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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2021.6.17. 선고 2019구단74204 판결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사건

2019구단74204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원고

*

피고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2021. 5. 27.

판결선고

2021. 6. 17.

주문

1. 피고가 2019. 3. 13. 원고에게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주식회사 ○○○○(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의 전무이사로 근무하던 중 2016. 6. 28. 23:30경 좌측 반신마비 증상이 발생하였고 2016. 6. 29. '우측 시상 부위 뇌내출혈(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 진단을 받아, 2018. 4. 26. 피고에게 요양급여신청을 하였다.

나. 피고는 2019. 3. 13. '이 사건 상병이 확인되고, 발병 1주일 전 회사 리모델링을 위한 철거작업으로 업무시간이 증가하였고, 원고의 근무시간(발병 전 4주 동안 주당 평균 근무시간 60시간 3분, 발병 전 12주 동안 주당 평균 근무시간 57시간 57분)이 만성과로의 기준에 부합하기는 하나,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할 정도의 급격한 업무 부담증가라고 보기 어렵고 특별한 업무부담 가중요인이 확인되지 않으므로,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사유로 요양불승인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평소 만성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특히 2016. 6. 20.경부터는 이 사건 사업장의 지하실 공사를 위한 물품 이전 작업을 맡아 단기적으로도 급격한 업무환경 변화 및 과도한 육체적, 정신적 부담을 겪었다. 따라서 원고의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거나 자연경과 이상으로 악화된 것이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판단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 제37조에 따른 '업무상의 재해'에 포함되는 '업무상 질병'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하며,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고, 이때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 유무는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2. 4. 13. 선고 2011두30014 판결 등 참조).

2) 위 법리를 갑 제1 내지 10호증, 을 제1, 6, 7, 8, 9, 10, 11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거나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분명히 인정되고, 이러한 과로와 업무상 스트레스가 이 사건 상병을 유발 내지 자연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었다고 추단된다. 따라서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와 달리 판단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가) 원고는 부동산 투자자문·개발업을 영위하는 회사인 이 사건 사업장의 전무이사로서 부동산 투자 자문, 부동산 개발 및 사업타당성 분석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고, 전국 각지로의 현장 실사, 관계자와의 회의, 부동산 관련 모임 참석 등 출장 업무도 자주 수행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전무이사로서 모든 업무 총괄 책임자의 지위에 있어 격무에 시달렸고, 실적 관리, 고객의 과도한 요구사항에 대한 응대, 임대인·임차인·투자자 등 계약 관계자들의 이견 조율 과정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원고가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1년 동안 수행하여 온 계약 건수 및 그 내용, 동료 직원들의 진술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위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

나) 원고는 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근무시간이 63시간 28분,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근무시간이 66시간 22분이라고 주장하고, 피고는 원고의 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근무시간이 60시간 3분,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근무시간이 57시간 57분이라고 주장한다. 원, 피고가 산정한 근무시간에 다소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나, 위 근무시간에 앞서 본 업무의 성격과 내용까지 더하여 보면, 원고가 평소에도 과중한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여진다.

다) 특히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의 지하실 리모델링 공사를 앞두고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약 일주일 동안 최고 기온 30도 내외의 날씨에 냉방시설이 없는 지하실에서 물품 폐기, 정리, 이동업무를 담당하였고, 주말에도 근무하였으며(토요일 3시간, 일요일 2시간), 이 사건 상병 증상 발생 당일인 2016. 6. 28.에는 지하실에서 지상으로 책장을 옮기던 중 힘을 주다가 정신을 잃고 주저앉기도 하였고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13시간 동안 근무하였다.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1주 동안 근무시간에 대하여 원고는 72시간 33분이라고 주장하고, 피고는 70시간 54분이라고 주장하는바, 어느 쪽 주장에 따르더라도 원고가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기 전 1주일 동안 상당히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였고, 그 업무의 내용도 더운 날씨에 책장과 집기를 나르는 등으로 육체적 노동강도가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관련하여 이 사건 감정의는 '발병 전 1주일 동 안의 장시간 근로'가 심혈관 질환의 발병에 유의미한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하였다. 그렇다면 원고의 위 발병 전 약 1주일 동안의 과로는 뇌혈관의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주어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할 정도로 과중한 것으로 인정하기에 충분하다.

라) 한편, 원고는 이 사건 상병의 위험요인으로, 과체중, 다소 높은 혈압[원고의 혈압은 130/80mmHg으로 정상혈압(120/80mmHg 미만)보다 약간 고혈압 전단계 2기에 해당한다]이 있으며 당뇨병이 의심되는 상태였던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이 사건 감정의는 위와 같은 원고의 개인적 소인에도 불구하고 앞서 본 원고의 업무내용, 업무시간, 이 사건 상병 발병 직전의 작업환경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상병이 과로로 인하여 발병 내지 악화되었다고 판단된다는 의학적 소견을 밝혔다. 이에 비추어 보면 설령 이 사건 상병 발병에 원고의 기존 건강상태 등의 사적인 사정이 경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이 주된 원인이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3. 결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