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
2018가합583126 손해배상(기)
정AA, 서울 ○○구 ○○로 *, ○○○○대학 ○○부(○○동, △△대학교),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주환
주식회사 ◇◇◇◇, 서울 ○○구 ○○로 ***, *층(○○동, ○○빌딩), 대표이사 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심평, 담당변호사 박진석
2019. 6. 14.
2019. 8. 21.
1.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1. 피고는 원고에게 10,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피고는 ○○○넷 홈페이지(http://www.○○○○○○.net/)에 게재된 별지 목록 기재 각 웹 페이지를 삭제하라.
3. 피고가 제2항 기재 삭제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판결이 확정된 다음날부터 의무이행완료일까지 매일 500,000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화학부 소속 교수이고, 피고는 국내 주요대학의 이공계 대학원 교수와 그 연구실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사이트 ‘○○○ 넷’(http://www.○○○○○○.net/)을 운영하는 회사이다.
나. 피고는 ○○○넷을 통해 각 대학의 재학생 및 졸업생들로부터 해당 대학 소속 교수와 그 연구실에 관한 정보를 입력받아 이를 사이트방문자에게 제공하고 있는데, 정보를 입력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해당 대학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재학생 또는 졸업생임을 인증받아야 관련 정보를 입력할 수 있다.
다. 피고가 ○○○넷을 통해 수집·제공하는 정보는 교수에 대한 한줄평과 연구실에 대한 등급점수이고, 위 등급점수는 ‘교수인품’, ‘실질인건비’, ‘논문지도력’, ‘강의전달력’, ‘연구실분위기’ 등 5가지 지표로 구성되며, 각 지표 별로 A+부터 F까지 등급으로 평가된다. 그리고 입력된 정보는 피고의 관여 없이 기계적으로 취합되어 아래 라항 기재 그림과 같이 5각형의 평가 그래프(이하 ‘평가 그래프’라 한다) 형태로 제공된다.
라. 원고는 피고에게 ○○○넷 내 원고 관련 정보의 삭제를 요청하였고, 이에 피고는 원고의 이름, 이메일, 사진을 삭제함과 아울러 원고에 대한 한줄평 전부를 ‘블락처리’(차단조치)하였으나, 원고 연구실에 대한 평가 그래프(이하 ‘이 사건 그래프’라 한다)의 삭제는 거부하였고, 이에 따라 이 사건 소제기 무렵 ○○○넷 내 원고 관련 ‘△△대학교 재학생/졸업생의 평가’ 항목은 아래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5, 6, 7, 9, 11호증의 각 기재와 영상(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피고는 아래 표 제1, 2, 3항 기재 각 행위를 통하여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원고를 모욕하여 원고의 인격권을 침해하였고, 같은 표 제2항 기재 행위를 통하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 제44조의2 제2항을 위반하여 원고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였다. 그러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각 불법행위에 따른 위자료 1,000만 원과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고, 민법 제764조 소정의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으로서 별지 목록 기재 각 웹페이지를 삭제할 의무가 있다(아울러 원고는 웹페이지 삭제에 대한 간접강제도 구하고 있다).
3. 판단
가. 명예훼손 및 모욕 주장에 관한 판단
1) ○○○넷 운영 행위의 경우(표 제1항 기재 행위)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해당 서비스 이용자의 검색·접근에 관한 창구 역할을 넘어서서, 제3자로부터 제공받은 표현물을 자신의 자료저장 컴퓨터 설비에 보관하면서 스스로 그 가운데 일부를 선별하여 자신이 직접 관리하는 게시공간에 게재하였고 그 게재된 표현물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 이는 위 서비스 제공자가 특정한 명예훼손적 내용을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선택하여 전파한 행위에 해당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위 서비스 제공자는 명예훼손적 표현물을 작성한 제3자와 마찬가지로 그로 인하여 명예가 훼손된 피해자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할 것이나(대법원 2009. 4. 16. 선고 2008다53812 판결 등 참조), 단순히 제3자의 표현물에 대한 검색·접근 기능을 제공하는 경우는 그와 같이 볼 수 없다.
