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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1.7.29. 선고 2018다228486 판결

손해배상(기)

사건

2018다228486 손해배상(기)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기천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기연

담당변호사 박동혁 외 3인

원심판결

인천지방법원 2018. 4. 4. 선고 2017나60959 판결

판결선고

2021. 7. 29.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등은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피고의 감독의무 위반 여부(상고이유 제1점)

가. 구 정신보건법(2016. 5. 29. 법률 제14224호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3조 제1호는 '정신질환자'란 '정신병(기질적 정신병을 포함한다)·인격장애·알코올 및 약물중독 기타 비정신병적정신장애를 가진 자'라고 정의하고 있고, 제21조 제1항 본문은 '정신질환자의 민법상의 부양의무자 또는 후견인(이하 '부양의무자 등'이라 한다)은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가 된다.'고 정하고 있다. 또한 제22조 제2항은 '보호의무자는 보호하고 있는 정신질환자가 자신 또는 타인을 해치지 아니하도록 유의하여야 한다.'고 정하여 부양의무자 등에게 피보호자인 정신질환자에 대한 감독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정신질환자가 심신상실 중에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여 배상의 책임이 없는 경우에는 민법 제755조 제1항에 따라 그를 감독할 법정의무 있는 자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정신질환자가 책임능력이 있는 경우에도 그 손해가 감독의무자의 감독의무 위반과 인과관계가 있으면 감독의무자는 일반불법행위자로서 민법 제750조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위와 같은 법규정의 문언과 체계 등에 비추어 보면, 부양의무자 등은 피보호자인 정신질환자에 대한 법률상 감독의무를 부담하므로 그 의무 위반으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경우에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나, 이러한 감독의무는 정신질환자의 행동을 전적으로 통제하고 그 행동으로 인한 모든 결과를 방지해야 하는 일반적인 의무가 아니라 구 정신보건법 등 관련 법령의 취지, 신의성실의 원칙, 형평의 원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제한된 범위에서의 의무라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구체적인 사안에서 부양의무자 등이 피보호자인 정신질환자에 관한 감독의무를 위반하였는지는 정신질환자의 생활이나 심신의 상태 등과 함께 친족 관계와 동거 여부, 일상적인 접촉 정도, 정신질환자의 재산관리 관여 상황 등 정신질환자와의 관계, 정신질환자가 과거에도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동을 한 적이 있는지 여부와 그 내용, 정신질환자의 상태에 대응하는 보호와 치료 상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보호자인 정신질환자가 타인을 위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구체적인 위험을 인지하였는데도 대비를 하지 않은 경우와 같이 부양의무자 등에게 정신질환자의 행위에 관해서 책임을 묻는 것이 타당한 객관적 상황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나.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 1은 이 사건 아파트 (호수 1 생략)의 소유자이고 원고 2와 원고 3은 그 가족으로서 이 사건 아파트 (호수 1 생략)에서 함께 거주하고 있다. 피고는 이 사건 아파트 (호수 1 생략)에 인접한 이 사건 아파트 (호수 2 생략)의 소유자이고, 피고와 함께 거주하고 있는 소외인(1988. 8.생)은 피고의 아들로서 양극성 정동장애를 앓고 있는 정신장애 3급의 정신질환자이다.

(2) 소외인은 2016. 7. 4. 피고의 사무실에서 컴퓨터 수리문제로 피고와 다투고 이 사건 아파트 (호수 2 생략)으로 돌아온 후, 16:00경 자신의 방 침대 위에 수건과 헝겊, 부탄가스를 쌓아놓고 불을 붙였다. 피고는 사무실에 설치된 CCTV를 통하여 이를 확인하고 아파트로 가서 불을 껐고 소외인을 안정시킨 다음 사무실로 돌아왔다.

(3) 피고는 2016. 7. 4. 20:00경 일을 마치고 귀가하여 소외인과 대화를 하였는데, 소외인은 피고를 죽이고 자기도 죽겠다고 하면서 톱과 망치를 꺼내 보였고, 피고는 6개월 정도 같이 살다가 원룸을 따로 얻어 줄 것이니 독립해서 살아보라고 하면서 소외인을 달랬다. 이후 자기의 방으로 들어간 소외인은 방 안에서 다시 불을 질렀다. 피고가 이를 발견하고 불을 끄려고 하였으나 소외인이 톱과 망치를 들고 이를 방해하여 스스로 불을 끄지 못하고 소방서에 신고하였다.

(4) 이 사건 아파트 (호수 2 생략)에서 발생한 불은 2016. 7. 4. 22:00경 이 사건 아파트 (호수 1 생략)으로 옮겨 붙여 이 사건 아파트 (호수 1 생략) 내 가재도구가 불에 타거나 그슬렸고, 원고 2, 원고 3은 연기를 흡입하여 ○○○대학교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았다(이하 '이 사건 화재사고'라 한다).

다. 원심은 피고가 소외인의 직계존속으로서 소외인의 방화 등 우발적인 행동을 미리 방지하고 이와 같은 우발적인 행동이 있더라도 손해가 발생하거나 확대되지 않도록 할 주의의무가 있었는데도 이를 위반한 과실로 원고들에게 손해가 발생하였으므로 소외인과 부진정 연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 이유로 다음과 같은 사정을 들었다.

(1) 이 사건 화재사고 당시 양극성 정동장애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소외인은 당일 이미 한 차례 방화하였을 뿐 아니라 그 후에도 톱과 망치로 위협하는 등 계속해서 정신적으로 불안 증세를 보였다.

(2)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는 소외인의 보호의무자로서 소외인의 동태를 잘 살펴 소외인이 방화 등 우발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 이러한 우발적인 행동이 있더라도 손해가 발생하거나 확대되지 않도록 미리 대비할 의무가 있다.

(3) 피고는 이러한 대비를 게을리 한 과실이 있고, 이러한 감독상 과실이 이 사건 화재사고 발생의 원인 중 하나가 되었으며, 그 과실과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도 인정된다.

라.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은 피고가 소외인이 타인을 위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구체적인 위험을 인지하였는데도 대비를 하지 않아 소외인의 행위에 관해서 책임을 묻는 것이 타당한 객관적 상황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으로서 정당하다.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정신질환자의 감독의무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2. 손해배상의 범위(상고이유 제2점)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화재사고로 가재도구가 파손되어 원고 1이 입은 손해 33,618,770원에서 위 원고가 보험회사로부터 받은 보험금 12,780,882원을 뺀 나머지 20,837,888원(33,618,770원 - 12,780,882원) 범위에서 위 원고가 구하는 15,500,000원과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3. 결론

피고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대법관 노정희

주심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이흥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