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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_flag_2대전지방법원 2008. 11. 6. 선고 2008노1917 판결

[공갈][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검사

검사

이효진

변 호 인

변호사 김정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년 6월에 처한다.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 (공소장변경 전)

피고인은 2002. 7. 4. 13:00경 충남 당진군 면천면 성하리에 있는 (이름 생략) 모텔에서 서산시 동문동 (지번 1 생략)에 있는 ○○아파트 신축공사에 피고인과 함께 투자한 공소외 1의 처인 피해자 공소외 2(여, 44세, 이하 ‘피해자’라고만 한다)의 의사에 반하여 성관계를 가진 후 그 사실을 피해자의 남편 등 주변사람들에게 알리겠다고 위협하여 이를 두려워한 피해자와 2002. 12. 16.경까지 10여 회에 걸쳐 계속 성관계를 가지면서 이를 빌미로 피해자로부터 금원을 갈취하기로 마음먹고,

가. 2002. 7. 5. 13:00경 충남 당진군 (이하 생략)에 있는 ○○시장 내 위 공소외 1 운영의 □□정육점에서 피해자에게 “돈을 주지 않으면 당신이 나와 성관계를 가진 사실을 남편과 자녀들에게 모두 폭로하겠다”고 협박하여 이에 겁을 먹은 피해자로부터 같은 해 9. 13. 14:00경 위 □□정육점에서 4,000만 원을 교부받아 이를 갈취하고,

나. 같은 해 10. 15. 22:00경 충남 예산군 덕산읍에 있는 상호불상 모텔에서 그전에 피해자에게 전화 등으로 돈을 주지 않으면 성관계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수회에 걸쳐 말하며 이에 불응하면 피해자의 신상에 위해를 가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이에 겁을 먹은 피해자로부터 3,000만 원을 교부받아 이를 갈취하고,

다. 같은 해 12. 3. 16:00경 위 □□정육점에서 위 나.항과 같은 방법으로 이미 겁을 먹은 피해자로부터 1,000만 원을 교부받아 갈취하고,

라. 같은 달 30. 16:00경 위 □□정육점에서 위 나.항과 같은 방법으로 이미 겁을 먹은 피해자로부터 2,000만 원을 교부받아 이를 갈취하고,

