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처분이의][하집1993(2),413]
가. 불제소합의의 효력
나. 취소불가능하고 무조건적이며 직접적인 대외지급보증약정에 따라 그 보증채무이행을 저지할 목적의 보전처분신청을 제기하지 않기로 한 특약의 효력을 인정한 사례
가. 불제소합의가 있는 경우 그 불제소합의가 포기하거나 처분할 수 없는 권리나 법률관계에 관한 것이었거나 특정, 제한되지 아니한 일반적, 포괄적인 소권의 포기를 내용으로 하여 사회질서에 반하는 경우, 불확정한 기한 또는 불명확한 조건 등을 붙여 법적 안정성을 해치거나 명시적, 문언적이 아닌 묵시적, 추상적인 합의인 경우, 일방 당사자가 우월한 사회적.경제적 지위에 있어 비록 상대방의 궁박, 경솔, 무경험을 이용한 불공정거래에까지는 이르지 아니할지라도 상대방의 상대적 열세를 이용한 합의로서 이를 인용하는 것이 공평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경우 등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면, 당사자가 그 불제소약지에 위반하여 제기한 소송은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는 것이어서 부적법하다.
유원건설주식회사
주식회사 한국외환은행
1. 원심판결을 취소한다.
2.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서울민사지방법원 91카134326호 지급금지가처분신청사건에 관하여 같은 법원이 1991.11.29.에 한 가처분결정은 이를 취소한다.
3. 채권자의 이 사건 가처분신청을 각하한다.
4. 소송비용은 제1,2심 모두 채권자의 부담으로 한다.
5.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서울민사지방법원 91카134326호 지급금지가처분신청사건에 관하여 같은 법원이 1991.11.29.에 한 가처분결정은 이를 인가한다.
원심판결을 취소한다.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서울민사지방법원 91카134326호 지급금지가처분신청사건에 관하여 같은 법원이 1991.11.29.에 한 가처분결정은 이를 취소한다.
채권자의 이 사건 가처분신청을 기각한다.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신청한 청구취지 기재 가처분신청사건에 관하여 서울민사지방법원이 1991.11.29. "채무자는 사우디아라비아왕국 보건성을 위하여 1984.1.21.자로 미화 6,250,000불을 한도로 발행한 보증번호 0601-S. T. G-84007의 계약이행보증서(Letter of Guarantee for Performance, 이 보증서는 Letter of Guarantee for Final Deposit라는 제하로 발행 후 8차례 보증기간이 연장되어 현재 보증기간이 1991.12.11.까지 임) 및 1984.3.7.자로 미화 1,931,121.50불을 한도로 발행한 보증번호 0601-S. T. G-84013의 선수금지급보증서(Letter of Guarantee for Advance Payment, 이 보증서는 처음에 미화 12,500,000불을 한도로 발행되었으나 발행 후 수차 보증금액이 감액되고 기간이 연장되어 현재 보증금액이 미화 1,931,121.50불로 감액되었으며 보증기간이 1991.12.11.까지 임)에 따른 보증금을 지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취지의 가처분결정을 한 사실은 당원에 현저하고(이하, 위 사우디아라비아왕국 보건성을 사우디보건성으로, 위 보증서들을 이 사건 보증서들로 각 약칭한다), 사우디보건성은 1984.2.25. 