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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3. 12. 14. 선고 2020도1669 판결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음화제조교사]〈음란합성사진 파일의 음화 해당 여부 및 휴대전화 전자정보의 증거능력이 문제된 사건〉[공2024상,239]

판시사항

[1] 컴퓨터 프로그램파일이 형법 제243조 (음화반포등)에서 규정한 ‘문서, 도화, 필름 기타 물건’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 이는 형법 제244조 (음화제조등)의 ‘음란한 물건’의 해석에도 그대로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2] 피해자 등 제3자가 피의자의 소유·관리에 속하는 정보저장매체를 임의제출한 경우, 실질적 피압수자인 피의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하고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하는 등 피의자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 이때 정보저장매체를 임의제출한 피압수자에 더하여 임의제출자 아닌 피의자에게도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피의자의 소유·관리에 속하는 정보저장매체’의 의미 및 이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3] 수사기관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 및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 유무(원칙적 소극) / 법원이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정

[4] 임의제출된 정보저장매체에서 압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의 범위를 초과하여 수사기관 임의로 전자정보를 탐색·복제·출력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이 종료되기 전에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를 적법하게 탐색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범죄혐의와 관련된 전자정보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 수사기관이 그러한 정보에 대하여 적법하게 압수·수색을 할 수 있는 요건

판결요지

[1] 형법 제243조 (음화반포등)는 음란한 문서, 도화, 필름 기타 물건을 반포, 판매 또는 임대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으로서 컴퓨터 프로그램파일은 위 규정에서 규정하고 있는 문서, 도화, 필름 기타 물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이는 형법 제243조 의 행위에 공할 목적으로 음란한 물건을 제조, 소지, 수입 또는 수출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인 형법 제244조 (음화제조등)의 ‘음란한 물건’의 해석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2] 피해자 등 제3자가 피의자의 소유·관리에 속하는 정보저장매체를 임의제출한 경우에는 실질적 피압수자인 피의자가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그 전자정보 전부를 무제한 탐색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의자 스스로 임의제출한 경우 피의자의 참여권 등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과 견주어 보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의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하고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하는 등 피의자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같이 정보저장매체를 임의제출한 피압수자에 더하여 임의제출자 아닌 피의자에게도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피의자의 소유·관리에 속하는 정보저장매체’란, 피의자가 압수·수색 당시 또는 이와 시간적으로 근접한 시기까지 해당 정보저장매체를 현실적으로 지배·관리하면서 그 정보저장매체 내 전자정보 전반에 관한 전속적인 관리처분권을 보유·행사하고, 달리 이를 자신의 의사에 따라 제3자에게 양도하거나 포기하지 아니한 경우로서, 피의자를 그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전자정보 전반에 대한 실질적인 압수·수색 당사자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민사법상 권리의 귀속에 따른 법률적·사후적 판단이 아니라 압수·수색 당시 외형적·객관적으로 인식 가능한 사실상의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3]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 ( 군사법원법 제359조의2 )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수사기관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물론,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 역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법원이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할 때에는 먼저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1차적 증거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들, 즉 절차 조항의 취지와 그 위반의 내용 및 정도, 구체적인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 또는 법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및 피고인과의 관련성, 절차 위반행위와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 등 관련성의 정도,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살펴야 한다. 나아가 1차적 증거를 기초로 하여 다시 2차적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한 모든 사정들까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주로 인과관계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4] 임의제출된 정보저장매체에서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의 범위를 초과하여 수사기관 임의로 전자정보를 탐색·복제·출력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위법한 압수·수색에 해당하므로 허용될 수 없다. 만약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이 종료되기 전에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를 적법하게 탐색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범죄혐의와 관련된 전자정보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라면, 수사기관은 더 이상의 추가 탐색을 중단하고 법원으로부터 별도의 범죄혐의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경우에 한하여 그러한 정보에 대하여도 적법하게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이재용 외 8인

원심판결

고등군사법원 2020. 1. 9. 선고 2019노276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이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무죄 부분 제외)의 요지

가. 음화제조교사

피고인은 2017. 4. 2. 03:33경 지인의 얼굴과 나체사진이 합성된 음란한 사진(이하 ‘음란합성사진’이라고 한다)을 얻고자 음란합성사진 제작자인 성명불상자에게 피해자 공소외 1(여, 20세)의 사진과 이름, 나이, 주소 등을 제공하고 “합성 부탁드립니다.”라고 하여, 위 성명불상자가 음란한 물건인 피해자의 음란합성사진 파일을 공연히 전시할 목적으로 제조할 것을 마음먹게 하였다. 그리하여 위 성명불상자는 그 무렵 피해자의 얼굴이 합성된 음란합성사진 파일을 제조하고, 피고인에게 완성된 음란합성사진 파일을 전송하였다. 피고인은 그때부터 2017. 11. 15.까지 사이에 제1심 판시 별지1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17회에 걸쳐 성명불상자로 하여금 공연히 전시할 목적으로 음란한 물건을 제조하도록 교사하였다.

