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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1. 5. 23.자 2009마1176 결정

[가처분이의][미간행]

판시사항

[1] 타인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하는 사람이 자신이 소유한 재산 전부인 부동산에 관하여 제3자와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라 위 부동산을 수탁자인 제3자에게 신탁재산으로 이전하는 경우,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판단 기준

[2] 갑 회사가 담보신탁을 통하여 회사의 전 재산인 골프장 부지와 시설에 관한 소유 명의를 을에게 이전한 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문제된 사안에서, 신규 자금의 조달을 통한 골프장 시설 개선을 하지 않고는 영업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골프장 부지 등을 담보신탁의 목적물로 제공하고 이를 통해 융통한 자금으로 영업시설을 개선하여 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이 일반 채권자들에 대하여도 채무변제력을 갖게 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여 신탁계약의 체결에 이르게 되었다고 볼 수 있고, 위탁자인 갑 회사 등이 신탁수익에 대한 수익자일 뿐만 아니라 신탁원본에 대하여도 위 골프장 개선공사 자금을 제공하는 을 등에 대한 대출채무와 신탁에 따른 비용을 정산한 나머지를 돌려받을 수 있는 수익자의 지위에 있어 이러한 수익권을 통한 채권만족의 가능성이 남아 있으며, 특히 채권자의 갑 회사에 대한 대여금채권은 위 회사의 설립목적에 따른 제한으로 신탁계약 전에도 개별적인 지급청구나 이를 위한 강제집행 등 권리행사를 할 수 없도록 정관에 규정되어 있었던 이상 위 신탁으로 집행상 새로운 장애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위 신탁계약이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

채권자, 재항고인

주식회사 유토힐개발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청목 담당변호사 신석범 외 2인)

채무자, 상대방

주식회사 한국외환은행

주문

재항고를 기각한다.