채권자와의 사이에 사우디아라비아왕국 내담맘(Dammam) 574개 침상병원 (G-574 Gulf Hospita1 Complex) 신축공사에 관하여 사우디보건성을 도급인으로, 채권자를 수급인으로하는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채권자에게 위 공사의 적절한 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계약금액의 5% 상당액을 보증액으로하는 은행이행보증서를 요구하였고 또한 건설장비 및 자재와 관련하여 사우디보건성이 채권자에게 미리 지급한 공사금액의 10%에 상당하는 선수금의 반환을 담보하기 위하여 은행선수금지급보증서를 요구한 사실, 이에 따라 채권자는 채무자로부터 이 사건 보증서들을 발급받아 사우디보건성에 제공하였는데. 그 후 이 사건 보증서들은 별지 발급 및 갱신현황표에 나타난 바와 같이 몇 차례에 걸쳐 기간이 연장되어 모두 1991.12.11.까지 유효하며, 특히 선수금지급보증서는 공사진척에 따라 수시 감액되어 현재 보증금액이 미화 1,931,121.50불로 감액된 사실, 이 사건 보증서들에 의하면 시공자(사우디보건성)의 절대적 판단으로 수급인(채권자)이 도급조건의 어느 것이라도 불이행하였다고 단정하는 때에는 지급보증인(채무자은행)은 시공자의 서면청구를 받는 즉시 수급인이 반대하더라도 보증금액을 지급하고, 이 보증서에 기재한 확약사항들은 지급보증인의 무조건적이고 취소불능인 직접 의무(unconditional and irrevocable direct obligatrons)이며, 도급조건의 변동이나 도급공사의 범위 및 내용의 변동이나 또는 시공자가 시간적 여유를 주거나 그 밖에 행위, 불행위로 관용하거나 양보함으로써 이 규정이 없다면 지급보증인을 면책시키는 일이 벌어지더라도 지급보증인은 이 보증서상의 책임을 어떤 식으로든지 면할 수 없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는 사실, 한편 위 공사도급계약의 공사기간은 계약 당시 1984.9.24.부터 1986.11.24.까지였으나 1987.11.19.까지로 기간연장되었다가 1990.5.7.까지로 재차 연장되었으며, 현재는 1992.4.14.까지로 다시 연장된 사실, 그런데 사우디보건성은 1991.11.13. 자신의 거래은행인 내쇼날 코머셜 뱅크(National Commercial Bank)를 통하여 채무자에게 공문을 발송하여 이 사건 보증인들의 보증기간을 1992.9.11.까지로 연장할 것을 요구하고 만일 위 보증기간을 연장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보증금 전액을 지급하여 줄 것을 요청한 사실등에 관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채권자는, 사우디보건성의 예산부족으로 인한 기성고 미지급 및 걸프전발발 등의 사유로 인하여 채권자와 사우디보건성 양자간의 합의에 따라 위와 같이 공사기간을 연장하게 된 것이고 채권자에게는 아무런 계약위반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우디보건성이 채권자의 계약불이행을 이유로 이 사건 보증서들에 의한 보증금의 지급을 구하는 것은 기망적인 청구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채권자는 채무자에 대하여 이 사건 보증서들에 의한 보증금의 지급금지를 구할 피보전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하여 채무자는 채권자의 이 사건 신청은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부제소특약에 위반되어 그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거나 가사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사우디보건성의 위 보증금지급청구는 채무자의 독립 추상적 보증책임을 벗어날 수 있는 명백한 기망적 청구에는 해당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다툰다.
