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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전주지방법원 2006. 4. 7. 선고 2005노1621 판결

[미성년자의제강제추행][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검사

김도완

변 호 인

법무법인 여명 담당변호사 황규표

주문

제1심 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은 피해자들을 강제추행한 사실이 없는데, 제1심은 피해자측의 진술 등을 근거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위와 같은 제1심의 조치에는 채증법칙 위배로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및 제1심의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익산시 어양동 소재 (이름 생략)아파트 101동 경비원으로서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피해자 공소외 2(여, 5세), 공소외 3(여, 4세)의 보호자가 피해자들의 관리를 소홀히 하는 틈을 이용하여, 2005. 6. 3. 16:00경 위 피해자들을 위 아파트 101동 경비실로 데리고 들어간 뒤 피해자들의 하의 속옷 안으로 손을 넣어 음부를 만져 피해자들을 각 추행하였다는 것인바, 제1심은 증인 공소외 1, 4, 5의 제1심 법정에서의 각 진술, 공소외 1, 2, 3의 검찰에서의 각 진술, 공소외 2에 대한 진단서, 제1심 법원의 제일산부인과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를 증거로 하여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3. 당심의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피해자들에 대한 검찰 진술녹화테이프 중 피해자들의 진술, 피해자들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증인 공소외 1, 5의 제1심 법정에서의 진술, 피고인에 대한 제2회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중 공소외 1의 진술기재, 공소외 1에 대한 검찰 및 경찰 진술조서, 증인 공소외 4의 당심 및 제1심 법정에서의 진술, 공소외 4, 6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등이 있는데, 피해자들 및 공소외 4, 6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는 피고인이 증거로 함에 동의하지 않았고,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진정 성립이 인정된 바도 없어 이를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으므로, 이하에서는 이를 뺀 나머지 증거들에 관해서 본다.

