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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1997. 5. 13.자 97라36 결정 : 재항고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하집1997-1, 148]

판시사항

[1] 전환사채발행무효의 소의 허용 여부(적극)

[2] 회사의 경영권 분쟁 상황하에서 열세에 처한 구지배세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하여 기존 주주를 배제한 채 제3자인 우호세력에게 집중적으로 신주를 배정하기 위한 방편으로 한 전환사채의 발행을 무효라고 본 사례

[3] 경영권 분쟁 상황하에서의 주주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시 요구되는 권리 보전의 필요성에 관한 소명의 정도

[4] 한화종금의 경영권 분쟁 사건에서, 피보전권리의 소명은 있으나 그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신주에 관한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사례

결정요지

[1] 전환사채의 발행에 무효사유가 있는 경우 그 무효를 인정하여야 하고, 그 방법은 신주발행무효의 소에 관한 상법 제429조를 유추적용할 수 있다.

[2] 전환사채의 발행이 경영권 분쟁 상황하에서 열세에 처한 구지배세력이 지분 비율을 역전시켜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하여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음을 기화로 기존 주주를 완전히 배제한 채 제3자인 우호세력에게 집중적으로 '신주'를 배정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채택된 것이라면, 이는 전환사채 제도를 남용하여 전환사채라는 형식으로 사실상 신주를 발행한 것으로 보아야 하며, 그렇다면 그러한 전환사채의 발행은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한 위법이 있어 신주 발행을 그와 같은 방식으로 행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무효로 보아야 하고, 뿐만 아니라 그 전환사채 발행의 주된 목적이 경영권 분쟁 상황하에서 우호적인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여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것인 점, 경영권을 다투는 상대방인 감사에게는 이사회 참석 기회도 주지 않는 등 철저히 비밀리에 발행함으로써 발행유지가처분 등 사전 구제수단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한 점, 발행된 전환사채의 물량은 지배 구조를 역전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고, 전환기간에도 제한을 두지 않아 발행 즉시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하였으며, 결과적으로 인수인들의 지분이 경영권 방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점 등에 비추어, 그 전환사채의 발행은 현저하게 불공정한 방법에 의한 발행으로서 이 점에서도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고 한 사례.

[3] 경영권 분쟁 상황하에서의 주주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은 일반 가처분과는 달리 단순한 집행보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처분으로 경영권의 귀속을 변동시켜 버리는 거의 종국적인 만족을 가져오는 것으로서 그 결과가 중대할 뿐만 아니라, 가처분 채무자에게는 원상으로의 회복이 곤란한 점으로 말미암아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더욱 강도 높은 소명을 요구하므로, 그와 같은 경우 보전의 필요성은 피보전권리의 존재로 사실상 추정될 수도 없고, 단순히 주주권 즉 지배적 이익이 계속 침해된다는 추상적 사유만으로도 부족하며, 더 나아가 본안판결의 확정 후에 비로소 경영권이 넘어와서는 본안판결의 의미가 거의 없게 되거나 혹은 그렇게 될 경우 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구체적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사정이 따로이 있어야 한다.

[4] 한화종금의 경영권 분쟁 사건에서, 피보전권리의 소명은 있으나 그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신주에 관한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사례.

신청인,항고인

신청인(소송대리인 변호사 오성환외 2인)

보조참가인

신극동제분 주식회사외 6인(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 담당변호사 서동우외 2인)

피신청인,상대방

한화종합금융 주식회사외 3인(소송대리인 변호사 이건웅외 1인)

주문

신청인의 항고를 기각한다.

당심의 절차비용 중 항고로 인한 비용은 신청인의 부담으로 하고,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은 보조참가인들의 부담으로 한다.