마. 같은 달 31. 21:00경 충남 당진군 우강면 창리에 있는 △△△아파트 앞길에서 위 나.항과 같은 방법으로 이미 겁을 먹은 피해자로부터 600만 원을 교부받아 이를 갈취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① 공소외 7, 8의 각 증언과 수사보고서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진 사실 외에 피고인이 성관계 사실을 피해자의 남편인 공소외 1에게 알리겠다고 피해자를 협박하여 피해자로부터 금원을 갈취하였다는 사실까지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② 피해자가 이 사건 범행이 있은 후 3년 8개월 이상이 경과한 2006. 9. 7. 고소한 이유로 내세우고 있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혹은 ‘일단 피고인으로부터 공소외 1 등이 투자한 금원을 회수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였다’는 취지의 주장은, 2004.경에는 가족들이 그와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 사건 아파트 신축공사는 2003. 5. 20. 사용승인을 받아 공사업무는 종료되고 정산만 남은 상태이어서 피고인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고소를 지연한 사유로 쉽게 이해되지 않고, 피고인이 2002. 7. 5. 피해자에게 협박하여 5,000만 원을 요구하여 피해자는 2002. 9. 3. 4,000만 원을 피고인에게 교부하였다는 주장은 최초의 협박시점과 금원의 교부시점이 2개월가량 떨어져 있어 이례적이며, 피해자의 딸 공소외 6은 2002. 12.경 모든 사실을 알고도 그 이후의 금원 및 성관계를 방치하고, 2005. 2.경 피고인의 소개로 ×××의 직원으로 취직한 점 등이 쉽게 이해되지 않으며, 피해자의 금원 차용경위, 피해자가 공소외 3과 공소외 4 및 공소외 1에게 이 사건 내용을 말한 시기와 경위 등에 관한 피해자, 공소외 1, 3, 4의 각 진술이 서로 다르고, 2005. 10월경 피고인, 공소외 1, 3, 9 사이에 합의약정서 작성 당시 피고인이 강제로 성관계를 가진 사실과 금원갈취 사실을 인정하였다고 주장하나, 위 약정서 등에 위와 같은 내용이 없으며,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받은 금원을 장부에 ‘친구 처 차용’이라고 기재하였고, 피고인은 10년간 내연관계를 유지한 공소외 7에게 계속 만날 것을 강요한 사실만 있을 뿐, 이를 빌미로 금원을 요구한 사실은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심에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갈취사실을 합리적 의심 없이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3. 검사의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①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피해자, 공소외 3, 4, 8 등의 각 진술이 있으며, 비록 피해자 및 증인들의 각 진술이 어느 정도 불일치하는 부분이 있지만 범행일시로부터 상당기간이 경과 후 진술한 것이어서 이들의 각 진술이 어느 정도 불일치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점, ② 공소외 6이 피고인의 주선으로 취직한 것에 대하여 피해자는 피고인의 개입사실을 몰랐던 점, ③ 피고인은 개인장부에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은 금원과는 달리 피해자로부터 받은 금원에 대하여는 ‘친구 처 차용함’이라고 기재한 점, ④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받은 수표를 추적한 결과, 이 사건 아파트 신축공사 투자금으로 사용하였다는 피고인의 주장과 달리 채무 변제 등 개인적인 명목으로 사용한 것이 확인된 점, ⑤ 피고인은 2002. 12. 30.경 피해자로부터 2,000만 원을 교부받았음에도 바로 다음날 다시 600만 원을 교부받은 점, ⑥ 피고인은 2005. 10.경 공소외 1, 3, 9 등과의 사이에 합의약정서를 작성하면서 피해자로부터 1억 600만 원을 갈취한 사실을 인정한 점 등에 비추어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위 각 진술 및 여러 정황 증거들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배척하고, 피고인의 변명을 받아들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당심의 판단

가. 직권판단

검사의 항소이유에 관하여 판단하기에 앞서 직권으로 살피건대, 검사가 당심에 이르러 공소사실 중 모두사실의『피해자 공소외 2(여, 44세)의 의사에 반하여 성관계를 가진 후』를『피해자 공소외 2(여, 44세)가 술에 취한 상태를 이용하여, 그녀의 의사에 반하여 추행한 후』로, 가.항 제2행의『당신이 나와 성관계를 가진 사실을』을『당신과 성관계를 가졌다고』로 각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환송 전 당심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피고인에 대한 심판의 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당초 제기된 공소 내용을 대상으로 심리·판단한 원심판결은 더 이상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위에서 본 직권파기사유가 있음에도, 변경 전의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대하여 사실오인을 주장하는 검사의 항소이유는 변경된 공소사실 범위 내에서는 여전히 당원의 판단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므로 이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1)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수 차례 피해자와 성관계를 갖고, 이를 빌미로 피해자의 가족들에게 이를 알리겠다고 협박하여 피해자로부터 5차례에 걸쳐 합계 1억 6백만 원을 갈취하였다는 것이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진 사실 자체가 없고, 피해자로부터 위 금원을 교부받은 사실은 있으나 이는 위 아파트신축공사 투자금 명목으로 받은 것이라고 변명한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첫째,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있는지 여부, 둘째, 피고인이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진 사실을 남편을 비롯한 가족들에게 폭로하겠다고 협박하여 피해자로부터 금원을 갈취하였는지 여부가 쟁점이라고 할 것이다.

