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서울중앙지법 2004. 8. 27. 선고 2004가합23689, 40943 판결

[채무부존재확인·신용카드대금] 항소[각공2004.10.10.(14),1444]

판시사항

[1] 신용카드회사가 공군비행단 소속의 인사처장에게 법인카드 발급을 신청할 대리권 등이 있는지 확인하지 아니한 채 법인카드를 발급한 경우, 그에게 법인카드 발급신청에 관한 대리권의 존재를 믿었다 하더라도 그와 같이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국가에게 표현대리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한 사례

[2] 공군비행단의 법인카드 발급신청 등의 사무는 재무관인 관리처장이 담당하고 있고, 인사처장은 이와 전혀 관계없는 내부의 인사관리업무만을 담당하므로, 법인카드의 발급신청은 인사처장의 직무권한 내에 속하지 않음은 물론 외관상으로도 그의 직무집행과 관련된 것이라고 볼 수 없어 인사처장이 발급받은 법인카드의 사용대금에 대하여 국가에게 사용자책임 내지 국가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신용카드회사가 공군비행단 소속의 인사처장에게 법인카드 발급을 신청할 대리권이 있는지에 관하여 공군비행단에 아무런 확인도 아니한 채 카드 명의자가 국가기관으로서 대금 결제능력에 의심이 없고, 발급신청자가 현역 공군 소령이고 부대의 인사처장이므로 일반인에 비하여 그 신뢰도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섣불리 그 대리권을 오신하여 법인카드를 발급하여 준 경우, 신용카드회사가 인사처장에게 법인카드 발급신청에 관한 대리권이 있다고 믿었다 하더라도 그와 같이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국가에게 표현대리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한 사례.

[2] 공군비행단의 법인카드 발급신청 등의 사무는 재무관인 관리처장이 담당하고 있고, 인사처장은 이와 전혀 관계없는 내부의 인사관리업무만을 담당하므로, 법인카드의 발급신청은 인사처장의 직무권한 내에 속하지 않음은 물론 외관상으로도 그의 직무집행과 관련된 것이라고 볼 수 없어 인사처장이 발급받은 법인카드의 사용대금에 대하여 국가에게 사용자책임 내지 국가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한 사례.

원고(반소피고)

대한민국

피고(반소원고)

엘지카드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민경호)

변론종결

2004. 8. 13.

주문

1. 원고(반소피고)의 피고(반소원고)에 대한 신용카드 사용대금 68,433,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이자 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2. 피고(반소원고)의 반소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모두 피고(반소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본소청구취지 : 주문 제1항과 같다.

반소청구취지 :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는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에게 68,433,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03. 12. 18.부터 갚는 날까지 연 25%의 비율에 따라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 산하의 공군 비행단 소속의 인사처장으로서 공군비행단 내부의 인사관리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소외 1 소령은 2003. 3. 20. 피고의 진주영업소에 방문하여 공군비행단 명의의 법인회원 가입신청서 및 위임장( 공군비행단의 관인을 위조하여 작성한 후 가지고 갔다.)을 피고 영업소에 제출함으로써 공군비행단 명의의 법인카드 발급을 신청하였다.

나. 당시 법인카드 발급업무를 담당했던 피고의 진주영업소 직원인 김두경(발급팀장)은 소외 1로부터 공군비행단 명의의 법인회원 가입신청서 및 위임장, 공군비행단의 고유번호증, 소외 1의 신분증 사본 등의 서류를 교부받고 법인카드 발급절차에 착수하였고, 같은 영업소 직원인 윤영철은 2003. 4. 4. 직접 공군비행단을 방문하여 소외 1의 근무사실을 확인하고 소외 1에게 법인카드(이하 '이 사건 법인카드'라 한다)를 교부하였다.

다. 그 후, 소외 1은 피고로부터 발급받은 이 사건 법인카드를 사용하여 68,433,000원 상당의 물품을 구매하였으나 그 결제일인 2003. 12. 17.까지 신용카드대금을 결제하지 아니하였다.

라. 소외 1은 위와 같이 피고로부터 이 사건 법인카드를 무단으로 발급받아 사용한 것을 비롯하여, 같은 방식으로 다른 신용카드회사로부터도 공군비행단 명의의 법인카드를 발급받아 수십 억 원 상당의 상품권 등을 구입하여 유통시키는 방법으로 돈을 융통한 다음 전역신청을 하고 잠적하였다.