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고 한다) 위반(명예훼손)

피고인은 2017. 5. 21. 12:50경 위 성명불상자에게 피해자 공소외 2(여, 22세)의 사진과 이름 등을 보내 음란합성사진 제작을 의뢰하면서, ‘공소외 2 ○○살 ○○구 ○○동 거주, 뒹굴고 싶어서 일부러 동남아만 돌아다니는 사람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전송함으로써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고 한다)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피고인은 2016. 7. 14.경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성명불상의 피해자가 밤색 교복치마를 입고 서 있는 것을 발견하고 소지하고 있던 피고인 소유의 갤럭시노트5 휴대전화(이하 ‘이 사건 휴대전화’라고 한다)에 설치된 무음카메라 어플을 이용하여 피해자의 다리를 몰래 촬영하였다. 피고인은 그때부터 2017. 11. 6.까지 지하철, 학원 강의실 등지에서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6회에 걸쳐 카메라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자들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였다.

2. 음화제조교사 및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부분에 관한 판단

가. 원심판단의 요지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하였다.

1) 압수·수색 절차에서 피고인의 참여권을 보장한 형사소송법 제121조 , 제122조 는 모두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을 전제로 한 규정으로 임의제출에 따른 압수의 경우 당연히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이 사건 휴대전화에 관한 디지털포렌식 증거분석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고, 사법경찰관이 압수·수색 후 피고인에게 전자정보 압수목록을 교부하지 않았다고 하여 압수·수색 절차가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 사건 휴대전화 내 전자정보의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2) 군검사는 임의제출에 따른 압수의 동기가 된 음화제조교사 혐의사실과 별건의 혐의사실인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관련 전자정보에 관하여 2018. 11. 2. 사전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압수하였다. 따라서 설령 사법경찰관의 증거수집 과정이 위법하다고 하더라도 위 전자정보 압수와 사이에 인과관계가 희석되거나 단절되었다.

나. 음화제조교사 부분에 관한 직권판단

먼저 피고인이 제작의뢰한 음란합성사진 파일이 형법 제244조 (음화제조등)의 ‘음란한 물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직권으로 살펴본다.

형법 제243조 (음화반포등)는 음란한 문서, 도화, 필름 기타 물건을 반포, 판매 또는 임대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으로서 컴퓨터 프로그램파일은 위 규정에서 규정하고 있는 문서, 도화, 필름 기타 물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1999. 2. 24. 선고 98도3140 판결 참조). 이는 형법 제243조 의 행위에 공할 목적으로 음란한 물건을 제조, 소지, 수입 또는 수출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인 형법 제244조 (음화제조등)의 ‘음란한 물건’의 해석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위 법리에 의하면, 피고인이 성명불상자에게 제작을 의뢰하여 전송받은 음란합성사진 파일은 형법 제244조 의 ‘음란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음화제조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음화제조교사 부분은 파기를 면할 수 없다.

다. 이 사건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의 증거능력에 관한 판단

1) 인정 사실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은 2017. 12. 21. 23:30경 저녁 모임 도중 이 사건 휴대전화를 분실하였다. 성명불상자는 이 사건 휴대전화를 습득하고 주인을 찾기 위해 휴대전화 안의 메시지 등을 확인하던 중 음란합성사진 일부를 확인하였고, 2017. 12. 22. 17:00경 이 사건 휴대전화를 피해자 공소외 3에게 건네주었다.

나) 피해자 공소외 3 등은 2017. 12. 23. 피고인을 경찰에 고소하면서 이 사건 휴대전화를 증거물로 임의제출하였고, 사법경찰관은 같은 날 14:00경 위 휴대전화를 피해자 공소외 3으로부터 영장 없이 압수하였다. 당시 압수조서(임의제출)에 의하면 ‘피고인에 대한 음화제조 피의사건에 관하여 이 사건 휴대전화를 압수한다. 피해자 공소외 3이 자신을 포함한 친구들의 음란합성사진들이 많이 있었다고 하면서 위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하였다.’라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었다. 한편 사법경찰관은 이 사건 휴대전화를 압수하면서 피해자 공소외 3에게 위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진 등 전자정보 전부를 제출하는 취지인지 등 제출 범위에 관한 의사를 따로 확인하지는 않았다.