(2) 피고인과 피해자가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있는지 여부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 즉 ① 피해자는 원심 및 당심법정에서 “피고인은 성기에는 ‘링’ 장식이 되어 있고 항상 발기되어 있었으며, 성기가 휘어져 있고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2~3시간 정도) 삽입행위를 하였으며 뒤로 하는 체위를 좋아했다”고 진술하였는데, 피고인과 10년 동안 내연관계로 지내왔던 사정으로 피고인의 신체 특징을 잘 알고 있는 공소외 7 역시 원심법정에서 이에 부합하는 진술을 한 점, ② 피해자가 피고인의 성기 모양의 특징이나 성행위를 할 때의 습관에 대해 직접 보거나 경험하지 않았다면 알기 어려운 부분까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데, 설령 피해자의 남편 공소외 1이나 피고인의 친구 공소외 4가 피고인의 신체 특징을 잘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자신의 친구인 피고인의 성기의 특징을 피해자에게 말해주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피고인의 내연녀 공소외 7 역시 여자로서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 수치스러울 수 있는 부분인 상대남의 성행위 할 때의 습관 등을 피해자에게 말하여 줄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 보이지도 않는 점, ③ 피해자는 원심 및 당심법정에서 “2003년 여름경 공소외 4 등과 부부동반으로 치악산에 놀러 갔는데 공소외 4에게 울면서 ‘몸 뺏기고 돈도 뺏겼다’고 말한 사실이 있고, 그 후 공소외 4에게 수차례 만나 줄 것을 부탁하여 2005년경 공소외 4와 공소외 7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피고인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고 금원을 갈취당하였다고 말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고 있고, 공소외 4, 7도 원심법정에서 이와 동일한 진술을 하고 있는데, 공소외 4는 이에 관하여 원심 및 당심법정에서 “처음에는 피해자의 말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피해자의 연락을 피하기만 하다가 피고인과 오랜 기간 동안 내연관계로 지냈던 공소외 7에게 물어보면 공소외 2의 말이 진실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피해자와 공소외 7을 함께 만났고, 그 자리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의 신체 특징과 성관계를 할 때의 피고인의 습관에 대해 말하자 공소외 7이 피해자의 말이 모두 맞다고 수긍하여 그때서야 자신도 피해자의 말을 믿게 되었다”고 진술하고 있는데, 이러한 제반 정황에 관한 피해자, 공소외 4, 7의 진술이 모순점이 없고 자연스러워 수긍이 가는 점(이에 대하여 피해자는 당심법정에서 “피고인으로부터 계속 협박을 당하고 돈을 갈취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소외 4는 법무사라 법을 아는 사람이니 나를 지켜줄 것 같아서 어떻게 해서든 공소외 4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했고, 공소외 4는 남편의 친구라서 따로 만날 기회가 없었고 2003년 여름에 부부동반 모임이 있었기에 그 기회에 공소외 4를 만나 얘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에 의하면 평범한 가정주부로서 사회경험이 적은 피해자는 자신이 아는 유일한 법조인인 공소외 4에게 호소함으로써 피고인의 협박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보통 사람들이 가족에게조차 말 하지 못할 사정을 관련 전문가에게는 오히려 쉽사리 털어놓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여자로서 수치스러운 일을 자신의 가족이나 가까운 친지가 아닌 공소외 4에게 가장 먼저 털어놓았다는 것은 수긍이 간다), ④ 피해자는 이 사건 수사 도중 자신이 2002. 7. 4. 피고인과 함께 술을 마시고 투숙하여 추행을 당한 모텔과 그 후 십여 차례에 걸쳐 피고인과 성관계를 가진 모텔을 직접 찾아가 그 위치를 확인해 주었고, 특히 원심법정에서는 십여 차례에 걸쳐 피고인과 성관계를 가진 모텔의 상호는 ‘ ◎◎◎’가 분명하고, 위 ‘ ◎◎◎’ 모텔에서 계절과일을 제공하였다고 진술하였는바, 피고인의 변호인은 원심법정에서 피해자가 피고인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하는 시기에 위 모텔의 상호는 ‘ ●●●여관’이었고, 2004. 6. 21.에야 ‘ ◎◎◎’라는 상호로 변경되었다고 주장하면서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였으나, 위 모텔에서 2000. 12. 24.부터 관리인으로 근무하고 있는 원심증인 공소외 8은 위 모텔이 2001. 1. 