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문]
【당 사 자】
청 구 인 윤○진
대리인 법무법인 덕수합동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김창국 외 5인
사건서울지방법원 97노3418 국가보안법위반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및 제5항(1991. 5. 31. 법률 제4373호로 개정된 것)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청구인은 1996. 9. 19.경 “그들이 무장간첩일까?”라는 제목의 글을 컴퓨터통신망인 ‘○○’의 사회비평동호회 게시판에 게시하여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고무·동조하고 그러한 목적으로 표현물을 제작·반포하고, 도서출판 백두가 발간한 “변증법적 유물론” 등 5권의 책을 보관함으로써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인 북한공산집단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는 행위를 목적으로 표현물을 취득·소지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및 제5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고 한다)을 적용법조로 하여 1996. 11. 22. 서울지방법원에 공소가 제기되었다.
(2)청구인은 1997. 4. 25. 위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검사의 항소(97노3418)에 따라 같은 법원 항소심에서 재판을 받던중,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97초5306)을 하였다가 1998. 8. 12. 기각되자, 같은 달 14.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및 제5항(1991. 5. 31. 법률 제4373호로 개정된 것)이고 그 내용과 관련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 등)①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②제1항·제3항 또는 제4항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
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한 자는 그 각항에 정한 형에 처한다.
구 국가보안법(1991. 5. 31. 법률 제437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법”이라 한다) 제7조(찬양·고무 등)①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②제1항 내지 제4항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한 자는 그 각항에 정한 형에 처한다.
2. 청구인의 주장, 법원의 위헌제청신청기각이유 및 법무부장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1)헌법재판소는 구법 제7조 제1항 및 제5항은 각 그 소정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경우에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해석하면서,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한다 함은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협 침해하고 영토를 침략하며 헌법과 법률의 기능 및 헌법기관을 파괴하고 마비시키는 것으로 외형적인 적화공작 등이 이에 해당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준다 함은 모든 폭력적 지배와 자의적 지배 즉 반국가단체의 일인독재 내지 일당독재를 배제하고 다수의 의사에 의한 국민의 자치, 자유·평등의 기본원칙에 의한 법치주의적 통치질서의 유지를 어렵게 만드는 것을 말하고, 이러한 경우를 해석하는 기준으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를 제시하고 있다.
(2)그러나, 대법원은 국가보안법상의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고무·동조하는 행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는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표현물”이란 “대한민국의 안전과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물”을 말한다고 해석하고 있고,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중 “제1항·제3항 또는 제4항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의 규정에 관하여 그 내용이 객관적으로 보아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대남선전, 선동 등의 활동에 동조하여 반국가단체나 그 활동을 이롭게 하거나 그 이익이 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는 이적표현물을 그와 같은 인식을 하면서도 취득·소지 또는 제작·반포하였다면 그 행위자에게는 그 표현물의 내용과 같은 이적행위가 될지 모른다는 미필적 인식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고, 따라서 학문적인 연구나 오로지 영리추구 및 호기심에 의한 것이라는 등의 이적목적이 없었다고 보여지는 자료가 나타나지 않는 한 초과주관적 위법요소인 목적의 요건은 충족된다고 해석하고 있다.
(3)따라서, 대법원의 위와같은 해석은 헌법재판소의 해석의 범위를 벗어난 확장해석이며, 특히 대법원의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규정의 ‘목적’을 추정하는 해석은 헌법 제12조의 적법절차, 제27조의 무죄추정의 원칙, 제11조의 평등권 및 제19조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 조항에 위배되어 위헌이다.
나. 서울지방법원의 위헌제청신청기각이유
(1)신청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대법원의 해석이 이 사건에 관한 재판의 전제가 된다는 이유로 그 위헌여부에 대하여 제청신청을 하고 있다.
(2)그러나, 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1항은 “법률이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때에는 당해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은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한 결정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여부의 심판을 제청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3)따라서, 위헌법률심판의 제청은 형식상의 법률 또는 법률의 효력을 가진 규범의 위헌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만 할 수 있는 것이어서 법률 또는 법률의 효력을 가진 규범이 아닌 대법원의 판례의 판시내용이 위헌이라는 신청은 이유없다.
다. 서울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의견
(1)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헌법소원은 법률의 위헌여부를 다투는 것으로서 법률 또는 법률의 효력을 가진 규범이 아닌 대법원의 판결을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2)대법원이 판시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위태롭게 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물이라는 해석기준은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해석기준을 구체화한 기준일 뿐 그 실질적인 의미와 내용은 동일하다.