나. 먼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로는 피해자들의 검찰에서의 진술이 있으나, 위와 같은 피해자들의 진술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 신빙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제1심이 피해자들의 검찰진술 녹화테이프를 검증한 후 작성한 검증조서의 기재에 의하면, 피해자들은 검찰에서 ‘아파트 101동 경비실에 간 적이 있는지’, ‘경비아저씨가 피해자들의 고추를 만진 사실이 있냐’는 질문에 ‘예’라고 대답하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방법으로 긍정하였고, 아파트 관리사무소 기구조직표를 보여주며 아프게 한 경비아저씨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피해자들이 똑같이 피고인을 지목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범인을 식별하고 지목하는 과정에서 용의자를 한 사람씩 단독으로 피해자와 대질시켜 범인 여부를 확인하게 하는 것은, 사람의 기억력의 한계 및 부정확성과 구체적인 상황 하에서 용의자가 범인으로 의심받고 있다는 무의식적 암시를 목격자에게 줄 수 있는 가능성 등으로 인하여, 그러한 방식에 의한 범인의 식별·지목이나 그 직후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 한 같은 취지의 진술은, 피해자가 그 용의자를 종전부터 잘 알고 있다든가 피해자의 진술 외에도 그 용의자를 범인으로 의심할 만한 다른 정황이 존재한다든가 하는 등의 부가적인 사정이 없는 한 그 신빙성이 낮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위와 같은 피해자의 진술을 신빙성이 높다고 평가할 수 있으려면, 일단 수사기관에 신고하여, 수사기관이 범인의 인상착의 등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 내지 묘사를 사전에 상세하게 기록한 다음, 용의자를 포함하여 그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여러 사람을 동시에 목격자와 대면시켜 범인을 지목하도록 하여야 하고, 용의자와 비교대상자 및 피해자들이 사전에 서로 접촉하지 못하도록 하여야 하며, 사후에 증거가치를 평가할 수 있도록 대질 과정과 결과를 문자와 사진 등으로 서면화하는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도7363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 공소외 2의 모(모)인 공소외 1이 피해자들이 아파트 경비원으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한 사실을 알고 2004. 6. 4. 피해자 공소외 3과 함께 아파트 101동 경비실에 가서 경비실 밖에 있는 공소외 7을 가해자로 지목하자 공소외 3이 아니라고 한 사실, 이어 다시 103동 경비실을 찾아가 평소 알고 있는 경비원 공소외 8을 찾았으나 당일 근무가 아니라고 하여 가해자인지의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사실, 그 다음 날인 2004. 6. 5. 101동 앞에 경비원 3~4명이 있어 그 중 얼굴이 보이는 피고인과 안경을 착용하고 있는 성명불상의 경비원을 지목하며 피해자 공소외 2에게 가해자인지를 묻자, 공소외 2는 피고인을 가해자로 지목한 사실, 이에 공소외 1은 피고인을 따로 불러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추궁하자 피고인은 이를 부인하였는데 공소외 1이 공소외 2, 3에게 피고인이 가해자이냐고 3~4회 반복하여 묻자 공소외 2와 공소외 3은 피고인이 맞다고 한 사실 등이 인정되는바, ① 피해자들은 각 4, 5세 연령의 아동으로서 성인에 비하면 피암시성이 강하여, 깊은 정서적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부모 등 주위 어른들의 암시나 질문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고, 특히 위와 같은 연령의 아이들은 사람이나 사물의 인상적·특징적인 일부분만을 주목하고 기억하는 인지특성을 보이고 있어 같은 경비원 복장을 한 피고인과 다른 경비원의 동일성에 대하여 착오를 일으킬 여지 또한 충분히 있어 보이는 점, ② 경찰 조사 당시 피해자들에게 아파트 관리사무소 기구조직표를 보여주며 경비원들 중 가해자를 지목하게 하자 최초에 피고인을 가해자로 지목하였다는 공소외 2는 모르겠다고 한 반면에 공소외 3은 피고인을 가해자로 지목하였는데 그 후 검찰에서 같은 방법으로 가해자를 지목하게 하자 피해자들 모두 피고인을 가해자로 지목한 사실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들이 2004. 6. 5. 피고인이 가해자인가라는 공소외 1의 반복된 질문에 대하여 맞다고 대답한 이후로 피고인 인상을 기억해 나감에 따라 가해자의 인상에 대한 기억이 이식·변형되었을 소지가 있다고 보이는 점(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이른바 식별 후 반응효과의 한 예로 볼 수 있다), ③ 피해자들이 제1심 법정에서는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강제추행한 사실이 없다며 진술을 번복한 점(물론, 이는 피고인이 있는 자리에서 행한 증인신문에 답변한 것이므로, 이것만으로 피해자들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④ 피해자들의 할머니인 공소외 9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은 평소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았고, 경비원 중에서는 피고인이 아니라 공소외 8이 피해자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는 등 친근하게 지낸 사실이 있으며(당심 증인 공소외 10의 법정 진술에 의하면 공소외 8은 평소 휴대전화에 여성의 음부를 찍은 사진을 저장하여 가지고 다니면서 자신이 직접 찍은 것이라고 자랑하였다는 것이다), 자신으로서는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한 것으로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진술하기까지 한 점, ⑤ 공소외 1은 피해자들이 피고인을 지목함에 따라 다른 경비원 중에 가해자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하여 더 이상 확인을 하지 않은 점, ⑥ 피해자 공소외 2가 2005년 5월경 유치원 등교 도중 할머니인 공소외 9에게 울면서 말썽을 부리는 것을 보고 피고인이 공소외 2에게 ‘할머니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되지’라고 하자 공소외 2가 ‘경비아저씨 미워’라고 말한 사실이 있어 피해자 공소외 2의 잠재적 기억 속에 피고인이 좋지 않은 인상으로 남아 있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아파트의 경비원 중 피고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피해자들을 강제 추행한 것임에도 피해자들이 가해자의 인상착의에 대한 정확한 기억을 갖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 피고인이 가해자인가라는 공소외 1 등의 반복된 질문에 의한 암시를 받아 피고인을 가해자로 지목하게 되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피해자들의 검찰에서의 진술은 그 내용의 신빙성에 대한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다. 다음으로, 공소외 1의 수사기관 및 제1심 법정에서의 진술은 모두 피해자들로부터 피해자들이 피고인으로부터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내용의 추행을 당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고, 공소외 5의 제1심 법정에서의 증언은 피해자들의 검찰 진술의 임의성에 관한 것이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들이 피고인을 가해자로 지목한 진술의 신빙성에 의심이 가는 이상 위 증거들에 의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라. 그밖에,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 증인 공소외 4의 제1심 및 당심 법정에서의 진술이 있고, 그 내용은 피고인이 101동 경비실로 피해자들을 데리고 간 것을 본 사실이 있다는 것이나, 위 증인 또한 6세의 아동이며, 공소외 1에게 이 사건에 관하여 처음으로 얘기할 때에는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경비실로 데려가는 것을 보았는데, 경비실에서 소리가 들려서 조금 열려 있는 문으로 보니까 피고인이 피해자들의 고추를 만지고 있었다고 하였다가, 제1심 법정에서는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데리고 경비실에 들어가는 것은 보았으나, 경비실에서 공소외 2가 소리를 지르지는 않았고 경비실 문이 열려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하였고, 당심에서는 피고인이 피해자들의 팬티 속에 손을 넣어 고추를 만지는 것을 보지는 않았다고 하여 그 진술에 일부 차이가 있는바, 위 증인의 연령과 진술의 태도 및 그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위 증인이 과거에 경험한 사실을 정확히 기억하여 진술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고, 가사, 위 증인의 증언을 진실한 것이라고 보더라도 위 증언만으로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이 사건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한다고는 보기 어렵다.

마. 기타 제1심이 거시하는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나이 70에 가깝도록 아무런 범죄 경력 없이 살아온 피고인이 이 사건과 같은 추악한 범행을 저질렀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바. 그렇다면,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유죄로 인정한 제1심 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결론

따라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2항에서 본 바와 같은바, 위 제3항의 파기사유에서 본 바와 같이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는 범죄의 증명이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심준보(재판장) 신명희 김대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