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
2012다42284 손해배상(기)
A
주식회사 케이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2. 4. 13. 선고 2011나53460 판결
2015. 8. 27.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민법 제758조 제1항에서 말하는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는 공작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말하는 것으로서, 이와 같은 안전성의 구비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해당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자가 그 공작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였는지의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8다. 61615 판결 등 참조). 또한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한 사고는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만이 손해발생의 원인이 되는 경우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가 사고의 공동원인의 하나가 되는 이상 사고로 인한 손해는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다101343 판결, 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3다61602 판결 등 참조). 그리고 하자의 존재에 관한 증명책임은 피해자에게 있으나, 일단 하자 있음이 인정되는 이상 그 손해의 발생에 다른 자연적 사실이 경합한 것으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천재지변의 불가항력에 의한 것으로서 위와 같은 하자가 없었다고 하여도 불가피한 것이었다는 점이 공작물의 소유자나 점유자에 의하여 증명되지 아니한다면 그 손해는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에 의하여 발생한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며, 그 공작물의 점유자 겸 소유자는 그 과실 유무에 불구하고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대법원 2005.4.29. 선고 2004다66476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 및 기록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들을 알 수 있다.
가. 2010. 9. 21. 서울에 강수량 259.5m의 집중호우가 내렸고, 원고 소유의 서울 서초구 B 주택(이하 '원고 주택'이라 한다)의 지하실 방과 보일러실 등이 침수되었다(이하 '이 사건 침수사고'라 한다).
나. 원고 주택은 C 계곡 하단과 폭 6m 정도의 도로를 사이에 두고 위치하고 있는데, 원고 주택 앞 도로에는 피고가 1982년경 전기통신서비스 제공을 위하여 설치한 통신주(이하 '이 사건 통신주'라 한다)가 있다.
다. 한편 원고는 이 사건 침수사고에 앞서 2001. 7.경에도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사고를 입었는데, 그 당시 피고에게 이 사건 통신주로 인하여 침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통신주의 이전 및 손해배상을 구하는 민원을 제기하였고, 피고는 직원인 E을 통하여 사고현장을 조사한 다음 2001. 7. 26, 원고에게 손해배상 명목으로 100만 원을 지급하고, 향후 이 사건 통신주를 이전해 주겠다고 약속하였으나, 이 사건 침수사고 시까지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있다.
3.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알 수 있다.
가. 이 사건 통신주는 원고의 주택 작은 문 바로 앞에 설치되어 있으며, 그 작은 문을 지나면 이 사건 침수사고가 발생한 원고 주택의 지하실 방과 보일러실로 들어 갈수 있는 통행로로 이어지는데, 호우 발생 시에 떠 내려온 나뭇가지나 쓰레기 등의 물건들이 이 사건 통신주에 걸리게 되면 빗물의 흐름이 차단되어 바로 앞에 있는 원고의 주택 작은 문 쪽으로 빗물이 넘쳐 들어올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피고는 2001. 7.경 발생된 집중호우 시 이 사건 통신주의 존재로 인하여 실제로 원고 주택으로 많은 빗물이 유입되어 침수 피해가 확대되는 사정을 알게 되었고, 그에 따라 원고에게 위와 같이 피해 보상을 하여 주고 이 사건 통신주의 이전을 약속하였다고 보인다.
그렇다면 이 사건 통신주의 존재로 인하여 원고 주택에 일반적인 경우보다 많은 빗물이 유입되어 침수 피해가 확대될 수 있음이 확인된 이상, 이 사건 통신주는 그 바로 앞에 있는 원고 주택에 대한 관계에서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었다고 할 수 있고, 비록 이러한 상태가 이 사건 통신주 설치 이후에 생긴 주위의 자연적 또는 인위적 환경변화 등에 의하여 발생되었다 하더라도 그 후에 생긴 침수 피해에 관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더욱이 이 사건 통신주를 소유 내지 점유하는 피고가 원고의 침수 피해에 대한 사고예방조치로서 이 사건 통신주를 이전하기로 약속하였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으므로, 피고는 이 사건 통신주의 관리에 관한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침수사고 당시 이 사건 통신주는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어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한편 이 사건 침수사고가 발생한 날은 서울지역에 259.5㎜의 집중호우가 내렸고, C에서 내려오는 빗물을 좁은 배수로가 수용하지 못해 제대로 배수되지 못한 빗물이 원고 주택 앞 도로로 흘러들었으며, 그로 인하여 원고 주택과 그 주변 일대가 침수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사건 통신주에 위와 같은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가 존재하였음이 인정
되는 이상, 그 하자가 없었더라도 위 집중호우로 인하여 이 사건 침수 피해가 불가피하였음에 관하여 피고가 증명하지 아니하는 한, 그 하자는 집중호우와 함께 이 사건 침수사고의 공동원인 중의 하나가 되어 원고의 침수 피해를 확대시켰다고 할 것이며, 피고는 그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
4.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은, 이 사건 통신주에 관하여 위와 같은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가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잘못된 전제에서, 그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있을 정도로 집중호우로 인하여 이 사건 침수 피해가 불가피하였다는 점에 관한 증명이 충분히 있는지 살피지 아니하고, 이 사건 침수사고가 집중호우로 인하여 발생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통신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등을 부정하고 말았다.
따라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 공작물의 하자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단을 그르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대법관김소영
대법관이인복
주심대법관김용덕
대법관고영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