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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_flag_2서울고법 1995. 7. 25. 선고 94나15358 판결 : 상고

[손해배상(기) ][하집1995-2, 111]

판시사항

[1] 새로운 불법행위유형의 인정시 고려할 사항

[2] '성적 괴롭힘'의 보호법익과 보호 한계

[3] '성적 괴롭힘'의 요건

[4] '성적 괴롭힘'에 관한 위법성 판단

[5] '성적 괴롭힘'에 의한 손해의 입증책임

[6] '성적 괴롭힘'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가 배척된 사례

판결요지

[1] 이른바 개방적 구성요건의 형태를 취하는 우리 민법 제750조의 체제하에서 법원은 변화하는 현실에 부응하여 새로운 유형의 불법행위를 인정할 수 있으나, 과거에는 인정되지 못했던 새로운 유형의 불법행위를 인정함에는 신중하여야 하며 그렇게 하는 경우에도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라고 하는 법치주의의 법원리를 담보하기 위하여 불법행위로서 법의 제재를 받는 행위의 유형과 범위가 그 수범자로 하여금 쉽게 인식될 수 있도록 명확히 규정됨을 요한다.

[2] 이른바 '성적 괴롭힘'은 헌법상 보장되는 개인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으로부터 연역되는 일반적 인격권의 내용의 하나로서 이른바 성적 자주결정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근로자로서는 성적인 차별을 당함이 없는 근로환경하에서 성적 불쾌감을 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근로자로서의 인격적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개인의 권리는 타인과 더불어 공동사회생활을 하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사회적으로 제한받게 될 뿐 아니라 이러한 개인의 권리가 타인의 권리와 충돌하는 때에는 상호간의 권리 이익이 조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타협과 양보를 양해하지 않으면 안되고, 그러한 조화적 해결을 위하여는 이익형량의 법리가 적용된다. 특히 하나의 공동목적을 위하여 직장이라고 하는 공동의 장에 자신을 입장시킨 개개인은 그 구체적 고용관계 내에서 스스로 개인적 자주결정권이 제한되며,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타인의 행동의 자유가 반대이익으로 등장하게 됨을 인식하여야 한다. 한 직장에서 근로자의 인격권에 대한 침해가 그 침해하는 자 측에서 보아 업무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것이거나 불가피한 것인 때에는 그 근로자는 그 직장을 떠나지 않으려면 또는 그가 그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려면 그 침해를 수인할 의무가 있는 경우도 있다.

[3] 성적 괴롭힘은 직장 내에서 여성의 인간의 존엄에 대한 공격행위를 모두 포괄한다고 할 수 있고 그 위법성의 여부를 판단함에는 당해 성적 언동의 성질이나 그것이 행해진 배경적 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지만 새로이 성적 괴롭힘으로서 법적인 보호를 베풀어야 하는 행위는 다음과 같다. 첫째로 '성적 괴롭힘'은 고용관계와 관련하여 행해진 행위이어야 한다. 둘째로 '성적 괴롭힘'은 성적 행위, 즉 불쾌한 성적 접근에 응하기를 요구하는 행위 기타 성적인 성격을 가지는 일체의 언동을 포함하지만, 그 성적인 성격이 노골적이고 성적인 의도가 분명히 간취될 수 있어야 하며(교육상 또는 직업수행상의 필요에 의하여 행해지는 신체적 접촉 또는 친밀감의 표시나 사회관습상 의례적으로 이루어지는 언동은 이에 해당될 수 없다), 그 행위의 태양은 중대하고 철저한 것이어야 한다. 셋째로 '성적 괴롭힘'은 그 행위 상대방이 원하지 않은 행위이며 그 판단에는 피해자가 실제로 가진 심리적 태도뿐 아니라 행위를 둘러싼 객관적인 정황을 고려하되 현존하는 사회적 편견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게 될 심리적·사회적 피해를 고려하여야 한다. 따라서 진지한 목적을 가진 호소나 권유는 이에 해당하지 않으며, 또 동의를 하였다고 하여 모두 원해진 행위라고 단정될 수 없다. 넷째로 '성적 괴롭힘'에는 고용조건이나 근로환경에 관하여 성을 이유로 한 차별적 취급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위와 같은 성적 행위에 대한 수용 여부에 따라 피해자의 고용관계에 대한 이익이나 불이익이 주어지는 경우(이른바 조건적 성적 괴롭힘)과 성적 행위 자체가 피해자로 하여금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갖게 하여 그의 업무수행이나 근로환경에 부당하고 심각한 불이익을 가져오는 경우(이른바 환경형 성적 괴롭힘)가 있을 수 있다. 성적 행위가 단순한 발언이나 일회적인 거동에 그치는 것으로서 피해자의 고용상의 지위 기타 노동조건에 구체적인 불이익을 가져오지 않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부인된다.

[4] 성적 괴롭힘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현재 피해자의 시각보다 가해자의 시각이 우세하고 여성에 대한 차별적 관행이 만연하고 있는 우리의 사회 사정을 고려하여 사회와 함께 살아가는 남녀의 관계를 공동적 화합관계로 이해하는 건전한 품위와 예의를 지닌 일반 평균인의 입장에서 이를 판단하여야 하며 남녀간의 관계를 투쟁적·대립적 관계로 평가하는 여성주의적 관점만을 표준으로 하는 입장은 배척된다.

[5] 성적 괴롭힘을 원인으로 손해배상을 구함에는 불법행위의 일반원칙에 따라 그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주장·입증하여야 한다. 조건적 성적 괴롭힘에 있어서 해고되었다거나 또는 사직하지 않을 수 없었음이 보복에 기인한 것임을 주장·입증하는 경우에는 손해의 발생이 입증되는 것이지만 이른바 환경형의 성적 괴롭힘에 있어서는 그 자체가 피해자의 업무수행에 부당히 간섭하고 적대적·굴욕적 근로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실제상 피해자가 업무능력을 저해당하였다거나 정신적 안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점을 주장·입증하여야 한다.

[6] 대학교 화학과 실험기기 담당 조교가 담당 교수로부터 환경형 또는 조건적 성적 괴롭힘을 당하였음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를 인정하지 않은 사례.

원고, 항소인 겸 피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시민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김한주외 1인)

피고, 피항소인 겸 항소인

피고 1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완규외 2인)

피고, 피항소인

대한민국외 1인(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재후 외 1인)

원심판결

서울민사지법 1994. 4. 18. 선고 93가합77840 판결

주문

1. 원심판결 중 피고 1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위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원고의 피고들에 대항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1, 2심 모두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및 원고의 항소취지

원심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금 5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소장송달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판결.

피고 1의 항소취지

주문 제1항과 같은 판결

이유

1. 원고의 청구원인의 요지 및 주장사실

가. 원고의 이 사건 청구원인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원고는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화학과에 실험기기 조작담당자로 피용되어 근무하는 도중 위 학과 소속 교수인 피고 1로부터 일정 기간 동안 계속적으로 여려 형태의 성적 괴롭힘을 받았으며 원고가 위 피고의 위와 같은 성적 접근에 응하지 아니하자 위 피고는 원고를 재임용하지 아니함으로써 결국 해고하였으며, 그로 인하여 원고는 프라이버시와 성적 자유를 침해당하였을 뿐 아니라, 일하기 쉬운 직장에서 일할 권리를 침해당하였다.

위 피고의 위와 같은 행위는 민법상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것이고, 원고는 그로 인하여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뿐 아니라 종국에는 직장을 잃게 되는 손해를 입었으므로 그 손해의 배상으로서 금 50,000,000원의 지급을 구한다.