그러므로 먼저 이 사건 신청이 부제소특약에 위반된 신청인가의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소을 제1,2호증의 각 1,2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이 사건 보증서의 발급을 신청함에 있어 그 신청당사자로서 주채무자인 이 사건 채권자 외에 그 국내 역보증은행인 신청외 주식회사 제일은행이 공동연서하여 그 신청서의 배면에 기재된 지급보증약정서의 각 조항을 무위 준수할 것을 확약한 사실, 위 약정서는 이 사건 채무자은행 앞으로 대외지급보증서의 발급을 신청하는 양식지의 배면에 인쇄된 양식으로 '앞면에 기재한 내용의 대외지급보증서를 귀행에 발급신청함에 있어서 지급보증서 발급으로 인하여 귀행은 지급보증서 발급의 원인이 되는 계약에 의한 본인의 채무(이하 주채무라 함)이행 여부에 관계없이 보증수혜자 또는 수혜자의 대리인(통지은행 포함)의 보증금지급 청구가 있을 때 무조건 지급에 응하여야 하는 지위에 있음을 인정하고 다음 각 조항을 이행하겠습니다'라는 문언아래 15개 조항을 거시하고 있는바, 그 제6조(보증채무의 이행)에서 '(1) 귀행의 보증채무 이행사유 발생 여부의 판단은 귀행의 재량에 속하며 귀행의 판단에 대하여 본인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음, (2) 귀행이 보증채무를 이행한 때 본인은 주채무 또는 대외지급보증발급의 원인이 되는 계약 등에 관련된 어떠한 사유로서도 보증채무 이행의 효력을 다투지 않겠으며, 효력을 다투기 위한 일체의 재판상 또는 재판외의 쟁송 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음, (3) 본인은 귀행의 보증채무 이행을 저지할 목적으로 가압류, 가처분 신청을 포함한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으며, 어떠한 사유로서도 귀행의 보증채무에 대하여 일체의 압류, 보전처분 신청 및 본안소송을 제기하지 않겠음, (4) 본인 또는 제3자의 신청에 의하여 귀행의 보증채무 이행에 장해가 되는 내용의 가처분, 가압류, 압류결정 또는 판결이 내려진 경우에도 귀행이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보증채무 이행을 하여도 무방하며 귀행이 보증채무 이행을 위하여 지급한 금액 및 귀행이 입은 손해금은 본인이 부담하겠음'이라고 규정되어 있는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 없다.
무릇 권리나 법률관계에 관하여 관계당사자가 그에 관련한 분쟁이 있더라도 제소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는 이상, 그 부제소합의가 포기하거나 처분할 수 없는 권리 및 법률관계에 관한 것이었거나 특정, 제한되지 아니한 일반적, 포괄적인 소권의 포기를 내용으로 하여 사회질서에 반하는 경우, 불확정한 기한 또는 불명확한 조건 등을 붙여 법적 안정성을 해치거나 명시적, 문언적이 아닌 묵시적, 추상적인 합의인 경우, 일방 당사자가 우월한 사회적, 경제적 지위에 있어 비록 상대방의 궁박, 경솔, 무경험을 이용한 불공정 거래에까지는 이르지 아니할지라도 상대방의 상대적 열세를 이용한 합의로서 이를 인용하는 것이 공평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경우 등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면, 당사자가 그 부제소 약지에 위반하여 제기한 소송은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는 것이라 하여 부적법함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먼저 위 약정서 제6조 3항은 이 사건 지급보증서를 둘러싼 모든 권리 및 법률관계에 관하여 보전처분 및 제소를 금하는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고 다만 채권자의 신청으로 수혜자의 독자적, 절대적 판단으로 보증채무이행청구를 받는 경우 보증은행은 취소불가능하고 무조건적이며 직접적인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보증서'를 발급하여 이 사건 채무자가 그 보증약정에 따라 보증의무를 이행하여야 하는 지위에 있게 되는 이 사건 보증계약의 성질상 채무자은행이 보증채무를 이행하는 것을 저지하려는 보전처분 신청 및 본안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특약을 한 것이라고 해석되며, 따라서 채무자은행은 수해자의 보증채무이행청구가 명백히 신의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기망적인 청구일 경우라도 자신의 책임과 판단 아래 이 사건 채권자로부터 보전처분이나 제소행위를 통하여 저지를 받지 아니하고 그 보증채무를 이행할 수 있다고 할 것이며(다만 제6조 2항, 4항의 경우는 이와 같이 보증은행이 보증채무를 이행한 때 어떠한 사유로서도 그 보증채무 이행의 효력을 다투는 재판상, 재판외의 쟁송을 제기하지 아니하고, 혹 그 보증채무 이행에 방해가 되는 보전처분 또는 판결이 내려진 경우에조차 