마. 공군비행단은 수년 전부터 부대 재무관리의 편의를 위하여 소액의 법인카드(월간 사용한도는 30만 원에서 1,000만 원까지)를 사용하여 왔는데, 공군 부대의 대외적인 재정행위는 부대 재무관인 관리처장이 담당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법인카드의 발급신청 및 대금결제 사무도 관리처장이 담당하고 있었다(이 사건 사고 이후 공군비행단은 이미 발급받은 법인카드를 모두 폐기하고, 자체적으로 법인카드를 발급받지 않고 있다).

바. 한편, 피고의 법인카드 규정에 따르면, 법인카드 신청을 내사접수 받는 경우 반드시 업체를 방문하여 실사하도록 되어 있고(제4조), 법인인감이 없는 단체인 공공기관의 경우에는 가입신청서에 단체장의 직인을 날인하고, 영업부서 담당자는 심사부서에서 정한 별도의 절차를 통해 신청 사실을 확인하도록 되어 있으나(제6조 제4항), 피고의 직원들은 소외 1에게 이 사건 법인카드를 발급하여 줌에 있어서 가입신청서와 위임장에 날인된 공군비행단의 관인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거나 공군비행단 관리처에 법인카드 발급의사나 소외 1에게 대리권을 수여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확인한 바 없다.

[인정 근거 :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갑 제5, 6호증, 을 제1호증의 1 내지 5, 을 제2호증의 1, 2, 을 제3호증의 1, 을 제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과 이에 대한 판단

본소 및 반소청구에 관하여 함께 본다.

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는,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법인카드 사용대금의 지급을 청구하나 이는 인사처장에 불과한 소외 1이 권한 없이 발급받아 사용한 것이므로 원고는 이에 대하여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피고는 소외 1에게 이 사건 법인카드를 발급받을 적법한 대리권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소외 1은 공군비행단의 핵심참모인 인사처장으로서 인사처의 업무에 관한 예산집행권이 있으므로 기본대리권이 있고, 피고는 소외 1로부터 공군비행단의 관인이 날인된 가입신청서와 위임장, 고유번호증, 신분증 사본을 제출받아 그 진위 여부를 확인하였고, 피고의 직원이 직접 부대에까지 방문하여 소외 1이 인사처장임을 확인하고 이 사건 법인카드를 교부한 이상 피고로서는 소외 1이 공군비행단을 대리하여 법인카드를 발급받을 권한이 있다고 믿었고 이와 같이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으므로 민법 제126조 의 표현대리 규정에 따라 원고는 소외 1이 발급받아 사용한 이 사건 법인카드 사용대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할 의무가 있고, 설령 표현대리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원고 소속의 공무원인 소외 1이 아무런 권한 없이 가입신청서와 위임장을 위조하여 신용카드를 발급받고 이를 사용함으로써 피고에게 신용카드 사용대금 상당의 손해를 입혔으므로, 원고는 사용자책임 내지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주장한다.

나. 신용카드 사용대금채무의 존재 여부

위 기초사실에 의하면, 공군비행단의 재무관은 관리처장으로서 대외적인 재정행위는 모두 관리처장이 담당하고, 소외 1은 공군비행단 내부의 인사관리업무를 담당하는 인사처장에 불과하여 대외적으로 예산을 집행하거나 공군비행단을 대리하여 법인카드 발급신청업무를 수행할 권한이 없으므로(위와 같은 권한은 재무관인 관리처장에게 있다) 소외 1에게 공군비행단을 대리할 기본적 대리권이 있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① 소외 1이 피고에게 제출한 법인회원 가입신청서와 위임장에 날인된 공군비행단의 관인이 위조되었는데도 피고는 그 진위확인을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한 바 없는 사실, ② 피고의 법인카드 규정에 따르면, 법인카드 신청을 내사접수 받는 경우 반드시 업체를 방문하여 실사하도록 되어 있고, 법인인감이 없는 단체인 공공기관의 경우에는 영업부서 담당자가 별도의 절차를 통해 신청 사실을 확인하도록 되어 있는 사실, ③ 피고의 직원들은 소외 1에게 이 사건 법인카드를 발급하여 주면서 공군비행단 관리처에 법인카드 발급의사나 소외 1에게 대리권을 수여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확인한 바 없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④ 금융기관인 피고로서는 법인인감증명서 등이 없어 그 대리권을 확인하기 곤란한 공공기관에게 법인카드를 발급하여 줌에 있어서 당해 법인의 법인카드 발급신청 담당 부서가 어디인지를 확인하고, 당해 부서에 법인카드 발급신청의사와 대리권 수여 여부 등을 확인할 고도의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 피고는 소외 1에게 이 사건 법인카드 발급을 신청할 대리권이 있는지에 관하여 공군비행단에 아무런 확인도 하지 아니한 채, 카드 명의자가 국가기관으로서 대금 결제능력에 의심이 없고 발급신청자가 현역 공군 소령이고 부대의 인사처장이므로 일반인에 비하여 그 신뢰도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섣불리 그 대리권을 오신하여 이 사건 법인카드를 발급하여 주었는바,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소외 1에게 이 사건 법인카드 발급신청에 관한 대리권이 있다고 믿었다 하더라도 그와 같이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의 표현대리 주장은 이유가 없다.

