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문]
2010헌마111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4호 가목 위헌확인
김○종
대리인 변호사 이민석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 지킴이’라는 시민단체의 대표이다. 청구인은 2009. 12. 말경 주한 일본대사관의 한국어 홈페이지상 ‘일한관계’ 항목 중 ‘다케시마 문제’라는 목차에서 ‘다케시마는 역사적, 국제법적으로 일본 고유의 영토이며, 한국에 의한 다케시마 점거는 불법점거이다.’라는 취지로 기재된 내용을 보고, 위와 같은 내용을 삭제할 것을 요구하기 위하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항의 집회를 개최하려고 하였으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4호 가목에 의하여 외교기관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가 금지되며, 나아가 해당 외교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집회는 예외적 허용범위에도 포함되지 않아 집회를 개최하지 못하게 되자, 위 법률조항은 청구인의 집회의 자유와 영토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2010. 2. 2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청구인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이라 한다)’ 제11조 제4호 가목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심판대상으로 구하고 있다.
그러나 주한 일본 대사관을 대상으로 하는 옥외집회를 개최하고자 하는 청구인에 대한 금지의무는 집시법 제11조 제4호 가목 규정이 아닌 집시법 제11조 제4호 본문에 의한 것이고, 금지집회의 예외적 허용 여부는 집시법 제11조 제4호 본문 뿐 아니라 단서 전체의 내용을 유기적으로 해석하여야 도출되는 것이므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에 집시법 제11조 제4호 본문과 단서를 모두 포함하기로 한다.
한편, 청구인은 집시법 제11조 제4호 가목 전부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으나, ‘외교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집회를 금지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주장만을 하고 있을 뿐 ‘외교사절의 숙소’를 대상으로 하는 집회에 관해서는 별도의 주장을 하고 있지 않으므로, 심판의 대상을 ‘외교기관’에 대한 부분으로 한정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2007. 5. 11. 법률 제8424호로 개정된 것) 제11조 제4호 중 ‘국내 주재 외국의 외교기관’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 조항 및 관련 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 조항]
제11조(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 장소) 누구든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청사 또는 저택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4.국내 주재 외국의 외교기관이나 외교사절의 숙소. 다만,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외교기관 또는 외교사절 숙소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해당하지 아니한다.
가. 해당 외교기관 또는 외교사절의 숙소를 대상으로 하지 아니하는 경우
나.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
다. 외교기관의 업무가 없는 휴일에 개최하는 경우
[관련 조항]
[별지]와 같음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가. 외교기관 인근에서의 집회․시위는 당해 공공기관의 업무를 상당한 정도로 방해하거나 일반인이 공공재산을 이용하는 권리를 빼앗는 경우에 한하여 규제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 헌법 제21조 제1항 및 제2항의 취지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외교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그 경계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서는 개별 집회․시위의 내용과 성질을 불문하고 일체의 집회․시위를 전면 금지하고 있는바, 이는 기본권침해의 최소침해의 원칙에 위반되어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다.
나. 주한 일본대사관의 한국어 홈페이지는 독도를 일본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
는바, 이는 대한민국의 영토주권을 침해한 것으로서 대한민국 국민은 이에 대처하여 영토주권을 수호할 의무가 있고, 이러한 의무의 내용으로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항의집회를 하려고 하였으나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청구인은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게 되었는바, 이는 청구인의 영토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다.
3. 판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연혁 및 내용
1962. 12. 31. 법률 제1245호로 제정된 집시법은 외교기관의 경계지점으로부터 200미터 이내의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전면금지하였다. 이후 1989. 3. 29. 법률 제4095호로 집시법이 전부개정 되면서 외교기관의 경계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로 옥외집회 또는 시위의 금지구역이 축소되었다.
그 후 헌법재판소는 2003. 10. 30. 외교기관 인근에서의 집회를 예외 없이 전면적으로 금지한 것은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위 ‘외교기관 인근 집회의 전면금지’ 조항을 위헌으로 판단하였고(헌재 2003. 10. 30. 2000헌바67 등, 판례집 15-2하, 41), 그 취지에 따라 2004. 1. 29. 법률 제7123호로 개정된 집시법은 국내주재 외국의 외교기관이나 외교사절의 숙소 인근의 옥외집회나 시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도 외교기관이나 외교사절의 숙소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구체적인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옥외집회나 시위를 허용하는 내용으로 집시법 제11조를 개정하였다. 즉, 개정된 집시법 제11조 제4호의 본문은 ‘외교기관 인근에서의 집회에 대한 원칙적 금지’를 규정하고 있고, 단서는 가목에서 다목까지 ‘예외적 허용 사유’를 규정하고 있는데, 각 목의
사유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기만 하면 집회가 허용된다.