보증은행이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보증채무를 이행한 때에도 보증채무지급금액 및 손해금을 이 사건 채권자가 부담하기로한 약정으로서 앞서 본 3항과는 달리 보증은행이 보증채무를 이행하고 이에 대한 구상채권을 행사함에 있어 주채무자가 보증은행에 대하여 그 보증채무이행청구가 사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명백한 불법행위이었음을 소송상, 소송외에서 주장 항변하여 구상채무에서 벗어나는 권리까지 봉쇄하는 것이라면 이는 사회질서에 반하는 약정으로서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할 것이나 이는 보증의무이행을 저지하기 위한 지급가처분신청을 하지 않기로 한 위 3항의 효력의 당부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이와 같은 이 사건 보증계약의 특수성에 채권자를 역보증한 시중은행이 채무자은행과의 부제소합의의 공동당사자이고 채권자 역시 해외건설 수주경험이 풍부한 국내굴지의 건설회사로서 이 사건 보증의 대상이 된 건설계약고만도 미화 1,250,000,000불에 이르러 그중 10%의 선수금을 지급받고 건설에 착수하여 현재 반환청구된 선수금 및 이행보증금은 합계 미화 8,181,121불 정도에 불과하며 위와 같은 보증서 발급신청 당시 채권자가 부제소특약 등의 권리포기로 보증은행과의 관계에서 손해를 볼 수 있는 금액이 확정되어 있어 이러한 예측 가능한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이 사건 지급보증을 받음으로써 야기되는 이해득실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입장에 있었다고 보여지는 점 등 변론에 나타난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비록 위 약정서가 채무자에 의하여 미리 일방적으로 작성되어 이 사건 보증서들과 같은 이른바 대외지급보증서의 발급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일률적으로 제시되어 그 채권자 등이 그 발급을 신청함에 있어 위 인정과 같이 위 약정의 준수를 무위 확약할 수밖에 없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채권자는 위 약정 제6조 3항에 따라 채무자에 대하여 이 사건 보증에 기한 보증채무이행을 저지하는 가처분신청을 할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 할 것이다.
한편 채권자는 위 약정서상의 부제소합의 조항은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다투므로 보건대, 위 법률(1986.12.31. 법률 제3922호) 제14조에는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소제기의 금지조항 또는 재판관할의 합의조항이나 상당한 이유 없이 고객에게 입증책임을 부담시키는 약관조항은 이를 무효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나, 한편 위 법률 부칙 제1조에는 1987.7.1.부터 이를 시행하고, 제2조에는 이 법 시행 후에 최초로 약관에 의하여 체결되는 계약분부터 이를, 적용하도록 하며, 제3조에는 계속적인 채권관계의 발생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에 관한 약관에 의하여 이 법 시행후 이행될 분에 대하여는 이를 적용하도록 각 규정되어 있는바, 이 사건 약정서를 위 법률이 정하는 약관이라 본다 하더라도 위 부칙 제2조의 규정에 따라 위 법률 시행 이전인 1984.경에 체결된 이 사건 보증계약에는 이를 적용할 수 없고 그 후 앞서 보았듯이 수차에 걸쳐 그 보증기한이 연장갱신되고 보증금액이 감액되면서 그때마다 같은 종류의 약정서가 첨부된 대외지급보증서 조건변경신청서가 작성되었다 하여도 이는 원보증계약의 조건변경에 불과할 뿐 부칙 제3조 소정의 위 법률 시행 후의 이행분이라고 볼 수 없으며 위 약정서 제6조 3항의 가처분신청금지합의를 앞서 본 바와 같이 해석하는 경우 이를 들어 부당하게 불리한 소제기 금지조항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할 것이므로 채권자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소갑 제15호증의 1,2,3에 의하면 채무자은행의 대외보증신청에는 위 법률이 시행되고 있는 현재에도 위와 같은 약정서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채권자의 이 사건 신청은 부적법하므로 이에 관한 가처분결정을 취소하여 이를 각하할 것인바, 원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이 사건 신청을 인용한 위 가처분결정을 인가하여 부당하므로 채무자의 항소의 당부에 관하여 판단할 것도 없이 원심판결을 취소하여 위 가처분결정을 취소하고 이 사건 신청을 각하하며 소송비용은 제1, 2심 모두 채권자의 부담으로 하며 가집행의 선고를 붙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