피고인들은 위 갑과 을이 “러시안 룰렛”게임을 함에 있어 갑과 어떠한 의사의 연락이 있었다거나 어떠한 원인행위를 공동으로 한 바가 없고, 다만 위 게임을 제지하지 못하였을 뿐인데 보통사람의 상식으로서는 함께 수차에 걸쳐서 흥겹게 술을 마시고 놀았던 일행이 갑자기 자살행위와 다름없는 위 게임을 하리라고는 쉽게 예상할 수 없는 것이고 (신뢰의 원칙), 게다가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인들이 “장난치지 말라”며 말로 위 갑을 만류하던 중에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여서 음주만취하여 주의능력이 상당히 저하된 상태에 있던 피고인들로서는 미처 물리력으로 이를 제지할 여유도 없었던 것이므로, 경찰관이라는 신분상의 조건을 고려하더라도 위와 같은 상황에서 피고인들이 이 사건 “러시안 룰렛”게임을 즉시 물리력으로 제지하지 못하였다 한들 그것만으로는 위 갑의 과실과 더불어 중과실치사죄의 형사상 책임을 지울 만한 위법한 주의의무위반이 있었다고 평가할 수 없다.

참조조문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검사(피고인들에 대하여)

변 호 인

변호사 김홍근(피고인들에 대하여)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들과 원심상피고인 은 경찰관들인데 원심상피고인은 1991.1.12. 00:40경 대구 동구 신천4동에 있는 레스토랑 에서 평소에 범죄정보 입수를 위하여 자주 접촉하여 오던 피해자 이광우(이하 피해자라고 한다)와 동석하여 술을 마시던 중, 피해자가 그 전날 저녁 대구 동촌관광호텔 나이트클럽에서부터 원심상피고인이 가슴에 휴대하고 있던 3.8구경 리볼버 권총에 대하여 호기심을 보이며, “디어헌트 영화에 나오는 총이 아니냐, 한번 만져보자”라고 요구하였으나 묵살하였는데, 피해자가 또 다시 위 주점에서도 같은 요구를 하고 그것이 거절된 데 화를 내면서 욕설과 함께 “임마, 디어헌트 게임 한번 하자, 형사가 그렇게 겁이 많나, 사나이가 한번죽지 두번죽나”라고 모욕적인 말을 하여 서로 시비가 되었고, 원심상피고인은 위와 같은 피해자의 인격모욕적 시비에 화가나서 순간적으로 가슴에 차고 있던 권총을 뽑아 들고 탄띠에서 실탄 1발을 꺼내어 약실뭉치를 열어 장전하고 약실을 돌린 다음, “너 임마 그 말에 대하여 책임질 수 있나”라고 하자 피해자가 “됐다 임마”라고 하자, 원심상피고인이 먼저 자신의 오른쪽 귀 뒷 부분에 총구를 들이대고 “후회없나, 됐다”라고 재차 다짐을 하고 피해자가 “됐다”라고 하자 1회 격발하였으나 불발이 되자 권총을 피해자에게 던져 주며 격발을 유도하였고, 이어서 피해자가 왼손으로는 술잔을 들고 술을 마시면서 오른손으로는 권총을 집어들고 자신의 오른쪽 귀윗부분에 들이대고 1회 격발하여 위 실탄이 발사되어 두개골을 관통함으로써 그로 하여금 뇌손상으로 즉시 그 곳에서 사망에 이르게 한 바 있었는데, 피고인들은 같은 장소에서 원심상피고인과 피해자가 위와 같이 “러시안 룰렛” 게임을 시작하는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으므로 경찰관들인 피고인들로서는 만약 이를 그대로 방치하여 피해자가 권총을 집어 들고 방아쇠를 당길 경우 생명을 앗아갈 위험이 있으므로 이를 적극 제지함으로써 사고의 발생을 미리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그대로 방치한 중대한 과실로 피해자가 위와 같이 자신의 머리에 권총을 발사하여 그로 하여금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것이다.

2. 원심의 판단

가. 피고인들이 원심상피고인과 피해자가 이 사건 “러시안 룰렛” 게임을 하는 것을 방치하게 된 상황은 다음과 같이 인정된다.

