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 ][하집1996-1, 257]
[1] 선하증권의 이면약관상 외국법원의 전속관할 규정에도 불구하고 불법행위자인 선박대리점과 피해자인 그 증권 매입은행이 국내법인이고 불법행위지도 국내라는 이유로, 그 약관 규정의 적용을 배제한 사례
[2] 선하증권에 'on board' 기재를 허위로 기재한 행위와 그 선하증권을 매입한 은행이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한 사례
[1] 선하증권의 이면약관상 외국법원의 전속관할 규정에도 불구하고 불법행위자인 선박대리점과 피해자인 그 증권 매입은행이 국내법인이고 불법행위지도 국내라는 이유로, 그 선박대리점과 매입은행 사이에 그 약관 규정의 적용을 배제한 사례.
[2] 수출업자의 부도 후에 비정상품을 선적하였으나 부도 전에 'on board' 기재가 있는 선하증권을 발행한 운송인의 행위와, 부도로 인한 수입상 또는 신용장 개설은행의 대금지급 거절 및 그 수출업자의 매입대금 상환능력 상실로 말미암아 그 선하증권을 매입한 은행이 입은 선하증권 매입대금과 선적화물 공매대금 차액 상당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한 사례.
주식회사 신한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현 외 1인)
주식회사 대한종합운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미합동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유경희 외 6인)
1.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금 399,690,760원 및 이에 대한 1994. 4. 15.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 연 5푼의,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판결.
1. 본안전 항변에 대한 판단
중국의 운송업체인 소외 이에이에스 익스프레스 쉬핑 리미티드(EAS Ex press Shipping Ltd., 이하 소외 이에이에스라고 한다)의 국내 선박대리점인 피고가 위 이에이에스를 대리하여 소외 주식회사 삼청물산(이하 소외 삼청물산이라 한다)으로부터 운송을 인수하고 선하증권을 발행하면서 당시 위 삼청물산으로부터 인도받은 화물을 아직 선적하지 아니하였음에도 이를 선적하였다는 기재가 있는 선하증권을 발행함으로써 위 선하증권의 기재내용을 믿고 위 삼청물산으로부터 위 선하증권 등의 선적서류를 매입한 원고에게 손해를 입게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소에 대하여, 피고는 위 선하증권의 이면 약관에 위 선하증권으로 인한 소송은 운송인의 본점이 있는 국가인 중국의 법원에서 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관할규정이 있으므로, 중국이 아닌 대한민국의 법원에 제소한 원고의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여 각하되어야 한다고 항변한다.
살피건대, 을 제1호증의 1 내지 5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가 위 이에이에스를 대리하여 위 삼청물산에게 발행하여 준 선하증권의 이면약관에는 제3조에서 관할에 관하여 '이 선하증권으로 인한 어떠한 분쟁도 운송인의 본점이 있는 국가에서 결정되어야 한다.(Any dispute arising under this Bill of Lading shall be decided in the country where the carrier has his principal place of business……)'라고 규정하고 있고, 위 선하증권상의 운송인인 위 이에이에스의 본점이 있는 국가는 중국인 사실은 인정되나, 이와 같이 외국법인인 운송인의 선하증권에 이 선하증권으로 인한 소송은 특정 외국법원의 전속관할에 속한다는 규정이 있다고 하여도 그의 국내 선박대리점인 피고가 국내에서 불법행위를 하였고, 그로 인하여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경우까지 이 약관을 적용하기로 한 취지라고 해석할 수는 없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선박대리점으로서의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로서 그 원인사실이 발생한 곳이 국내이고, 따라서 그 준거법도 섭외사법 제13조 의 규정에 따라 국내법이며, 원고와 피고가 모두 국내법인인 점과 이로 인한 재판절차의 편의와 집행의 실효성을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을 국내에서 재판하지 아니하고 운송인의 본점이 있는 외국 법원에서 재판하는 것은 오히려 불합리하다고 아니할 수 없어 위와 같은 약관 규정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서는 그 효력이나 적용이 없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므로, 피고의 위 본안전 항변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본안에 대한 판단
가. 인정 사실
아래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의 1의 1 내지 13, 갑 제1호증의 2의 1 내지 11, 갑 제1호증의 3의 1 내지 12, 갑 제1호증의 4의 1 내지 12, 갑 제2호증의 1, 2, 갑 제3호증, 갑 제4호증의 1, 2, 갑 제5호증의 1 내지 4, 갑 제6호증, 갑 제7호증, 갑 제8호증, 갑 제9호증의 1, 2, 갑 제10호증의 1, 2, 갑 제11호증, 갑 제12호증, 갑 제13호증의 1, 2, 3, 갑 제14호증, 갑 제15호증, 을 제1호증의 1 내지 5, 을 제2호증, 을 제3호증, 을 제4호증의 1, 2, 을 제5호증의 1 내지 4, 을 제6호증의 각 기재 및 증인 이금철, 임형섭의 각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된다.
