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무효][공1992.3.1.(915),782]
가. 혼인, 입양 등의 신분행위의 당사자 간에 무효인 신고행위에 상응하는 신분관계가 실질적으로 형성되어 있지도 아니하고 또 앞으로도 그럴 가망이 없는 경우 무효인 신분행위에 대한 추인의 의사표시만으로 무효행위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나. 양모와 15세 미만인 양자의 생부 사이에 양자가 양모와 동거하지 않고 장차 장성하면 조상의 봉제사를 하기로 하는 입양합의 후 양모가 그 입양의사를 철회하였음에도 위 생부가 일방적으로 입양신고를 하자 다시 양모와 생부가 이를 추인하기로 하였어도, 무효인 입양신고가 소급하여 유효하게 된다고 할 수 없다고 본 사례
가. 혼인, 입양 등의 신분행위에 관하여 민법 제139조 본문을 적용하지 않고 추인에 의하여 소급적 효력을 인정하는 것은 무효인 신분행위 후 그 내용에 맞는 신분관계가 실질적으로 형성되어 쌍방 당사자가 이의 없이 그 신분관계를 계속하여 왔다면, 그 신고가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이미 형성되어 있는 신분관계의 효력을 부인하는 것은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고 그 이익을 해칠 뿐 아니라 그 실질적 신분관계의 외형과 호적의 기재를 믿은 제3자의 이익도 침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추인에 의하여 소급적으로 신분행위의 효력을 인정함으로써 신분관계의 형성이라는 신분관계의 본질적 요소를 보호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데에 그 근거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당사자 간에 무효인 신고행위에 상응하는 신분관계가 실질적으로 형성되어 있지도 아니하고 또 앞으로도 그럴 가망이 없는 경우에는 무효의 신분행위에 대한 추인의 의사표시만으로 그 무효행위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나. 양모와 15세 미만인 양자의 대낙권자인 생부 사이에 양자가 양모와 동거하지도 않고 그 보호, 감독 및 교양을 받지도 않으며 입양의 본래 목적인 종손의 역할도 장차 장성하면 조상의 봉제사를 하기로 하는 입양의 합의 후 불과 1개월여 만에 양모가 그 입양의사를 철회하였음에도 위 생부가 일방적으로 입양신고를 하여 호적부에 입양이 등재되자 다시 양모와 생부가 이를 추인하기로 합의하였으나 입양의 실체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당사자 간에 추인의 합의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무효인 입양신고가 소급하여 유효하게 된다고 할 수 없다고 본 사례.
상고인 A
피상고인 B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 제1점을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의 증거에 의하여 청구인은 C파와 그 대종중인 D파의 종손인 청구 외 망 E와 1942.6.10. 혼인하였으며 그 사이에 딸 하나만을 낳았는데 위 E가 1943.3.1. 사망하자 그 딸을 시집에 남겨둔 채 다른 남자에게 사실상 재가하여 자식도 낳았으나 1970. 시아버지인 위 망 E의 아버지 망 F이 사망할 무렵에 시어머니와 친족들의 양해 아래 혼인외자를 데리고 약 26년만에 다시 시집에 들어와 시어머니를 모시고 종가집 며느리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며 살아온 사실, 위 E에게는 대를 이을 아들이 없었기 때문에 청구인이 나이를 먹게되자 종중원들이 양자를 권유하게 되어 이에 따라 청구인은 종손의 역할을 맞기고자 E의 사촌동생 G 부부 사이에 출생한 그의 차남인 15세 미만의 피청구인을 양자로 삼기로 합의하면서도 피청구인은 청구인과 같이 살지 않고 G의 보호, 감독 및 양육을 받기로 하며 단지 가끔 청구인을 찾아오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합의하고 피청구인이 앞으로 자라서 맡게 될 종가일인 기일제사, 묘제등을 위한 비용조달을 위하여 청구인 명의의 건평 104.44평방미터의 주택과 그 부지 외에 1105평방미터의 대지를 피청구인에게 증여하기로 하되 아직 어리므로 우선 G 명의로 가등기하기로 하였으며 이 합의에 따라 청구인은 위 재산에 대한 가등기 절차를 이행하고 입양신고에 관한 서류들을 작성해서 1989.1.12. G에게 맡겼으나 G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피청구인을 망 E의 사후양자로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말을 듣고 그 신고를 늦추고 있었던 사이에 1989.2. 위 E의 딸과 G가 합의하여 위 주택을 타에 임대하고 그 보증금 3,000,000원을 G가 받아 가버리는 사건이 생겨서 청구인이 위 금원의 반환을 요구하였으나 거절당하였고 이에 청구인은 위 G가 종가일에는 관심이 없고 재물만을 탐내고 있다고 생각하고 1989.2.21. 위 입양의 의사를 철회하는 의사표시를 하였으며 이어 1989.2.23. 위 G를 상대로 가등기말소등기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위 G는 위 입양철회의 의사표시를 무시하고 1989.3.9. 보관중인 서류를 이용하여 입양의 신고를 하여 피청구인 이 청구인의 양자인 양 청구인의 호적부에 등재되게 된 사실, 그렇게 되자 1989.4.3. 