원고는 그와 동시에 이 사건 당시 서울대학교 총장이었던 피고 김종운에 대하여는 피고 대한민국의 피고 1에 대한 대리감독자로서 위 피고의 감독을 소홀히 한 결과 원고에게 위와 같은 손해를 가져오게 했으며, 피고 대한민국은 서울대학교의 설치 운영자로서 위 피고 1 및 피고 김종운의 사용자로서 위 피고 등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 또는 원고와의 근로계약상 성차별 없이 일하기 좋은 근무환경을 조성할 의무를 위반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연대하여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나. 그리고 원고가 피고 1로부터 당하였다고 주장하는 성적 괴롭힘의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원고는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화학과에서 실험기기조작 담당조교로 채용되었는데, 원고가 기기조작을 위한 기술교육을 받기 위해 출근을 시작한 초기부터 피고 1은 기기작동 기술교육을 빙자하여 교육과 무관한 신체적 접촉을 반복 계속하고 산책데이트를 하자고 요구하면서 옷을 피고의 연구실에서 갈아 입으면 된다고 말하거나, 원고의 땋은 머리를 잡아당기며 "누가 이렇게 시골처녀처럼 머리를 땋고 다니느냐", "단둘이서 입방식을 하자"고 말하거나, 원고를 자신의 연구실로 불러 세워놓고 아래 위를 훑어보는 등 지속적으로 이른바 '성희롱'에 해당하는 언동을 하여 원고는 수치심 때문에 몸둘 바를 몰라 하는 등 피고의 언동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고, 심리적 불쾌감과 성적 굴욕감에 시달리면서도 직장 내의 불이익 때문에 즉각적인 거절은 하지 못하고 묵시적으로 거절의사를 표현하였다. 원고로부터 성적 접근을 거절당한 위 피고는 그에 보복하기 위하여 원고의 업무를 방해했으며, 종국에 가서는 원고를 해임하였는데, 그로 인하여 원고는 형언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한다.

2. 이른바 '성적 괴롭힘'의 법적 인식과 대책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에서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이른바 '성적 괴롭힘'에 의해 원고에게 정신적 손해를 가한 것이 불법행위가 된다는 전제하에 원고가 입은 손해의 배상을 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고가 주장하는 바의 위 설시와 같은 성적 괴롭힘의 행위는 종전에 우리의 불법행위법에서는 인정되지 아니하였던 것이므로 그와 같은 성적 괴롭힘이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것인가의 여부 및 그것이 인정되어야 하는 경우라면 그 위법성을 어떠한 행위유형에, 어떠한 범위에서 인정할 것인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가. 여성의 성피해실태와 그 대책

근래 서구의 자유개방적 성문화가 무분별하게 유입됨으로 인하여 한국의 전통적 성윤리의식과 성에 관한 가치기준은 혼란되어 가고 있으며, 그와 동시에 현재 우리 나라에서 여성에 대한 여러 종류의 성적인 가해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전문단체의 조사보고에 의하면 조사대상 여성의 절대 다수가 성적이 이유에서 피해를 당해 경험을 호소하고 있으며, 그 피해는 정신적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이것은 단지 여성주의적인 관점의 문제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사회의 여성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성피해에 대한 대책으로서 현행법은 폭행 협박을 수반하는 이른바 성폭력행위(강간, 강제추행 등)와 고용관계에서 위계 및 위력에 의한 간음을 처벌하고 있으며, 최근에 이르러서는 공중밀집장소에서 추행 및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와 고용관계에서 위계 및 위력에 의한 추행도 처벌하게 되었다(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제11조 참조).

한편 사회·경제적으로 급격한 발전이 실현됨과 동시에 여성의 역할신장과 사회진출이 활발해지고 있으나, 취업여성에 대한 성적 차별은 불식되지 못하고 있다. 그에 대처하기 위하여 남녀고용평등법은 모집채용, 임금, 배치승진, 퇴직 및 해고, 복지후생 등 특정한 노동조건 내지는 행위유형에 관한 차별을 금지의 대상으로 하고 그러한 차별을 없앨 노력 의무를 과하고 있으나, 이러한 현행법상의 제도가 여성에 대한 성차별과 성적 괴롭힘에 대한 대책으로서 충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역사적, 사회적 현실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대책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함을 알 수 있다. 아직 유교의 전통에 따른 가부장적 사회 및 가족질서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욱 억압적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남녀관계에 있어서는 남녀간의 인식차이로 인하여 여러 방면에서 여성의 희생을 강요하는 왜곡된 인습이 지배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더욱이 직장에서는 남존여비의 전통에 터잡은 남성우월의식이나 남성편의주의가 아무런 의심 없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남성들은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성적 놀림과 빈정댐에 습관화되어 있으며, 그들 위주의 이러한 성적 행동이 무미건조한 직장생활에 활력을 고취하고 인간관계에 친밀감을 더해주는 요소가 있다고 오인하고 있다. 남성들이 무위식적으로 또는 대수롭지 않게 하는 행위가 여성에게는 심각하게 근로의욕을 상실시키며 근로환경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또 사회학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생활에 있어서 성적인 행위가 갖는 의미는 남성과 여성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고 한다. 남성의 경우 이성과의 관계는 주로 성적 본능에 의해 지배되는 반면, 여성에 있어서는 그러한 성적인 것 보다는 존경심과 친밀감의 공유라고 하는 인간적 연계를 중시하는데, 이러한 차이는 남녀간의 일상적인 접촉에서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한다. 남성은 여성을 성적 표현과 지배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대하는 한편 친절하고 따뜻하게 반응하는 여성에 대하여 성적 친밀감을 표시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예컨대 남성들은 단순한 우호적 관계를 원하는 여성에 대하여 성적 관계를 원하는 것으로 오해하는가 하면, 여성의 침묵을 동의로 보거나, 여성으로부터의 단순한 관심표시를 자기에 대한 성적 유혹이라고 보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고 한다.

이와 같이 남녀간의 인식이 엇갈리는 영역에 성적 괴롭힘이 방관되고 자행되는 문제영역이 존재한다. 특히 직장 내 성적 괴롭힘은 빈번하고 여성에 대해 심각한 성적 억압으로 작용하고 있음에도 그에 대한 법적 구제는 인정되지 아니하여 법의 사각지대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법적으로 대처하고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논의되고 있는 것이 이른바 직장 내의 '성적 괴롭힘'의 유형을 불법행위로 인정하자는 주장이다.(이 유형의 불법행위는 원래 미국에서 직장 내의 성차별금지의 한 유형으로서 판례상 전개된 'sexual harassment'의 이론을 본받은 것으로서 우리 나라에서는 최근에 이를 '성희롱'이라고 칭하고 있는데, 그 말은 본래의 의미와 부합하지 아니하여 오해를 유발하고 있으며, 논자에 따라서는 이를 '성적 공격', '성적 모욕' 또는 '성적 성가심'이라고 부르기도 하나, 당원은 이를 '성적 괴롭힘'이라고 고쳐 부리기로 한다.)

당원은 위에서 본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직장 내의 '성적 괴롭힘'을 불법행위의 새로운 유형으로서 받아들이기로 하고, 그 행위유형을 특정 명확화하기 위하여 그 법적인 개념과 위법성의 요소를 규정해 보기로 한다.

나. 고용관계상의 성적 괴롭힘

(1) 불법행위의 위법성

현대의 법치주의의 법원리에 의하면 불법행위로서 법의 제재를 받는 인간의 행위는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그리고 그 행위의 징표 내지 유형이 그 수범자로 하여금 명확히 인식케 할 수 있도록 명문으로 규정될 것을 요한다. 물론 우리 민법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여(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개방적 구성요건의 형태는 변화하는 현실에 부응하여 새로운 유형의 불법행위를 수용할 수 있어 불법행위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데에는 장점이 있으나, 개개의 시민으로 하여금 구체적으로 어떠한 불법의 유형이 제재의 대상이 되는가에 대하여 알게 하는 행위규범으로서의 기능은 현저히 감퇴되어 있다.

