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상해·특수폭행치상] 항소[각공2019하,1052]
피고인이 야간에 자신의 집 마당에서 술에 취한 남성 세입자 갑과 자신의 딸이 말다툼하는 모습을 보고 화가 나 위험한 물건인 죽도(죽도)를 들고 갑의 머리를 수회 폭행하여 바닥에 넘어지게 함으로써 상해를 입게 하고, 피고인을 말리던 갑의 모(모) 을의 팔을 죽도로 수회 내리쳐 상해를 가하였다고 하여 특수폭행치상 및 특수상해의 공소사실로 기소된 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갑의 머리를 1회 가격한 것과 을의 팔 부위를 수회 가격하여 상해를 가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피고인의 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하고, 설령 과잉방위에 해당하더라도 형법 제21조 제3항 의 ‘벌하지 아니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등의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사례
피고인이 야간에 자신의 집 마당에서 술에 취한 남성 세입자 갑과 자신의 딸이 말다툼하는 모습을 보고 화가 나 위험한 물건인 죽도(죽도, 길이 1m 50cm)를 들고 갑의 머리를 수회 폭행하여 바닥에 넘어지게 함으로써 약 6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게 하고, 피고인을 말리던 갑의 모(모) 을의 팔을 죽도로 수회 내리쳐 약 3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가하였다고 하여 특수폭행치상 및 특수상해의 공소사실로 기소된 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사안이다.
목격자 및 갑, 을의 진술, 갑과 을의 상해 부위 사진, 상해진단서, 배심원들의 평결 결과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갑의 머리를 1회 가격한 것을 초과하여 수회 가격하였다거나, 이로 인하여 갑이 넘어지면서 상해를 입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할 수 없고, 피고인이 을의 팔 부위를 수회 가격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피고인과 갑, 을의 관계, 피고인의 집과 마당의 구조, 목격자들의 진술, 피고인이 죽도로 갑, 을을 가격하게 된 경위, 죽도는 4등분의 대나무를 이어 붙여 완충작용을 할 수 있도록 제작된 점, 피고인에게 을을 가격할 의사는 없었으나 을이 갑을 보호하려다 피고인이 내리치는 죽도에 맞게 된 점, 피고인이 죽도를 사용한 것에 비하여 갑은 별다른 상해를 입지 않고, 을은 3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는 데 그친 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자신의 딸의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로서 사회적으로 상당한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어 정당방위에 해당하고, 설령 피고인이 죽도로 갑, 을을 가격하는 행위를 한 것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정당방위의 범위를 넘어 과잉방위에 해당하더라도, 야간에 자신의 딸이 건장한 성인 남성을 포함한 사람들로부터 위협을 당하고 있는 불안스러운 상태하에서 공포, 경악, 당황 또는 흥분 등으로 말미암아 저질러진 것으로 형법 제21조 제3항 의 ‘벌하지 아니하는 행위’에 해당하며, 나아가 7명의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피고인의 행위가 면책적 과잉방위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배심원들 중 다수에 해당하는 4명의 배심원들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점을 최대한 존중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사례이다.
형법 제21조 , 제257조 제1항 , 제258조의2 제1항 , 제260조 제1항 , 제261조 , 제262조 , 형사소송법 제325조
피고인
신가현 외 2인
변호사 조선규 외 1인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가. 특수폭행치상
피고인은 2018. 9. 24. 20:45경 서울 (주소 생략)에 있는 피고인의 집 마당에서, 그 집 세입자로 살던 피해자 공소외 1(38세)과 피고인의 딸이 말다툼하는 모습을 보고 화가 나 집 안에 있던 위험한 물건인 죽도(길이 1m 50cm)를 들고 피해자의 머리를 수회 때려 피해자를 바닥에 넘어지게 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약 6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두 개의 늑골을 침범한 다발골절, 폐쇄성 등의 상해를 입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험한 물건으로 피해자에게 폭행을 가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상해를 입게 하였다.
나. 특수상해
피고인은 제1항 기재 일시, 장소에서 피고인을 말리는 공소외 1의 모친 피해자 공소외 2(여, 64세)의 팔을 위험한 물건인 위 죽도로 수회 내리쳐 피해자에게 약 3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좌측 전완부의 염좌 및 타박 등의 상해를 가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험한 물건으로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였다.
