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2015도9195 사기
A
피고인
법무법인 V
담당변호사 W, Y, Z, AA, AB
수원지방법원 2015. 5. 29. 선고 2014노6755 판결
2016. 1. 14.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화성시 H, I 토지와 화성시 K 토지(이하 위 세
필지 토지를 '이 사건 각 토지'라고 한다)를 소유자들로부터 매수한 후 매매대금을 지
급하지 못하였고 매매대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었는데도 피해자에게 이 사건 각 토지를
매도하면서 2개월 내에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겠다고 피해자를 기망하여 피해자로부
터 계약금 명목으로 1억 원을 지급받아 편취하였다는 것이다.
2. 원심판단
가. 원심은 증거에 의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1) 피고인이 화성시 L 토지를 그 소유자인 E, F, G(이하 'E 등'이라고 한다)으로부
터 C 주식회사 명의로 18억 원에 매수하였다.
2) L 토지는 그 후 M, H, I. N 토지로 분할되었고, 피고인은 위 회사 명의로 위 토
지 중 M, H, I 토지에 관하여 개발행위허가를 받았다.
3) 피고인은 계약금 1억 원을 지급한 후 나머지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던
중 E 등에게 포기각서를 작성하여 주었는데, 그 내용은 피고인이 개발행위허가가 난
M, H, I 토지에 관한 매매대금 9억 원을 2013. 4. 15.까지, N 토지에 관한 매매대금을
위 토지에 대한 개발행위허가 후 2개월 내에 각 지급하되, 미지급 시에는 매수인의 지
위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4) 피고인은 포기각서 작성 후인 2013. 3. 25. E 등과 매매대금 지급방법에 관하여
합의를 하였는데, 그 내용은 매매대금 중 2억 원을 2013. 4. 30.까지, 나머지 15억 원
을 2013.8.30. 까지 각 지급하되, 만약 2013.4.30.까지 2억 원을 지급하지 않으면 매
매계약이 해제된다는 내용이다. 그 무렵 피고인은 개발행위허가가 난 세 필지 토지의
매매대금만 우선 지급하려고 하였으나, E 등은 피고인에게 개발행위허가가 나지 아니
한 N 토지를 포함한 네 필지 토지 전부의 매매대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하였다.
5) E 등은 2013. 3. 27. 피고인에게 위 네 필지 토지에 관하여 개발행위를 위임한
다는 내용의 위임장을 교부하였는데, 위 개발행위에는 위 각 토지의 매도도 포함되었
다.
6) 피고인은 2013. 4. 9. 피해자에게 위 위임장을 보여주면서 E 등의 대리인의 지
위에서 이 사건 각 토지, 즉 위 네 필지 토지 중 H, I 토지와 K 토지를 5억 2,400만
원에 매도하였는데, 매매대금 중 계약금 1억 원은 2013. 4. 25.까지, 잔금 4억 2,500만
원은 약 2개월 후에 소유권이전등기서류와 교환하여 지급받기로 피해자와 합의하였고,
2013. 4. 말경 피해자로부터 계약금 1억 원을 지급받았다.
나. 원심은 위 각 사실에 근거하여, 피고인이 E 등 3인으로부터 M, H, I, N 토지 중
일부를 분리하여 매도하는 것까지 위임 받았다고 볼 수 없거나, 피고인이 E 등에게 위
토지 전부의 잔금을 지급하지 아니하면 소유권이전등기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본 다음, 피고인이 E 등에게 매매대금 중 17억 원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고, 2013. 4.
30.까지 그 중 2억 원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매매계약이 해제된다는 점과 위임장을 받
게 된 전후 경위를 피해자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부작위에 의한 기망에 해당한다고 판
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사기죄에서의 부작위에 의한 기망
거래의 상대방이 일정한 사유를 고지받았다면 해당 거래를 하지 아니하였을 경우
위 사유를 고지하지 아니한 것은 사기죄에서의 부작위에 의한 기망에 해당하나(대법원
2014. 10. 15. 선고 2014도9099 판결 등 참조), 상대방의 법률상 지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사유를 고지하지 아니한 것은 기망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2. 4.