현행법상 형사적으로 처벌되는 행위가 위법성을 띠게 되고, 그러한 행위로 인하여 재산적, 정신적 손해를 받은 피해자가 민사소송으로써 그 배상을 구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원고 주장과 같은 행위유형은 현행법상 법적인 금지의 대상으로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는 않으며, 이와 같이 과거에는 인정되지 못하였던 새로운 유형의 불법행위를 인정함에는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고 하여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유형의 불법행위는 행위의 예측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법적으로 금지되는 행위의 한계가 명확히 규정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불법행위의 책임범위의 부당하게 확대될 우려가 있고, 그것은 오히려 성적 괴롭힘을 인정하려는 본지에 역행하게 될 수도 있다.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으로서 관건이 되는 것은 문제되는 가해행위가 위법성을 갖느냐의 여부에 있다고 할 것이고, 여기서는 '성적 괴롭힘'으로서 어떠한 행위에 대하여 위법성을 인정할 것인가가 문제로 된다. 통설적 입장에 의하면 불법행위의 위법성은 피침해이익(즉, 침해된 보호법익)과 침해행위의 태양을 상관적,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한다.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성적 괴롭힘에 있어서는 그로 인하여 침해되는 보호법익이 무엇인가, 그것이 어떻게 침해되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2) 보호법익

원고 소송대리인들의 주장에 의하면 이 사건 성적 괴롭힘으로 인하여 원고는 이른바 성적 자주결정권을 포함한 인격권을 침해당함과 동시에 원고는 피고 1의 성적 접근행위를 거부함으로 인해 재임용을 거부당함으로써 결국 노동의 권리를 침해당하였다고 한다. 즉 성적 괴롭힘 행위는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헌법 제10조), 법앞의 평등(헌법 제11조 제1항), 사생활의 보호와 자유(헌법 제17조), 근로의 권리(헌법 제32조 제1항), 여성의 근로에 대한 특별한 보호(헌법 제32조 제4항),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근로조건의 기준(헌법 제32조 제4항) 등을 정한 헌법 규정과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및 우리 나라가 가입비준한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폐에 관한 협약" 제2조에 위반하는 행위로서 위 법조 등에서 확인되고 있는 불가침의 기본권을 향유하며 주체적으로 자기의사를 결정하고 독립된 인격을 가지고 원고의 인격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이고, 피고는 원고의 인격을 손상하여 그 감정을 해하고 원고가 인격적이고 쾌적한 직장환경에서 일할 이익을 해쳤을 뿐 아니라 결국 재임용거부로써 해고하는 불이익을 가한 것으로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책임을 면치 못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들 소송대리인은 개인의 인격권이 보호되어야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타인의 인격권과의 관계에서 제한되는 것이며, 양자의 권리가 충돌하는 경우에는 이익형량에 의해 위법성 여부를 정하여야 할 뿐 아니라 피고의 행위는 직장관계에서 원고의 업무수행에 필요한 기술교육을 행함에 있어서 업무수행상 불가피하게 일어난 것이거나, 직장 내에서 행해진 친밀감의 표시였거나 또는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수인한도 내의 것이어서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아니하며 따라서 위법성이 없다는 취지로 다툰다.

생각건대 각인은 헌법상 보장되는 개인의 존엄권과 행복추구권으로부터 연역되는 사법상의 권리로서 일반적 인격권을 가지며, 그 내용의 하나로서 이른바 성적 자주결정권을 가질 뿐 아니라 근로자로서는 성적인 차별을 당함이 없는 근로환경하에서 성적 불쾌감을 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근로자로서의 인격적 이익을 갖는다고 할 수 있으므로 성적 괴롭힘은 근로자로서의 근로의 권리와 성적 자주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성적 자주결정권을 보호하는 현행법의 규정으로서는 일반적인 관계에서 폭행 협박을 수반하는 이른바 성폭력행위(강간, 강제추행 등)와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및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 있고, 고용관계에서는 위계 및 위력에 의한 간음과 함께 위계 및 위력에 의한 추행도 처벌하는 규정이 있다(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제11조 참조). 그러나 여기서 성적 괴롭힘이라고 하는 새로운 법적 개념으로써 불법행위제도에 의해 민사적인 관계에서 보호하려는 성적 자주결정의 자유는 고용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일체의 성적 행위를 대상으로 한다. 그러므로 그 대상에는 폭행 협박을 수반한 것이거나 위계나 위력에 의한 경우뿐 아니라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여성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공격하는 중대하고 철저한 성적 행위가 모두 포괄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의 권리는 타인과 더불어 공동사회생활을 하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 안정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제한받게 될 뿐 아니라(헌법 제37조) 이러한 개인의 권리가 타인의 권리와 충돌하는 때에는 상호간의 권리이익이 조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타협과 양보를 양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한 조화적 해결을 위하여 이익형량의 법리가 적용되게 됨은 물론이다.

특히 하나의 공동목적을 위하여 직장이라고 하는 공동의 장에 자신을 입장시킨 개인은 그 구체적 고용관계 내에서 스스로 개인적 자주결정권이 제한되며,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타인의 행동의 자유가 반대이익으로 등장하게 됨을 인식하여야 한다. 한 직장에서 근로자의 인격권에 대한 침해가 그 침해하는 자 측에서 보아 업무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것이거나 불가피한 것인 때에는 그 근로자는 그 직장을 떠나지 않으려면 또는 그가 그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려면 그 침해를 수인할 의무가 있는 경우도 있다.

(3) 행위유형-'성적 괴롭힘'의 법적 정의

일반적으로 보아 직장 내에서 여성의 인간의 존엄에 대한 공격은 모두 위법한 것으로 법에 의해 제재되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데, 이러한 행위의 대부분은 이미 형사적으로 처벌되거나 불법행위가 구성되는 것으로 다루어지고 있으므로 새로이 성적 괴롭힘으로서 법적인 보호를 베풀어야 하는 것이 어떠한 행위인가를 고찰해야 할 것이다.

그 위법성의 여부를 판단함에는 당해 성적 언동의 성질이나 그것이 행해진 배경적 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지만, 개별적 사례의 사실관계에서 구체적 기준이 되는 요소를 객관화 명확화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성적 괴롭힘'은 고용관계와 관련하여 행해진 행위이어야 한다. 그 행위의 주체는 피해자에게 영향력 있는 직장의 상급자와 직원간의 관계에서 뿐 아니라 동료간의 관계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

둘째로 '성적 괴롭힘'은 성적 행위, 즉 불쾌한 성적 접근에 응하기를 요구하는 행위 기타 성적인 성격을 가지고 일체의 언동을 포함한다. 다양한 종류의 언동이 거론될 수 있지만, 여기서 정의되는 법적인 성적 괴롭힘은 그 성적인 성격이 노골적이고 성적인 의도가 분명히 간취될 수 있어야 한다. 교육상 또는 직업수행상의 필요에 의해 행해지는 신체적 접촉 또는 친밀감의 표시나 사회관습상 의례적으로 이루어지는 언동은 이에 해당될 수 없다. 또 그 행위의 태양은 중대하고 철저한 것이어야 한다.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집요하게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성적 언동이 그러한 것이다. 피해자가 당한 경미하고 사소한 사항을 불법행위로 인정하는 경우에는 그와 함께 활동하는 자의 행동의 자유를 부당히 제한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로, '성적 괴롭힘'은 그 행위 상대방이 원하지 않은 행위이다. 원하였는가의 여부는 구체적 사례마다 피해자가 실제로 가진 심리적 태도에 의존하는 것이지만 그것만이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그 판단에는 행위를 둘러싼 객관적인 정황을 고려하되, 현존하는 사회적 편견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게 될 심리적, 사회적 피해를 고려하여야 한다. 따라서 진지한 목적을 가진 호소나 권유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 동의를 하였다고 하여 모두 원해진 행위라고 단정될 수 없다. 성적 수치심 때문에 또는 좋지 않은 소문을 미연에 막기 위하여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반발의 반응을 보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동의 하에 성적 호의가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계속적으로 그러한 관계가 요구되는 경우에는 그 거부로 인하여 결과될 불이익 때문에 거부할 수 없는 사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로 '성적 괴롭힘'에는 고용조건이나 근로환경에 관하여 성을 이유로 한 차별적 취급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위와 같은 성적 행위에 대한 수용 여부에 따라 피해자의 고용관계에 대한 이익이나 불이익이 주어지는 경우(이른바 조건적 성적 괴롭힘)와 성적 행위 자체가 피해자의 근로조건을 변경하고 굴욕적인 근로환경을 조성하게 되는 경우(이른바 환경형 성적 괴롭힘)가 있을 수 있다. 전자는 성적 행위에 대한 거절로 인하여 해고나 승진거절 등 고용상의 차별적 처우를 가져오는 경우이고, 후자는 성적 행위 자체가 그 피해자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품게 하여 그의 업무수행이나 근로환경에 부당하고 심각한 불이익을 가져오는 경우이다. 성적 행위가 단순한 발언이나 일회적인 거동에 그치는 것으로서 피해자의 고용상의 지위나 기타 노동조건에 구체적인 불이익을 가져오지 않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부인된다.

