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문]
의 당사자인 서울지방검찰청 검사의 의견은 표현물의 소지행위는 양심상 결정의 자유, 혹은 침묵의 자유에 포함되는 것이 아니므로 이는 표현의 자유의 한계문제로 논하여야 할 것이지 단순한 양심의 자유의 영역이 아니며, 타인과 더불어 토론하면서 동조하고 반국가단체 등을 찬양 고무할 목적으로 이적표현물을 소지하는 것을 처벌하는 것임에 비추어 양심의 자유의 침해가 될 수 없고 오히려 국가안전보장을 위한 제한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나아가 이적표현물의 소지는 순수한 내면의 정신활동이 아닌 하나의 행위유형으로서 다른 범법행위의 기초가 될 뿐 아니라 그 자체로도 표현물의 내용이 노출될 가능성 및 잠재성이 있어 사회적 위험성이 있다고 할 것으로 유형적인 가시적 위험성이 없다고하여 사회적 위험성을 부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하겠으니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의 규정이 양심의 자유의 본질 내용의 침해임을 전제로 한 이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은 그 이유 없다는 것이다.
3. 판단
당 재판소는 일찍이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에 대하여 그 소정행위에 의하여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 169 -
에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처벌되는 것으로 축소제한 해석을 하는 것이 헌법전문, 제4조, 제8조 제4항, 제37조 제2항에 합치된다고 볼 것이로되, 여기의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란 일응 그 표현물의 내용이 그와 같이 된 경우일 때라 할 것이고, 따라서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이 될 정도가 못된다거나 해악이 되는지 여부가 불분명한 때에는 그 적용이 배제된다고 할 것이며, 문제의 표현물과 외부관련성의 정도 또한 여기의 위험성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고 부연하면서 이와 같은 해석하에서는 동법 제7조 제5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시 하였는 바(당 재판소 1990.4.2. 선고, 89헌가113 결정 참조), 이제 이를 달리 판단하여야 할 별다른 사정의 변경이 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그 결정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다.
합헌해석 또는 합헌한정해석이라함은 법률의 규정을 넓게 해석하면 위헌의 의심이 생길 경우에, 이를 좁게 한정하여 해석하는 것이 당해 규정의 입법목적에 부합하여 합리적 해석이 되고 그와 같이 해석하여야 비로소 헌법에 합치하게 될 때 행하는 헌법재판의 한가지 형태인 바, 이것은 헌법재판소가 위헌심사권을 행사할 때 해석여하에 따라서는 위헌이 될 부분을 포함하고 있는 광범위한 규정의 의미를 한정하여, 위헌이 될 가능성을 제거하는 해석기술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합헌해석은 헌법을 최고법규로 하는 통일적인 법질서의 형성을 위하여서 필요할 뿐 아니라, 입법부가 제정한 법률을 위헌이라고하여 전면 폐기하기 보다는 그 효력을 되도록 유지하는 것이 권력분립의 정신에 합치하고 민주주의적 입법기능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
- 170 -
어서 헌법재판의 당연한 요청이기도 하다. 합헌적 제한해석과 주문예는 비단 독일연방공화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며 헌법재판 제도가 정착된 다른 여러나라에서 이미 활용되어 오고 있는 것은 구태여 매거할 필요가 없으며, 만일 법률에 일부 위헌요소가 있을 때에 합헌적 해석으로 문제를 수습하는 길이 없다면 일부 위헌요소 때문에 전면위헌을 선언하는 길 밖에 없을 것이며, 그렇게 되면 합헌성이 있는 부분마저 폐기되는 충격일 것으로 이는 헌법재판의 한계를 벗어날뿐더러 법적 안정성의 견지에서 도저히 감내할 수 없는 것이 될 것이다. 국가보안법은 헌법의 하위규범이므로 헌법에 합치되게 해석운영하여야 할 것이기 때문에 위와 같이 판시한 바이며, 이와 같은 심판이 그 한도내에서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1항에 따라 당해사건인 이 사건을 떠나 널리 법원 기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하느냐의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제청법원은 적어도 이 사건 제청당사자로서 위 심판의 기판력을 받을 것은 물론 더 나아가 살필 때 헌법 제107조 제1항의 규정상 제청법원이 본안재판을 함에 있어서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거하게 되어 있는 이상 위 헌법규정에 의하여서도 직접 제청법원은 이에 의하여 재판하지 않으면 안될 구속을 받는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에서 단순합헌아닌 합헌해석 내지는 합헌적 제한해석의 이익 내지 필요가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다만 재판관 변정수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그 나머지 관여 재판관의 의견일치를 보았으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4. 재판관 변정수의 반대의견
가.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은 제7조 제1항 내지 제4항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하는 표현물의 제작 등을 처벌대상으
- 171 -
로 하고 있는데 제7조 제1항 내지 제4항의 규정이 모두 불명확하여 죄형법정주의에 반하고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 것이어서 위헌법률이므로 제5항의 규정 또한 불명확하여 죄
형법정주의에 반하고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 위헌법률이며 더구나 위 법률조항은 법률로써도 제한할 수 없는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19조 및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22조에도 위반되고,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지음으로써 북한을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범죄단체임을 전제로 하는 국가보안법의 여러 규정은 헌법의 평화통일이념에 저촉되는 위헌법률이라는 것은 1990.4.2.에 선고한 89헌가113 국가보안법 제7조에 대한 위헌심판사전에서 내가 소수의견으로 밝힌 바 있으므로 그것을 이 사건에서 원용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이유설명을 생략한다(1990.5.1. 자 관보 제11514호 21정 내지 30정 참조).
