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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2도3589 판결

[상습사기][공2002.11.15.(166),2644]

판시사항

피해자로 하여금 사기도박에 참여하도록 유인하기 위하여 고액의 수표를 제시해 보인 경우, 이를 몰수할 수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피해자로 하여금 사기도박에 참여하도록 유인하기 위하여 고액의 수표를 제시해 보인 경우, 형법 제48조 소정의 몰수가 임의적 몰수에 불과하여 법관의 자유재량에 맡겨져 있고, 위 수표가 직접적으로 도박자금으로 사용되지 아니하였다 할지라도, 위 수표가 피해자로 하여금 사기도박에 참여하도록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 이상, 이를 몰수할 수 있고, 그렇다고 하여 피고인에게 극히 가혹한 결과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이관형 외 3인

원심판결

대전지법 2002. 6. 20. 선고 200 1노2227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1. 원심은, 제1심이 채용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인 및 원심 공동피고인 1은 2001. 3. 9.경부터 같은 해 6. 29.경까지 피해자로부터 15회에 걸쳐 사기도박의 방법으로 금 1억 9,750여 만 원을 편취하였고, 공동피고인 1은 피해자나 피고인 등에게 도박자금을 대여하는 등의 방법으로 도금을 제공하고 사기도박을 통해 편취한 금원을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한 사실, 공동피고인 1은 2001. 6. 28.경 사기도박 범행 도중 당일도 400여 만 원을 잃은 피해자에게 '내일 제대로 돈을 가지고 도박을 해보자'고 종용하여 다음날인 29일에도 피해자가 다시 도박에 가담하게 된 사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큰 도박을 종용한 28일에 피고인들로부터 압수한 8,000만 원권 자기앞수표 1장(증 제4호, 이하 '이 사건 수표'라고 한다)을 발행 받은 사실, 다음날인 같은 달 29일 피고인들과 피해자가 도박을 하기 위해 모여있던 사무실에서 공동피고인 1은 '은행에서 800만 원짜리 수표를 끊어야 되는데 잘못하여 8,000만 원짜리 수표를 끊어왔다.'고 자랑삼아 이야기하면서 의도적으로 피해자가 보고 있는 상태에서 별다른 납득할 만한 이유도 없이 이 사건 수표를 피고인에게 건네주었고, 피고인은 이 사건 수표를 자신의 지갑에 넣어 둔 채로 피해자와 도박을 하던 중 경찰관에 의해 적발된 사실, 공동피고인 1은 위와 같이 피고인에게 수표를 건네준 후 도박 현장을 떠났다가 몇 시간 후인 16:05경 발행은행에 수표를 분실하였다는 이유로 지급정지를 신청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수표는 피해자에게 그 동안 사기도박을 통해 잃은 돈을 상기시키고, 도박을 통해 잃은 돈을 다시 따보려는 마음에 계속하여 도박에 관여하도록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해 발행 받은 것이고, 피해자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 그와 같은 의도로 이 사건 수표를 보여준 후 피고인으로 하여금 이를 소지한 채 도박을 하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피고인 및 공동피고인 1의 상습사기의 범행에 제공된 물건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고, '이 사건 수표는 공동피고인 1이 농협에 대한 대출금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발행 받은 것이다.'라는 피고인 및 공동피고인 1의 변명은, 농협에 대한 대출금 채무의 상환기일이 이 사건 수표의 발행일로부터 3 내지 5개월 이후인데도 이를 앞 당겨 상환하고자 한 동기와, 이 사건 수표의 발행이 피고인 및 공동피고인 1이 주장하는 목적이었더라면 온라인자동이체 등의 방법으로 금원을 이체하면 될 것인데도 자동이체 처리가 가능한 은행에서 위와 같은 간편한 방법을 마다한 채 분실의 위험이 있는 고액의 수표를 굳이 발행 받은 동기가 석연치 않은 점, 이 사건 수표를 피고인이 소지하게 된 경위 또한 석연치 않은 점, 공동피고인 1이 곧 이 사건 수표의 지급정지를 신청한 점에 비추어 믿지 아니한다고 배척하여, 이 사건 수표를 형법 제48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범행에 제공된 물건'이라고 보고 이를 피고인 및 공동피고인 1 등으로부터 몰수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2.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이 채용한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 사실인정 및 그에 기초하여 이 사건 수표는 피해자로 하여금 도박에 참여하도록 적극적으로 유인하는 수단으로 사용된 것으로서 피고인 및 김영우의 상습사기의 범행에 제공된 물건이라고 본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몰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형법 제48조 소정의 몰수가 임의적 몰수에 불과하여 법관의 자유재량에 맡겨져 있고, 이 사건 수표가 직접적으로 도박자금으로 사용되지 아니하였다 할지라도, 이 사건 수표가 피해자로 하여금 사기도박에 참여하도록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 이상, 이를 몰수하는 것을 들어 피고인에게 극히 가혹한 결과가 된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며, 이와 같이 가혹한 결과가 되지 아니한다는 점을 원심이 판결 이유에서 설시하지 아니한 것이 어떠한 잘못이라고 볼 수도 없다.

상고이유는 모두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송진훈(재판장) 변재승 윤재식(주심) 이규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