다) 사법경찰관은 피해자 공소외 3으로부터 참여권 포기 서류를 제출받은 후 2018. 1. 19. 디지털포렌식 과정을 거쳐 이 사건 휴대전화에서 삭제된 전자정보 일체를 복원하였고, 2018. 2. 23. 복원된 전자정보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제1심 판시 별지1 범죄일람표 기재 피해자들에 대한 음란합성사진을 탐색·출력하여 증거기록에 편철하였으며, 나아가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여고생들에 대한 불법촬영사진도 탐색하였다. 그럼에도 사법경찰관은 위 불법촬영사진에 관한 별도의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채 피고인에 대하여 두 차례 피의자신문을 실시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였다.

라) 그리고 사법경찰관은 이 사건 휴대전화를 압수한 후 삭제된 전자정보를 복원하고 그 정보를 탐색·출력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거나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하거나 또는 피고인이 그 과정에 참여하지 아니할 의사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 바가 없다.

마) 이후 피고인이 군입대하여 (부대명 생략) 보통검찰부로 사건이 송치되었다. 군검사는 2018. 11. 2. 피고인을 피의자로 하여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을 혐의사실로 이 사건 휴대전화 내 전자정보 등에 관한 사전 압수·수색영장(이하 ‘이 사건 영장’이라고 한다)을 발부받았다. 군검사는 2018. 11. 12. 이 사건 휴대전화를 제출인인 피해자 공소외 3 측에 환부하였고, 피해자 공소외 3의 모친은 이 사건 휴대전화를 피고인이 소속된 군부대로 발송하였다.

바) 군검사는 2018. 11. 15. 이 사건 영장에 의하여 위 휴대전화를 압수한 다음 재차 디지털포렌식 절차를 진행하여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여고생들에 대한 불법촬영사진을 탐색·복원·출력하였다. 피고인 및 변호인은 군검사의 위 탐색 등 절차에 대한 참여권을 포기하였다.

사) 군검사는 2019. 1. 17. 피고인을 이 사건 공소사실로 기소하였고, 경찰 수사과정에서 수집된 제1심 판시 별지1 범죄일람표 기재 피해자들에 대한 음란합성사진 출력물 및 군검사 수사과정에서 수집된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여고생들에 대한 불법촬영사진 출력물, 시디(CD)를 증거로 제출하였다.

2) 피의자의 참여권 보장 및 전자정보 압수목록 교부에 관하여

가) 관련 법리

피해자 등 제3자가 피의자의 소유·관리에 속하는 정보저장매체를 임의제출한 경우에는 실질적 피압수자인 피의자가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그 전자정보 전부를 무제한 탐색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의자 스스로 임의제출한 경우 피의자의 참여권 등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과 견주어 보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의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하고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하는 등 피의자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 대법원 2021. 11. 18. 선고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이 정보저장매체를 임의제출한 피압수자에 더하여 임의제출자 아닌 피의자에게도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피의자의 소유·관리에 속하는 정보저장매체’라 함은, 피의자가 압수·수색 당시 또는 이와 시간적으로 근접한 시기까지 해당 정보저장매체를 현실적으로 지배·관리하면서 그 정보저장매체 내 전자정보 전반에 관한 전속적인 관리처분권을 보유·행사하고, 달리 이를 자신의 의사에 따라 제3자에게 양도하거나 포기하지 아니한 경우로서, 피의자를 그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전자정보 전반에 대한 실질적인 압수·수색 당사자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민사법상 권리의 귀속에 따른 법률적·사후적 판단이 아니라 압수·수색 당시 외형적·객관적으로 인식 가능한 사실상의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1도11170 판결 , 대법원 2023. 9. 18. 선고 2022도745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한편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 ( 군사법원법 제359조의2 )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수사기관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물론,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 역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법원이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할 때에는 먼저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1차적 증거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들, 즉 절차 조항의 취지와 그 위반의 내용 및 정도, 구체적인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 또는 법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및 피고인과의 관련성, 절차 위반행위와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 등 관련성의 정도,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살펴야 한다. 나아가 1차적 증거를 기초로 하여 다시 2차적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한 모든 사정들까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주로 인과관계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11437 판결 , 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3도7101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앞서 본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1) 피고인은 피해자 공소외 3이 이 사건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한 시점과 시간적으로 근접한 시기까지 위 휴대전화를 현실적으로 지배·관리하면서 휴대전화 내 전자정보 전반에 관한 전속적인 관리처분권을 보유·행사하였고, 달리 이를 자신의 의사에 따라 제3자에게 양도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 사건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 전반에 관하여 피고인을 실질적인 압수·수색 당사자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임의제출자가 아닌 피고인에 대하여도 참여권 등 절차적인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사법경찰관은 피고인에게 참여권을 보장하거나 전자정보 압수목록을 교부하는 등 절차적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한 전자정보를 탐색하는 등 압수·수색절차를 진행하였는바, 사법경찰관의 이러한 조치는 위법하다.