2. ‘ ●●●여관’에서 ‘ ◎◎◎’로 간판을 바꾸어 달았고, 자신이 근무하면서부터 계절과일 9가지 정도를 주었다고 진술하여 피해자의 진술에 부합하는 점, 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피해자의 부탁으로 공소외 2의 남편이 외도하는 현장을 잡기 위해 피해자와 함께 아산시 소재 모텔 부근을 돌아다닌 적은 있다고 변소하고 있으나, 피고인은 피해자의 남편인 공소외 1의 친구로서 피해자보다는 공소외 1과 훨씬 가까운 사이였을 뿐만 아니라 공소외 1로부터 사업자금을 투자받은 사정까지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그러한 부탁을 하였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설령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공소외 1이 외도하는 현장을 잡아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하더라도 공소외 1의 친구인 피고인이 이에 응하여 피해자와 함께 모텔 근처를 돌아다닌다는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 점, ⑥ 피해자는 피고인의 집에서도 두 차례나 성관계를 가졌다고 진술하면서, 피고인의 집 구조와 안방의 가구배치 등을 자세히 진술하였는데, 기록에 편철된 피고인의 집 구조를 찍은 사진들이 피해자의 진술에 부합하는 점(기록에 의하면 피해자가 이 사건 이전에는 공소외 1과 함께 또는 단독으로 피고인의 집을 드나든 적이 없어 피고인과의 성관계가 없었더라면 피고인의 집 구조를 알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⑦ 피고인은 피해자가 성폭행 당한 지 3년 8개월이 경과한 2006. 9. 7. 비로소 피고인을 고소하기에 이른 점, 위 합의약정서에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기재되지 않은 점, 피해자의 딸 공소외 6이 2005. 2.경 ××× 사무실에 면접 보기 위하여 피고인과 동행한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졌다는 공소외 2의 주장은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나, 공소외 4는 원심 및 당심법정에서 친구지간에 고소하기보다는 합의점을 찾자고 피해자를 설득하여 2005. 10.경 합의약정서를 작성하였는데( 공소외 4는 원심 및 당심법정에서 2005. 10.경 합의서 작성 당시 피고인이 “너 혼자만 있으면 공소외 1에게 무릎 꿇고 사죄하겠다”고 말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피고인이 이를 이행하지 않아 그제서야 피해자가 고소한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고, 피고인이 피해자측에게 위 돈을 지급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진 마당에 굳이 위 합의약정서에 피고인이 꺼려하는 문구를 넣자고 고집할 필요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며, 공소외 6은 공소외 1과 친분이 있던 ×××의 사무국장이던 공소외 10이 이력서를 내보라고 하여, 면접을 보아 채용된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주장하는 이와 같은 사정을 납득하지 못할 바는 아닌 점, ⑧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진 사실 자체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처음에는 자신은 성기능 장애가 있어서 여자를 잘 사귀지도 못하고 성관계도 잘 하지 못한다고 변소하다가 경찰관이 피해자가 피고인과 같이 갔다는 아산시 소재 모텔(이 때 경찰관이 모텔 상호를 특정한 바도 없었다) 주인이 피고인을 알아본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추궁하자 “사실은 10년 전부터 교제한 내연녀 공소외 7과 아산에 있는 모텔에 자주 간 적이 있어 모텔 주인이 자신을 알아볼 수도 있다”고 진술하였고, 사실은 피해자로부터 받은 금원 중 일부를 처, 여동생, 개인채무관계인인 공소외 9에게 주어 사실상 개인적으로 사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에서 피해자로부터 받은 금원을 공사대금 및 직원 월급으로 지불하였다고 진술하는 등 피고인의 진술은 전반적으로 모순점이 많고 그 내용이 합리적이지 않아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려운 반면, 피해자는 피고인과 성관계를 갖게 된 상황, 피고인이 협박하던 상황 등에 관한 진술내용이 매우 구체적이고 자연스러워(특히 피해자는 피고인과 성관계를 가진 날짜, 피고인에게 교부한 금원을 기록한 달력을 제출하면서, 달력에 피고인과 성관계를 가진 날을 처음에는 점으로 표시하였다가 나중에는 자신의 생리날짜와 구별하기 위해 네모 표시로 바꾸었다고 진술하였는데, 이러한 진술에 비추어 피해자가 제반 정황에 관한 내용을 꾸며내어 진술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신빙성이 있고, 피해자의 진술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는 공소외 4는 피고인과 중학교 동창생이고 절친한 친구일 뿐만 아니라 신분이 법무사로서 자신의 신분상실의 위험을 무릅쓰고 피해자의 편에서 허위진술을 할 이유는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수 차례에 걸쳐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진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3)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받은 금원이 갈취한 것인지 여부

