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하집1993(2),175]
공인중개사시험의 출제위원 위촉과 문제 선정 등 실무책임을 담당한 자에게 출제위원으로 위촉된 자들이 발간한 수험서적이나 특강자료 등을 조사.수집하여 문제편집위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그러한 자료에 수륵된 것과 동일, 유사한 문제가 선정.출제되는 것을 방지해야 할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과실이 있으나 이러한 과실과 불합격자들의 불합격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차원도 외 1인
대한민국 외 1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피고들은 연대하여 별지목록 기재 각 선정자들에게 각 금 9,660,000원씩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익일부터 완제일까지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판결.
1. 기초사실
아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8,17,18,20,26,27호증, 을 1호증 내지 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가. 별지목록 기재 각 선정자들(이하 "위 선정자들"이라 한다)은 1991.11.10. 실시한 제6회 공인중개사 시험(이하 "이 사건 시험"이라 한다)에 응시하여 1차 시험에는 합격하였으나 2차 시험에서 불합격한 자들이고, 피고 김근종은 이 사건 시험 시행 당시부터 피고 대한민국의 소속기관으로서 이 사건 시험의 주무부서인 건설부의 토지국토지관리과장으로 재직하면서 이 사건 시험과 관련한 출제위원 선정, 시험문제편집 등의 실무책임을 담당하였던 자이다.
나. 공인중개사 시험은 1차 시험과 2차 시험으로 구분하여 시행하고, 1차 시험에 합격한 자에 대해서만 2차 시험을 실시하며, 1,2차 시험을 동시에 실시하는 경우에는 1차 시험에 불합격한 자의 2차 시험은 무효로 하고 있다.
다. 공인중개사 시험의 1차 시험은 부동산학개론, 부동산공법, 민법 및 민사특별법 등 3과목을 매과목 100점 만점으로 하여 매과목 40점 이상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 득점한 자를 합격자로 하고, 2차 시험은 부동산중개업법령 및 중개실무, 부동산 공시에 관한 법령 및 부동산관련세법 등 2과목을 매과목 100점 만점으로 하여 매과목 40점 이상 전과목 60점 이상 득점한 자들 중에서 시험성적과 응시자 수를 고려하여 고득점자순으로 합격자수를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1990.4.26. 개정 부동산중개업법시행령 제17조 제2항).
라. 위 김근종은 서울 시립대학교 경상대학 세무학과 교수인 소외 1 등을 이 사건 시험 중 부동산 관련 세법과목의 출제위원으로, 동아감정평가법인 소속 감정평가사인 소외 2 등을 부동산 공법과목의 문제출제위원으로 각 선정, 1991.9.15.경 전화로 문제출제를 부탁하여 동인들의 승낙을 얻은 다음, 같은 해 10.8. 출제위원들에게 출제요령, 서약서, 시험문제카드를 우송하여 같은 해 11.1.까지 총 22명의 출제위원들로부터 각 40문제씩 합계 880문제가 기재된 시험문제카드 및 서약서를 제출받았다.
마. 건설부장관은 건설부 직원인 서기관 소외 서영, 사무관 이명노 등 5인을 시험편집위원으로 임명하여 동인들로 하여금 같은해 11.2.부터 같은 달 4.까지 사이에 과천시 소재 과천관광호텔에서 외부와의 연락을 일체 단절한 가운데 위 출제위원들로부터 제출받은 문제 중 각 과목별로 40문제씩 합계 200문제(1차 시험 3과목, 2차 시험 2과목)를 선정, 편집하게 하였다.
바. 건설부장관은 1991.11.4. 각 시, 도 고시계장에게 위와 같이 선정, 출제된 문제지 1장씩을 배포, 각 시, 도별로 이를 인쇄하여 같은 달 10. 오전에 이 사건 1차 시험을, 오후에 이 사건 2차 시험을 각 객관식으로 실시하게 한 다음, 이 사건 시험 응시자들 중 1차 시험 3과목에 대하여 각 과목당 40 점 이상 3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취득한 자를 1차 시험 합격자로 선정하고, 1차 시험 합격자에 한하여 2차 시험 3과목에 대한 채점을 하게 한 결과 각 과목당 40점 이상 2과목 평균 70점 이상을 취득한 1,798명을 최종합격자로하여 1991.12.12. 각 시, 도별로 합격자를 발표하도록 하였다.
