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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0. 4. 9. 선고 2018두34008 판결

[의료급여부당이득금납입고지처분취소청구의소][미간행]

판시사항

[1] 의료급여법에 따라 의료급여기관으로 인정되는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의 범위를 판단하는 방법

[2] 의료인으로서 자격과 면허를 보유한 사람이 의료법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의료급여 수급권자에게 의료급여법에서 정한 의료급여를 실시한 경우, 의료법상 중복개설금지 조항( 제33조 제8항 본문)이나 명의차용개설금지 조항( 제4조 제2항 )을 위반하였다는 사정을 이유로 의료급여법에 따른 의료급여비용의 지급을 거부하거나 의료급여비용 상당액을 환수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참조판례
원고,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지평 담당변호사 김성수 외 1인)

피고,상고인

안산시장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창조 담당변호사 박오순 외 1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의료급여법은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 의료급여를 함으로써 국민보건의 향상과 사회복지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로서( 제1조 ), 수급권자의 질병·부상·출산 등에 대하여 ‘진찰·검사, 약제(약제)·치료재료의 지급, 처치·수술과 그 밖의 치료 등’ 의료급여를 실시하며( 제7조 제1항 ),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을 비롯한 의료급여기관에서 실시한 의료급여에 든 비용을 시장·군수·구청장이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 제9조 제1항 , 제11조 ).

의료법은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로서( 제1조 ),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또는 조산사’(이하 ‘의료인’이라 한다) 등에 한정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고( 제33조 제2항 제1호 ), 의료인은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도록 제한하며( 제33조 제8항 본문, 이하 ‘중복개설금지 조항’이라 한다),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제4조 제2항 , 이하 ‘명의차용개설금지 조항’이라 한다).

의료법제33조 제2항 을 위반한 경우 의료기관 개설자격이 없는데도 의료기관을 개설한 자( 제87조 )뿐만 아니라 ‘의료기관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자’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한 자에 대한 처벌규정( 제90조 )도 두고 있다. 그러나 제33조 제8항 을 위반한 경우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의료인에 대한 처벌규정( 제87조의2 제2항 )은 있지만 그 의료인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한 자에 대한 처벌규정은 없고, 제4조 제2항 을 위반한 경우 다른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의료인과 그 의료인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한 자에 대한 처벌규정도 없다.

의료급여법의료법은 국민보건이나 국민 건강 보호·증진을 위한 법률이라는 점에서는 그 목적이 같다. 그러나 의료급여법은 질병의 치료 등에 적합한 의료급여 실시에 관하여 규정하는 법률인 반면, 의료법은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의료인, 의료기관과 의료행위 등에 관하여 규정하는 법률로서, 그 입법 목적과 규율대상이 다르다. 따라서 의료급여법에 따라 의료급여기관으로 인정되는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의 범위는 의료급여법의료법의 이러한 차이를 염두에 두고 의료급여법에서 정한 의료급여를 실시하는 기관으로서 적합한지 여부를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비록 위에서 본 의료법 조항은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것과 다른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으나, 그 의료기관도 의료기관 개설이 허용되는 의료인이 개설하였다는 점에서는 본질적인 차이가 없고, 또한 그 의료기관의 개설 명의자인 의료인이 한 진료행위도 의료급여법에서 정한 의료급여의 기준에 미달하거나 그 기준을 초과하는 등의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정상적인 의료기관의 개설자로서 하는 진료행위와 비교하여 질병의 치료 등을 위한 의료급여로서 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의료법이 위에서 본 의료법 조항을 위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의료인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처벌규정을 두지 않은 것도 이를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위와 같은 의료급여법의료법의 입법 취지, 규정 내용과 체계 등을 종합하면, 의료인으로서 자격과 면허를 보유한 사람이 의료법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의료급여 수급권자에게 의료급여법에서 정한 의료급여를 실시하였다면, 의료법상 중복개설금지 조항이나 명의차용개설금지 조항을 위반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의료기관이 의료급여비용을 수령하는 행위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의료급여비용을 받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을 이유로 의료급여법에 따른 의료급여비용의 지급을 거부하거나 의료급여비용 상당액을 환수할 수는 없다 ( 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5두36485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2012. 8. 24. 그 명의로 ‘○○○○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이라 한다) 개설허가를 받은 다음, 이 사건 병원에서 실시한 의료급여에 든 비용을 피고에게 청구하였다.

나. 피고는 수사기관으로부터 ‘이 사건 병원이 중복 개설·운영을 금지한 의료법 제33조 제8항 을 위반하였다’는 통보를 받고, 2016. 3. 28.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병원이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의료급여비용을 청구할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 명의로 개설허가를 받은 이후 이 사건 병원에 지급된 의료급여비용 합계 217,503,190원을 의료급여법 제23조 제1항 에 근거하여 부당이득금으로 환수한다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다. 한편 의사 소외인은 원고 등을 고용하여 이 사건 병원 등을 원고 등 명의로 개설하고, 실제로는 자신이 직접 병원을 운영하였다는 등 의료법 위반 범죄사실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3. 이러한 사실관계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의료인으로서 자격과 면허를 갖춘 원고가 자신의 명의로 의료법에 따라 이 사건 병원에 관한 개설허가를 받았고, 이 사건 병원에서 의료급여 수급권자에게 질병의 치료 등을 위한 의료급여를 실시한 후 피고로부터 의료급여비용을 지급받았다면, 이 사건 병원이 소외인이 중복 운영하는 의료기관이라거나 원고의 명의를 빌려 개설·운영하였다는 사유를 들어 의료급여비용 상당액을 환수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같은 취지에서 원심은 이 사건 병원이 의료급여법상 의료급여기관에 해당하고, 원고가 지급받은 의료급여비용은 부당이득환수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원심판단은 위 법리에 따른 것으로, 의료급여법 제9조 제1항 제1호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과 제23조 제1항 부당이득환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피고의 상고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김재형(주심) 민유숙 노태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