나.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
(1)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헌법 제6조 제2항은 외국인에게 국제법과 조약이 정하는 바에 따른 지위가 보장됨을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 제22조 제2항은 가입국가가 외교기관의 건물을 침입 또는 손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 외교기관 업무의 평화가 방해되거나 그 존엄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여야 할 특별한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제29조는 가입국가는 상당한 경의를 가지고 외교관을 대우하여야 하며, 그 신체․자유 또는 존엄성에 대한 침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적절한 모든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헌법 제6조 제1항에 의하면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과 같이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외교기관에 대한 보호는 헌법 및 국제조약 등에 의하여 보장되는 것으로서 헌법전문에서도 선언하고 있는 항구적인 세계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기초가 되는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외교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외교기관 인근에서의 집회금지를 통하여 외교기관에서 근무하는 외교관과 일반직원 그리고 외교기관에 출입하고자 하는 내․외국인 등이 생명․신체에 대한 어떠한 위협 없이 자유롭게 외교기관에 출입하고, 외교기관 시설 내에서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하며, 나아가 외교관의 신체적 안전을 보호하고 원활한 업무를 보장함으로써 외교기관의 기능보장과 안전보호를 달성하고자 하는 데 그 주요한 입법목적이 있다고 할 것인바, 이와 같은 입법목적은 정당성이 인정된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은 외교기관에 자유롭게 출입하지 못하거나 외교기관의 원활한 업무를 저해하는 등 외교기관의 기능을 저해할 추상적 위험이 있는 집회․시위를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하므로, 수단의 적합성도 갖추었다.
(2) 침해의 최소성
(가) 외교기관 인근의 집회금지구역을 설정하지 않더라도, 개별적인 경우마다 집회를 금지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여 결정하는 집시법상의 일반규정에 의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이 의도하는 입법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나) 외교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외교기관 인근에서의 옥외집회나 시위는 이해관계나 이념이 대립되는 여러 당사자들 사이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거나, 물리적 충돌로 발전할 개연성이 높고, 다른 장소와 비교할 때 외교기관의 기능보호라는 중요한 보호법익이 관련되는 고도의 법익충돌 상황을 야기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사후적인 규제는 집회나 시위 참가자에게 심리적인 부담만을 주는 것이어서 이것만으로는 이러한 고도의 법익충돌상황을 완전히 방지하기에 충분하지 못할 수가 있다.
따라서 집시법의 일반적인 규제조치 외에 외교기관 인근을 집회금지 구역으로 설정한 것 자체는 외교기관의 기능과 안전을 보호하려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을 보다 충실히 달성하기 위하여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다만, 외교기관의 기능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위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함에 있어서는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 내에서 하여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제한하는 내용이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다) 우선,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집회금지구역이 외교기관의 기능수행을 보장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정도의 범위인지에 관해서 살펴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집회금지구역의 범위를 외교기관의 경계지점으로부터 반경 100미터 이내로 정하고 있는바, 집회금지구역을 이보다 좁은 범위로 설정한다고 하는 것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에 비추어 합당치 아니하고, 연혁적으로 보더라도 집시법 제정 당시 반경 200미터 이내로 규정되어 있던 것을 최대한 합당한 범위로 완화하기 위해 그 절반으로 축소한 것이므로, 개정된 집시법이 집회금지구역을 반경 100미터 이내로 규정한 것이 지나치게 과도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헌재 2009. 12. 29. 2006헌바20 , 판례집 21-2 하, 745, 755-756 참조).