2. 원고들의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피고 김근종이 이 사건 시험을 주관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공정한 시험의 시행을 위해 시험정보의 보안 및 감독을 철저히 행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한 채 학원강사로서 과거에도 시험문제 사전유출 경험이 있는 소외 1, 2, 3을 출제위원으로 위촉하여 동인들이 출제위원으로 위촉된 사실 및 이 사건 1차 시험 부동산공법 문제 중 소외 2가 8문제, 소외 3이 9문제를, 2차 시험 부동산관련세법 문제 중 소외 1이 7문제를 각 위 경영문화원에서의 특강 및 실전모의고사문제를 통해 경영문화원 가입회원들에게 사전 유출하게 하였고, 또한 시험편집위원인 위 이명노 등에게 동인들이 선정한 문제 중 최근 수험서적 등에 수록된 문제와 동일, 유사한 문제가 있는지를 검증할 수 있도록 최근 수험서적 등의 자료를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위 사전 유출된 문제가 이 사건 시험문제로 선정되게 하는 등 직무를 유기하였을 뿐만 아니라, 같은 피고가 위와 같은 이 사건 시험정보 및 문제의 사전 유출사실을 알면서도 응시생들의 재시험요구를 묵살한 채 제5회 시험까지는 1, 2차 시험 각 60점 이상 취득자 전원을 합격자로 결정, 발표하였던 것과는 달리 선발예정인원에 대한 공고도 없이 2차 시험 70점 이상 취득자를 합격자로 결정, 발표함으로써 직권을 남용하였는바, 위 피고의 위와 같은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행위가 없었다면 2차 시험 성적이 60 이상 70점 미만인 위 선정자들은 충분히 이 사건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으므로 위 피고 및 그 소속기관인 피고 대한민국은 연대하여 위 선정자들이 이 사건 시험에 불합격함으로써 입은 정신적 손해금 각 금 50,000,000원씩 중 우선 원고들이 구하는 각금 9,660,000원씩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나. 인정사실
아래 사실은 갑 1호증 내지 갑 21호증, 갑 23,24호증, 갑 27호증 내지 갑 29호증, 을 1호증 내지 을 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1) 위 김근종은 대학교수, 연구기관 연구위원, 4급 이상 관계공무원, 감정평가사 등 관계전문가들 중에서 위촉키로 하는 위촉기준에 의거하여 교수급에 대하여는 대한교원연합회 발행 "대학교원명부"상의 시험과목별 전공교수 명단을 참고하고 전문가에 대하여는 전문서적 발간자, 지명도가 있는 자 등의 명단을 파악하여 전회 시험 출제 위원으로 선정되지 않은 자 중에서 선정하기로 하여 위 기준에 따라 소외 1, 2 등 총 22인의 출제위원을 선정하였다.
(2) 소외 1과 소외 2는 1991.9.15.경 위 김근종으로부터 출제위원 위촉을 받고 이를 승낙한 상태에서 공인중개사시험 준비서적 출판전문회사인 경영문화원을 운영하는 소외 김장길의 부탁을 받고, 소외 2는 자신의 이름으로 이미 위 경영문화원에서 발간한 바 있는 부동산공법 등 수험교재를 참고로 하여 객관식 120문제를 만들어 "객관식 문제 특강 부동산공법"이라는 문제집을 편집하게 한 후 1991.9.17.부터 같은 달 19.까지 3일 동안 서울 송파구 신천동 소재 향군회관에서 위 문제집을 중심으로 위 시험에 응시하려는 경영문화원 가입회원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였고, 소외 1도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생인 소외 정순선으로 하여금 이미 자신과 소외 윤종수 명의로 위 경영문화원에서 발간한 바 있는 부동산관련세법 등 수험교재를 참고로 하여 객관식 50문제를 만들게 하고 그중 40문제를 발췌, 같은 달 27.경 위 김장길에게 교부하여 "객관식 문제 특강 부동산관련세법(1), (2)"라는 문제집으로 편집하게 한다음 같은 달 29.,30. 2일 동안 위 향군회관에서 위 경영문화원 가입회원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였다.