(4) 판단기준

앞서 본 바와 같이 위법성의 여부를 판단함에는 당해 성적 언동의 성질이나 그것이 행해진 배경적 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본 위법성의 제 요소를 판단함에 있어서 누구의 관점에 의할 것인가가 논란되고 있다. 원고측은 주로 피해자의 입장에 있는 여성만의 독특한 경험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그 판단기준으로서 피해자학의 관점에서 합리적 여성이 생각하는 바에 따를 것을 주장한다. 전문적 조사에 의하면 남자들은 장난삼아 별 생각 없이 여성에게 성적인 농담을 하거나 신체에 접촉하는 행동들을 하지만, 여성들은 무심코 던진 돌에 연못의 개구리가 죽는 것처럼 그로 인하여 심각한 피해를 느끼게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현재 우리의 사회에는 피해자의 시각보다 가해자의 시각이 우세하고, 여성에 대한 차별적 관행이 만연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남성위주의 편견이 일반화된 입장을 취한다면 여성의 체계적 경험은 무시되고 이러한 차별적 현상을 시정할 기회는 부인될 우려가 있다. 그러나 남녀간의 관계를 투쟁적, 대립적 관계로 평가하는 여성주의적 관점만을 표준으로 삼을 수는 없고,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남녀의 관계를 공동적, 화합적 관계로 이해하는, 건전한 품위와 예의를 지닌 일반 평균인의 입장에서 이를 판단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렇다면 성적 행위가 빈번하고 흔한 일이어서 일반화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는 정당화될 수는 없게 된다.

(5) 손해의 발생

성적 괴롭힘을 원인으로 손해배상을 구함에는 그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주장·입증하여야 한다. 조건적 성적 괴롭힘에 있어서와 같이 해고되었다거나 또는 사직하지 않을 수 없었음을 주장·입증하는 경우에는 손해의 발생이 명백하다. 그러한 경우에는 고용계약의 효력지속을 이유로 해고시점 이후 복직시까지의 임금을 청구할 수 있고 그럼에도 전보받지 못한 손해 예컨대 신체적,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에 대하여는 이를 입증하여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밖에 단지 근로환경을 변경시키는 이른바 환경형의 성적 괴롭힘에 있어서는 그 자체가 피해자의 업무수행에 부당히 간섭하고, 적대적, 굴욕적 근로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실제상 피해자가 업무능력을 저해당하였다거나 정신적 안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점을 주장·입증하여야 한다. 일반적 법리에 의하더라도 위자료청구를 위해서는 단지 개인적으로 분노, 슬픔, 울화, 놀람을 경험했다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그것을 넘는 중대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점에 관하여 주장·입증하여야 한다.

다. 소결론

이상에서 법적인 성적 괴롭힘의 개념과 그에 대한 법적 구제책에 관하여 살펴보았으나,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는 그에 수반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주의 역시 필요하다.

첫째로, 성이 인간의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고 기본적인 에너지원이라고 하는 인식을 제쳐둔다고 하더라도, 남녀관계를 적대적인 경계의 관계로만 인식하여 그 사이에서 일어난 무의식적인 또는 경미한 실수를 모두 법적 제재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주장에는 경계하여야 한다. 그렇게 되면 남녀간의 모든 접촉의 시도는 위축되고 모든 남녀관계가 얼어붙게 되어 활기차고 정열적인 남녀관계의 자유로움과 아름다움이 사라지게 될 우려가 있다. 그것은 남성에게 뿐 아니라 여성에게도 불행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둘째로, 성적 괴롭힘은 일반적으로 남녀간의 은밀하거나 사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러한 관계가 법적인 개입의 대상으로 된다는 것은 간섭 없이 자유로워야 할 사생활 등 개인의 사적인 영역이나 사인간의 관계에 증거조사 등을 위해 국가의 공권력의 개입을 부르게 된다는 점에서 주의를 요한다는 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마음을 튼 남녀간의 성적, 애정적 관계가 일방의 배신으로 만천하에 공개되고 그에 연루된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되는 상황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 새로운 불법의 유형을 인정하여 불법행위제도를 운영함에 있어서 간과하여서는 안 될 점이라고 생각된다.

셋째로, 전술한 바와 같이 성에 관한 관념은 남녀간에 상당한 편차를 보이고 있고 이러한 남녀간의 인식차이를 시정하는 사회적, 법적 노력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그 뿐 아니라 여성의 입장에서도 원하지 않는 성적 접근을 대하였을 때 이를 명백히 표시하여야 하며, 그러한 노력이 여성의 지위를 스스로 보호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을 의식하여야 한다.

3. 피고 1에 대한 청구

위와 같은 입장에서 다음에서는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피고 1의 비위행위가 인정되는가, 인정된 사실이 과연 위법한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하는가를 살펴보기로 한다.

가. 원고의 주장사실과 당원이 인정하는 사실

(1) 기기교육에 즈음한 신체접촉행위

①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 1이 1992. 6. 5.경부터 2 내지 3주간 주로 오전 09:00부터 10:00까지 사이에 서울대학교 23동 108호 엔엠알기기실에서 위 기기 조작방법을 교육한다는 구실로 원고의 등 뒤에서 포옹하는 듯한 자세로 원고 앞의 컴퓨터 자판을 치면서 그의 가슴을 원고의 등에 의도적으로 접촉하고, 원고의 어깨나 등에 손을 올려놓거나 쓰다듬기도 하고, 원고가 기기를 작동하고 있을 때 옆에 있다가 교육을 한다는 구실로 원고의 팔을 손으로 잡기도 하고 의도적으로 신체의 일부분을 원고에게 접촉시키는 등의 행위를 20 내지 30차례 자행해 왔다고 주장한다.

② 인정되는 사실

살피건대 뒤에서 적시하는 증거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원고는 1992. 4.경 피고 1로부터 엔엠알기기 담당 조교 선발을 위한 면접 및 기기조작 테스트를 받고 같은 해 5. 29.부터 위 엔엠알기기실에 출근하여 위 기기의 관리 및 조작에 관한 교육을 받는 한편 선임 조교들의 도움을 받아 실제로 시료측정을 하기도 하는 등 업무를 수행하여 오다가, 같은 해 8. 10.자로 서울대학교 총장으로부터 임기 1년의 위 엔엠알기기 담당 유급조교로서 정식 임용되었다. 원고는 대학원생신분의 조교가 아니라 학과의 업무와 학부과정의 전공실험실습을 담당하는 전문 사무보조원이었다.

위 엔엠알기기 담당 조교는 위 기기를 이용한 실험결과를 필요로 하는 교수 및 학생들로부터 실험의뢰를 받아 시료를 측정한 후 그 결과를 의뢰인에게 통보하여 주는 것을 그 주된 임무로 하고, 달리 특정의 학문적 연구에 종사하는 것을 그 임무로 하지는 않았다. 다만 위 엔엠알기기의 원활한 관리 및 조작을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 위 기기의 작동원리와 방법 등에 관하여 교육을 받고 이를 숙지하는 것이 필요했다.

피고 1은 원고가 엔엠알기기 담당 조교로서의 업무를 시작하던 초기인 같은 해 6.경에는 소외 1로 하여금 원고에 대한 기기작동의 원리 및 방법에 관한 교육을 담당하도록 지시하였고, 같은 해 7.경부터는 소외 2로 하여금 위 교육을 담당하도록 하였다.(원고는 그가 위 성적 괴롭힘을 당하였다고 하는 기간 중 시종 위 피고가 직접 원고의 기술교육을 담당하였고 소외 1이 원고를 교육한 것은 1992. 6.초까지였다고 하나, 원고에 대한 직접 교육은 소외 조교들이 담당하였고, 위 피고는 단지 수시로 들러 시정 또는 교정해 주었을 뿐이다.)

