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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4. 7. 31. 선고 2013나42511 판결

[조합총회결의무효확인][미간행]

원고, 피항소인

원고 1 외 3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두레 담당변호사 정성욱 외 1인)

피고, 항소인

증산2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강산 담당변호사 김태원 외 1인)

피고보조참가인

지에스건설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백규 외 1인)

변론종결

2014. 7. 10.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 중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각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가 2010. 5. 15. 총회에서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의 시공자로 지에스건설 주식회사를 선정한 결의 및 2012. 5. 26. 총회에서 피고와 지에스건설 주식회사 사이의 공사도급계약(안)을 승인한 결의는 각 무효임을 확인한다.

2.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피고는 서울 은평구 (주소 생략) 일대 78,920㎡를 사업시행구역으로 하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에 따라 2009. 7. 28.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2009. 8. 4. 설립등기를 마친 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피고 조합’이라 한다)으로서 조합원은 827명이고, 원고들은 피고 조합의 조합원이다.

나. 피고 조합은 2010. 3. 18.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하였고, 2010. 3. 26. 지에스건설 주식회사(이하 ‘지에스건설’이라 한다)와 현대건설 주식회사(이하 ‘현대건설’이라 한다) 등 14개의 건설회사가 참여한 가운데 현장설명회를 개최하였으며, 이후 입찰 마감일인 2010. 4. 16.까지 지에스건설과 현대건설만이 입찰에 참가하였다.

다. 그 후 피고 조합의 대의원회는 2010. 4. 27. 입찰에 참가한 지에스건설과 현대건설을 시공자 선정을 위한 총회에 상정하였고, 그 후 2010. 5. 8. 및 2010. 5. 15. 두 번의 합동설명회를 거쳐 2010. 5. 15. 개최한 피고 조합의 총회에서 현대건설은 331표(서면투표 67표, 현장투표 264표)를, 지에스건설은 402표(서면투표 200표, 현장투표 202표)를 얻어 지에스건설이 시공자로 선정되었다(이하 ‘이 사건 시공자 선정결의’라 한다).

라. 위 결의를 위한 서면투표는 서면결의서에 인감도장을 날인하여 봉투에 넣고 밀봉한 후 밀봉부위에 인감도장으로 봉인날인을 하여 제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마. 그 후 피고 조합은 지에스건설과 협의를 거쳐 도급계약서(안)를 마련한 다음 2012. 4. 2. 피고 조합 이사회의 의결 및 2012. 5. 3. 피고 조합 대의원회의 의결을 거쳐 2012. 5. 26. 피고 조합의 2012년 정기총회에서 찬성 431표(서면투표 399표, 현장투표 65표), 반대 32표(서면투표 6표, 현장투표 25표)로 지에스건설과의 도급계약서(안)을 의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도급계약 결의’라 한다).

바. 피고 조합은 2013. 7. 13. 15:00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이 사건 시공자 선정결의를 추인하는 안건을 상정하여 총 539표(서면투표 326표, 현장투표 213표) 중 찬성 393표(서면투표 287표, 현장투표 106표)로 의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추인결의’라 한다).

사. 피고 조합의 위 시공자 선정 절차에 적용되는 관련 규정은 다음과 같다.

