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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5.10.15.선고 2014두10608 판결

유족보상금부지급처분취소

사건

2014두10608 유족보상금부지급처분취소

원고상고인

A

피고피상고인

공무원연금공단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4. 7. 4. 선고 2013누32337 판결

판결선고

2015. 10. 15.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무원연금법 제61조 제1항 소정의 유족보상금 지급요건이 되는 '공무상 질병'은

공무원이 공무집행 중 이로 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뜻하는 것이므로 공무와 질병의 발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지만 반드시 의학적 ·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지 않더라도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증명이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공무원이 자살한 경우에, 공무로 질병이 발생하거나 공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그와 같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자살자의 질병 내지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심리적 상황,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3두16760 판결 참조).

2.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의 딸인 망 BC생, 이하 '망인'이라고 한다)는 2006년 D초등학교에서 5학년 담임교사를 맡았는데, 2006. 10.말경 수학시간에 숙제를 안 해 왔다는 이유로 한 남학생의 귀밑 머리카락을 잡아당겼고, 이로 인하여 그 남학생과 학부모는 망인이 위 남학생을 미워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위 학부모는 그 후 저녁마다 망인에게 전화를 하여 폭언과 막말을 하였고 반 학생들을 집으로 불러 망인에 대하여 안 좋은 이야기를 하였다. 이에 따라 망인의 반 학생들 전체가 망인에게 무례하게 대하였고 망인은 이로 인하이 극심한 스트레스와 정신적인 상처를 받았다(이하 위 사건을 '2006년 사건'이라고 한다).

나. 망인은 2008. 10, 4.부터 F병원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게 되면서 같은 해 10. 8.부터 같은 해 12. 4.까지 학교에 병가를 내었다. 망인은 2008. 10. 4. F병원 정신과 의사로서 이후 주치의가 된 J에게 '계속 의욕이 없고 힘이 없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모든 생활리듬이 깨져버렸다. 아침에 학교를 간다는 것이 너무 힘들다. 2006년 사건으로 인하여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약 2개월 정도 이겨내려고 노력하고 일에 집중하다 보니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될 정도에 이르렀다. 약 1년 전에도 지금과 비슷한 우울감이 있었다. 올해는 별다른 사건이 없었는데도 비슷한 시기가 되자 다시 어려움이 나타났 다.'라는 취지로 면담하였고, 그 때부터 2009. 7.까지 매월 1회 이상씩 위 병원에 내원하여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

다. 망인은 2009, 10. 19.경 다시 F병원 정신과에 내원하여 '가을이 되면서부터 기운 이 가라앉고 불안하다'는 이유로 상담을 받았고 그 때부터 2010. 3.까지 매월 1회 이상씩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 망인은 2010년에도 가을이 되자 10. 11. 위 병원에 내원하여 같은 취지의 상담을 받은 후 그 때부터 2011. 4.까지 매월 1회 이상씩 치료를 받았다. 라. 망인은 2011. 9. 26.경부터 전신에 발병한 홍반성 구진 등의 피부병과 간수치 악화 등으로 전남대학교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다가 같은 해 10. 1.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퇴원하였다. 그 후 망인은 위 피부병 등 때문에 같은 해 10. 4. F병원에 입원하였는데, 입원 당일 정신과 주치의 J과 상담 과정에서 '학교에서 보조교사를 구하지 못해 전남대학교 병원 의사의 반대를 무릅쓰고 퇴원했다'고 말하였고, 같은 날 작성된 F병원 간호기록지에는 '일을 해야 하는데 입원으로 업무에 차질이 생길 것 같다고 걱정하며 퇴원하려 하였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다.

마. 망인은 피부병 등의 악화로 전남대학교 병원에 재입원하기 위하여 2011. 10. 8. F병원에서 퇴원하였으나 전남대학교 병원의 사정으로 입원할 수 없게 되자 같은 해 10. 10. 정신과 주치의 J과 상담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망인은 '간수치가 높은 것이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이릴 바에는 죽고 싶다'는 취지의 말을 하였고, 이에 J은 망인에게 학교 제출용 소견서를 써주며 전남대학교 병원에 입원할 수 없다면 F병원에라도 입원할 것을 권유하였다. 망인은 다음 날인 10. 11. 전남대학교 병원 피부과에서 치료를 받은 후 다시 J을 찾아 '전남대학교 병원 피부과에서 진료를 받았으나 입원을 하지 않았고 입원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학교에 소견서를 내지도 않았다. 학교를 다니면서 오후에 링거를 맞아야 할 형편이다. 간수치나 피부병 등은 별로 관심 없고 불안하고 힘든 것이 먼저다.'라는 취지로 상담하였다. 망인은 그 다음 날인 10. 12. 퇴근 후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매 자살하였다.

바. 망인의 정신과 주치의 J은 제1심법원의 사실조회에 대해 '망인은 2006년 사건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2개월 정도 힘들어 했다고 하는데 그 기간이면 이를 첫 번째 우울증상으로 판단할 수 있고, 그 후 같은 계절이 되면 우울증상이 반복되어 계절성 양상의 재발성 주요 우울병 장애로 진단할 수 있다. 망인은 2011. 10. 4. 상담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하필 10월이어서 이전의 우울증상이 재발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이 심했던 것으로 생각되고 이는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상인 인지왜곡과 관련이 있다고 추정된다. 자신이 2011. 10. 10. 망인에게 학교 제출용 소견서를 써주며 재입원을 강력히 권유한 이유 중 하나는 어떻게든 치료 유지가 될 수 있도록 시간적· 환경적인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이고, 절망적이고 도움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인지왜곡 증상에 맞서 망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주치의가 최소한 한 명은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어 망인을 안심시키기 위함이었다.'라는 취지로 회신하였다.

3.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망인은 공무 수행 중에 발생한 2006년 사건으로 인하여 극도의 스트레스와 정신적인 상처를 받아 최초 우울증이 발병한 이래 매년 위 사건이 있었던 가을이 되면 우울증이 재발하여 정신과 치료를 받아 왔는데, 2011년 가을 무렵 피부질환과 간수치 이상 등으로 입원치료를 받아야 함에도 학교 업무에 복귀하여야 한다는 정신적 부담과 압박감으로 인하여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던 차에 기존의 우울증까지 재발함으로써 인지왜곡 증상까지 겹쳐 신병을 비관한 나머지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판단되고, 위와 같은 우울증의 발병 경위, 우울증의 발현 빈도와 치료기간을 통하여 알 수 있는 증상의 정도, 자살 무렵 망인의 신체적·정신적 상황, 망인이 학교 업무에 느꼈던 부담의 정도, 망인을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망인이 자살을 선택하게 된 동기나 계기가 될 수 있는 다른 사유가 나타나 있지 아니한 사정 등을 모두 참작해 보면, 망인은 질병 치료와 학교 업무 사이에서 정신적으로 갈등하다가 공무 수행 중에 발병하였던 우울증이 재발함으로써 정신적인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여지가 충분하므로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봄이 상당하고, 여기에 망인의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원심은 망인에게 발병한 우울증의 원인과 그 정도, 자살 무렵 망인의 신체적·정신적 상황, 망인이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에 관하여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보지 아니한 채 망인이 2006년 사건으로 받은 스트레스와 우울증의 발병 내지 재발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거나, 망인이 통상의 초등학교 교사들에 비하여 과중한 업무를 하였거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가볍게 판단하여 망인의 사망과 공무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공무상 재해에 있어 공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박보영

대법관김용덕

대법관김신

주심대법관권순일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14.7.4.선고 2013누32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