위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수차례 성관계를 가진 사실에다가,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 및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해자는 공소외 1로부터 생활비를 받아서 가사를 꾸려나가는 형편이어서 큰 돈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므로, 둘째 언니인 공소외 3, 친정어머니인 공소외 11, 큰언니인 공소외 12 등으로부터 고리로 돈을 빌려서 위 1억 600만 원을 피고인에 지급하였는데, 그 후 이자(매월 159만 원)를 갚기 위해 공장에서 일을 하기도 하였고 딸이 아르바이트하여 번 돈까지 보탰던 점에 비추어(당시는 피해자의 남편이 위 아파트 신축공사에 거의 전 재산을 투자하여 정육점을 운영할 비용조차 없었던 시기였다), 이와 같이 경제력이 없던 피해자가 매월 고리의 이자를 지급하면서까지 타인으로부터 돈을 빌려 피고인에게 투자하였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경험칙에 반하고, 오히려 피고인의 협박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위 금원을 지급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이 보다 설득력이 있는 점, ②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해자가 지급한 돈이 투자금이었다면 사전에 피해자와 사이에 투자금에 대한 이익금의 액수나 이윤배분비율, 원금과 이익금의 반환시기 및 방법 등에 관하여 적어도 막연하게나마 논의를 하였을 것임에도 피고인 스스로도 이에 관하여 피해자와 어떠한 약정이나 이야기를 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어 위 금원의 성격을 투자금으로 보기는 어려운 점, ③ 피고인은 피해자가 당시 남편 공소외 1이 공소외 9와 불륜관계를 지속하므로 공소외 1과 이혼을 하려던 중이어서 공소외 1 몰래 위 금원을 투자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공소외 1은 피고인과 친구간이고 위 아파트 신축공사에 많은 투자를 한 동업자이므로 피해자의 투자 사실이 발각되기 쉬울 뿐만 아니라, 공소외 1 모르게 회수하기도 어렵고, 수익이 발생할지 여부도 불투명하였으므로 피해자가 이혼을 대비해 남편과는 별도로 재산을 형성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투자처로 보이고, 또한 피해자의 수사기관, 원심 및 당심에서의 진술태도에 비추어 피해자는 공소외 1의 불륜사실에도 불구하고 공소외 1과의 결혼생활을 지속함으로써 가정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④ 비록 피해자가 결혼경력이 오래된 유부녀이고 남편인 공소외 1이 공소외 9라는 여자와 불륜관계에 있기는 하였으나,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남성의 정조보다는 여성의 정조를 중시하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이 남아있는데 피해자는 평범한 가정주부로서 그러한 전통적인 사고에서 자신의 불륜이 남편에게 발각되는 것에 대해 큰 두려움이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피고인의 협박에 의하여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갖고 금원을 갈취당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의 입장이 수긍이 가는 점, ⑤ 피고인은 공소외 4로부터 위 금원이 피해자를 협박하여 갈취한 금원이니 이를 반환하라는 제의를 받고 처음에는 투자한 것이므로 돌려줄 수 없다고 주장하다가 2005. 10.경 피해자측에게 위 1억 6백만 원을 반환하기로 약정한 점, ⑥ 피고인은 공소외 7에게 계를 하자고 종용하여 공소외 7이 1,000만 원씩 2회 불입하자 피고인이 이를 받아간 후 지금까지 돌려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공소외 7에게 돈을 해달라는 얘기를 여러 차례 했고, 공소외 7의 남편에게 공소외 7이 불륜관계에 있음을 폭로한 적이 있으며 피고인의 성기에 링을 박는 수술비용까지 공소외 7로부터 받아낸 전력이 있고, 이에 대해 피해자는 원심 및 당심법정에서 “피고인이 성기의 링을 교체하여야 하니 교체비용을 달라고 한 적도 있다”고 진술한 점, ⑦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위 금원을 지급받을 때마다 장부에 ‘친구 처 차용’이라고 기재하였으므로 피해자로부터 위 금원을 갈취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나 위 장부가 언제 작성된 것인지 알 수 없고, 설령 피고인이 위 장부를 진실로 작성하였다고 하더라도 다른 투자자들은 구체적으로 투자자의 이름을 명기한 것과 다르게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에 관하여는 피해자의 실명을 기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친구인 공소외 1의 이름조차 기재하지 않고 단순히 ‘친구 처’ 또는 ‘친구’라는 표시만 하여 일반 투자금원과는 다른 형식으로 기재하였는데 이는 피해자로부터 교부받은 금원이 다른 투자자들로부터 교부받은 금원과 다른 성격의 금원의 돈이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⑧ 가사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위 금원을 돌려줄 생각이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에게 협박하여 금원을 지급받은 이상 공갈죄의 성립에는 지장이 없는 점 등을 보태어 보면,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지급한 위 금원은 위 아파트 신축공사에 대한 투자금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성관계를 빌미로 협박하여 갈취한 금원임이 넉넉히 인정된다.