나. 다수의견은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의 불명확성, 광범위성, 표현의 자유의 과도한 침해 및 헌법의 평화통일이념과의 모순 등 위헌성을 지적하면서도 위헌결정을 아니하고 위 법률조항은 각 그 소정행위가 대한민국의 안전존립을 위태롭게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경우에 적용된다고 할 것이므로 그러한 해석하에 합헌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매우 부당하다.
첫째 헌법재판소는 제청된 법률이 위헌이면 위헌, 합헌이면 합헌이라고 분명히 하여야지 그 법률이 어떠하게 해석되는 것을 조건으로하여 그 한도에서 합헌이라는 형식의 이른바 한정합헌결정은 우리 법제상 허용되지 아니한다(이 사건 주문은 다수 의견이 주장하는 바의 일부위헌의 뜻이 내포된 의미에서의 한정합헌결정
- 172 -
도 아니고 다만 합헌결정의 이유 일부를 주문에 기재한 것에 불과한 단순 합헌결정이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이러한 주문도 한정합헌결정이라고 주장하므로 한정합헌결정임을 전제로하여 의견을 진술한다). 법률조항에 위헌적인 요소가 있으면 헌법재판소로서는 반드시 위헌결정을 하여야 하며, 위헌적 요소의 제거는 입법권이 법률을 개정함으로써만 가능하다. 헌법 제107조 제1항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법원은 헌법재판소에 제청하여 그 심판에 의하여 재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 헌법규정을 받아서 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1항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때에는 당해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군사법원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은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한 결정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여부의 심판을 제청한다.”라고 규정하고 나아가서 같은 법 제45조는 헌법재판소는 제청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위헌여부만을 결정한다라고 규정하여 어떤 법률의 위헌여부가 구체적 사건의 재판의 전제가 되었을 경우 당해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은 위헌여부의 심판을 제청하고 헌법재판소 또한 제청된 법률의 위헌여부만을 결정하도록 하였고 같은 법 제47조 제1항은 법률의 위헌결정은 법원 기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라고 규정하여 위헌결정에만 기속력을 인정하고 합헌결정이나 한정합헌결정 등 이른바 변형결정에는 기속력을 인정하고 있지 아니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주문과 같은 형식의 한정합헌 결정을 하고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은 그 소정행위가 대한민국의 안전존립을 위태롭게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경우에 적용된다고 할 것이므로…”라는 합헌결정이유를 주문에 기재하더라도 이것은 국가보안법을 그와 같이 엄격
- 173 -
하게 해석ㆍ적용하여 달라는 헌법재판소의 희망 내지는 권고에 불과할 뿐이지 그러한 해석에 법원 기타 국가기관이 따라야 할 기속력이 있는 것이 아니다.