이유

재항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타인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하는 사람이 자신이 소유한 재산 전부인 부동산에 관하여 제3자와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라 위 부동산을 수탁자인 제3자에게 신탁재산으로 이전하는 경우 위탁자에게는 그 채권자가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책임재산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아니하므로 신탁법 제8조 에서 정한 사해신탁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금난으로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채무자가 자금을 융통하여 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이 채무변제력을 갖게 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자금을 융통하기 위한 방편으로 신탁계약의 체결에 이르게 된 경우 이를 사해행위라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신탁계약상 위탁자가 스스로 수익자가 되는 이른바 자익신탁(자익신탁)의 경우 신탁재산은 위탁자의 책임재산에서 제외되지만 다른 한편으로 위탁자는 신탁계약에 따른 수익권을 갖게 되어 위탁자의 채권자가 이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할 수 있고, 이러한 수익권은 채무자가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매각하여 소비하기 쉬운 금전으로 바꾸는 등의 행위와 달리 일반채권자들의 강제집행을 피해 은밀한 방법으로 처분되기 어려우며, 특히 수탁자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인가받아 신탁을 영업으로 하는 신탁업자인 경우 공신력 있는 신탁사무의 처리를 기대할 수 있으므로, 위탁자가 사업의 계속을 위하여 자익신탁을 설정한 것이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단순히 신탁재산이 위탁자의 책임재산에서 이탈하여 외견상 무자력에 이르게 된다는 측면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신탁의 동기와 신탁계약의 내용, 이에 따른 위탁자의 지위, 신탁의 상대방 등을 두루 살펴 신탁의 설정으로 위탁자의 책임재산이나 변제능력에 실질적인 감소가 초래되었는지, 이에 따라 위탁자의 채무면탈이 가능해지거나 수탁자 등 제3자에게 부당한 이익이 귀속되는지, 채권자들의 실효적 강제집행이나 그밖의 채권 만족의 가능성에 새로운 장애가 생겨났는지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이 사건 제1심 및 원심결정의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골프장 부지의 소유자인 태우관광개발 주식회사는 골프장 영업을 하기 위해 회원을 모집하고 시설을 설치하다가 도산하였고, 그에 따라 이 사건 토지를 포함한 위 골프장 부지 중 일부와 클럽하우스 건물 등 시설에 관하여 임의경매절차가 개시되기에 이르자 그 회원들 중 일부가 자금을 모아 오향관광개발 주식회사(이하 ‘오향관광개발’이라고 한다)를 설립한 후 경매절차에서 위 회사 명의로 골프장 부지 등을 매수한 사실, 오향관광개발은 태우관광개발 주식회사로부터 이 사건 골프장의 사업권 등을 양수하였다고 하는 경기관광개발 주식회사(이하 ‘경기관광개발’이라고 한다)와 사이에 이 사건 골프장의 경영권 문제로 다툼을 벌여 오다 2005. 11. 22. 공동사업을 하기로 합의함으로써 경기관광개발이 오향관광개발로부터 이 사건 골프장 부지와 시설 등을 임차하여 골프장 운영을 담당하게 된 사실, 당시 이 사건 골프장은 클럽하우스와 골프코스 등의 완성, 보수, 개선을 위하여 상당한 시설투자가 필요한 상태에 있었는데 오향관광개발과 경기관광개발은 이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하여 2007. 8. 31. 신탁업을 영위하는 채무자에게 사실상 전 재산인 이 사건 골프장 부지 및 시설을 담보신탁하고 채무자로부터 80억 원, 그 관계회사인 외환캐피탈 주식회사로부터 40억 원, 합계 120억 원을 차용한 사실, 위 신탁계약에 따르면 위탁자인 오향관광개발과 경기관광개발은 이 사건 골프장 부지 등을 채무자에게 신탁재산으로 이전한 후에도 계속하여 이 사건 골프장을 운영하고 이에 따라 발생하는 수익도 위탁자 겸 신탁수익 수익자인 오향관광개발과 경기관광개발에게 귀속되며, 위탁자가 수탁자인 채무자 등으로부터 차용한 자금을 모두 변제하면 신탁계약이 종료되어 신탁재산은 위탁자에게 반환되고, 이를 변제하지 못하면 수탁자 겸 신탁원본 우선수익자인 채무자가 신탁재산을 처분하여 그 대금을 관련 비용 및 자신과 외환캐피탈 주식회사의 대여금에 우선 충당한 후 잔액을 위탁자에게 반환하기로 약정한 사실, 경기관광개발은 위 차용금 대부분을 골프장 개선공사에 사용하여 이 사건 골프장의 전반적 가치가 상당한 정도로 증가한 사실, 한편 채권자는 2005. 12. 말경부터 2007. 2.경까지 이 사건 골프장의 회원들로부터 총 63개의 회원권 및 주식, 1인당 5,700만 원의 대여금 채권 등을 양수받아 오향관광개발에 대하여 33억 4,800만 원의 대여금채권을 갖게 된 채권자이나, 위 대여금채권에 관하여 오향관광개발의 정관에서는 위 회사가 ‘이익이 발생하는 때’, ‘주주총회의 결의에 의하여’, ‘각 주주에게 균등하게’ 상환하기로 하여 채권자들의 개별적인 권리행사나 지급청구가 허용되지 않도록 정하고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에서라면, 오향관광개발이 이 사건 담보신탁을 통하여 위 회사의 전 재산인 이 사건 골프장 부지와 시설에 관한 소유 명의를 채무자에게 이전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신규 자금의 조달을 통한 골프장 시설 개선을 하지 않고는 영업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 사건 골프장 부지 등을 담보신탁의 목적물로 제공하고 이를 통해 융통한 자금으로 이 사건 골프장의 영업시설을 개선하여 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이 일반 채권자들에 대하여도 채무변제력을 갖게 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여 이 사건 신탁계약의 체결에 이르게 되었다고 볼 수 있고, 이 사건 신탁의 경우 위탁자인 오향관광개발 등이 신탁수익에 대한 수익자일 뿐만 아니라 신탁원본에 대하여도 위 골프장 개선공사 자금을 제공하는 채무자 등에 대한 대출채무와 신탁에 따른 비용을 정산한 나머지를 돌려받을 수 있는 수익자의 지위에 있어 이러한 수익권을 통한 채권만족의 가능성이 남아 있으며, 특히 채권자의 오향관광개발에 대한 대여금채권은 위 회사의 설립목적에 따른 제한으로 이 사건 신탁계약 전에도 개별적인 지급청구나 이를 위한 강제집행 등 권리행사를 할 수 없도록 정관에 규정되어 있었던 이상 이 사건 신탁으로 집행상 새로운 장애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이 사건 신탁계약이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위와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이 사건 가처분신청의 피보전권리에 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제1심결정을 취소한 후 이 사건 가처분신청을 기각한 것은 정당하고, 여기에 채권자가 재항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심리미진, 채증법칙 위반의 점이나 사해신탁의 요건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3. 그러므로 채권자의 재항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대법관 김능환(재판장) 이홍훈 민일영 이인복(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