위 피고는 기기 전담 조교의 교육을 비롯하여 기기가 정상적으로 가동되도록 관리할 책임이 있었으므로 자주 기기실에 들러 원고와 기타 대학원생들이 작동시에 미숙한 점이 있으면 교정하고 교육하는 일이 있었다. 기기가 소재한 장소는 비좁았고 기기를 조작하려면 키보드에 명령어를 입력하거나 40여 개에 이르는 조정버튼을 조작하여야 하므로 기기조작을 가르치거나 교정하기 위해서는 기기에 접근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 과정에서 피고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기기작동자의 몸에 접촉하게 되는 일이 빈번하였다.

위 피고는 기기관리감독차 자주 공동기기실을 들렀는데, 그 중 수차례에 걸쳐 엔엠알기기 조작을 위하여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원고의 의자 옆 또는 뒤에 접근하여 잘못을 시정해주기 위하여 팔을 뻗쳐 원고 앞의 컴퓨터 자판을 치거나 말하는 도중에 원고의 어깨, 등 손에 피고의 손이나 팔이 접촉하게 되었다.

위 피고의 이러한 행동들이 원고로서는 불쾌하고 곤혹스러운 것이었으나 이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거부의 의사를 표시한 바는 없었고(원고는 피고의 위와 같은 신체 접촉행위를 피하려고 여름에도 사무실에서 긴팔 옷을 입고 있었다고 주장하나 위 공동기기실은 기기의 정상작동을 위하여 냉방이 가동되고 있었고 원고의 전임 조교들도 긴팔옷을 입고 근무하였다), 다만 원고가 차츰 기기조작에 익숙해지고 교육의 필요가 적어지면서 위 피고의 위와 같은 행동들도 계속되지 않았다.

(2) 기타 성적 행위

원고는, 피고 1은 1992. 6.경부터 8.경까지 사이에 서울대학교 23동 108호 앞 복도 등에서 원고와 마주칠 때면 의도적으로 원고의 등에 손을 대거나 어깨를 잡는 경우가 많았고, 같은 해 8.경에는 22동 309호실 실험실에서 "요즘 누가 시골 처녀처럼 이렇게 머리를 땋고 다니느냐,"고 말하면서 원고의 머리를 만지기도 하고, 원고가 정식 임용된 동년 8. 10.경 단둘이서 입방식을 하자고 제의하기도 하고, 같은 무렵 23동 4층 교수 연구실에서 원고를 심부름 기타 명목으로 수시로 불러들여 위아래로 훑어 보면서 몸매를 감상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기도 하였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뒤에서 당원이 채용하는 증거와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대체로 원고 주장과 같은 피고의 언동이 인정되나, 그 언동은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성적 괴롭힘에까지 이르는 심하고 철저한 것은 아니었다.

(3) 산책제의 등의 행위

원고는, 피고 1이 1992. 10.경 자신이 사용하던 의자가 두동강이 나서 이를 고치러 간다는 명목으로 원고에게 교내 목공소까지 동행을 요구하여 함께 목공소로 가던 중 원고에게 관악산에는 조용한 산책길이 많은 데 점심 먹고 함께 산책을 가자고 제의하면서 옷차림이 불편하면 피고의 연구실에 청바지랑 운동화랑 가져다 놓고 갈아 입으면 된다는 취지의 얘기를 하였고, 이에 원고가 그 자리에서 명확하게 싫다고 거절의 뜻을 표시하자 위 피고는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었고, 이후 원고에 대한 태도가 돌변하였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원고가 그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로서 제시하는 증거들은 뒤에서 배척하는 바와 같이 대부분 원고 자신의 진술이나 원고의 진술을 전문한 일방적 증거들일 뿐 아니라 을 제21호증(진술서)의 기재에 의하면 위 피고가 사용하는 의자에는 두동강이 나서 수리를 받은 흔적이 없고 위 피고와 원고가 함께 수리를 위하여 목공소에 들린 일도 없는 점, 교수의 지위에 있는 위 피고가 의자의 고장을 수리하기 위해 스스로 이를 들고서 목공소까지 갔다는 것은 경험칙상 믿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위 증거들은 선뜻 이를 믿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

(4) 원고에 관한 성적 추문의 존부

원고는 피고 1의 위와 같은 언동이 성적 괴롭힘을 구성한다는 점을 뒷받침하기 위한 증빙사실로서 위 피고가 전임 조교 소외 3과 직원이었던 소외 4에 대하여도 기기교육을 빙자한 신체접촉행위와 산책동행을 요구하는 등 성적 접근을 시도하였고, 그 밖에 제자인 소외 5, 소외 6과의 사이에서도 불미스런 추문이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원고의 위 주장사실은 그 자체로부터 보아 위 피고와 소외인들간의 극히 내밀한 사생활을 이루는 성적인 관계를 내용으로 하고 있음이 명백하다. 그리고 위와 같은 성적 추문이 진실이라 하더라도 위 사실은 내밀한 성적 영역이 비밀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는 소외인들의 동의가 명백히 제시되지 않는 한, 또는 그들간의 성적 관계가 범죄로 되어 공식적인 제재를 받게 된 사정이 나타나지 않는 한 원고와 위 피고간의 사법적 관계를 다루는 당원이 그 존재 여부에 대하여 조사하거나 개입함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인바, 원고가 위 주장사실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제시하는 증거 중 소외 3 및 소외 4의 진정서(갑 제6호증의 2 및 제8호증) 등은 위 소외인들이 날인하였다고는 하나 모두 원고 자신이 작성하여 제출한 것으로서 변론의 전취지에 비추어보면 원고의 의도적인 기술이 가미된 것이어서 그 기재 전부를 사실로 받아들일 수 없고, 그 밖에 소외 5 및 소외 6과의 관계는 단순한 소문에 불과하여 원고의 주장사실을 섣불리 인정할 수도 없다.

(5) 원고에 대한 업무간섭 및 보복해고 여부

①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 1이 1992. 10.경 산책제의를 하였다가 원고로부터 명시적인 거부를 당하자 종래의 호의적인 태도에서 돌변하여 업무상 부당한 간섭과 불리한 조치로서 정상적인 업무처리를 방해하다가 결국에는 원고에 대한 재임용추천을 거부하고 사실상 해임하였다고 주장한다.

② 원고의 근무태도와 피고의 감독상 조치

살피건대 뒤에서 당원이 믿는 증거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되고 뒤에서 설시하는 당원이 믿지 않는 증거 이외에는 다른 반증이 없다.

원고가 담당하는 엔엠알기기는 종래부터 학생들이 위 기기를 직접 사용하여 시료측정을 하는 것은 제한되어 왔고 원칙적으로 위 기기 담당 조교가 학생들의 신청을 받아 시료 측정을 하여 주도록 하되, 다만 피고 1 실험실 소속 대학원생들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위 기기 담당 조교를 거치지 않고 직접 위 기기를 사용하여 시료측정을 하는 것이 허용되어 왔다.

그런데 원고가 위 엔엠알기기 담당 조교로서 근무를 시작한 이래 변리사시험을 준비중이었던 원고의 근무태도와 관련하여 위 기기를 이용하는 대학원생들로부터 원고가 평소에 제자리를 잘 지키지 않으며 측정의뢰를 해도 제때에 스펙트럼을 찍어주지 않는다는 등의 불만이 있어 왔다. 원고가 정상 근무한 1992. 10.부터 1993. 5.까지 시료처리량은 106개 내재 200개였는데, 가장 많은 작업을 한 달에도 하루처리량은 8개에 불과하여 실질적 근무시간은 3시간 가량에 불과하였음에도 학과에서 의뢰된 시료처리를 원고가 2-3일간 지체시켜 대학원생들로부터 불만을 사게 되었다.

특히 원고와 위 기기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대학원생들과의 사이에는 위 기기의 사용시간 등의 문제로 충돌이 잦았고, 실험실 선임자와 기기 사용문제로 언쟁을 벌리는 등 인화관계에 문제를 드러내었고 화학과에서 위 피고의 지도 아래 박사 과정을 이수한 소외 2와 한 패가 되어 소외 7을 위시한 대학원생들과 대립하였기 때문에 이들의 감정대립으로 인하여 실험실의 연구분위기는 저해되었다.