2. 피고인 및 변호인 주장의 요지
가. 피고인은 죽도로 피해자 공소외 1의 머리를 1회 가격하고, 피해자 공소외 2의 팔을 1회 때린 사실은 인정한다. 그러나 피고인은 피해자들을 피고인이 인정하는 1회를 초과하여 수회 때린 사실은 없고, 피고인의 행동으로 인하여 피해자 공소외 1이 두 개의 늑골을 침범한 다발골절, 폐쇄성 등의 상해를 입지 않았다.
나. 피고인은 당시 피해자 공소외 1이 피고인의 딸에게 욕설을 하면서 때리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 이를 막기 위해 위와 같은 행동을 하였으므로 이는 정당방위 내지 과잉방위에 해당한다.
3. 배심원 평결 결과
가. 특수폭행치상
○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1의 머리를 내리친 횟수
- 1회: 7명(만장일치)
- 수회: 0명
○ 피고인의 행위로 피해자 공소외 1이 두 개의 늑골을 침범한 다발골절, 폐쇄성 등의 상해를 입게 되었는지 여부
- 인정: 0명
- 부정: 7명(만장일치)
○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방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 인정: 4명
- 부정: 3명
○ 피고인의 행위가 과잉방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 인정: 0명
- 부정: 주1) 7명
○ 피고인의 행위가 불가벌적 과잉방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 인정: 7명
- 부정: 0명
나. 특수상해
○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2의 팔을 내리친 횟수
- 1회: 2명
- 수회: 5명
○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방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 인정: 4명
- 부정: 3명
○ 피고인의 행위가 과잉방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 인정: 0명
- 부정: 7명
○ 피고인의 행위가 불가벌적 과잉방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 인정: 7명
- 부정: 0명
4. 판단
가.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1을 수회 가격하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 공소외 1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상해를 입었는지 여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1의 머리를 1회 가격한 것을 초과하여 수회 가격하였다거나, 이로 인하여 피해자 공소외 1이 넘어지면서 두 개의 늑골을 침범한 다발골절, 폐쇄성 등의 상해를 입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할 수 없다.
1) 이 사건의 목격자 공소외 3은 이 법정에서 “피고인이 나오자마자 가지고 있던 죽도를 휘둘러 피해자 공소외 1의 머리 부분을 1회 가격하였고, 다시 가격하려고 죽도를 휘둘렀으나 피고인과 피해자 공소외 1 사이에 있던 공소외 2가 팔을 뻗어 공소외 2의 팔에 맞았다. 공소외 2가 팔이 부러졌다고 난리치고, 피해자 공소외 1은 뒤로 물러났다가 다 죽여 버린다고 덤비려고 하고 피고인은 피고인의 딸이 못 움직이게 말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피고인은 피해자 공소외 1을 더 이상 가격하지 못하였고, 당시 피해자 공소외 1이 넘어지지는 않았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공소외 3의 이러한 진술에 불합리하거나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공소외 3이 위증의 벌을 감수하면서까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는 이 법정에 출석하여 허위 진술을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나 이유도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공소외 3의 진술은 충분히 신빙할 수 있다.
2)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1을 가격할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 공소외 1 사이에 피고인의 딸과 공소외 2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1의 머리를 1회 가격한 후 재차 가격하려 할 때 피해자 공소외 1의 모친 공소외 2가 피해자 공소외 1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팔로 피고인의 죽도를 막는 바람에 피해자 공소외 1이 더 이상 맞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3) 피해자 공소외 1은 처음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죽도로 나를 때려 정신을 잠깐 잃었고, 옆에서 말리던 어머니도 죽도로 때렸다. 그리고 내가 바닥에 쓰러졌고, 어머니가 지나가는 아주머니에게 ‘살려 달라’고 말하여 그 아주머니가 경찰에 신고했다. 머리가 아프고 넘어지면서 긁힌 상처가 있다.”라는 취지로만 진술하고, 대문 밖으로 넘어져 그 앞에 주차되어 있던 차에 부딪쳐 넘어졌다는 취지의 진술은 하지 아니하였다.