(2) 이러한 전제에서 음화제조교사 부분에 관하여 살펴보면, 군검사가 제출한 증거들 중 사법경찰관이 임의로 탐색·복제·출력한 전자정보인 제1심 판시 별지1 범죄일람표 기재 피해자들에 대한 음란합성사진 출력물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

(3) 다음으로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부분에 관하여 살펴보면, 군검사는 이후 이 사건 영장에 의하여 압수된 이 사건 휴대전화에서 디지털포렌식 결과 탐색·복제·출력한 전자정보인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여고생들에 대한 불법촬영사진 출력물, 시디(CD)를 증거로 제출하였는바, 선행 절차위법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희석 내지 단절되는지 문제 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사법경찰관은 피고인의 참여권 등 절차적인 권리를 전혀 보장하지 않은 채 이 사건 휴대전화에 저장된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관련 전자정보를 탐색·복원하였고, 별도의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지 않고 여고생들에 대한 불법촬영 부분을 포함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두 차례 피의자신문을 실시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였다. 이후 사건이 군검사에게 송치되었는데 군검사는 이 사건 휴대전화를 피해자 측에 환부한 후 다시 제출받아 이 사건 영장에 따라 불법촬영사진을 탐색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군검사가 피해자에게 위 휴대전화를 환부하기 이전에 미리 이 사건 영장을 발부받은 다음 위 휴대전화를 피해자에게 환부하고, 휴대전화가 피해자 측을 거쳐 피고인이 소속된 군부대에 도착하자 이 사건 영장을 집행하여 다시 위 불법촬영사진을 탐색·복원·출력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군검사의 증거수집과 사법경찰관의 선행 절차위법 사이에는 여전히 직접적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고 그 인과관계가 희석되거나 단절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결국 위 불법촬영사진 출력물, 시디(CD) 역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

3) 객관적 관련성에 관하여

임의제출된 정보저장매체에서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의 범위를 초과하여 수사기관 임의로 전자정보를 탐색·복제·출력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위법한 압수·수색에 해당하므로 허용될 수 없다. 만약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이 종료되기 전에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를 적법하게 탐색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범죄혐의와 관련된 전자정보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라면, 수사기관은 더 이상의 추가 탐색을 중단하고 법원으로부터 별도의 범죄혐의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경우에 한하여 그러한 정보에 대하여도 적법하게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 ( 위 대법원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앞서 본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피고인이 지하철, 학원 등지에서 성명불상의 여고생들을 몰래 촬영한 사진은 임의제출에 따른 압수의 동기가 된 범죄혐의사실인 음화제조교사 부분과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 있는 전자정보로 보기 어렵다. 그런데 사법경찰관은 별도의 범죄혐의와 관련된 전자정보를 우연히 발견하였음에도 더 이상의 추가 탐색을 중단하거나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지 않았으므로, 그러한 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은 위법하다.

그리고 군검사가 약 9개월 이후 이 사건 영장을 발부받아 디지털포렌식 절차를 진행하여 무관증거인 불법촬영사진을 탐색·복원·출력하였더라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위 증거수집과 선행 절차위법 사이에 인과관계가 희석되거나 단절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위 불법촬영사진 출력물, 시디(CD)는 이 점에서도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

4) 소결론

결국 이 사건 휴대전화에서 탐색·복원·출력된 전자정보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 전자정보에 관한 압수절차가 적법하다고 보아 위 각 출력물 및 시디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피의자의 참여권 보장, 전자정보 압수목록 교부, 객관적 관련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부분에 관한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명예훼손죄의 공연성, 사실 적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파기의 범위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유죄로 인정된 음화제조교사,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 공소사실과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부분은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과 동등한 관할 법원인 서울고등법원에 이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흥구(재판장) 안철상(주심) 노정희 오석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