다수의견이 즐겨쓰는 한정합헌결정 등 이른바 변형결정형식은 서독연방헌법재판을 본뜬 것으로 아나 서독연방헌법재판소는 우리 헌법재판소와는 제도에 있어 큰 차이가 있으므로 서독연방헌법재판소의 재판형식을 함부로 본떠서는 아니될 것이다. 서독연방헌법재판소는 우리의 경우와는 달리 위헌법률심사에 있어 구체적 규범통제기능만 가지는 것이 아니라 추상적 규범통제기능도 가지며(연방헌법재판소법 제13조 제6호, 제11호), 또한 서독연방헌법재판소는 다른 연방재판소와 함께 사법권을 행사하고(연방기본법 제92조), 연방헌법재판소의 판결이나 결정 등 모든재판(Entscheidungen)은 연방 및 주의 모든 헌법기관과 모든 법원 및 행정기관을 구속하며, 헌법소원이나 위헌법률심사에서 내린 결정은 그것이 합헌결정이건 위헌결정이건 또는 한정합헌결정이건을 막론하고 법률적 효력이 있고(연방헌법재판소법 제31조 제1,2항), 더 나아가 연방헌법재판소법은 연방헌법재판소가 법률을 위헌이라고 인정한 경우 법률을 무효로 선언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무효선언을 아니하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두고 있으며(제78조, 제31조 제2항), 법원의 재판도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하고 있고(제90조 제1항), 연방헌법재판소에 재판에 대한 집행력까지 부여하는 등(제35조) 우리의 헌법재판소와는 그 지위 및 기능에 있어 현저한 차이가 있다. 위와 같은 제도적 보장이 있음으로해서 서독연방헌법재판소는 법률의 위헌무효선언, 헌법불합치선언, 합헌선언, 한정합헌선언, 국회에 대한 입법촉구결정 등 상황에 따라 다양한 재판을 할 수 있
- 174 -
는 것이고 그러한 재판에 모든 국가기관이나 법원이 복종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다수의견이 이와 같은 두 나라 헌법재판소의 지위와 기능에 대한 제도적인 차이점을 무시하고 왜 서독 연방헌법재판소의 재판이라고 하면 이를 무조건 모방하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가 한정합헌결정 등 이른바 변형결정을 하려면 먼저 현행 헌법재판소법에 대한 전반적인 개정이 이루어져 이에 대한 근거규정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며, 그렇지 아니하는 한 지금의 법제하에서는 헌법재판소가 한정합헌결정 등 이른바 변형결정을 할 권한도 없고 그러한 결정을 내린다 하더라도 그러한 결정에 법원이나 기타 국가기관이 기속될 리도 없는 것이다. 이처럼 한정합헌결정이 제도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말할 것 없고, 특히 이를 삼가야 하는 것은 이러한 재판형식이 자칫 이 사건과 같이 명백한 위헌법률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둘째 법률은 될 수 있으면 합헌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는 것이지만 법률의 합헌적 해석은 그 법률이 위헌으로도 해석되고 합헌으로도 해석되는 경우에 가능한 것이지 법률의 위헌성이 분명한 경우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경우에는 헌법재판소로서는 반드시 위헌선언을
하여야 하는 것이며 그렇지 아니하고 억지로 합헌해석을 하는 것은 합헌해석을 빙자하여 위헌결정을 회피하고자 하는 것에 불과하다.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이나 제5항은 불명확하고 지나치게 광범위하며 표현의 자유제한한계를 지나치게 벗어나고 헌법의 평화통일이념과 충돌되는 등 그 위헌성이 너무도 뚜렷하여 도저히 합헌해석할 여지가 없는 법률이다. 다수의견은 위 법률의 적용한계를 그 소정행위가 대한민국의 안전존립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
- 175 -
서에 위해를 줄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으로 제한하면 위헌성이 없어진다는 견해이나 위 법률은 그와 같이 한정하여 적용될 수 있는 법률이 아니며, 그와 같이 적용범위를 제한하여 해석한다고 해서 불명확성, 표현의 자유의 과도한 침해 및 헌법의 평화통일이념과의 충돌 등 위헌성이 치유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셋째 다수의견이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및 제5항의 적용기준으로 내세운 “대한민국의 안전ㆍ존립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경우”라는 것도 불명확하기 짝이 없는 표현이다. 대한민국의 안전ㆍ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냐 아니냐 또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주는 행위냐 아니냐 역시 객관적으로 뚜렷한 기준 내지 그 한계를 정할수 없는 매우 애매모호한 것이어서 결국 수사기관이나 법관의 주관적 해석에 맡길 수 밖에 없는 구성 요건이므로 이것 또한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 다수의견은 위 법률조항의 구성요건이 불명확하고 광범위하므로 그 적용범위를 되도록 축소하여 보자는 취지일 것이나 그렇지 않아도 불명확하고 광범위한 구성요건에다 또다시 불명확한 구성요건을 보태는 것이 되어 과연 위 법률조항의 남용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며 국가보안법 남용에 그다지 제동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지난번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및 제5항에 관하여 주문과 같이 한정합헌결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1990.4.2. 선고, 89헌가113 결정) 그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의 위 법률조항의 운용실태가 종전과 별로 달라지지 아니한 것을 보아서도 알 수 있다.
그동안 국가보안법, 그 중에서도 특히 제7조 제1항이나 제
- 176 -
5항이 국가의 안전ㆍ존립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수호라는 이름아래 얼마나 남용되어 왔는지 모른다. 이러한 반민주적 법률이 헌법재판소의 탄생으로 모처럼 위헌여부의 심판대에 올려졌는데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가 위헌성을 충분히 지적하면서도 단호하게 위헌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지켜지기도 어려운 막연한 적용기준을 제시하면서 한정합헌이라는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을 하는 것은 매우 잘못한 일이다.
1990. 6. 25.
재판장 재판관 조규광
재판관 이성렬
재판관 변정수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한병채
재판관 이시윤
재판관 최광률
재판관 김양균
재판관 김문희
- 177 -
헌재1990.06.25,90헌가11,판례집제2권,165,165-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