4) 피해자 공소외 1은 이 사건 당시 범행 장소에 구급차가 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에 가지 않다가 이 사건 발생 이틀 후인 2018. 9. 26. 비로소 병원에 내원한 점, 피해자 공소외 1은 이 사건 이후 수사기관에 어머니 공소외 2가 입은 상해 부위라고 하면서 입 안, 팔, 무릎, 발목 부위 등의 사진을 찍어 제출한 반면, 자신이 입은 상해 부위라고 제출한 사진은 머리와 팔꿈치 사진뿐인 점, 피해자 공소외 1의 상해진단서에 ‘타인에게 구타당하면서 넘어질 때 우측 흉부 수상하였음’이라고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이는 피해자 공소외 1의 진술을 근거로 작성된 내용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상해진단서가 피해자 공소외 1이 이 사건으로 인하여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상해를 입었다는 점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라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5) 피해자 공소외 1은 이 법정에서 “대문과 돌계단 사이에 맨홀뚜껑이 있는 공간에 서 있었는데, 피고인으로부터 맞다가 뒤로 밀렸다. 대문이 조금 열려 있었고, 뒤로 밀리면서 대문에 부딪쳐 대문이 더 열려졌고, 대문 밖으로 넘어져 그 앞에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에 부딪치면서 쓰러졌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범행 장소에 있는 대문은 집 밖 골목에서 집 마당을 향하여 안쪽으로 여는 문인 점에 비추어 보면, 대문이 집 마당을 향해 조금 열려 있는 상태에서 피해자 공소외 1이 넘어지면서 그 문이 집 마당을 향해 바깥쪽으로 더 열려 피해자 공소외 1이 대문 밖으로 떨어졌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또한 이 사건에 관하여 112 신고를 한 신고자는 신고 당시 상황에 관하여 “집에서 아줌마만 뛰어나왔고, 집 앞에 누가 쓰러져 있지는 않았다. 아들인 것 같아 보이는 사람도 집에서 나왔다. 아줌마는 폭행을 당한 것처럼 말해서 많이 맞은 것처럼 보였는데, 아들은 맞은 것처럼 보이지 않았고, 아파하거나 하지도 않았다. 아들은 멀쩡하게 걸어서 집에서 나왔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와 같은 점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 공소외 1의 위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
나.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2를 수회 가격하였는지 여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해자 공소외 2는 이 법정에서 피고인으로부터 죽도로 수회 맞았다고 진술한 점, ② 이 사건 직후 촬영한 피해자 공소외 2의 왼쪽 팔 상해 부위 사진에 의하면, 왼쪽 팔 부위가 상당히 부어 있고, 부어 있는 부분에서 팔꿈치 부위까지 붉은 자국이 길게 나 있으며, 이후 피해자 공소외 1이 수사기관에 제출한 같은 부위 사진에는 여러 군데 멍이 들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2의 팔을 여러 번 가격하였다고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에 해당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2의 팔 부위를 수회 가격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피고인의 공소사실 기재 각 행위가 정당방위 내지 과잉방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어떠한 행위가 정당방위로 인정되려면 그 행위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서 상당성이 있어야 하므로, 위법하지 않은 정당한 침해에 대한 정당방위는 인정되지 않는다. 이때 방위행위가 사회적으로 상당한 것인지 여부는 침해행위에 의해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와 정도, 침해의 방법, 침해행위의 완급, 방위행위에 의해 침해될 법익의 종류와 정도 등 일체의 구체적 사정들을 참작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자기의 법익뿐 아니라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도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형법 제21조 의 정당방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도2168 판결 참조).
한편 과잉방위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라는 정당방위의 객관적 전제조건하에서 그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가 있었으나 그 행위가 지나쳐 상당한 이유가 없는 경우를 말한다(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10006 판결 등 참조). 형법 제21조 제3항 은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때) 그 행위가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하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이러한 상황에서는 적법행위의 기대가능성이 없어 책임이 조각되기 때문이다.
2) 판단
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의 공소사실 기재 행위는 자신의 딸의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로서 사회적으로 상당한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다.
①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장소 1층에서 아내, 딸과 함께 거주하고 있었다. 피해자 공소외 1은 그 2층에서 아버지와 함께 사는 세입자이고, 피해자 공소외 2는 피해자 공소외 1의 어머니로서 추석인 이 사건 당일 아들의 집에 와 있었다.