피신청인 한화종합금융 주식회사는 이 사건 가처분결정 이후 신청인과 피신청인들 사이의 신주발행무효 등 청구 사건의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사이에 개최되는 주주총회에서 피신청인 삼신올스테이트생명보험 주식회사에게 별지 주식 목록 제1 기재 주식에 대하여, 피신청인 동흥전기 주식회사에게 별지 주식 목록 제2 기재 주식에 대하여, 피신청인 하이파이브에게 별지 주식 목록 제3 기재 주식에 대하여 각 의결권을 행사하게 하여서는 아니된다. 이 사건 가처분결정일 이후 신청인과 피신청인들 사이의 신주발행무효 등 청구 사건의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사이에 개최되는 주주총회에서 피신청인 삼신올스테이트생명보험 주식회사는 별지 주식 목록 제1 기재 주식에 대하여, 피신청인 동흥전기 주식회사는 별지 주식 목록 제2 기재 주식에 대하여, 피신청인 하이파이브는 별지 주식 목록 제3 기재 주식에 대하여 각 의결권을 행사하여서는 아니된다라는 재판을 구함.

원심결정을 취소하고 신청취지와 같은 재판을 구함.

이유

1.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의 큰 줄거리로서 대체로 다음과 같은 사실이 소명된다.

피신청인 한화종합금융 주식회사(이하 한화종금이라 부른다)에는 대주주로서 제1 대주주군인 한화 측(한화개발 주식회사 등 한화그룹 계열사를 말한다. 이하 같다)과 제2 대주주인 신청인이 있었다. 위 한화종금의 경영진은 제1 대주주군인 한화 측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고 신청인은 감사의 직위만 가질 뿐이었는데, 1996. 5.경 경영진이 위 한화종금 소유의 부동산을 한화 측 대주주인 한화개발 주식회사에 현저한 염가로 매각한 것에 대하여 감사인 신청인이 문제를 제기하였으나 한화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하자 신청인은 소수주주로서 법원에 검사인선임 청구를 하는 등 법적인 해결을 시도하기 시작하였고 그 이래 쌍방 간에 많은 민·형사 분쟁사건이 생기게 되었다. 한편 신청인은 법적인 해결을 시도함과 아울러 그 무렵부터 이학 및 이 사건 보조참가인들과 뜻을 모아 위 한화종금에 대한 한화 측과의 지분 비율을 역전시킬 것을 계획하여 그 당시 시행되던 증권거래법상의 소위 '특수관계인'의 소유 제한 규정에 저촉되지 아니하도록 보조참가인들에게 교묘하게 분산시켜 비밀리에 위 한화종금의 주식을 증권시장에서 매집하였다. 그 결과 늦어도 1996. 12. 6.에는 신청인 측(신청인과 이학 및 보조참가인들을 말한다. 이하 같다)의 보유 주식 수가 한화 측을 능가하여 제1 대주주군이 되어 버렸고 이 때부터 한화 측에 대하여 경영진의 개편을 위한 임시주주총회의 소집을 요구하게 되었다. 다급해진 한화 측이 경영권의 방어를 위하여 생각해 낸 비상 수단이 바로 이 사건 전환사채의 발행이었다 즉, 우호 세력에게 전환사채를 발행하여 즉시 주식으로 전환시켜 임박한 임시주주총회에서 전환된 신주의 도움으로 지분 비율의 우위를 되찾아 경영권을 방어한다는 전략이었다. 이에 한화 측은 사전에 인수인들(피신청인 한화종금을 제외한 나머지 피신청인들. 이하 같다)과 협의하여 협조를 약속받고, 그 당시를 기준으로 제1 대주주군이자 감사인 신청인 측에게는 철저히 비밀에 붙인 채, 장악하고 있던 이사회로 하여금 1997. 1. 7. 전격적으로 전환사채를 발행케 하였는바, 그 물량은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신청인 측과의 지분 비율을 다시 역전시키기에 충분한 400억 원이었고 전환기간은 제한을 두지 아니하여 발행 즉시 전환이 가능케 하였다. 이에 따라 인수인들은 발행 당일로 위 400억 원의 전환사채를 전액 인수하여 그 익일인 1. 8.부터 1. 10.까지 사이에 그 중 380억 원을 주식으로 전환하였고, 경영진 개편을 위한 같은 해 2. 13.의 임시주주총회에서, 전환된 주식의 의결권을 모두 한화 측에게 위임해 버림으로써 한화 측은 지분 비율의 우위로 경영권을 방어하게 되었다.