(3) 위 김장길은 위 특강 당시 특강을 들으러 온 회원들에게 위 두 사람이 이 사건 시험의 출제위원으로 선정되었음을 알린 다음 제1회부터 제5회까지 공인중개사시험문제의 과목별 출제빈도를 분석한 자료와 위 경영문화원에서 발간한 수험교재 및 소외 2, 1의 위 특강문제집 등을 이용해서 이 사건 시험대비 실전모의고사 문제를 선정하여 1991.10.25.경부터 약 3일간에 걸쳐 경영문화원 가입회원들에게 이를 각 우송하였다.
(4) 소외 2는 1991.10.14.경 건설부로부터 출제의뢰 공문을 받고 위 경영문화원에서 발간한 위 부동산공법 특강 문제집 및 최신 법령집 등을 기초로 40문제를 만들어 제출하였고, 소외 1도 같은 날 건설부로부터 출제의뢰를 받은 후 서울시립대학교 학내분규해결을 위한 협상에 치중하다가 출제기한인 1991.10.22.을 넘겨 건설부로부터 독촉을 받자 위 부동산세법 관련 특강문제 40개를 약간 수정하여 제출하였는데 그중 9개는 위 특강문제와 동일하고 30개는 유사하였다.
(5) 그런데 소외 2, 1이 출제의뢰와 함께 교부받은 위 출제요령서에는 최근 발간된 각종 수험서적 등에 수록한 문제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문제의 출제를 지양하도록 되어 있고, 동인들이 출제를 승낙하면서 작성한 위 서약서에는 출제위원으로 위촉된 사실 및 출제문제의 누설, 출제문제와 동일한 문제의 기고 및 출제문제와 직접 관련되는 특강, 모의시험 등에의 출제 등 공정한 시험관리에 지장을 초래하는 일체의 언행을 삼가할 것을 서약하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6) 위 문제편집위원들이 위 출제위원들로부터 제출받은 문제 중 선정, 편집한 이 사건 시험문제 합계 200문제를 살펴보면, 이 사건 1차 시험의 부동산공법과목 문제 13개 중 소외 2의 위 특강문제집 문제와 유사한 문제 4개가 선정, 출제되었고, 이 사건 2차 시험 부동산관련 세법문제 중 소외 1의 위 특강문제집 문제와 동일한 문제 5개, 유사한 문제 2개가 선정, 출제되었다.
(7) 위 문제선정 당시 위 김근종은 위 출제위원들의 양식을 신뢰한 채 위 문제편집위원들에제 최근 발간된 각종 수험서적에 대한 자료를 조사, 수집하여 제공하지 않았다.
(8) 이 사건 시험의 합격자수 결정은 공인중개사의 수급상황과 관련전문가들의 적정수에 관한 의견을 참작하고 수도권지역 합격자의 비율을 낮춰 각 시, 도 별로 합격자가 고루 분포되게 한다는 점을 배려하여 1990.4.26. 개정된 부동산중개업법시행령 제17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이루어졌다.
다. 판 단
(1)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위 김근종이 소외 1, 2를 출제 위원으로 위촉한 것과 건설부장관이 이 사건 2차 시험 70점 이상 취득자들을 최종합격자로 선정, 발표한 것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할 것이나, 한편 이 사건 시험의 출제위원 위촉, 문제선정 등 실무책임을 담당하였던 피고 김근종으로서는 최근 발간된 각종 수험서적에 관한 모든 자료를 위 문제편집위원들에게 제공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할지라도 최소한 출제위원으로 선정된 소외 2, 1등이 최근에 발간한 수험서적이나 특강자료 등을 조사, 수집하여 위 문제편집위원들에게 이를 제공하여 그러한 자료에 수록된 문제와 동일 또는 유사한 문제가 선정, 출제되는 것을 방지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한 과실이 있다 할 것이다.
(2) 그러나 위 피고의 위와 같은 과실과 위 선정자들의 불합격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가의 점에 관하여 살피건대, 갑 25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위 선정자들의 2차 시험 성적이 최하 58.75에서 최고 68.75점 사이에 분포되어 있는 사실은 인정되나, 그것만으로는 위 각 특강문제집에 실린 문제와 동일 또는 유사한 문제를 선정, 출제하지 않았더라면 위 선정자들이 이 사건 시험에 합격하였으리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나머지 점에 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별지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