(라) 다음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가 외교기관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는 것까지도 포함하여 지나치게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인지에 관하여 본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외교기관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반경 100미터 이내 지점에서의 집회 및 시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그 가운데에서도 외교기관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세 가지의 예외적인 경우에는 이러한 집회 및 시위를 허용하고 있다. 즉, 이 사건 법률조항은 ① 외교기관을 대상으로 하지 아니하는 경우, ②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 및 ③ 외교기관의 업무가 없는 휴일에 개최되는 경우 중 하나에 해당하는 집회나 시위로서 외교기관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예외적
으로 이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예외사유는 이미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종전 규정에 관하여 위헌 결정을 할 때 ‘외교기관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인정’될 수 있는 경우라고 판시한 3가지의 경우를 모두 망라하여 입법한 것이다(자세한 근거는 앞서 본 헌재 결정 2000헌바67 등 참고).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의 집회와 시위만을 규제하기 위하여 위와 같은 입법기술상 가능한 최대한의 예외적 허용 규정을 두었고, 그 예외적 허용 범위는 적절하다고 보이므로 이보다 더 넓은 범위의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것을 두고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마)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은 규제는 불가피한 것이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
(3) 법익의 균형성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한 기본권의 제한은 외교기관 인근에서 집회나 시위를 할 수 없는 것으로서 단지 좁은 범위의 장소적 제한에 불과한 것이지, 그로 인하여 외교기관에 대한 집회가 불가능해지거나 현저히 곤란해졌다고 할 수 없다. 그에 반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외교기관의 기능과 안전의 보호라는 국가적 이익이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익충돌의 위험성이 없는 경우에는 외교기관 인근에서의 집회나 시위도 허용함으로써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상충하는 법익간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익균형성의 원칙을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다.
(4) 소결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다. 기타 주장에 대한 판단
청구인은 영토주권을 수호할 의무를 가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독도를 일본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는 주한 일본대사관을 대상으로 항의집회를 하려고 하였으나,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게 되었으므로, 이는 청구인의 영토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청구인이 주한 일본대사관을 대상으로 항의집회를 하는 것이 영토권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므로 청구인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아래 5.와 같은 재판관 송두환의 반대의견을 제외한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5. 재판관 송두환의 반대의견
나는 다수의견과 달리,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하여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한다.
가. 헌법이 보장하는 평화적 집회의 자유
(1)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집회의 자유를 언론․출판의 자유와 함께 표현의 자유로서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고, 헌법재판소는 현대 대의민주국가
에서의 집회의 자유의 역할과 그 중요성에 관하여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강조한 바 있다(헌재 2003. 10. 30. 2000헌바67 , 판례집 15-2하, 41; 헌재 2009. 5. 28. 2007헌바22 , 공보 152, 1125; 헌재 2009. 9. 24. 2008헌가25 , 판례집 21-2상, 427, 439 참조).
집회의 자유는 개인의 사회생활, 사회의 여론형성 및 민주정치의 토대를 이루고 소수자의 집단적 의사표현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기본권으로서, 국가권력의 간섭이나 방해를 배제할 수 있는 주관적 권리인 동시에 대의제 자유민주국가의 필수적 구성요소이다.
한편, 위와 같은 의미에서 헌법적으로 보장되는 집회는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인 집회이다. 사람이나 물건에 대하여 공격적으로 신체적 유형력을 행사하는 등 집단적인 폭력을 사용하여 의견을 강요하는 것은 헌법적으로 보호될 수 없다(헌재 2003. 10. 30. 2000헌바67 , 판례집 15-2하, 41, 53 참조).
(2) 집회의 자유에 관한 위와 같은 규범적 인식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를 찾기는 어렵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집회의 자유에 관한 규율, 제한의 헌법적 허용 한계를 논하는 구체적 사안에 있어서는 이러한 규범적 인식과 전혀 다른 잣대로 판단하는 혼란이 있는 것은 실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집회를 ‘폭력’, ‘과격’, ‘선동’ 등 집회 본연의 속성과는 관련이 없는 요소와 연결하여 ‘위험한’ 집단적 의견표명 양식인 것처럼 바라보는 시각 하에서는 집회가 폭넓은 금지와 제한의 대상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그리하여 집회의 금지나 제한에 대한 저항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부 폭력사태 등을 마치 집회의 본래적 속성인양 일반화시켜 다시금 집회의 자유의 제한을 정당화하는 악
순환의 고리가 계속되고 있는 사태는 매우 잘못된 것이다.