위 G는 종중원들과 같이 청구인을 찾아가 화해를 종용한 끝에 청구인은 위 소송을 취하하고 대신 G는 청구인에게 생활비로 금 1,500,000원을 지급하며 위 양자관계는 그대로 존속하기로 하는 합의를 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당초 청구인의 입양의사철회에 의하여 무효화된 이 사건 입양이 위 추인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그 입양 신고시에 소급하여 유효하게 되었다고 판단하고 신분행위인 입양의 추인에는 추인의 의사표시 외에 어느 정도의 사실상 양친자관계가 형성되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그러한 사실상의 신분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았으므로 여전히 위 입양은 무효라는 청구인의 주장에 대하여, 신분법상의 행위인 입양은 성질상 단순한 추인의 의사표시 외에 입양사실 즉 양친자관계로서의 신분적 생활관계(신분점유)가 형성되어 있을 것을 또 하나의 요건으로 한다고 볼 수는 있으나 애당초 피청구인을 양자로 하기로 합의 할 때부터 피청구인의 나이가 어려서 그가 17-18세 정도로 성장할 때까지 그의 생부가 동거하면서 그 보호, 감독 및 양육을 책임지기로 하였고 이러한 상태는 입양의사표시 철회 이전의 그것과 그 철회 이후의 그것과의 사이에 별다른 변화가 있음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위 양친자 관계의 신분적 생활관계에 어떠한 변화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청구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하여 위 입양의 무효심판을 구하는 청구인의 주위적 청구를 배척하였다.
그러나, 민법 제139조 본문이 무효인 법률행위는 추인하여도 그 효력이 생기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혼인, 입양 등의 신분행위에 관하여는 이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추인에 의하여 소급적 효력을 인정하는 것은 신분행위는 신분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로서 신분관계의 형성이 그 본질적인 내용이고 신고 등 절차는 그 신분행위의 창설을 외형적으로 확정짓는 부차적인 요건일 뿐인데 무효인 신분행위가 있은 후에 그 내용에 맞는 신분관계가 실질적으로 형성되어 쌍방 당사자가 아무런 이의 없이 그 신분관계를 계속하여 왔다면 그 신고가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이미 형성되어 있는 신분관계의 효력을 부인하는 것은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고 그 이익을 해칠 뿐 아니라 그 실질적 신분관계의 외형과 호적의 기재를 믿은 제3자의 이익도 침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추인에 의하여 소급적으로 신분행위의 효력을 인정함으로써 신분관계의 본질적 요소를 보호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데에 그 근거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당사자 간에 무효인 신고행위에 상응하는 신분관계가 실질적으로 형성되어 있지도 아니하고 또 앞으로도 그럴 가망이 없다고 하는 경우에는 무효의 신분행위에 대한 추인의 의사표시만으로 그 무효행위의 효력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에서는 입양의 합의시에 당초부터 양자가 양모와 동거하지도 않고 그 보호, 감독 및 교양을 받지도 않으며 입양의 본래 목적인 종손의 역할도 당장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장차 장성하면 조상의 봉제사를 하기로 하였는데(더욱이 이 사건 입양의 합의 당시에 적용되던 구 민법에 의하면 조상의 봉제사를 위하여는 청구인의 양자로 할 것이 아니라 이미 사망한 청구인의 부의 사후양자로 하였어야 하므로 입양의 목적과 그 합의가 서로 어긋나고 있었다) 위 합의 후 불과 1개월여 만에 청구인이 그 입양의사를 철회하였다는 것인바, 그렇다면 청구인과 피청구인의 대낙권자(대낙권자)인 청구 외 G와의 사이에는 장차 실질적 신분관계를 형성하겠다는 합의만 있었을 뿐 현실적으로는 정상적인 입양의 실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할 것이고 원심이 인정한 추인의 합의 이후에도 입양의 실체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청구인이 입양의 무효심판을 구하고 있는 이 사건에서는 합의 없이 이루어진 입양신고를 적법하게 함으로써 유효하게 할 실질적 신분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고 장래에도 그 형성을 기대할 수 없다 할 것이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당사자 간에 추인의 합의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무효인 입양신고가 소급하여 유효하게 된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달리 입양의 실체가 있었다고 볼 사정이 있는지 여부를 살펴보기 전에는 위 추인으로 입양이 유효하게 되었다는 판단을 할 수 없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입양합의 철회 이전이나 그 철회 이후에도 양자관계의 형태에 변화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추인에 의하여 그 입양이 소급적으로 유효하게 되었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 점에서 원심은 입양의 실체관계의 존재에 관한 입증책임을 잘못 보았거나 입양의 추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다하지 않은 위법을 저질렀다고 할 것이고 이를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따라서 예비적 청구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는 살필 필요도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