(3)대법원은 행위자가 객관적인 이적표현물, 즉 반국가단체인 북한 대남선전·선동활동에 동조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문건을 이적행위가 될지 모른다는 미필적 인식하에 제작, 반포, 보관한 사실이 입증되는 경우 사실상 이적목
적의 요건은 충족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하는 바, 이는 초과주관적 구성요건에 대한 일반 형사범의 법리를 국가보안법에도 적용한 것일 뿐 입증책임의 전환이라고 할 수 없으며 청구인의 평등권 또는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3.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청구인은 당해 소송사건의 재판계속중에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을 하였다가 기각되자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청구인이 법원의 재판이나 법률해석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그 개념을 명백히 규정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법원의 자의적·편파적 해석을 가능하게 한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 법률조항 자체에 대하여 위헌여부의 심판을 구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4. 본안판단
가. 우리 재판소는 1996. 10. 4. 선고 95헌가2 결정(판례집 8-2, 283 내지 307)과 1997. 1. 16. 선고 92헌바6 등 결정(판례집 9-1, 1 내지 44)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는바,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은 구법 제7조 제1항과 대비하여 보면 두가지 점에서 뚜렷한 변경이 있었다. 그 하나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주관적 구성요건을 추가한 점이고 다른 하나는 구법 제7조 제1항 후단의 “기타의 방법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 자”라는 부분을 삭제한 대신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라는 부분을 삽입한 점이다.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에 위와 같은 주관적 구성요건이 추가된 것은 입법자가 구법 제7조 제1항 및 제5항에 대한 우리 재판소의 1990. 4. 2. 선고 89헌가113 결정(판례집 2, 49 내지 74)의 취지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이는 바 구법규정보다는 그 구성요건이 훨씬 명확히 규정되었다고 보여지며 그래도 남는 용어의 추상성은 법적용·집행자의 합리적 해석에 맡겨도 된다.
즉, 구법 제7조 제1항의 가장 큰 위헌적 요소는 법문의 다의성과 적용범위의 광범성 때문에 이를 법문의 문리대로 해석하는 경우 행위자의 행위의 동기나 그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그 헌법적 기반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불문하고 객관적으로 나타난 언행만을 형식논리의 잣대로 재어서 이 조항을 함부로 적용할 위험성이 있었기 때문인데,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에서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주관적 구성요건이 추가됨으로써 이 법의 입법목적(신·구 국가보안법 제1조)을 일탈하는 확대해석의 위험은 거의 제거되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현행법은 제2조 “반국가단체”의 정의규정에서 이 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반국가단체의 범위를 축소하였고, 나아가 제1조 제2항에서 “이 법을 해석적용함에 있어서는 제1항의 목적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이를 확대해석하거나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함으로써 법집행자의 합헌적인 법해석과 적용을 이끌어 내는데 중대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의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구성요건 중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무엇을 말하는가에 관하여는 앞서 본 우리 재판소의 결정내용이나 학설, 판례에 의하여 그 개념정립이 되어 있고,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부분도 우리 재판소의 위 결정의 판시취지에 따라 이를 합리적으로 해석한다면 개념의 불명확성은 제거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풀이하면,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은 그 소정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만 적용되어야 한다.
그리고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후단에 새로이 신설된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라는 구성요건 중 “변란”이라는 개념은 1948. 12. 1. 법률 제10호로 공포, 시행되었던 구법에서부터 계속 사용되어온 용어이고 국가보안법 제2조의 “반국가단체”의 정의규정에서도 사용되고 있는 용어로서 이미 판례에 의하여 그 개념이 상당한 정도로 정립되어 있어 개념의 불명확성은 제거되었다고 볼 수 있고, 또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에서도 “구성원”, “활동”, “동조”등의 개념이 사용되고 있으나 구법규정과는 달리 이들 개념은 모두 같은 항 앞머리의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주관적 구성요건과 결합하여 하나의 구성요건을 이루
고 있고 이 주관적 구성요건을 우리 재판소의 위 견해와 같이 제한해석한다면 이들 개념의 다의성과 적용범위의 광범성은 제거된다.
다음으로,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에 관하여 보면, 이 조항은 같은 조 제1항을 전제로 하는 조항으로서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제1항에서 그 위헌성이 제거된 이상 이 조항도 구법규정이 띠고 있던 위헌성은 제거된 것으로 보여지고 달리 이 조항 그 자체에 독자적인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도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거나 이를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제한할 위험성이 있다고 할 수 없고 또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도 할 수 없다.
나.위 결정의 판시이유는 이 사건 심판에서도 그대로 타당하다고 할 것이고, 위 결정의 선고 이후에 그 견해를 변경할만한 특별한 사정변경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그리고 대법원이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청구인의 주장과 같이 위헌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 자체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도 없다.
5.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상과 같은 이유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조승형의 아래 6.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6. 재판관 조승형의 반대의견
나는, 우리재판소가 1996. 10. 4. 선고한 95헌가2 결정, 1997. 1. 16. 선고한 92헌바6 등 결정을 인용하여 이 사건 심판대상의 법조항들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다수의견에 대하여, 마찬가지로 위 사건들 결정시에 밝힌 나의 반대의견을 그대로 인용하여 반대하며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이 사건 심판대상 조항들은 그 개정에 불구하고 헌법재판소 1990. 4. 2. 선고 89헌가113 결정 등이 지적한 헌법상의 언론·출판·학문·예술 및 양심의 자유를 위축시킬 염려, 형벌과잉을 초래할 염려, 국가안전보장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수호와 관계없는 경우까지 확대적용될 만큼 불투명하고 구체성이 결여되어 헌법 제37조 제2항의 한계를 넘는 제한인 점, 법집행자의 자의적 집행을 허용할 소지가 있는 점,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는 점 등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고 있으므로 헌법에 위배된다.
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 이재화 조승형
정경식 고중석(주심) 신창언 이영모 한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