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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4도10036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미간행]

판시사항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회사로 하여금 펀드출자금을 정해진 시점보다 선지급하도록 하여 배임죄를 범한 다음, 선지급된 펀드출자금을 보관하는 자와 공모하여 펀드출자금을 임의로 인출한 후 투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송금하도록 한 행위가 별죄로서 횡령죄를 구성하는지 여부(적극)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충정 외 3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 보충서 등 서면들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형사소송법이 공소사실을 기재할 때에 범죄의 일시·장소·방법을 명시하여 공소사실을 특정하도록 한 취지는 법원에 대하여 심판의 대상을 한정하고 피고인에게 방어의 범위를 특정하여 그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해 주기 위한 데에 있다. 따라서 공소사실은 이러한 요소를 종합하여 구성요건 해당사실을 다른 사실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기재하여야 한다. 다만 공소장에 범죄의 일시·장소·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더라도 위와 같이 공소사실을 특정하도록 한 법의 취지에 반하지 아니하고 공소범죄의 성격에 비추어 그 개괄적 표시가 부득이한 경우에는, 그 공소 내용이 특정되지 않아 공소제기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특히 포괄일죄의 경우에는 그 죄의 일부를 구성하는 개개의 행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아니하더라도 그 전체 범행의 시기와 종기, 범행방법, 피해자나 상대방, 범행횟수나 피해액의 합계 등을 명시하면 이로써 그 범죄사실은 특정된다( 대법원 2002. 6. 20. 선고 2002도80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피고인에 대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금융투자업 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2005. 1.경부터 2010. 6.경까지 사이에 공소외 1로부터 합계 4,893억 2,000만 원을 투자금 명목으로 지급받고 금융투자상품 등에 대한 투자판단 전부를 일임받아 금융투자상품 등을 취득·처분하는 방법으로 투자일임업을 영위하였다는 것인바, 이는 피고인의 행위가 단일한 의사에 의하여 계속·반복된 것으로서 포괄하여 일죄를 구성한다고 보아 기소한 것이고, 피고인 스스로도 공소외 1과 공소외 2가 공동으로 투자자금을 보내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공소외 1로부터 지급받은 것과 공소외 2로부터 지급받은 것을 정확하게 구분하지 않았다는 것이므로,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이 포괄일죄로 구성하여 공소제기된 이 부분 공소사실은 그 공소범죄의 성격상 개괄적 표시가 부득이할 뿐만 아니라 그 확정이 불가능한 투자금액을 기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러므로 원심이 이 부분 공소사실이 특정되었다고 본 다음, 그 중 확정이 불가능한 투자금액 부분을 삭제한 범죄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공소사실이나 범죄사실 특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이 검찰에서는 물론 제1심 법정에서도 자신이 2005. 1.경부터 2010. 6.경까지 사이에 공소외 1로부터 금융투자상품 등에 대한 투자판단 전부를 일임받아 투자일임업을 영위하였다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였고,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공소외 1과 사이에 성공보수가 포함된 투자일임약정을 맺은 다음 투자금의 운용과정에서 실제로 경제적 이익도 얻음으로써 영리성, 계속성 및 반복성이 인정되는 투자일임업을 영위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령의 규정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3. 상고이유 제3점 내지 제6점, 제9점에 대하여

가. 2인 이상이 공동으로 가공하여 범죄를 행하는 공동정범에서 공모나 모의는 반드시 직접적·명시적으로 이루어질 필요는 없고 순차적·암묵적으로 상통하여 이루어질 수도 있으나, 어느 경우에도 범죄에 공동 가공하여 이를 공동으로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피고인이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 이러한 주관적 요소인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증명할 수밖에 없고, 이때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사실의 연결 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6. 2. 23. 선고 2005도8645 판결 등 참조).

그리고 형사재판에서 이와 관련된 다른 형사사건의 확정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자료가 된다(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도3328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원심 및 제1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 관련 사건의 형사판결에서 공범인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이 피고인과 공동하여 이 사건 횡령 범죄를 저질렀다는 범죄사실에 대하여 유죄가 인정되어 그 판결이 확정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공소외 3의 진술은 충분히 신빙성이 있다고 인정되고, 피고인과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 사이의 대화를 녹음하여 작성한 이 사건 녹취록의 일부 기재만으로 공소외 3 진술의 신빙성이 탄핵되거나 공소외 1 및 공소외 2의 공모사실이 인정될 수 없다고 볼 수 없으며, 이 사건 자금거래는 피고인과 공소외 3 둘 사이의 금전거래가 아니라 피고인이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과 공모하여 옵션투자금 등을 조달하기 위하여 ○○○○그룹 계열사로 하여금 □□□ 인베스트먼트에 펀드출자금을 선지급하도록 한 다음, 공소외 1 등의 옵션투자금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펀드출자금을 보관 중이던 공소외 3으로 하여금 이를 인출하여 자신에게 송금하도록 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횡령 범행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다. 앞서 본 법리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진술의 신빙성 및 녹취록의 증거가치 판단이나 공동정범의 성립과 증명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4. 상고이유 제7점에 대하여

가.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한 때에 성립한다. 그리고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불법영득의 의사로 그 재물을 횡령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로서, 횡령죄에서 ‘불법영득의 의사’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임무에 위배하여 자신이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과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을 하는 의사를 말한다. 이러한 배임죄와 횡령죄의 구성요건에서의 차이에 비추어 보면,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회사로 하여금 회사가 펀드 운영사에 지급하여야 할 펀드출자금을 정해진 시점보다 선지급하도록 하여 배임죄를 범한 다음, 그와 같이 선지급된 펀드출자금을 보관하는 자와 공모하여 펀드출자금을 임의로 인출한 후 자신의 투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임의로 송금하도록 한 행위는 펀드출자금 선지급으로 인한 배임죄와는 다른 새로운 보호법익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배임 범행의 불가벌적 사후행위가 되는 것이 아니라 별죄로서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법리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선지급된 펀드투자금을 인출한 공소외 3과 피고인의 행위가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한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나. 타인으로부터 용도나 목적이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위탁받아 집행하면서 그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그 사용행위 자체로서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한 것이 되어 횡령죄가 성립한다( 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도9755 판결 , 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도6482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룹 계열사 임직원들이 □□□ 인베스트먼트에 출자금을 선지급할 당시 장차 결성될 △△△ 2호 등의 출자금으로 사용하도록 용도를 정하여 지급하였고 펀드가 설립되지 아니할 경우 이를 반환받기로 약정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선지급된 출자금은 ‘용도와 목적을 특정하여 지급된 돈’으로 봄이 타당하므로 □□□ 인베스트먼트 명의 계좌에 입금된 펀드출자 선지급금을 그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인출하여 사용한 것은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횡령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5. 상고이유 제8점에 대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는 경우에는 공소사실과 기본적 사실이 동일한 범위 내에서 법원이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다르게 사실을 인정하였다고 할지라도 불고불리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2006. 6. 15. 선고 2006도1667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제1심이 공소장 변경 없이 공소장에 기재된 것과 다소 달리 인정한 부분은 공범자인 공소외 1, 공소외 2가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나 경위에 관한 것에 불과하고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피고인의 행위에 관한 것이 아니므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6.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고영한(재판장) 이인복(주심) 김용덕 김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