(1) 피고인 1은 이 사건 전날 20:00경 대구 신암동에 있는 “여명”이란 술집에서 원심상피고인을 만나 맥주 2홉들이 10병 정도를 주문하여 함께 술을 마시다가 술좌석을 같은 시 효목동에 있는 “가시버시”란 술집으로 옳겨 피해자를 소개받고, 여기서 피고인 2는 같은 경찰동기생인 공소외 박달서와 함께 위 술좌석에 합석하여 피고인들과 원심상피고인, 피해자, 위 박달서 등 5명이 맥주 4홉들이 8병 정도를 함께 마신 후 다시 동촌 나이트클럽으로 가서 재차 맥주 4홉들이 5병 정도를 마시면서 춤을 추고 논 다음, 위 박달서는 집으로 돌아가고 남은 일행 4명은 원심상피고인의 제의로 또 다시 이 사건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겨 2홉들이 맥주 3병을 시켜 놓고 술을 마시며 경찰동기생 계모임조직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원심상피고인과 피해자가 위와 같이 시비를 하여 이 사건이 발생하게 되었다.

(2) 피고인들은 위와 같이 많은 양의 술을 마셔 상당히 취한 상태인데다가 경찰관인 원심상피고인은 물론 피해자도 평소에 총기의 위험성을 누구보다도 잘알고 있을 것이므로 그들이 서로 언성을 높이는 말싸움을 계속하더라도 설마 “러시안 룰렛” 게임 같은 어처구니 없는 짓은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3) 그러나 피고인들은 원심상피고인이 권총을 빼내어 약실에 실탄을 장전하는 것을 보고서는 약간 위험을 느끼고 “총 가지고 장난치지 말아라”라고 말하며 그만 두도록 권유하긴 하였으나 그때가지만 해도 그들이 위 게임을 실제로 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하였다.

(4) 그러나 그들은 피고인들의 예상을 뒤엎고 위와 같이 순간적으로(피고인들은 불과 몇십초 간에 일어난 일이라 물리력으로 이를 제지할 여지가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실탄이 장전된 권총을 머리에 대고 차례로 격발을 시도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

(5) 피고인들은 원심상피고인, 피해자 등과 함께 이 사건 “러시안 룰렛” 게임을 하기로 공모하였거나 그들이 그와 같은 게임을 하도록 부추키거나 이를 알고서 방조 또는 묵인한 사실은 전혀 없었다.

나. 위에서 인정한 이 사건 사고의 발생 경위 및 그 상황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은 원심상피고인과 피해자가 이 사건 “러시안 룰렛” 게임을 함에 있어 원심상피고인과 어떠한 의사의 연락이 있었다거나 어떠한 원인 행위를 공동으로 한 바가 없고, 다만 위 게임을 제지하지 못하였을 뿐인데 보통사람의 상식으로서는 함께 수차에 걸쳐서 흥겹게 술을 마시고 놀았던 일행이 갑자기 자살행위와 다름없는 소위 “러시안 룰렛” 게임을 하리라고는 쉽게 예상할 수 없는 것이고(신뢰의 원칙), 게다가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인들이 “장난치지 말라”며 말로 원심상피고인을 만류하던 중에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여서 음주 만취하여 주의능력이 상당히 저하된 상태에 있던 피고인들로서는 미처 물리력으로 이를 제지할 여유도 없었던 것이므로, 경찰관이라는 신분상의 조건을 고려하더라도 위와 같은 상황에서 피고인들이 이 사건 “러시안 룰렛” 게임을 즉시 물리력으로 제지하지 못하였다 한들 그것만으로는 원심상피고인의 과실과 더불어 중과실치사죄의 형사책임을 지울만한 위법한 주의의무위반이 있었다고 평가할 수 없다 .

3. 기록을 통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사실인정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채증법칙을 어긴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피고인들에게 과실이 있다고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조처도 정당하다고 할 것이고, 거기에 과실범의 공동정범의 성립요건이나 중과실치사죄의 과실에 관하여 소론과 같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논지는 이유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회창(재판장) 이재성 배만운 김석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