(4) 소결론

따라서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진 후 그 사실을 피해자의 남편 등 주변사람들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하여 이를 두려워한 피해자로부터 2002. 9. 13.경부터 같은 해 12. 31.경까지 5차례에 걸쳐 합계 1억 600만 원을 교부받아 이를 갈취하였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 및 다른 증인들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어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검사의 위 주장은 이유 있다.

5.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직권파기사유가 있을 뿐만 아니라,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

공소사실 중 모두사실의『피해자 공소외 2(여, 44세)의 의사에 반하여 성관계를 가진 후』를『피해자 공소외 2(여, 44세)가 술에 취한 상태를 이용하여, 그녀의 의사에 반하여 추행한 후』로, 가.항 제2행의『당신이 나와 성관계를 가진 사실을』을『당신과 성관계를 가졌다고』로 각 변경하는 외에는 위 제1항 기재와 같다.

증거의 요지

판시 각 사실은

1. 원심 제1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이 2002. 9. 13.경 피해자 공소외 2로부터 4,000만 원을 교부받은 것을 비롯하여 같은 해 12. 31.까지 합계 1억 600만 원을 교부받은 사실이 있다는 취지의 진술기재

1. 원심 제4회 공판조서 중 증인 공소외 1, 3, 4, 5, 6, 7의 이에 부합하는 각 진술기재

1. 원심 제5회 공판조서 중 증인 공소외 2, 4의 이에 부합하는 각 진술기재

1. 원심 제9회 공판조서 중 증인 공소외 2, 8의 이에 부합하는 각 진술기재

1. 당심증인 공소외 2, 4의 이에 부합하는 각 진술

1.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 중 이에 부합하는 각 일부 진술기재

1. 검찰주사 작성의 수사보고(압수수색영장 집행결과 보고), 수사보고(피의자의 확장된 성기 사진촬영 첨부보고), 수사보고( ◎◎◎ 상호변경 관련 보고 등) 중 이에 부합하는 각 기재

1. 사법경찰리 작성의 수사보고(투자금 표시장부 첨부), 수사보고(성관계 장소 확인), 수사보고(압수수색검증영장 집행)

1. 합의약정서 사본 중 이에 부합하는 기재

등을 종합하여 이를 각 인정할 수 있으므로

판시 각 사실은 모두 그 증명이 있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350조 제1항 (징역형 선택)

1. 경합범 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 제50조 (범정이 가장 무거운 2002. 7. 5. 공갈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가중)

1. 미결구금일수의 산입

양형이유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의 내용은 절친한 친구이자 동업자의 부인인 피해자가 술에 취한 상태임을 이용하여 추행을 한 후 이를 빌미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계속하여 성관계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금원을 갈취한 것으로 그 범행 수법이 파렴치하고, 갈취한 금액이 다액이며, 범행횟수가 여러 차례이어서 죄질이 불량한 점, 피고인이 이 사건 각 범행을 저질렀음이 명백한데도 현재까지 자신의 범행을 극구 부인하고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진 사실 조차 없다고 변소하는 등 범행 후의 정황이 불량하고 개전의 정이 없다고 판단되는 점, 기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들을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강태훈(재판장) 신봄메 조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