2. 먼저 피보전권리에 관하여 본다.

전환사채에 있어서도 일정한 경우에 그 발행의 무효를 인정하여야 하고 그 방법은 신주발행무효의 소에 관한 상법 제429조를 유추적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에서 사실이 위와 같다면 위 전환사채의 발행은 경영권 분쟁 상황하에서 열세에 처한 구지배세력이 지분 비율을 역전시켜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하여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음을 기화로 기존 주주를 완전히 배제한 채 제3자인 우호 세력에게 집중적으로 '신주'를 배정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채택된 것으로서, 이는 전환사채제도를 남용하여 전환사채라는 형식으로 사실상 신주를 발행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전환사채의 발행은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한 위법이 있어 신주 발행을 위와 같은 방식으로 행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를 무효로 보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전환사채 발행의 주된 목적은 경영권 분쟁 상황하에서 우호적인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여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것인 점, 경영권을 다투는 상대방이자 감사인 신청인에게는 이사회 참석 기회도 주지 않는 등 철저히 비밀리에 발행함으로써 발행유지가처분 등 사전 구제수단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한 점, 발행된 전환사채의 물량은 지배 구조를 역전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고, 전환기간에도 제한을 두지 않아 발행 즉시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하였으며, 결과적으로 인수인들의 지분이 경영권 방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전환사채 발행은 현저하게 불공정한 방법에 의한 발행으로서 이 점에서도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다만, 신청인 측이 주식을 비밀리에 매집하는 과정에 그 당시의 허술했던 증권거래법의 관계 규정을 교묘히 회피해 나감으로써 법이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를 가져온 것에 대하여는 못마땅한 면이 없지 않으나, 그렇다고 하여 신청인이 이 사건 전환사채 발행의 무효를 주장할 자격이 없게 된다고 할 수는 없으며, 또 이것이 한화 측의 위법한 대응을 정당화시킬 수도 없다.

또, 위법의 정도가 위와 같이 중대한 이상 이미 발행 및 전환이 끝나 저질러진 일이니 거래의 안전을 위하여 무효화시켜서는 안된다는 주장은 채택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에서는 거래의 안전을 해칠 위험도 없다. 전환된 주식을 사전 통모한 인수인들이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처분금지가처분결정이 내려졌고 적어도 금융계에서는 이 사건 분쟁 상황이 처음부터 공지의 사실화되어 선의의 피해자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전환사채의 발행은 무효이고 이를 바탕으로 한 신주 발행 역시 무효이므로 신청인의 주주권에 기하여 위 신주에 관한 의결권 행사 금지를 구하는 신청인의 이 사건 신청은 피보전권리에 대한 소명이 있다고 할 것이다.

3. 나아가 보전의 필요성에 관하여 본다.

원래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이 인용되려면 계속하는 권리관계에 현저한 손해를 피하거나 급박한 강포를 방지하기 위하여 또는 기타 필요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과 같이 경영권 분쟁 상황하에서의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은 일반 가처분과는 달리 단순한 집행보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처분으로 경영권의 귀속을 변동시켜 버리는 거의 종국적인 만족을 가져오는 것으로서 그 결과가 중대할 뿐만 아니라, 가처분채무자에게는 원상으로의 회복이 곤란한 점으로 말미암아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더욱 강도 높은 소명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서의 보전의 필요성은 피보전권리의 존재로 사실상 추정될 수도 없고, 단순히 주주권 즉 지배적 이익이 계속 침해된다는 추상적 사유만으로도 부족하며, 더 나아가 본안판결의 확정 후에 비로소 경영권이 넘어와서는 본안판결의 의미가 거의 없게 되거나 혹은 그렇게 될 경우 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구체적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사정이 따로이 있어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1997. 5. 28.로 예정된 정기주주총회에서는 경영진의 개편에 관한 의안이 없으므로 그 이후 언젠가 열릴 수 있는 경영진 개편을 위한 임시주주총회에서 비로소 신청인의 주주권, 즉 지배적 이익의 침해 여부가 문제될 것인바, 그 언젠가 열릴 임시주주총회에 대비하여 미리 이 사건 가처분을 할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일 뿐만 아니라, 경영진의 교체가 그 때 바로 이루어지지 않고 본안판결의 확정 후로 미루어진다면 본안판결이 왜 무의미하게 되는지, 그렇게 될 경우 신청인에게 어떠한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생기는지에 관하여 신청인은 주장·소명하여야 한다.