(1) 소외 삼청물산은 1994. 4.경 중국의 차이나 내셔널 포린 트레이딩 트랜스포테이션 코포레이션(China National Foreign Trading Transporting Corp., 이하 중국의 수입상이라 한다)과 사이에 수종의 직물류 등(이하 이 사건 화물이라 한다)을 위 중국의 수입상이 이를 수입하여 가공하면, 위 삼청물산이 그 완제품을 다시 수입하기로 하는 조건으로 미화 505,771$에 수출하기로 하는 수출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2) 중국의 수입상은 같은 달 14. 중국의 은행인 뱅크 오브 코뮤니케이션(Bank of Communication, 이하 중국의 개설은행이라 한다)에 위 대금의 지급을 위한 4건의 신용장의 개설을 의뢰하였고, 이에 위 중국의 개설은행은 같은 달 14. 위 삼청물산이 위 완제품의 재수입대금의 지급을 위하여 소외 주식회사 서울은행(이하 서울은행이라 한다)에 개설하는 신용장의 대금을 지급받는 경우에 신용장 대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조건으로 수익자를 위 삼청물산, 지정매입은행을 위 서울은행으로 하는 합계 미화 506,771$의 4건의 상호신용장(Reciprocal Credit)을 개설하였다.
(3) 위 이에이에스의 국내 선박대리점인 피고는 같은 달 15. 위 이에이에스를 대리하여 위 삼청물산과 사이에 이 사건 화물을 한국의 부산항에서 중국의 대련항까지 운송하기로 하는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위 삼청물산으로부터 4개의 콘테이너에 적입된 이 사건 화물을 인도받은 다음 선적하지는 아니한 상태에서 같은 날 선적되었다는 취지의 'laden on board' 기재가 있는 선하증권 4매(이하 이 사건 선하증권이라 한다)를 발행하였다.
(4) 위 삼청물산은 같은 날 원고에게 이 사건 선하증권을 포함한 선적서류의 매입을 요청하였고, 원고는 위 선적서류가 위 중국의 개설은행이 개설한 신용장의 조건과 일치함을 확인하고 이를 매입하여 위 삼청물산에게 미화 506,771$를 지급하였다.
(5) 그런데, 위 삼청물산은 같은 달 18. 부도가 나 도산되었고, 피고는 같은 달 21. 위 이에이에스 소유의 얀싱(Yan Xing)호에 이 사건 화물을 선적하였다.
(6) 한편, 원고는 같은 달 25. 중국의 수입상이 위 삼청물산의 부도를 이유로 대금지급을 거절함에 따라, 같은 해 8. 26. 피고로부터 반송된 이 사건 화물을 인도받았으나, 위 삼청물산이 피고에게 인도한 이 사건 화물이 정상품이 아니어서 같은 해 10. 18. 공매를 통하여 소외 주식회사 중문에게 송장가격에 현저히 못미치는 금 12,010,000원에 매도하여 처분하였다.
나. 당사자의 주장내용
원고는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서, 피고가 이 사건 화물을 실제로 선적하지 아니하였음에도 선적되었다는 기재가 있는 허위의 선하증권을 발행함으로써 원고는 그 기재내용을 믿고 이를 매입하였는데, 피고가 위 선하증권에 선적되었다는 기재를 하지 아니하거나 실제로 선적된 날에 선하증권을 발행하였더라면 원고는 위 선하증권을 매입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삼청물산에게 매입대금으로 지급한 미화 506,771$에서 그 후 피고로부터 이 사건 화물을 인도받아 공매처분하고 회수한 금 12,010,000원을 공제한 나머지 금원에 상당하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피고의 위와 같은 행위와 원고가 주장하는 위 손해와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없으므로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다툰다.
다. 판 단
살피건대 앞서의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가 운송인인 위 이에이에스를 대리하여 이 사건 선하증권을 발행하면서 실제로는 이 사건 화물을 선적하지도 아니하였음에도 선적하였다는 기재가 있는 선하증권을 발행한 이상 그로 인하여 원고가 손해를 입었다면 피고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는 할 것이나(피고는 이 사건 선하증권은 고전적인 해상선하증권이 아닌 복합운송증권이고, 그 운송조건도 수출지의 콘테이너야드에서 수입지의 콘테이너야드까지 운송하는 CY-CY조건이므로, 선적되었다는 'On board'의 기재는 아무런 법적 의미가 없는 것이어서 그 기재를 잘못하였다고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항쟁을 하나, CY-CY 조건의 복합선하증권이라 하여 운송인이 선적하지도 아니하고 그 증권에 선적되었다고 기재하는 행위가 적법하다고 할 수는 없고, 그러한 행위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이므로, 피고의 위 항쟁은 이유 없다), 나아가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와 피고의 위와 같은 행위와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에 관하여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위 삼청물산에게 지급한 매입대금에서 이 사건 화물을 처분하여 얻은 금원과의 차액 상당의 손해는 피고가 위 삼청물산으로부터 인도받은 이 사건 화물의 실제가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한 것으로서 이는 위 삼청물산의 부도로 인한 중국의 수입상 또는 개설은행의 대금지급 거절과 위 삼청물산이 매입대금 상환능력 상실 또는 위 삼청물산이 피고에게 정상품이 아닌 화물을 인도함으로써 발생한 것이라 할 것이고, 달리 피고가 이 사건 선하증권을 발행할 당시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었다거나, 알 수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에 대한 주장·입증이 없는 한, 피고가 위 삼청물산으로부터 이미 이 사건 화물을 인도받아 선적이 받아 선적이 예정된 상태에서 단지 선적되었다는 취지의 선하증권을 미리 발행한 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고는 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와 피고의 위와 같은 행위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어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