위 법리에 비추어 피고의 ○○○넷 운영 행위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는 원고에 대한 한줄평 및 평가 그래프의 작성자가 아닌 게시 공간 관리자에 불과한바, 피고가 △△대학교 재학생 및 졸업생들로부터 제공받은 원고에 대한 평가정보를 자신의 자료저장 설비에 보관하면서 스스로 그 가운데 일부를 선별하여 ○○○넷에 게재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상(오히려 앞서 본 바와 같이 ○○○넷에 입력된 정보는 피고의 관여 없이 기계적으로 취합되어 사이트 방문자들에게 제공됨이 인정될 뿐이다), 피고를 원고에 대한 평가를 게재한 재학생 및 졸업생들과 마찬가지로 평가할 수 없고, 피고의 역할은 단순히 제3자의 표현물에 대한 검색·접근 기능을 제공하는 것에 그쳤다고 볼 수밖에 없으므로, 피고의 ○○○넷 운영행위가 그 자체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평가 그래프 삭제거부 행위의 경우(표 제2항 기재 행위)
피고의 이 사건 그래프 삭제거부 행위가 명예훼손 내지 모욕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명예훼손은 구체적 사실의 적시를 전제로 하는바, 피고가 이 사건 그래프의 삭제를 거부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통해 원고에 관한 어떠한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였다고 볼 여지가 없고, 또한 모욕이란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하는데(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7도2661 판결 등 참조), 피고가 이 사건 그래프의 삭제를 거부함으로써 원고에 대한 어떠한 추상적 판단이나 감정을 표현하였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덧붙여, 원고의 삭제요청과 피고의 삭제거부가 공개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상, 피고의 삭제거부 행위가 공연성을 충족한다고 볼 수도 없다), 피고의 이 사건 그래프 삭제거부 행위가 명예훼손 내지 모욕에 해당한다는 원고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블락처리 문구 게시 행위의 경우(표 제3항 기재 행위)
피고가 ‘이 한줄평은 해당 교수의 요청으로 블락처리되었습니다’는 문구를 게시한 행위가 원고에 대한 명예훼손 혹은 모욕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의 모든 입증에 의하더라도 피고의 위 행위가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데 충분한 것이라고 보기에 부족하다. 오히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2 제2항1)제2문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권리가 침해되었음을 주장하는 자의 요청에 따라 해당 정보의 삭제·임시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한 경우, 그 사실을 서비스 이용자가 알 수 있도록 공시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므로, 피고의 위 문구 게시 행위는 정보통신망법이 정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그 실행방법 또한 법률이 예정하고 있는 것이므로, 이와 같은 행위가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시킨다거나 위법한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4) 소결
그러므로 피고가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원고를 모욕하였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
나. 정보통신망법 위반 불법행위 주장에 판한 판단(표 제2항 기재 행위)
1) 관련 법리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제공하는 인터넷 게시공간에 게시된 명예훼손적 게시물의 불법성이 명백하고, 위 서비스 제공자가 위와 같은 게시물로 인하여 명예를 훼손당한 피해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게시물의 삭제 및 차단 요구를 받은 등의 경우, 위 서비스 제공자에게 그 게시물을 삭제하고 향후 같은 인터넷 게시공간에 유사한 내용의 게시물이 게시되지 않도록 차단할 주의의무가 있고, 그 게시물 삭제 등의 처리를 위하여 필요한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그 처리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타인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부작위에 의한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나(대법원 2009. 4. 16. 선고 2008다53812 판결 등 참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제공하는 인터넷 게시공간에 게시된 명예훼손적 게시물의 불법성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와 같이 볼 수 없다.
그리고 실제로 물품을 사용하거나 용역을 이용한 소비자가 인터넷에 자신이 겪은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사업자에게 불리한 내용의 글을 게시하는 행위에 위법성이 있는지는 제반 사정을 두루 심사하여 더욱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2도10392 판결 등 참조).
2)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피고의 이 사건 그래프 삭제거부 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위 인정사실과 갑 제11, 12호증 및 을 제1 내지 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그래프는 원고가 연구·강의활동을 하고 있는 △△대학교의 재학생 및 졸업생들이 직접 입력한 평가를 수치화한 결과물인 점, ② 이 사건 그래프는 연구비 부정 사용, 대학원생에 대한 권한의 사적 남용 등으로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대학원 연구 환경에 관한 정보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점, ③ 피고는 대학원 연구 환경을 개선함과 아울러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신중한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하여 ○○○넷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동기를 밝혔고, 실제로 한국연구재단의 요청에 따라 ○○○넷에 ‘연구비 부정행위 신고센터’의 링크를 연결하거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건강한 연구실 문화 정착을 위한 브라운백 미팅’ 행사에 참여하는 등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행보를 취해 왔으며, 달리 피고가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로 평가 그래프를 게시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④ ○○○넷은 이공계 대학원 입학이라는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이용자들 사이에 연구실 분위기 등에 관한 정보교환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공간으로, 교수나 연구실에 대한 부정적 평가만 게시되는 것이 아니라 일부 교수나 연구실에 관하여는 지극히 긍정적인 평가가 게시되기도 하며, 실제로 ○○○넷이 학생들의 대학원 진학 결정과 연구 환경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그래프의 위법성이 명백하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이 사건 그래프의 삭제요청을 거부한 원고의 행위가 정보통신망법 위반의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원고의 이 부분 청구도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각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이동욱
판사 정덕기
판사 최지헌
제44조의2(정보의 삭제요청 등)
②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제1항에 따른 해당 정보의 삭제등을 요청받으면 지체 없이 삭제·임시조치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고 즉시 신청인 및 정보게재자에게 알려야 한다. 이 경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필요한 조치를 한 사실을 해당 게시판에 공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용자가 알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