13. 선고 2011도2989 판결 등 참조).
나. 매매의 효력이 E 등 3인에게 미치는지 여부
1) 원심판단과 같이 피고인이 E 등을 대리하여 피해자에게 이 사건 각 토지를 매
도하였다고 본다면, 위 대리행위의 효력이 본인인 E 등에게 미치므로, 피해자는 E 등
에게 위 매매의 효력을 주장할 수 있다. 따라서 E 등과 피고인 사이의 매매계약의 해
제 가능성이나 위임장을 받게 된 경위는 피해자의 법률상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사유
가 아니므로, 피고인이 위와 같은 사유를 고지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를
기망한 것으로 볼 수 없다.
2) 원심은 피고인이 M, H, I, N 토지의 매도를 위임받았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
으면서도 피고인이 위 각 토지 중 일부를 분리하여 매도하는 것까지는 위임받지 않았
다고 판단하였는데, 위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이 위 각 토지의 분리 매도가 피고인의 수권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
한 근거는, 위임장에 위 각 토지의 매도를 위임한다는 취지만 기재되어 있을 뿐 각 토
지의 분리 매도를 허용하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는 점과 E 등이 위 각 토지 전
부의 매매대금을 피고인으로부터 지급받으려고 하였다는 점이다. 그러나 토지 소유자
가 복수의 토지 매도를 타인에게 위임하면서 그 분리 매도 가부에 관하여 아무런 조건
을 부가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당연히 해당 토지를 일체로 매도하는 것을 전제로 한
위임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위임장에 위 네 필지 토지의 분리 매도를 위임하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는 사정은 각 토지의 분리 매도가 피고인의 수권 범위에 포
함되지 않았다고 볼 근거가 되기에 부족하다. 또한, 피고인이 제3자에게 각 토지를 분
리 매도한 후 그 매매대금 전부를 E 등에게 지급하는 것이 곤란하다고 볼 사정이 없
는 한, E 등이 각 토지의 매매대금 전부를 피고인으로부터 지급받으려고 하였다는 사
정도 각 토지의 분리 매도가 피고인의 수권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볼 근거가 되기
에 부족하다.
오히려 기록에 의하면, E이 위임장 작성 전인 2013. 2. 19. '매도자 대표'의 지위에서,
작성한 확인서에는 위 네 필지 토지 중 [ 토지에 관하여 '평당 60만 원을 매수자가 매
도자에게 지급하면 매도자는 위 토지 소유권을 매수자에게 이전하여 줄 것을 확인한
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고, E이 원심에서 위 확인서를 작성하였다고 인정하면서 '공
유자 중 F이 협조하지 않았고 피고인이 나머지 토지의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관련
서류를 피고인에게 지급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증언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위 확인서
의 내용과 E의 증언을 종합하여 보면, 각 토지의 분리 매도가 피고인의 수권 범위에
포함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다. 법리오해로 인한 심리미진
그러므로 원심으로서는 M, H, I, N 토지 중 일부를 분리하여 매도하는 것이 피고
인의 수권 범위에 포함되었다고 볼 사정이 있는지에 관하여 추가로 심리한 다음, E 등
3인과 피고인 사이의 매매계약의 해제 가능성이나 위임장을 받은 경위가 이 사건 각
토지 매매와 관련한 피해자의 법률상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했
다.
또한 원심은 이 사건 각 토지 중 K 토지도 피고인이 E 등의 대리인의 지위에서 매
도하였다고 판단하였는데, 원심으로서는 K 토지가 E 등의 소유가 아니라 J의 소유인
점과 E 등과 피고인 사이의 매매계약의 목적물에 K 토지가 포함되지 않은 점을 고려
하여, 위 토지에 관하여서도 위 매매계약의 해제 가능성이나 위임장을 받은 경위가 피
해자의 법률상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추가로 심리 하였어야 했다.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위와 같은 사유를 고지하지 아니한 것이 기망행위에 해
당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기죄에서의 부작위에 의한 기망에 관한 법리를 오해
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를 판단할 필요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
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대법관김용덕
대법관박보영
주심대법관김신
대법관권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