이와 같은 규범적 인식과 현실의 괴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헌법이 보장하는 평화적 집회의 자유가 단지 학문적인 이상에 그치지 않고 현실을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편으로 집회를 주최하고자 하는 이들의 선의와 본래적인 집회의 모습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최대한의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되,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범주를 벗어난 폭력적 의견강요나 집회과정에서 실제로 발생한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하는 규범을 정립하고, 또한 그대로 집행해야 할 것이며, 그것이 민주국가의 위상에 걸맞은 일이 될 것이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집회의 자유 침해 여부
(1) 집회 장소 선택의 제한
집회의 장소는 집회의 목적ㆍ내용과 일반적으로 밀접한 내적 연관관계에 있기 때문에 집회의 장소 선택은 특별한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집회의 성과에도 영향을 미친다. 만약 집회가 국가권력에 의하여 세인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장소나 집회에서 표명되는 의견에 대하여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장소로 추방된다면, 집회의 자유의 보호는 사실상 그 의미와 효력을 잃게 될 것이다.
따라서 집회의 자유는 다른 법익의 보호를 위하여 정당화되지 않는 한, 집회장소를 항의의 대상으로부터 분리시키는 것을 금지한다(헌재 2003. 10. 30. 2000헌바67 , 판례집 15-2하, 41, 54 참조).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내 주재 외국의 외교기관의 경계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서의 옥외집회 및 시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비록 예외적으
로, 해당 외교기관을 대상으로 하지 아니하는 경우나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 또는 외교기관의 업무가 없는 휴일에 개최하는 경우로서 외교기관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 한하여 옥외집회 및 시위를 주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긴 하나, 집회의 자유의 자유로운 행사를 장소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2) 과잉금지 원칙 위반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하여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가)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1)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은 우선, 외교기관 인근에서 당해국가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하는 집회가 열리는 경우 ‘외국과의 선린관계’가 저해될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고자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유민주국가에서 국민이 자신의 견해를 집단적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집회에 참가하는 행위는 민주시민생활의 일상에 속하는 것이자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가치이므로, 국민의 일부가 외교기관 인근에서 평화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기본권을 행사한다고 하여 그것으로써 ‘외국과의 선린관계’가 저해된다고는 볼 수 없다. ‘외국과의 선린관계’라는 법익은 외교기관 인근에서 국민의 기본권행사를 금지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가 될 수 없다(헌재 2003. 10. 30. 2000헌바67 , 판례집 15-2하, 41, 57). 이는 집회가 외국의 어떠한 정책을 비판하는 등 해당 국가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하는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보더라도, 외교기관 인근에서의 집회라는 집회장소에
관한 이유로 집회를 사전 제한하는 것은 그 예를 찾기가 어렵다. 자유민주국가가 국제법질서 내에서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그 국가 내에 외국을 비판하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아니고, 그러한 세력을 관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야말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2) 다음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으로는, 국내주재 외교기관에의 자유로운 출입 및 원활한 업무의 보장, 외교관의 신체적 안전 등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외교기관 인근에서의 집회나 시위가 그 자체로 외교기관과 외교관들에게 물리적인 압력이나 위해를 가할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위험성이 있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외교관 등의 외교기관 출입을 봉쇄하고 신변의 안전을 위협하거나 외교기관의 시설을 파괴하는 등의 폭력적 집회는 이미 집회의 자유에 의하여 보호되지 않는 것이고, 이러한 경우에 대비한 조항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으며(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 형법 제108조 등), 일반적인 집회가 폭력집회로 변질될 것이라고 미리 예단할 수도 없다. 집회의 자유를 악용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평화적인 집회나 시위가 우리 헌법이 예정하는 것이라는 점을 간과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외교기관 인근의 옥외집회나 시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만 가능하도록 규정한 것은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정성이 인정될 수 없다.
(나)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균형성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외교기관 인근의 옥외집회나 시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만 가능하도록 규정한 것은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균형성
에도 위반된다.
1)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은 집단적인 폭행․협박․손괴․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하여 폭력집회를 사전에 차단하고 있고, 같은 법 제6조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의 신고제를 규정하여 관할경찰서장이 질서유지를 위한 조치를 강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또한 같은 법 제14조는 확성기 등을 사용하여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소음발생을 규제하고 있는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이러한 일반적 규제에 의하여도 외교기관 인근의 집회로 인한 외교기관의 기능 저해의 우려 등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또한 집회의 해산과 같은 사후통제도 가능하고, 폭력행위나 업무방해 행위 등은 형사법상 범죄행위로서 처벌되며, 나아가 우리 형법은 제4장에서 국교에 관한 죄를 규정하여(제107조 내지 제113조), 외국원수, 외국사절에 대한 폭행․협박․모욕․명예훼손 행위를 한 자를 일반적인 폭행행위자 등에 비하여 무겁게 처벌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외교관 등의 신체의 안전, 존엄성 등을 보호하기 위한 특별한 배려를 다하고 있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외교기관 인근에서의 집회를 사전에 제한하지 않더라도 외교기관의 기능 보호나 외교관의 신체의 안전 보장 등 입법목적의 달성에는 지장이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함으로써 최소침해성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볼 것이다.