1993. 3.경에 이르러 피고 1 지도하의 대학원생들이 늘어나고 다른 실험실에 있던 동종의 엔엠알기기가 고장으로 가동이 중단되어 원고가 담당하던 엔엠알기기의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위와 같은 불만과 갈등은 더욱 증폭되었다. 이에 위 피고는 위 기기사용을 둘러싼 위와 같은 분쟁의 원인이 원고의 근무태만과 독선적인 기기운영에 있다고 판단하고 원고에서 위 엔엠알기기의 사용에 있어서 위 피고 지도하에 있는 대학원생들도 배려하고 그들과 원만히 지낼 것을 지시하였다. 아울러 위 피고는 종전에 원고의 편의를 고려하여 대학원생들과 함께 지낼 수 있도록 22동 309호 실험실에 제공되었던 책상의 사용을 금지하고 원래 원고의 근무위치인 23동 108호 엔엠알기기실에서 근무하도록 지시하였다.

위 피고의 이러한 조치들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엔엠알기기 운영을 둘러싼 화학과 내에서의 불만과 갈등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러한 다툼은 전임자 근무시에는 없었던 일이다.

또 1993. 5.경에는 화학과 유기공동기기실에 새로운 실험기기를 설치함에 있어서 당시 위 피고는 예산절감을 위하여 대학원생들과 함께 직접 위 공사에 참여하여 기기설치대 교체작업과 냉동기 설치작업 등을 2주간 가량 계속하였는데, 원고는 위 작업이 계속되는 동안 위 공동기기실의 업무가 자신의 업무와는 무관함을 이유로 수수방관하고 전혀 협조를 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위 피고로부터 책망을 들은 사실이 있었다.

③ 원고의 재임용탈락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원고는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화학과에 유급조교의 형태로 취업하게 되었고, 실제로는 1992. 5. 29.부터 위 기기조작을 위한 교육을 받아오다가 동년 8. 10. 정식으로 임용되었는데 그 임용기간은 임용규정상 1년간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교육공무원임용령(대통령령 제4303호) 제5조 제2항 및 제3항에서 정한 1년간의 임용시한에 따라 원고는 1993. 8. 31. 자동면직되게 되었다.

교육공무원임용령(대통령령 제4303호) 및 서울대학교 전임교수 및 조교임용규정(제849호)에 의하여 유급조교의 임용은 해당 학과의 학과장이 학과 내에 공고하거나 학과 교수의 추천을 받아 교수회의의 동의를 얻어 학장에게 추천하고 대학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총장이 임용도록 되어 있고, 임용기간이 만료된 조교는 자동면직되나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학과장이 학과교수회의의 동의를 얻어 재추천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와 같이 엔엠알기기 유급조교는 1년을 임기로 하여 임용되고 달리 재임용을 받지 못하면 위 임기만료와 함께 자동으로 퇴직하게 되는데, 지난 10년 동안 서울대학교 화학과 소속 유급조교로 임용되었던 65명의 경우 그 임용기간은 대부분 1년이었고 1년 6개월 이상 근무한 자는 2명에 불과하였다. 원고로서도 재임용을 받기 위하여는 학교당국으로부터 그 능력이나 업무수행실적을 인정받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가능했던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임기만료와 동시에 자동 퇴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근무태도로 인한 불만과 갈등 때문에 위 피고는 원고의 재임용을 추천하지 않았으며, 1993. 6. 15. 화학과 교수회의에서는 원고를 재임용하지 아니하고 새로이 후임조교를 임용하기로 결정되자, 같은 해 6. 25. 위 피고는 원고에게 교수회의의 결정사항을 전달하고, 후임조교의 업무교육이 시작되므로 더 이상 출근할 필요가 없으며, 엔엠알기기도 더 이상의 사용을 중지할 것을 지시하였다.

(6) 그 후 제소에 이르기까지의 사정

재임용을 바랐던 원고는 피고 1로부터 출근을 그만두라는 통고를 받은 직후 강력하게 반발하였고, 1993. 7. 2. 위 피고의 일방적이고도 갑작스런 해임조치가 부당하다는 내용의 서신 및 탄원서를 작성하여 위 피고와 화학과 소속 조교 및 대학원생들에게 배포하고, 같은 해 7. 8.에는 서울대학교 총장 및 화학과장 앞으로 재임용하여 줄 것을 요구하는 소원장을 제출하였다. 이어 원고는 7. 10. 과 7. 12. 학과 교수인 소외 이은과 학과장 소외 최명언에게 위 피고가 전임자인 소외 3을 성추행했다는 소외 3의 진정서를 보이면서 원고의 재임용을 강력히 요구하였다. 그러나 화학과 교수들은 위 피고의 성적 괴롭힘 문제와 원고와 재임용문제는 별개의 문제라는 인식 아래 원고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원고는 다시 같은 해 7. 15. 위 피고에게 원고를 조교로 재추천할 수 없는 이유를 서면으로 통지해 줄 것을 요구하고 만일 답변이 없을 경우 대자보를 게시하여 조교의 임용에서 해임에 이르기까지의 전과정을 폭로하겠다는 내용의 통고서를 우송하였다. 원고는 이어 같은 해 7. 23. 서울대학교 총장 피고 김종운 앞으로 원고의 재임용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우편으로 발송하고, 다시 7. 27.에는 총장에게 피고 1이 엔엠알기기 교육을 빙자하여 원고의 등을 어루만지고 쓰다듬는 등 추행을 하고 함께 산책을 할 것을 요구하는 등 성적 접근을 시도하였으며 원고가 이를 거절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업무수행을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하더니 결국 출근을 중지시키고 재임용을 거부하였다는 내용의 진정서와 함께 이에 덧붙여 전임조교인 소외 3 역시 근무기간 동안 위 피고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소외 3 명의의 진정서(위 진정서는 위 소외 3의 이야기를 듣고 원고가 작성한 것이었는데, 소외 3은 자기 명의의 위 진정서를 원고가 사용하는데 동의하지 않았다)를 동봉하여 제출하였다.

학교당국을 상대로 한 위와 같은 호소가 아무 성과 없음을 알게 된 원고는 소외 2의 도움을 받아 학생회와 여성단체에 호소하기로 마음먹고 그가 작성한 진정서와 위 소외 3의 진정서를 보이며 억울함을 호소하였다.

학생회는 원고가 제출한 진정서 사본을 검토하고 원고를 만나 그 진술을 들은 후 같은 해 8. 24.에는 위 피고가 성적 접근을 거절한 조교에 대한 보복으로 재임용을 거부하였다는 내용과 함께 위 피고와 전임 여조교 등과의 추문을 공개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게시하였다. 이어 계속 게시된 대자보에는 피고가 공금을 횡령하고 제자의 논문을 도용하여 연구비를 신청하였다는 사실이 공개되었고 피고는 파렴치한 교수로 매도되었다(위 소외 2는 위 피고의 공금횡령사실과 논문도용사실에 관하여 국회 문공위와 감사원에 투서하였으나 조사결과 허위로 판명되었다.) 위 대자보게시에 즈음하여 서울대학교에는 위 피고가 이혼하고 두 번째 부인과 산다느니 별거중이라느니 하는 등의 소문이 유포되고 있었다.(이 소문은 모두 허위로 밝혀졌다.)