② 피고인과 피해자 공소외 1이 사는 집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는 골목에서 집 마당으로 들어가는 여닫이 대문(골목에서 집 마당 쪽으로 밀어서 여는 형태)이 있고, 대문에서 집 건물로 들어가는 방향으로 맨홀뚜껑이 매립되어 있는 약간의 공간이 있으며, 마당을 지나면 집 건물로 들어갈 수 있는 돌계단이 3~4개 있고, 위 계단 옆으로 빨래를 널 수 있는 마당이 있다. 위 돌계단으로 올라가면 집 건물로 들어갈 수 있는 철문이 있고, 돌계단과 철문 사이에 있는 약간의 공간을 지나 위 철문을 열면 왼쪽으로 피해자 공소외 1이 거주하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으며, 위 철문 정면 앞으로 피고인이 거주하는 집 안으로 들어가는 여닫이 중문(집 안에서 바깥을 향하여 밀어서 여는 형태)이 있다. 피해자 공소외 1이 거주하는 2층으로 올라가는 위 계단과 중문 사이에는 사람이 1, 2명 정도 서 있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다.
③ 이 사건을 목격한 공소외 3과 피고인의 딸 공소외 4는 이 법정에서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고, 공소외 3과 공소외 4의 진술은 충분히 신빙할 수 있다.
㉠ 공소외 3은 “2018. 9. 24. 20:00경 밖에서 남자가 소리치는 소리가 들려 2층 창밖으로 주변을 보았다. 당시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피해자 공소외 1은 큰 소리로 피고인의 딸에게 ‘싸가지가 없는 게 인사도 안 한다’고 하였고, 피고인의 딸이 마당 빨래 건조대 쪽에서 집으로 올라가려고 하였다. 피해자 공소외 1은 피고인의 딸을 뒤에서 쫓아가서 어깨를 잡았고 피고인의 딸이 이를 뿌리치면서 ‘아저씨 집에 들어가게 놔주세요. 아빠 도와주세요’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피고인의 딸이 피해자 공소외 1을 피해 집 현관문으로 다가가자 피해자 공소외 1의 어머니 되는 사람이 위에서 나와 피고인의 딸을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입구를 막아서서 피고인의 딸을 못 들어가게 잡았다. 그리고 피고인의 딸 바로 뒤로 피해자 공소외 1이 와서 피고인의 딸을 잡았다. 중문 입구를 막은 피해자 공소외 2는 피고인의 딸에게 큰 소리로 ‘너 들어가면 우리 아들 죽어. 우리 아들 정신병 있어. 술이 취했어. 미안해’라고 소리쳤고, 피고인의 딸은 ‘아빠 도와주세요, 아줌마 제발 집에 들어가게 해 주세요’라고 울면서 이야기하였다. 10분 이상 그런 상황이 이어졌다. 그 후 피고인이 문을 열고 한 손에는 죽도를 들고 나와 죽도를 휘둘러 남자를 1회 가격하였고, 2회 가격할 때 피해자 공소외 2가 팔로 막았다. 이에 피해자 공소외 2가 팔이 부러졌다고 소리치기 시작했고, 피해자 공소외 1은 뒤로 물러났다가 다 죽여 버린다고 막 덤비려고 하였다. 피고인은 죽도를 버리고 피해자 공소외 1에게 내려가려고 하는데 피고인의 딸이 피고인을 못 움직이게 계속 말렸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 피고인의 딸인 공소외 4는 이 법정에서 “이 사건 당시 마당에서 빨래를 걷고 있었는데 피해자 공소외 1이 2층에서 내려와 대문 앞 맨홀뚜껑이 있는 곳에서 ‘야’라고 불렀으나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 뒤 피해자 공소외 1이 빨래를 걷고 있던 내 팔 아랫부분과 옆 가슴 부분을 스치듯 쳤다. 놀라서 뒤돌아봤더니 피해자 공소외 1이 ‘어른을 보면 인사를 해야지 왜 인사를 하지 않냐’고 화난 듯이 말했다. 너무 당황하여 ‘네? 네?’라고 했고, 피해자 공소외 1이 ‘씨발년아’라면서 욕을 하고 때리려고 손을 들었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너무 무서워 울음이 터졌고, 아빠를 불렀다. 아빠가 중문을 열고서 무슨 일이냐고 했고, 피해자 공소외 1이 나와 보라고 아빠한테 손짓을 하자 아빠가 나오려고 하였다. 그때 피해자 공소외 2가 2층 계단에서 나와서 중문을 닫아 막고, ‘우리 아들이 잘못했다, 술을 먹고 실수한 거다, 우리 아들 공황장애가 있다’고 말했고, 피해자 공소외 1은 내 팔을 잡고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였다. 아빠가 죽도를 들고 나와 피해자 공소외 1의 머리 부분을 1번 때렸고, 또 때리려고 하는데 피해자 공소외 2가 이를 막았다.”라고 진술하였다.