2)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이 외교기관 인근에서 집회를 할 수 있는 예외를 규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이 위와 같은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
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단서에서, 외교기관 인근에서의 집회가 일정한 보호법익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을 초래한다는 일반적 추정이 해제되는 몇 가지 예외를 규정하고 있으나, 이와 같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범위는 과거 헌법재판소가 추상적 위험성조차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한 최소한의 경우들만을 예외사유로 규정한 것으로서 집회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하기 위한 고려를 다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일례를 들어, 해당 외교기관에 관련하여 그 외교기관의 업무가 이루어지는 날에 집회를 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일 터인데도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을 것’이라는 모호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한 어떤 평화적인 방법의 시위 또는 질서유지 방안을 갖춘 시위도 금지되는 것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제한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3)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경우 그 제한을 통해 보호하려는 공익은 제한으로 인해 침해되는 사익보다 우월하여야 할 것이다. 외교기관의 기능을 보호하고, 외교관의 신체의 안전을 보호하는 것은 국제법상의 당연한 의무일 것이나, 집회가 평화적으로 이루어지고, 형법이 금지하는 행위와 같이 공공의 안녕질서를 침해하는 행위가 발생하지 않는 때에도 금지를 원칙으로 삼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기본권 행사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어서 법익균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3) 소결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
2010. 10. 28.
재판장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이공현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
[별지]
[관련 조항]
제11조(옥외집회 및 시위의 금지장소) 누구든지 다음 각 호에 규정된 청사 또는 저택의 경계지점으로부터 1백미터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1. 국회의사당, 각급법원, 헌법재판소, 국내주재 외국의 외교기관
2. 대통령관저, 국회의장공관, 대법원장공관, 헌법재판소장공관
3. 국무총리공관, 국내주재 외국의 외교사절의 숙소, 다만, 행진의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제5조(집회 및 시위의 금지) ① 누구든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집회나 시위를 주최하여서는 아니 된다.
1.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해산된 정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집회 또는 시위
2.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損壞),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
② 누구든지 제1항에 따라 금지된 집회 또는 시위를 할 것을 선전하거나 선동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8조(집회 및 시위의 금지 또는 제한 통고) ① 제6조 제1항에 따른 신고서를
접수한 관할 경찰관서장은 신고된 옥외집회 또는 시위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때에는 신고서를 접수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할 것을 주최자에게 통고할 수 있다. 다만, 집회 또는 시위가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한 경우에는 남은 기간의 해당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 신고서를 접수한 때부터 48시간이 지난 경우에도 금지 통고를 할 수 있다.
1. 제5조 제1항, 제10조 본문 또는 제11조에 위반된다고 인정될 때
제11조(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 장소) 누구든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청사 또는 저택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국회의사당, 각급 법원, 헌법재판소
2. 대통령 관저(官邸), 국회의장 공관, 대법원장 공관, 헌법재판소장 공관
3. 국무총리 공관. 다만, 행진의 경우에는 해당하지 아니한다.
4. 국내 주재 외국의 외교기관이나 외교사절의 숙소. 다만,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외교기관 또는 외교사절 숙소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해당하지 아니한다.
가. 해당 외교기관 또는 외교사절의 숙소를 대상으로 하지 아니하는 경우
나.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
다. 외교기관의 업무가 없는 휴일에 개최하는 경우
제20조(집회 또는 시위의 해산) ① 관할경찰관서장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는 상당한 시간 이내에 자진(自進) 해산할 것을
요청하고 이에 따르지 아니하면 해산(解散)을 명할 수 있다.
1. 제5조 제1항, 제10조 본문 또는 제11조를 위반한 집회 또는 시위
② 집회 또는 시위가 제1항에 따른 해산 명령을 받았을 때에는 모든 참가자는 지체 없이 해산하여야 한다.
제23조(벌칙) 제10조 본문 또는 제11조를 위반한 자, 제12조에 따른 금지를 위반한 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1. 주최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 원 이하의 벌금
2. 질서유지인은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 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
3. 그 사실을 알면서 참가한 자는 50만 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