원고가 위 진정서를 대자보로 공개한 시점을 시작으로 언론매체는 이를 교수의 여조교에 대한 성추행사건으로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사작하였다. 그와 동시에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와 학생연합단체들은 위 사건을 쟁점화하기 위해 "서울대 조교 성희롱사건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대학원 자치회 협의회의 진상조사를 거친 후(그 조사과정에서 원고를 제외한 4인의 피해여성 중 소외 4를 제외하고는 직접 만나 조사한 일이 없고 원고의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이어 "서울대 대책위신문"등 수많은 유인물을 제작 배포하거나 대자보를 게시하면서 원고의 일방적 주장을 확인된 사실인 것처럼 공표하였고, 피고 1의 실명이 쓰여진 현수막을 걸거나 연극제와 서명운동을 벌이며 위 피고와 학교당국을 비난하면서 학생집회와 시위를 계속하였다. 그 과정에서 위 피고의 해명은 무시되고 위 피고의 전직 여조교들과의 불미스런 풍문을 앞세운 원고측의 일방적 주장만 채용되었다. 심지어 위 운동에 가담한 학생들은 위 피고의 강의실에 몰려와 피고 1의 퇴진을 요구하며 강의를 방해하였고, 1994학년도 입학식에서는 성희롱교수에게서는 절대로 수업을 받을 수 없다는 취지로 시위하였다.

원고는 1993. 7. 8. 한국성폭력상담소에 전화상담을 하였고, 같은 해 8. 26. '여성의 전화'라는 여성단체를 방문하여 대응방법을 조언받은 적이 있었는데, 같은 해 9. 10.을 전후하여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소위 '서울대 성추행사건'을 여성권익옹호라는 차원에서 서울대총학생회와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원고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하였다. 원고는 같은 해 10. 18. 드디어 피고 1을 상대로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7) 증 거

① 위 사실인정을 위해 당원이 믿은 증거는 다음과 같다.

갑 제1호증의 1(소원장), 갑 제2호증의 1(소원장), 갑 제3호증(통고서), 갑 제4호증의 1(탄원서), 갑 제5호증의 1(질의서), 갑 제6호증의 1, 2(각 진정서, 다만 뒤에서 믿지 않는 부분 제외), 갑 제9호증의 1(건물배치도), 2(내부구조도), 갑 제12호증의 1(서신), 2(탄원서), 갑 제13호증의 1 내지 29(각 일기장), 30(업무일지), 갑 제17호증의 1(진술서, 다만 뒤에서 믿지 않는 부분 제외), 갑 제18호증의 1(진술서, 다만 뒤에서 믿지 않는 부분 제외), 3(진상조사결과보고서, 다만 뒤에서 믿지 않는 부분 제외), 갑 제19호증(일요신문기사), 갑 제20호증(진술서, 다만 뒤에서 믿지 않는 부분 제외), 갑 제35호증의 1(상담일지), 갑 제46호증의 4(피의자신문조서, 다만 뒤에서 믿지 않는 부분 제외), 6(진술조서, 다만 뒤에서 믿지 않는 부분 제외), 7(진술서, 다만 뒤에서 믿지 않는 부분 제외), 8, 9(각 진술조서), 갑 제49호증의 3, 4, 5(각 진술조서), 6(편지), 7(진술서), 8(진술조서) 11, 12, 13, 14(각 사실답변), 을 제2호증(진술서, 다만 뒤에서 믿지 않는 부분 제외), 을 제3호증(진술서), 을 제6호증(확인서), 을 제7호증의 1(편지봉투), 2(진술서), 을 제9호증(확인서), 을 제12호증(확인서), 을 제13호증의 1 내지 4(각 사용내역), 을 제14호증의 1(확인서), 2(시간표), 을 제17호증(진술서), 을 제18호증(유인물), 을 제20호증의 1(확인서), 2(시간표) 을 제21호증(진술서), 을 제22호증(진술서), 을 제23호증의 1, 2(각 측정의뢰서), 을 제25호증(인사총괄표), 을 제26호증(편지), 을 제28호증(인증서), 을 제29호증(진술서), 을 제30호증(유급조교명단), 을 제35호증(인증서), 을 제36호증(인증서), 을 제37호증(인증서), 을 제38호증(인증서)의 1(인증서), 2(논문별쇄본), 을 제39호증(서울대대책위신문), 을 제40호증(유인물), 을 제46호증(인사기록카드), 을 제47호증(서울대학원신문), 을 제49호증(인증서), 을 제59호증(진술서), 을 제60호증(진술서), 을 제61호증(교육부보고서), 을 제65호증(공무원임용령), 을 제66호증(진술서), 을 제81호증(준비서면사본), 을 제82호증의 1(시료측정현황), 2(확인서), 을 제68호증(판결)의 각 기재와 을 제54호증(대자보사진), 을 제58호증(대자보사진), 을 제62호증(대자보사진), 을 제70호증의 1, 2(각 현수막사진)의 각 영상, 원심증인 소외 2, 7, 당심증인 소외 1, 8의 각 증언(위 각 증언 중 뒤에서 믿지 않는 부분은 각 제외) 및 원고본인신문 결과(다만 뒤에서 믿지 않는 부분은 제외), 당원의 현장검증 결과

② 당원이 믿지 않는 증거는 다음과 같다.

갑 제6호증의 1(진정서), 갑 제20호증(진술서), 갑 제46호증의 4(피의자신문조서), 7(진술서), 10(인터뷰기사), 갑 제50호증의 2(고소장)의 각 기재와 원심에서의 원고본인신문결과 중 위 인정에 반하는 부분(위 증거들은 피고 1과 대립관계에 있는 반대당사자인 원고 본인의 일방적인 진술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갑 제17호증의 1(진술서), 2(도표), 3(내부구조도), 갑 제46호증의 6(진술조서), 갑 제50호증의 4(인증서)의 각 기재와 원심증인 소외 2의 증언 중 위 인정에 반하는 부분(위 증거들은 모두 위 소외 2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 위 소외 2는 원고를 배후에서 조종하고 부추기는 자로 지목되어 위 피고의 실험실로부터 퇴실당한 이후 위 피고에 대하여 반감을 품고 원고의 배후에서 원고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갑 제18호증의 1(진술서), 3(진상조사결과보고서), 4, 5(각 유인물), 6(공개해명요구서), 7(유인물), 8(공고문), 갑 제23호증의 1, 2(각 인증서) 갑 제35호증의 1(상담일지), 2(확인서), 갑 제36호증(내담자카드), 갑 제37호증의 1, 2, 5, 6(각 인증서), 12(진술서), 갑 제48호증(인증서), 갑 제50호증의 3(인증서), 갑 제52호증(인증서)의 각 기재와 당심증인 한상훈, 최영애, 최영준의 각 증언 중 위 인정에 반하는 부분(위 진술 또는 증언의 내용은 이 사건 소송의 일방 당사자인 원고의 진술을 토대로 각자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갑 제6호증의 2(진정서), 갑 제8호증(확인서), 갑 제15호증의 1, 2(각 진술서), 갑 제18호증의 2(사실확인서)의 각 기재 중 위 인정에 반하는 부분(위 증거들은 원고가 일부러 그 작성명의자인 소외 3이나 소외 4를 찾아서 진술을 듣고 이를 토대로 진정서 등을 작성한 다음 위 소외인들로부터 날인을 받았다는 것으로 그 작성과정에서 원고의 주관적인 견해가 개입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그 기재내용의 진실성에 대해서도 달리 확인할 만한 자료도 없다).

갑 제21, 22호증(각 녹취록), 갑 제24호증의 1, 2(각 녹취록), 갑 제25호증의 1, 2, 3(각 녹취록)의 각 기재(위 증거들은 그 녹음에 대화참여자의 동의가 있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고 녹취의 과정에도 발언자의 관여가 배제된 일방적인 것이어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나. 인정되는 원고의 주장사실에 대한 판단

원고의 주장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그가 조교로서 근무하던 기간 중에 피고 1로부터 성적 괴롭힘을 받고 그에 불응함으로써 위 피고로부터 보복해고를 당하게 되었으므로 위 피고의 위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의 배상을 구한다고 주장한다. 원고의 위 주장에는 조건적 성적 괴롭힘과 환경형의 성적 괴롭힘으로 인한 불법행위를 아울러 주장하는 것으로 보이므로 먼저 위 피고의 성적 괴롭힘이 있었고 그것을 거부하였음으로 인하여 위 피고가 원고의 재임용추천을 않고 결국 보복적으로 해고하게 되었는가의 여부에 관하여 보고, 다음에 위 피고가 원고에게 행한 위와 같은 언동이 법적으로 성적 괴롭힘으로서 위법성이 인정되는가에 관하여 살펴본다.