㉢ 이러한 공소외 3, 공소외 4의 진술은 대체로 일치하고, 불합리하거나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 특히 공소외 3은 위증의 벌을 감수하면서까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는 이 법정에 출석하여 허위 진술을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나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
④ 위와 같이 신빙성이 있는 공소외 3, 공소외 4의 진술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다음과 같은 경위로 공소사실 기재 각 행위를 하였다고 보인다.
㉠ 38세의 건장한 체격의 성인 남성인 공소외 1은 이 사건 당시 술을 마신 상태에서 대문과 돌계단 사이의 공간에서 집 마당에 서 있던 20세의 왜소한 체격의 여성인 피고인의 딸에게 큰 소리로 욕설을 하면서 때리려고 하는 등 위협을 가하였고, 피고인의 딸은 울면서 다급하게 피고인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다.
㉡ 집 안방에서 잠을 자고 있던 피고인은 밖에서 나는 딸의 목소리와 소란스러운 소리에 잠에서 깨어 집 중문을 열고 서서 무슨 상황인지 확인하였다. 피해자 공소외 1은 피고인에게 나오라는 손짓을 하고, 울고 있는 피고인의 딸이 피해자 공소외 1을 피해 집으로 들어가려고 시도하는데도 피고인의 딸의 팔을 잡아 가지 못하게 하면서 욕설을 하고 때리려는 행동을 하였으며, 피고인의 딸은 피고인에게 도와 달라고 요청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집 밖으로 나가려고 하였으나 피해자 공소외 2가 나타나 중문과 2층 계단 사이의 공간에 서서 피고인을 중문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면서 ‘죄송합니다. 너 들어가면 우리 아들 죽어, 아들이 술에 취했어, 공황장애야, 장애인이야’라고 말하였다. 피해자 공소외 2는 또한 피고인의 딸이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다. 피해자 공소외 1이 피고인의 딸에게 욕설을 하면서 때리려는 행동과 피해자 공소외 2가 딸을 보호하려는 피고인이 밖으로 나오는 것을 막으면서 피고인의 딸을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행동은 모두 피고인의 딸에 대한 위협적인 행동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 이와 같은 상황에서 피고인은 다급한 마음에 중문 옆에 있던 죽도를 발견하고 이를 들고 중문을 밀고 나가려고 하였고, 마침 공소외 2가 문 앞에서 비켜 주어 신발을 신지도 못한 채 현관 밖으로 나왔다. 피고인은 순간적으로 들고 있던 죽도로 피해자 공소외 1의 머리를 향해 1회 가격하였고, 재차 가격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공소외 2가 피해자 공소외 1을 보호하면서 팔 부위를 수회 맞게 되었다. 이러한 피고인의 행동은 피고인의 딸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 이에 대하여 공소외 1은 이 법정에서 “이 사건 당시 어머니와 커피를 마시러 가기 위해 2층에서 내려왔는데 피고인의 딸이 마당에 있는 계단과 철문 사이 공간에 강아지와 함께 앉아 있었다. 피고인의 딸에게 길을 좀 비켜 달라고 했고, 어른을 보면 인사 좀 하라고 반말로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피고인의 딸이 갑자기 ‘아빠’하고 부르면서 집 현관문 쪽으로 갔고, 그 소리를 들은 피고인이 몽둥이를 가지고 나오려고 했다. 어머니가 아들이 공황장애가 있다고 말하면서 위 중문을 막아 피고인을 말렸지만 피고인이 현관을 나와서 나와 어머니를 때렸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평소 피고인과 피해자 공소외 1은 이 사건 이전에 특별한 악감정 없이 마주치면 인사하는 정도의 집주인과 세입자 관계였던 점, 피고인이 자신의 딸이 밖에서 ‘아빠’라고 자신을 부른다는 이유만으로 갑자기 죽도를 들고 나와 마당에 서 있는 피해자 공소외 1을 폭행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점, 피해자 공소외 2는 최초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의 딸이 ‘아빠’하고 부르자 내가 문 옆에서 무조건 죄송하다고 계속 죄송하다고 하면서 문을 잡았다.”라는 취지의 진술서를 주2) 작성하였는바, 피해자 공소외 2가 피고인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한 것은 피해자 공소외 1이 피고인의 딸에 대하여 어떤 잘못을 하였기 때문이라고 보이는데, 피해자 공소외 1이 피고인의 딸에게 ‘비켜라, 어른을 보면 인사 좀 해라’는 말만 하였다면 피해자 공소외 2가 피고인에게 죄송하다고 말하는 것은 상당히 부자연스러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1의 이 부분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