다. 사용자책임 내지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여부

민법 제756조 의 사용자책임의 요건인 '사무집행에 관하여'라고 함은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활동 내지 사무집행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여질 때에는 주관적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이를 사무집행에 관하여 한 행위로 본다는 것이고, 여기에서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집행에 관련된 것인지 여부는 피용자의 본래 직무와 불법행위와의 관련 정도 및 사용자에게 손해발생에 대한 위험 창출과 방지조치 결여의 책임이 어느 정도 있는지를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대법원 2001. 3. 9. 선고 2000다66119 판결 , 2002. 4. 9. 선고 2001다77703 판결 등 참조), 국가배상법 제2조 의 '공무원이 그 직무를 집행함에 당하여'라고 함은 공무원이 직무의 범위 내에 속하거나 직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라고 객관적으로 보여지는 행위를 함에 있어서라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므로( 대법원 1988. 3. 22. 선고 87다카1163 판결 등 참조), 국가인 원고가 소속 공무원이자 피용자인 소외 1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기 위해서는 소외 1의 불법행위가 그 직무를 집행함에 있어서 행하여진 것이어야 하고, 그 행위가 본래의 직무와는 관련이 없는 행위로서 외형상으로도 직무범위 내에 속하는 행위라고 볼 수 없을 때에는 원고가 소외 1의 행위에 대하여 사용자책임이나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할 수 없다.

살피건대, 소외 1의 직무권한의 범위가 법인카드의 발급신청 등과 전혀 관계없는 공군비행단 내부의 인사관리업무에 국한되고 법인카드의 발급신청 등의 사무는 재무관인 관리처장이 담당하고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법인카드의 발급신청은 인사처장의 직무권한 내에 속하지 않음은 물론 외관상으로도 인사처장의 직무집행과 관련된 것이라 할 수 없다.

설령, 소외 1의 불법행위가 외관상 직무집행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하더라도, 소외 1의 행위가 직무집행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을 피해자인 피고 자신이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에는 원고에 대하여 사용자책임이나 국가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는데, 이 경우 피해자의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소외 1의 행위가 그 직무권한 내에서 적법하게 행하여진 것이 아니라는 사정을 알 수 있었음에도 만연히 이를 직무권한 내의 행위라고 믿음으로써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에 현저히 위반하는 것으로 거의 고의에 가까운 정도의 주의를 결여하고, 공평의 관점에서 피해자를 구태여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상태를 말한다( 대법원 2000. 11. 24. 선고 2000다1327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보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공군비행단에게 법인카드 발급의사 및 소외 1의 대리권 유무를 확인하는 등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소외 1의 행위가 그 직무권한 내에서 적법하게 행하여진 것이 아니라는 사정을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전혀 확인하지 아니하고 만연히 직무권한 내의 행위라고 믿고 이 사건 법인카드를 발급하여 주었는바, 그렇다면 피고로서는 소외 1의 행위가 정당한 사무집행의 범위에 속하지 아니함을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결국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사용자책임 내지 국가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법인카드 사용대금 68,433,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이자 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하고, 피고가 이 사건 반소로써 원고에 대하여 그 지급을 구하고 있는 이상 그 확인을 구할 이익도 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이 사건 본소청구는 이유가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피고의 반소청구는 이유가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한다.

판사 신성기(재판장) 이승규 김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