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취소][미간행]
합병 전 회사의 위반행위를 이유로 합병 후 존속회사에 대하여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하는 경우, 합병 전 회사의 위반행위 후 회사가 합병되었다는 사정 자체가 구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76조 제4항 에서 정하고 있는 감경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주식회사 엘지유플러스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재홍 외 4인)
국방부장관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김완기 외 4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원심은, 합병 전 주식회사 엘지데이콤(이하 ‘엘지데이콤’이라 한다)의 직원이 이 사건 처분의 원인이 된 뇌물을 주는 행위를 한 이후 엘지데이콤이 원고에게 흡수합병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에게 이 사건 처분을 하는 것은 위반행위를 하였던 엘지데이콤의 사업부문을 넘어 원고의 다른 사업부문까지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셈이어서 위반행위와의 엄격한 비례관계가 유지되지 않는다고 볼 개연성이 높다는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합병 전 회사의 위반행위를 이유로 합병 후 존속회사에 대하여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하는 경우에, 그 위반행위 후 합병 전 회사가 합병 후 존속회사에 합병되었다는 사정은 원칙적으로 구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2013. 6. 19. 기획재정부령 제3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국가계약법 시행규칙’이라 한다) 제76조 제4항 에서 정하는 감경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①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 제4항 에서는 ‘각 중앙관서의 장은 부정당업자에 대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경우 자격제한기간을 그 위반행위의 동기·내용 및 횟수 등을 고려하여 별표 2의 해당 호에서 정한 기간의 2분의 1의 범위 안에서 감경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여, 감경사유를 특정하지는 않고 있고, 다만 그 자격제한기간을 감경할 수 있는 요소로 ‘위반행위의 동기, 내용 및 횟수’ 등을 예시하고 있을 뿐인 점, ② 합병 전 회사의 위반행위를 이유로 합병 후 존속회사에 대하여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하는 경우 합병 전 회사의 사업부문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합병 후 존속회사의 전 사업부문에 걸쳐 입찰참가자격이 제한되는 효과가 생기나, 이러한 결과는 회사가 합병된 경우뿐만 아니라 하나 이상의 사업부문을 가지는 회사가 그중 하나의 사업부문에서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의 원인이 되는 위반행위를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발생하는 현상인 점, ③ 합병 전 회사가 위반행위를 저지른 후 합병 후 존속회사에 합병되어, 합병 후 존속회사에 대하여 합병 전 회사의 위반행위를 이유로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하는 경우에도 합병 전 회사의 위반행위의 동기, 내용 및 횟수뿐만 아니라 합병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합병 전 회사와 합병 후 존속회사의 관계, 합병 전 회사와 합병 후 존속회사의 영업 내용의 유사성, 합병 전 회사의 사업부문 매출이 합병 후 존속회사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의 다양한 사정을 합병 후 존속회사에 대한 입찰참가자격 제한기간을 정할 때 그 고려요소로서 참작하여, 처분청이 그러한 사정을 참작한 결과 제한기간을 감경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때에 감경하면 충분한 점 등을 종합하면, 합병 전 회사의 위반행위를 이유로 합병 후 존속회사에 대하여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하는 경우 합병 전 회사의 위반행위 후 그 회사가 합병되었다는 사정은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 제4항 에 따라 자격제한기간의 감경 여부를 결정하는 참작사유에 불과할 뿐이고, 합병되었다는 사정 자체만으로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 제4항 에서 정하고 있는 감경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합병 전 회사의 위반행위 후 그 회사가 합병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 제4항 에서 정한 감경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 제4항 에서 정한 감경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1) 당사자가 부주의 또는 오해로 인하여 증명하지 아니한 것이 분명하거나 쟁점으로 될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명시적인 다툼이 없는 경우에는 법원은 석명을 구하고 증명을 촉구하여야 한다. 만일 당사자가 전혀 의식하지 못하거나 예상하지 못하였던 법률적 관점을 이유로 법원이 청구의 당부를 판단하려는 경우에는 그 법률적 관점에 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하고, 그와 같이 하지 않고 예상 외의 재판으로 당사자 일방에게 불의의 타격을 가하는 것은 석명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위법을 범한 것이 된다(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다50338 판결 참조).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합병 전 회사가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의 원인이 된 위반행위를 한 후 합병 후 존속회사에 합병되었다는 사정은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 제4항 에서 정한 감경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는데, 피고는 원고에게 이러한 감경사유가 있음에도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거나 감경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오인한 나머지 감경하지 않은 채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제1심은 물론 원심 변론종결 시까지도 ‘합병 전 회사인 엘지데이콤에 대한 제재사유를 근거로 합병 후 존속회사인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처분을 할 수 없다’는 점만을 이 사건 처분의 위법사유로 주장하였을 뿐, ‘엘지데이콤의 위반행위를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하는 경우 엘지데이콤이 위반행위 후 원고에 흡수합병되었다는 사정이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 제4항 에서 규정한 감경사유에 해당하는지 및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할 당시 위와 같은 감경사유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거나 감경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오인한 나머지 감경하지 않았는지’(이하 ‘이 사건 쟁점’이라 한다) 등에 관하여는 아무런 주장이나 증명을 하지 않은 사실, 피고 역시 엘지데이콤에 대한 제재사유를 근거로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처분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만 쟁점으로 삼아 다투어, 이 사건 쟁점이 당사자 사이에 전혀 쟁점이 된 바가 없었던 사실, 원심도 이 사건 쟁점에 대하여 피고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거나 석명권을 행사한 바 없었던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원심은 엘지데이콤이 위반행위 후 원고에 흡수합병되었다는 사정이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 제4항 에서 규정한 감경사유에 해당하고,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할 당시 위와 같은 감경사유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거나 감경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오인한 나머지 감경하지 않았다고 인정하여,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당사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법률적인 관점에 기한 예상외의 재판으로서 당사자에게 불의의 타격을 가하였을 뿐 아니라 석명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것이라 할 것이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