본문내 포함된 표
구 도시정비법(2013. 3. 23. 법률 제1169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 (시공자의 선정 등) ① 조합은 제16조에 따른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조합 총회에서 국토해양부장관이 정하는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건설업자 또는 등록사업자를 시공자로 선정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하의 정비사업의 경우에는 조합 총회에서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선정할 수 있다.
○ 정비사업의 시공자 선정기준(국토해양부 고시 제2009-550호, 이하 ‘시공자 선정기준’이라 한다)
제13조 (건설업자등의 홍보) ① 조합은 제12조의 규정에 의하여 총회에 상정될 건설업자등이 결정된 때에는 조합원에게 이를 즉시 통지하여야 하며, 건설업자등의 합동홍보설명회를 2회 이상 개최하여야 한다.
② 조합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합동홍보설명회를 개최할 때에는 미리 일시 및 장소를 정하여 조합원에게 이를 통지하여야 한다.
③ 건설업자 등 관련자는 조합원을 상대로 개별적인 홍보를 할 수 없으며, 홍보를 목적으로 조합원 또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등에게 사은품 등 물품·금품·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을 약속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14조 (총회의 의결) ① 총회는 조합원 과반수가 직접 참석한 경우에 의사를 진행할 수 있다. 이 경우 정관이 정한 대리인이 참석한 때에는 직접 참여로 본다.
② 조합원은 정관에 따라 서면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으나, 이 경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직접 참석자의 수에는 포함되지 아니하며, 건설업자 등 관련자는 총회의 시공자 선정에 관하여 서면결의서를 징구할 수 없다.
③ 조합은 총회에서 시공자 선정을 위한 투표 전에 각 건설업자등별로 조합원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여야 한다.
○ 피고 조합 입찰지침서
제12조 (입찰의 무효)
①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입찰은 무효처리한다.
12. 현장설명회에서 발주자가 제시하는 입찰참여지침서 및 제반조건의 중대한 사항을 위반한 자의 입찰.
제20조 (홍보지침) ① 시공자의 홍보에 관한 사항은 국토해양부장관 고시 제2009-550호 “정비사업의 시공자 선정기준”의 규정에 의하여 시공자의 조합원 개별홍보를 금지하고 서면결의서 징구금지 및 사은품 등 물품·금품·재산상의 이익 제공을 금지한다.
② 발주자가 정한 “홍보지침서”나 “정비사업의 시공자선정기준”을 위반한 입찰자에 대해서는 발주자가 입찰자격을 박탈함과 동시에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의뢰 및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더라도 어떠한 이의를 제기할 수 없으며, 제14조에 의한 재입찰 시 재입찰자격을 부여하지 아니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5, 10, 1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3, 2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 조합은, 이 사건 도급계약 결의를 통하여 원고들이 결의에 하자가 있다고 한 지에스건설을 피고 조합의 시공자로 선정한 이 사건 시공자 선정결의를 추인하였으므로, 설령 이 사건 시공자 선정결의에 하자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더 이상 하자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이 사건 시공자 선정결의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것은 과거의 법률관계에 관한 확인을 구하는 것에 불과하여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각하되어야 한다고 본안전 항변을 하므로 살피건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도급계약 결의는 이 사건 시공자 선정결의를 추인하는 결의로서의 효력이 없으므로, 피고 조합의 위 본안전 항변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피고 조합은 또한, 원고들이 이 사건 결의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목적은 다른 건설업자를 시공자로 선정하여 재개발사업을 계속 추진하려는 것이 아니라 재개발사업 추진 자체를 저지하려는 것이므로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안전 항변을 한다. 그러나 시공자 선정결의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소가 재개발사업의 지속적인 추진을 전제로 새로이 시공자를 선정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허용된다고 볼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원고들이 이 사건 소를 제기한 목적이 오로지 재개발사업의 추진을 저지하기 위한 것에 있다고 볼만한 증거도 없으므로, 피고의 이 부분 본안전 항변 또한 이유 없다.

3. 본안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1) 원고들의 주장 요지

지에스건설은 이 사건 시공자 선정결의까지의 과정에서 피고 조합의 조합원들에게 금품 및 향응을 제공하는 등 부정행위를 저질렀는바, 이는 도시정비법 제11조 제1항 주1) , 시공자 선정기준 제13조 제3항, 피고 조합의 입찰참여지침서 제12조, 제20조 등을 위반한 행위로서 이와 같은 행위로 말미암아 피고 조합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시공자 선택권이 침해되어 시공자 선정 결과에 영향을 미쳤으므로 이 사건 시공자 선정결의는 무효이고, 이 사건 시공자 선정결의가 무효인 이상 지에스건설이 유효·적법하게 피고 조합의 시공자로 선정되었음을 전제로 하는 이 사건 도급계약 결의 또한 당연히 무효이다.

2) 피고 조합 및 보조참가인의 주장 요지

① 지에스건설이 피고 조합의 입찰참여지침을 위반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에 따라 지에스건설의 입찰이나 이 사건 시공자 선정결의가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② 도시정비법 제11조 제1항 및 시공자 선정기준 제13조 3항은 강행규정이 아니므로 이를 위반하였다는 것만으로 이 사건 시공자 선정결의가 무효라고 할 수 없고, 지에스건설 일부 직원의 어떠한 부정행위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행위로 말미암아 피고 조합 조합원들의 의결권 또는 시공자 선택권이 중대하게 침해되는 결과에 이르지 아니하여 조합원들은 각자 자신의 자유로운 판단과 선택에 따라 시공자를 선정하였으므로 이 사건 시공자 선정결의가 무효라고 할 수 없다. ③ 설령 이 사건 시공자 선정결의에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 조합의 조합원들이 그와 같은 하자를 인식한 상태에서 지에스건설을 피고 조합의 시공자로 선택하고자 하는 의사로 이 사건 도급계약 결의를 하고, 2013. 7. 13. 총회에서 추인결의를 한 이상 이 사건 시공자 선정결의의 하자는 치유되었다.