(1) 조건적 성적 괴롭힘의 성부

먼저 이 사건에서 원고가 피고 1의 성적 접근을 거부한 것 때문에 위 피고는 그 앙갚음으로 원고의 업무에 관하여 부당히 간섭하고 차별적으로 처우하다가 결국에는 재임용추천을 하지 않음으로써 해고한 것인가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위 피고는 화학과의 엔엠알기기의 총책임자로서 그 밑에서 위 기기의 조작과 관리를 담당한 업무보조자였던 원고에게 업무상 여러 지시를 할 권한을 보유한다고 할 것인데, 원고가 부당한 위 피고의 차별적 처우였다고 주장하는 대부분의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의 엄무지시권의 재량범위 내에 드는 사항이었을 뿐 그것이 설사 원고에게 부담이 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이유만으로 차별대우였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재임용거부에 관하여 보면,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원래부터 1년 기한부로 임용된 원고의 임용관계는 그 기간이 경과함으로써 당연히 종료되고, 원고가 재임용을 계속받아 왔다든가 또는 재임용이 확실하게 관례화되어 있다고 하는 사정이 보이지 않는 이 사건에서 원고는 해고당하였다고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위 피고가 원고의 재임용추천을 하지 않은 것도 앞서 본 바와 같이 과의 교수나 대학원생들이 모두 원고의 불성실한 근무태도를 불만스럽게 생각하였기 때문이었을 뿐 그것이 보복으로 인한 것이었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이 부분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원고는 위 피고에게 실질적 임용권이 있다고 주장하나, 위 피고가 실제로 원고를 면접하고 테스트를 했으며 출근중지지시를 내렸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위 피고가 위 기기의 총책임자로서 그 기기를 조작관리할 업무담당자의 선택과 업무지시에 관한 사실행위를 수행한 것일 뿐 위 피고에게 법적인 임용권이 있다고 볼 수 없으나, 여하튼 원고의 임용기간이 만료되어 재임용되지 않은 경위가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다면 원고의 위 주장은 의미를 갖지 못한다.)

(2) 환경형 성적 괴롭힘의 성부

다음 피고 1의 위와 같은 언동이 원고에 대하여 이른바 적대적 근무환경을 조성했는가에 관하여 보건대, 이른바 환경형의 성적 괴롭힘은 전술한 바와 같이 그 행위로 인하여 원고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심하고 철저한 행위임을 요하고, 그것은 원고 개인뿐 아니라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통상의 여성에 대하여도 일할 능력을 저해하거나 정신적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고 입증이 있어야 한다 할 것이다. 원고가 성적 괴롭힘으로서 주장하는 위 피고의 언동 가운데 앞서 당원이 인정하는 사실은 위에서 설시한 바와 같이 대부분 업무수행상 우연히 또는 의도적으로 빚어진 수차례의 가벼운 신체접촉행위이거나, 다소 짓궂지만 노골적으로 성적인 것은 아닌 농담 또는 호의적이고 권유적인 언동에 불과하였고, 설사 위 피고에게 성적 접근의 의도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 행위의 악성은 경미한 것이어서 그것이 원고의 근무환경을 변경하여 성적인 모멸감을 가져오고 굴욕적인 근무환경을 조성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당원이 믿는 증인 소외 8의 증언에 의하면 1993. 8. 중순경 원고와 소외 2, 김학성, 소외 8이 회합한 자리에서 제소시 승소가능성 여부에 관하여 조언을 요청하는 원고에게 소외 8이 성적 괴롭힘을 당하였는가라고 묻자 원고는 위 피고의 전임조교들에 대한 행적을 전해 들어 틈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당한 일은 없고 단지 1년 더 근무하고 싶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하려는 것 뿐이라고 말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결국 원고의 피고 1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음에 귀착한다.

4. 피고 김종운 및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에 대한 판단

먼저 원고는 피고 김종운에 대한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서 피고 김종운은 피고 대한민국의 대리감독자로서 피고 1에게 이 사건 기기와 관련하여 학과내규에 배치되는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고 기기조작 관련 조교들에 관하여 실질적 임면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권한을 인정하여 왔는데, 피고 1의 원고에 대한 성적 괴롭힘은 결국 그의 사무수행과 관련하여 이러한 과도한 권한의 행사과정에서 행해진 것이고 피고 김종운은 피고 1의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고 이를 회피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에 대해 적절히 지도감독할 의무를 게을리 한 과실이 있고, 나이가 피고 1의 불법행위 내지 보복행위를 방치하고 사후에 은폐하려한 것에 대하여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다음 원고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이 사건 청구원인의 요지는 첫째로 그 피용자인 피고 1과 피고 김종운의 사용자로서 그들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의 배상을 구하고, 둘째로 원고와 피고 대한민국 간의 고용계약을 근거로 그 계약의 당사자로서 피용자인 원고의 노동수행과 관련하여 원고의 인격적 존엄을 침해하거나 그 노무제공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사유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고 원고가 일하기 좋은 직장환경이 되도록 배려하고 성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여야 할, 안전배려의무에 유사한 의무가 있음에도 그러한 의무에 위반하여 피고 1의 위와 같은 성적 괴롭힘을 방지하지 못하였으니 그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피고 김종운과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어느 것이나 피고 1의 불법행위가 성립함을 전제로 한다 할 것인데, 앞서 본 바와 같이 당원은 원고의 피고 1에 대한 청구를 배척하는 바이므로 피고 김종운 및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는 나머지 주장사실에 대한 판단을 기다릴 것 없이 이유 없다고 할 것이다.

5. 결 론

가. 이 사건의 의미

이 사건은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대학에서 연구와 교수를 담당하는 피고 1과 그의 감독을 받은 특수기기의 조작을 담당하면서 위 피고의 업무를 보조한 원고 사이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 거기에는 직장 내에서 남녀간의 관계에서 일어난 갈등(그것은 대외적으로 나타나지 않은 은밀한 성질의 것이었다)과 근로관계의 해소에 대한 법적인 불만이 주요한 요소로 개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가해자와 피해자라고 지칭된 원·피고 간의 나이차, 상사와 근로자의 관계, 남녀관계에서의 성적인 인식의 차이가 주요 배경으로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현대를 사는 우리 사회에서 세대간, 성간, 계층간의 의식차이를 노정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갈등은 화합적인 남녀평등을 지향하는 새로운 가치관에 의해 조화롭게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금세기 후반에 들어 사회·경제적으로 급격한 산업화와 현대화를 실현한 우리 사회에서는 그와 동시에 문화적 변화와 함께 세대간의 가치관 변화가 현격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우리 사회도 경제적으로 안정된 기반 위에서 보다 많은 개인적 자유와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그에 따라 여성의 자아실현을 위한 노력이 일반화함과 함께 여성의 역할신장에 의해 여성취업이 일반화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속에서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희롱이나 괴롭힘의 대상으로 되는 것을 방치할 수는 없고 여성도 사회의 일원으로서 대우받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남녀공동의 직장을 관리하는 사업자나 고용주는 직장에 만연하고 있는 성적 괴롭힘의 경향을 시정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사건에서 비록 원고의 청구는 인용되지 못하였지만,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 성적 괴롭힘에 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고, 차후 '성적 괴롭힘'은 단순한 사회 운동차원을 넘어선 법적 구제제도로서 인식되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이 우리 사회에 대하여 갖는 의미는 막중하다고 아니 할 수 없다.

나. 이 사건의 결론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기각됨이 마땅하다. 그러나 원심판결은 이와 일부 결론을 달리하고 있어 부당하므로 당원은 피고 1의 항소를 받아들여 원심판결 중 위 피고에게 금원의 지급을 명한 위 피고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위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한다(원심판결 중 원고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하여 각하한 부분은 전치요건이 구비되게 된 당심 변론종결시점에서는 결국 부당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으나 이 부분에 관하여는 원고만이 항소를 하였으므로 그에게 불리하게 변경하지 않고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는데 그친다). 소송비용은 1, 2심 모두 패소자인 원고에게 부담시키기로 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용상(재판장) 박태동 황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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