우선, 신청인은 현 경영진이 무능하여 경영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오히려 회사에 손해를 입히고 있다고 주장하나 이를 받아들이기에 족한 소명이 없다.

또, 신청인은 현 경영진이 지금까지 법령이나 정관에 위배되는 업무 집행을 해 왔고 특히 위 전환사채의 발행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사의 중립의무를 망각한 채 한화 측의 이익을 위하여 신청인 측을 희생시키는 업무 집행을 해 온 만큼 앞으로도 그럴 위험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1997. 4. 1.부터는 관계 규정의 개정으로 경영권분쟁 상황하에서 이 사건에서와 같은 전환사채의 발행은 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이제 다시는 그와 같은 일이 재발될 염려는 없어졌다. 뿐만 아니라 이사의 위법 부당한 직무 집행에 대하여는 위법행위유지가처분이나 이사 해임의 소 및 이를 전제로 한 직무집행정지가처분으로 대처할 길이 있고, 실제로 위 전환사채의 발행 및 부동산 염매 등 법령과 정관에 위배되는 업무 집행을 해 온 이사들에 대하여 해임의 소를 전제로 한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이 내려졌다(당원 1997. 5. 13.자 97라35 결정 참조). 그런데도 나머지 이사들이 해임을 무릅쓰고라도 앞으로 또 위법 부당한 업무 집행을 할 것으로 볼 만한 소명은 아직 없다. 물론 신청인은 이에 대하여 불안한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나 그것만으로 피보전권리에 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본안이 아닌 가처분사건에 있어서만이라도)이 나오기 전에 종국적 만족을 실현시키는 이 사건 가처분의 필요성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 위 대법원 판단이 나온 뒤에 위법 부당한 업무 집행의 징후가 나타나면 그 때 다시 이 사건과 같은 가처분 신청을 하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달리 시급히 가처분이 되지 아니하면 신청인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된다는 점에 관한 주장·소명이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보전의 필요성에 관하여는 소명이 없다고 할 것이다.

4. 따라서 이 사건 신청은 피보전권리의 존재는 소명되나 보전의 필요성에 관한 소명이 부족하므로 이를 기각할 것인바, 신청인의 신청을 배척한 원심결정은 결과적으로 잘못이 없다. 그러므로 신청인의 항고를 기각하고, 당심의 절차비용 중 항고로 인한 비용은 패소한 신청인의,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은 보조참가인들의 각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판사 이용우(재판장) 최완주 강일원

[별 지]

주 식 목 록

1. 피신청인 한화종금이 1997. 1. 7.자로 발행한 총 발행가액 400억 원, 만기 2003. 3. 31., 전환가격 21,800원인 전환사채(이하 이 사건 전환사채) 중 피신청인 삼신올스테이트생명보험 주식회사가 인수한 180억 원 상당의 전환사채(전환사채권 번호 가0001호부터 가0018호까지)를 주식으로 전환청구하여 발행된 주식 825,687주.

2. 이 사건 전환사채 중 피신청인 동흥전기 주식회사가 인수한 100억 원 상당의 전환사채(전환사채권 번호 가0031호부터 가0040호까지)를 주식으로 전환청구하여 발행된 주식 458,715주.

3. 이 사건 전환사채 중 피신청인 하이파이브 주식회사가 인수한 100억 원 상당의 전환사채(전환사채권 번호 가0021호부터 가0030호까지)를 주식으로 전환청구하여 발행된 주식 458,715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