나. 판단

1) 도시정비법 제11조 제1항 및 시공자 선정기준의 성격

도시정비법 제11조 제1항 은 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시공자를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시공자 선정과정에서 조합의 임원이나 입찰에 참가하는 건설업체의 부정행위에 따른 정비사업의 공공성 훼손 및 그로 말미암아 조합원에게 전가될 매몰비용의 발생 등을 방지함에 그 목적이 있고, 위 제11조 제1항 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시공자 선정기준은 입찰과정에서의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하고, 입찰 참가업체에 의하여 조합원들의 의사가 왜곡되는 것을 방지하며, 시공사 선정에 관한 조합 총회의 의결기능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시공자 선정의 방법 및 절차, 입찰 참가업체의 일정한 행위의 제한이나 금지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도시정비법 제11조 제1항 및 시공자 선정기준의 입법목적 및 취지, 재개발정비사업의 진행에 있어서 시공자 선정이 차지하는 중요성, 도시정비법 제84조의3 제1호 주2) 같은 법 제11조 제1항 의 규정을 위반하여 시공자를 선정한 조합과 선정된 시공자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도시정비법 제11조 제1항 은 강행규정으로서 이를 위반하여 경쟁입찰의 방법이 아닌 방법으로 이루어진 입찰 및 시공자 선정결의는 당연히 무효라고 보아야 하고, 나아가 형식적으로 경쟁입찰의 방법에 따라 시공자 선정결의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조합이나 입찰 참가업체가 시공자 선정과정에서 시공자 선정기준에서 정한 절차나 금지사항을 위반하는 행위를 하였고, 그 위반행위의 태양과 정도, 조합원들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그와 같은 행위가 입찰의 공정을 해하고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시공자 선택권을 침해할 정도라고 인정된다면 실제로 그러한 위반행위가 시공자 선정결의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불문하고 그 결의는 도시정비법 제11조 제1항 에 위반된 결의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2) 이 사건 시공자 선정결의 및 이 사건 도급계약 결의의 무효 여부

살피건대, 갑 제21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시공자 선정결의에 즈음하여 지에스건설의 직원들이 지에스건설이 시공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피고 조합의 조합원들에게 금품 또는 향응을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조합원들을 매수하기로 공모한 뒤, 이 사건 시공자 선정결의 직전까지 피고 조합의 조합원들에게 지에스건설에 사전투표하는 대가로 현금 100만 원을 공여하거나, 조합원들에게 특급 호텔 식사 및 숙박, 유명 가수들의 공연, 부산 관광 등의 향응을 제공한 사실, 이와 같은 행위로 말미암아 지에스건설의 일부 직원들은 업무방해죄 등으로 유죄판결( 서울서부지방법원 2012. 9. 20. 선고 2011고단2638 판결 주3) ) 까지 선고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와 같은 현금 및 향응 제공행위는 시공자 선정기준 제13조 제3항을 위반한 행위로서 그 행위 태양이나 정도 및 범죄행위로서의 중대성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는 피고 조합 시공자 선정 입찰의 공정을 해하고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시공자 선택권을 침해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하므로, 이 사건 시공자 선정결의는 강행규정인 도시정비법 제11조 제1항 에 위반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고, 이 사건 시공자 선정결의가 무효인 이상 지에스건설에 대한 시공자 선정이 유효·적법함을 전제로 하는 이 사건 도급계약 결의 역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며, 피고 조합이 그 유효성을 다투는 이상 원고들로서는 위 각 결의의 무효 확인을 구할 이익도 있다.

3) 하자 치유 여부

피고 조합의 하자 치유 항변에 관하여 살피건대, 시공자 선정기준 제14조 제1, 2항에서는 시공자 선정을 위한 총회의 경우 조합원의 과반수가 직접 총회에 참석하는 경우에만 의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은데, 을 제3, 21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도급계약 결의가 이루어진 조합 총회에 직접 참석한 조합원은 94명(현장투표자 90명 외에 서면투표자 중 일부도 참석함), 이 사건 추인결의가 이루어진 조합 총회에 직접 참석한 조합원은 344명에 불과함을 알 수 있는바, 그렇다면 이 사건 도급계약 결의와 이 사건 추인 결의는 시공자 선정을 위한 총회 의사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하였으므로, 이 점에서 이미 시공자 선정결의에 대한 추인의 효력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강행규정을 위반하여 무효로 된 행위는 그 무효사유가 제거되지 않는 한 추인을 하더라도 유효하게 되지 않는 점, 새로운 입찰절차를 밟아 다시 시공사를 선정하는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단순히 무효인 시공자 선정결의를 추인하는 결의를 하는 것만으로 하자가 치유된다고 한다면 앞서 본 바와 같은 도시정비법 제11조 제1항 및 시공자선정기준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점 등을 아울러 고려하여 보더라도, 이 사건 도급계약 결의에 이 사건 시공자 선정결의를 추인하는 효력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 조합의 위 항변은 이유 없다.