⑤ 피해자들이 당시 피고인의 딸에 대하여 위협적인 행동을 할 때 위험한 물건을 이용하거나 휴대하지는 않았지만, 피고인은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는 죽도로 피해자들을 가격하였다. 그러나 모자관계에 있는 피해자들이 피고인의 딸에 대하여 위와 같은 위협적인 행동을 하고 있었고, 평소 당뇨와 간경화 증상으로 몸이 좋지 않은 반면, 자신보다 강해 보이는 피해자 공소외 1이 술에 취하였고, 정신질환도 있다는 말까지 들은 피고인으로서는 딸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 죽도를 들고 방위행위에 나아가게 된 것으로 보인다.
⑥ 피고인이 비록 죽도를 사용하기는 하였지만 위 죽도는 4등분의 대나무를 이어 붙여 완충작용을 할 수 있도록 제작되어 있는 점, 피고인에게 피해자 공소외 2를 가격할 의사는 없었으나, 피해자 공소외 2가 피해자 공소외 1을 보호하려다 피고인이 내리치는 죽도에 맞게 된 점, 피고인이 죽도를 사용한 것에 비하여 피해자 공소외 1은 별다른 상해를 입지 않았고, 피해자 공소외 2는 3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좌측 전완부의 염좌 및 타박 등의 상해를 입는 데 그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위험한 물건인 죽도를 사용하여 피해자들을 가격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점이 피고인의 방위행위가 사회통념상 상당성의 범위를 초과한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나) 가사 피고인이 위험한 물건인 죽도로 피해자들을 가격하는 행위를 한 것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정당방위의 범위를 넘어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할지라도, 앞서 본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의 공소사실 기재 각 행위는 야간에 자신의 딸이 건장한 성인 남성을 포함한 사람들로부터 위협을 당하고 있는 불안스러운 상태하에서 공포, 경악, 당황 또는 흥분 등으로 말미암아 저질러진 것으로 형법 제21조 제3항 소정의 ‘벌하지 아니하는 행위’에 해당된다고 평가함이 상당하다.
다) 피고인의 희망에 따라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 사건에서 7명의 배심원들은 오랜 시간 논의를 거쳐 피고인의 공소사실 기재 행위는 무죄라고 평결하였는바(배심원들은 만장일치하여 피고인의 행위가 면책적 과잉방위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고, 7명의 배심원들 중 다수에 해당하는 4명의 배심원들은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국민참여재판 제도의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이러한 배심원들의 만장일치 의견은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특히 배심원들은 긴 시간 동안 계속된 재판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고 증인 공소외 3, 공소외 4, 공소외 2, 공소외 1의 서로 상반되는 주장을 경청한 다음 공소외 2, 공소외 1의 주장보다는 공소외 3, 공소외 4의 진술이 실체적 진실에 부합한다고 판단하였다. 배심원들의 이와 같은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은 정당하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배심원들의 참여재판에 대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피고인의 각 행위는 형법 제21조 제1항 의 정당방위에 해당하고, 가사 피고인의 행위가 형법 제21조 제2항 의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형법 제21조 제3항 의 ‘벌하지 아니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범죄로 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어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국민참여재판을 거쳐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주1)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피고인의 행위에 형법 제21조 제2항의 과잉방위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형법 제21조 제3항의 면책적 과잉방위를 적용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는 의미로 피고인의 행위가 과잉방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평결하였다(특수상해 부분도 같은 이유로 평결하였다).
주2) 공소외 2는 이 법정에서 “당시 피고인에게 죄송하다고 말하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수사기관에 제출한 진술서에 왜 죄송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재했는지 모르겠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