이에 대하여 피고보조참가인은, 사업자 선정을 위한 총회에 조합원 과반수가 직접 참석할 것을 요구하는 시공자 선정기준 제14조 제1, 2항이 피고 조합의 계약의 자유, 피고 조합 조합원들의 알 권리 및 재산권, 참가인의 영업의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반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도시정비법 제11조 제1항 은 정비사업의 시공자는 조합 총회에서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선정하도록 정하면서, 그 구체적 방법에 대해서는 국토해양부장관이 정하는 하위법령에 위임하고 있는바, 선정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시공자 선정 결의를 위한 조합 총회의 의사정족수에 관하여 규정하는 것이 위 법률조항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또한 시공자 선정 결의를 위한 조합 총회의 의사정족수를 정하는 것이 조합원의 알 권리나 재산권을 제한한다고는 보이지 않고, 시공자로 선정되고자 하는 건설업자의 영업의 자유와도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

다만, 위 조항이 시공자를 선정하고자 하는 조합의 의사결정과정에 관하여 가중된 요건을 요구함으로써 조합의 계약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볼 여지는 있으므로 살피건대, 위 조항은 시공자 선정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정당한 입법목적을 가지고 있는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정비사업에서 시공자 선정이 차지하는 비중이나 중요성이 매우 큰 점, ② 총회에서의 결의는 다양한 의견을 가진 조합원들 사이의 토론을 거쳐 형성된 의사결정이라는 의미가 있으므로 직접 참석하여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원칙인 점, ③ 현실적으로 조합원들이 입찰에 참여한 각 업체들의 제안내용에 관하여 구체적인 정보를 구할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있는 점, ④ 따라서 서면결의의 경우 직접 참석하는 경우보다 의사가 왜곡되거나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결의에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점, ⑤ 직접 참석이 어려운 조합원의 경우 대리인으로 하여금 출석하도록 할 수 있는 점, ⑥ 피고보조참가인은 서면결의 시 조합원의 의사가 왜곡될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고 서면결의에 의한 의결권행사를 의사정족수에 포함시킨다면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면서도 덜 침익적이라고 주장하나, 실제로 조합원의 의사가 왜곡될 가능성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이 쉽지 않고, 의사를 왜곡시키는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와 그 정도를 증명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므로 입법목적 달성을 위하여 더 효과적이고 덜 침익적인 수단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⑦ 조합원 과반수가 직접 출석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더라도 그것이 기대하기 불가능한 정도로 가중된 요건은 아닌 점 등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위 조항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하여 조합의 계약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4) 소권 남용 항변

피고 조합은, 원고들이 추가부담금을 부담할 자력이 없는 등의 사정 때문에 피고 조합의 재개발사업 추진 자체를 저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 사건 시공자 선정결의 및 이 사건 도급계약 결의에 대하여 무효 확인을 구하고 있는바, 이는 피고 조합의 대다수 조합원의 총의에 반하고 고통과 손해를 입게 하는 것으로서 신의칙에 반하는 소권 남용행위이므로 원고들의 청구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항변하나, 피고 조합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원고들의 이 사건 무효 확인 청구가 다른 조합원들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데 그 목적이 있을 뿐 원고들에게는 별다른 이익이 없고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소권의 행사로서 소권 남용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그 외에 달리 원고들의 소권 행사가 소권 남용임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 조합의 위 항변도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한창훈(재판장) 김동빈 서현석

주1) 이 조항은 2013. 3. 23. 법률 제11690호로 개정되었으나, 직제변경에 따라 ‘국토해양부장관’이 ‘국토교통부장관’으로 변경된 외에는 법문상 혹은 내용상 변경은 없다. 그러므로 이하에서는 위 개정 전후를 구분하지 않고 ‘도시정비법 제11조 제1항’이라고만 한다.

주2) 제84조의3 (벌칙)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11조의 규정을 위반하여 시공자를 선정한 자 및 시공자로 선정된 자

주3) 항소심 판결(서울서부지방법원 2013. 7. 4. 선고 2012노1131 판결)에서 1심과 달리 뇌물공여죄는 무죄로 판단되었으나 업무방해죄는 그대로 유죄로 인정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